原注
[신안臣按] 여름이면 비가 오고 겨울이면 추운 것은 계절에 따른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런데도 백성들이 원망하는 것은 하늘의 비와 추위를 원망한 것이 아닙니다. 백성들이 살아나갈 계책이 힘들지 않을 때가 없지만 이때에는 더욱 힘드니 이 때문에 원망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것이다.”라고 한 것은 백성의 애환을 참으로 절절히 안 자가 아니면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담당 관리가 그 어려움을 생각하여 그들을 위해 쉽게 해줄 것을 도모해야만 백성들이 이에 편안해질 것입니다.
목왕穆王은 주周나라의 제6대 천자로서 깊은 궁궐 안에서 자랐는데도 백성들의 괴로움을 안타깝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 이것이 바로 공자孔子가 《서경書經》에 이 말을 취하여 실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이 당시에는 정전법井田法이 아직 무너지지 않아서 거주할 수 있는 집이 있고 경작하여 먹을 수 있는 농지가 있었는데도 백성들의 어려움이 이미 이와 같았으니 더구나 지금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누추한 집, 무너져가는 집과 깊은 산 광활한 들에 무더운 비가 내려 물에 잠길 때 띠풀 이엉이 자기 한 몸 덮어주지 못하며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추위에 닥나무 솜이 자기 한 몸 따뜻하게 해주지 못합니다.
평소에는 일 년 내내 부지런히 일해도 그 배를 채울 곡식을 얻지 못하고 엄동설한嚴冬雪寒에는 손발이 얼어 터져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앉아서 굶어죽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한 해 농사가 크게 풍년 들어도 이를 면치 못하니, 일단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되면 늙은이와 어린이들은 〈굶어죽어 그 시신이〉 구렁에서 뒹굴고 건장한 자들은 일어나 약탈하는 것은 형세상 필연적인 것입니다.
민생民生의 어려움이 오늘날보다 더 심한 적이 없으니, 바라건대 밝으신 황상께서는 깊이 유념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