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集評] ○ 退之七言詩 如穎師琴雉帶箭之類 巧追精琢斤斧 無憾然
自頭至終 只如山行日記 隨遇寫出 而筆力雄渾 不見罅縫 惟能者能之 而不可學得也
後來元之元好問 知此意曰 拈出退之山石句 始知渠是女郞詩 盖知言矣 - 朝鮮 李瀷, 《星湖僿說》 卷29, 〈詩文門‧退之山石句〉
○ 山石詩最淸峻 - 宋 黃震, 《黃氏日鈔》 卷59
濃淡相間 純住自然 似不經意 以實極經意之作也 - 淸 汪佑南, 《山經草堂詩話》
法堂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방금 내린 비 넉넉하여
청명한 달은 고개 위로 솟아 사립문에 비춰든다
높고 낮은 언덕길 오르내리며 雲霧자욱한 길 두루 다니네
때때로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열 아름이나 되네
[集評] 韓退之의 七言詩에 〈穎師琴〉과 〈雉帶箭〉 같은 부류는, 공교하게 다듬어지고 정밀하게 닦여져서 조금도 유감이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 공력을 들이지 않고 자연적으로 이뤄진 것은 오직 山石 한 편뿐이다.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치 山行日記처럼 만나는 바에 따라 써낸 것인데, 필력이 雄渾해서 결함이나 수식한 흔적이 보이지 않으니, 오직 능한 자만이 할 수 있을 뿐, 배워서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뒤에 와서 元나라 元好問이 이 뜻을 알고서,
[拈出退之山石句 始知渠是女郞詩]”라고 하였으니, 대개 아는 말이라 하겠다.
〈山石〉은 절에 머문 후 보충해서 지은 작품이다.
첫 구의 ‘山石’ 두 글자로 표제를 삼은 것은 옛 사람들의 통례이다.
‘山石’ 4구는 절에 이르러 卽景(눈앞의 경물)을 읊은 것이요, ‘僧言’ 4구는 절에 이른 후에 卽事(눈앞의 일)를 읊은 것이다.
‘夜深’ 2구는 절에 묵으며 寫景(경치를 묘사)한 것이며, ‘天明’ 6구는 절에서 나와 寫景한 것이다.
‘人生’ 4구는 심회를 묘사하면서 맺은 것이다.
시 전체를 통해 寫景한 부분은 농려함이 많고, ‘卽事’와 심회를 풀어낸 부분은 담담한 어조로 드러내었다.
농려하고 담담한 사이에 순전히 자연스러운 것을 주로 하였으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듯하지만 기실 매우 주의를 기울인 작품이다.
1
066 산석
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