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말하였다. “由는 아직 이러한 이치를 알지 못하는구나.注+공자가 자로에게 말하기를, “由야! 너는 이러한 이치를 모르는구나.”라고 한 것이다. 내가 너에게注+頭註:語(가르치다)는 去聲이다. 말해주겠다.注+내가 너에게 말해주겠다는 것이다. 너는 어진 사람은 반드시 남에게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데,注+너는 어진 사람은 반드시 남에게 신뢰를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네 말대로라면
注+그렇다면 오자서는 응당 吳王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저 만나고 만나지 못하는 것은 때에 달린 것이고,注+때라는 것은 만나기도 하고 만나지 못하기도 하는 것이다. 잘하고 잘하지 못하는 것은 재주에 달린 것이다.注+재주는 뛰어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는 것이다.
널리 배우고 깊이 계책을 세운 군자라도 때를 만나지 못한 자가 많으니,注+세상에는 재주와 지혜가 있는 군자 중에 때를 얻지 못한 자가 많은 것이다. 어찌 나만 그러하겠느냐.注+어찌 나만 때를 만나지 못했겠느냐고 한 것이다. 또 지초와 난초는 깊은 숲속에서 자라는데注+지초와 난초라는 풀은 깊은 숲속에서 자란다.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향기를 내뿜지 않는 것은 아니고,注+어찌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그 향기를 내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군자는 도를 닦고 덕을 이루는데注+군자는 그 도를 닦아 밝히고 그 덕을 이루어 수립하는 것이다. 곤궁하다고 하여 절개를 바꾸지 않는다.注+어찌 한때의 곤궁함으로 그 지키던 바를 끝내 바꾸겠느냐고 한 것이다. 행하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지만注+행하고 그만 두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살고 죽는 것은 운명이다.注+죽고 사는 것은 운명이다.
그러므로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근심이 없는 자는 생각이 원대하지 못하고注+아랫자리에 있으면서 환난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思慮가 부족한 것이다. 처신함에 있어 늘 안일한 자는 뜻이 광대하지 못하니,注+처신함에 안일함만을 힘쓰면 그 뜻이 작은 것이다. 네가 어찌 이러한 사정을 알겠느냐.”注+네가 어찌 이러한 사정을 알겠느냐고 한 것이다. 혹은 文公과 越王의 때의 일과 같은 것이다.
역주
역주120-3 :
저본의 표제에 “지초와 난초는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여 향기를 뿜지 않는 것은 아니다.[芝蘭不以無人而不芳]”라고 되어 있다.
역주2伯夷와……것이다 :
백이와 숙제는 殷나라 孤竹君의 아들인데, 周 武王이 은나라를 정벌하자, ‘신하로서 군주를 정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간하였다. 그러나 간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의리상 주나라 곡식을 먹을 수 없다고 하여 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 먹다가 굶어서 죽었다.(≪史記≫ 권61 〈白夷傳〉)
역주3왕자……것이다 :
비간은 은나라 충신으로 紂王의 삼촌이다. 주왕의 음란함을 직언하였는데, 주왕이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구멍이 있다는데 사실인가 보자.” 하고는 그의 배를 갈라 죽였다.(≪史記≫ 권3 〈殷本紀〉)
역주4關龍逢……것이다 :
관용방은 夏나라 桀王 때의 충신으로, 걸왕의 무도한 정사를 간하다가 炮烙의 형벌을 받고 죽었다.(≪莊子≫ 〈人間世〉)
역주5伍子胥는……것이다 :
오자서는 춘추시대 楚나라 사람 伍員이다. 越王 句踐이 吳王 夫差와 싸워 패하자 西施를 오왕에게 바치면서 강화를 요청하였는데, 오왕은 이를 승낙하고 이를 간하는 충신 오자서를 자결하게 하였다.(≪史記≫ 권41 〈越王句踐世家〉)
역주6晉나라……때였고 :
진나라 중이는 晉 文公으로, 驪姬의 사건으로 인하여 국외에 망명한 지 19년 만에 귀국하여 즉위한 뒤에 춘추오패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가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는 동안 齊 桓公, 宋 襄公, 楚 成王, 秦 穆公에게는 극진하게 후대를 받았으나, 衛 文公, 曹 共公, 鄭 文公에게는 박대를 받았다.(≪史記≫ 권39 〈晉世家〉)
역주7越王……때였다 :
월왕 구천은 춘추시대 월나라의 제2대 왕으로 오나라 부차와 싸우다가 크게 패하여 會稽山에서 굴욕적인 和議를 체결하고 귀국한 뒤에, 20년 동안 섶나무 위에 눕고 쓸개를 맛본 끝에 부차를 죽이고 오나라를 멸망시켜 회계의 치욕을 씻었다.(≪史記≫ 권41 〈越王句踐世家〉)
역주8(紂)[桀] :
저본에는 ‘紂’로 되어 있으나, ≪莊子≫ 〈人間世〉에 의거하여 ‘桀’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