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學生何蕃이 入太學者卄餘年矣라 歲擧進士하야 學成行尊일새 自太學諸生推頌不敢與蕃齒하니라
相與言於助敎, 博士하니 助敎, 博士以狀申於司業, 祭酒하고
撰次蕃之群行焯焯者數十餘事
하야 以之升於禮部
하야 而以聞於天子
하니라
蕃은 淮南人이니 父母具全하니라 初入太學에 歲率一歸하니 父母止之하고
其後間一二歲乃一歸하니 又止之ㄹ새 不歸者五歲矣라 蕃純孝人也라
하야 一日
에 諸生歸養於和州
하니 諸生不能止
하야 乃
하니라
於是太學六館之士百餘人이 又以蕃之義行言於司業陽先生城하야 請諭留蕃이나
言曰 蕃
은 仁勇人也
라하니 或者曰 蕃居太學
에 諸生不爲非義
하고 葬死者之無歸
하고 哀其孤而
하며
惠之大小를 必以力復하니 斯其所謂仁歟ㄴ저 蕃之力不任其體하고 其貌不任其心하니 吾不知其勇也로라하니라
歐陽詹生曰
에 太學諸生擧將從之
하야 來請起蕃
하니
惜乎라 蕃之居下하야 其可以施於人者不流也로다 譬之水컨대 其爲澤이요 不爲川乎ㄴ저
川者高하고 澤者卑하니 高者流하고 卑者止라 是故蕃之仁義는 充諸心하야 行諸太學하니 積者多나 施者不遐也라
天將雨하여 水氣上이면 無擇於川澤澗谿之高下니 然則澤之道도 其亦有施乎ㄴ저 抑有待於彼者歟아
故凡貧賤之士必有待然後에 能有所立하니 獨何蕃歟아 吾是以言之하야 無亦使其無傳焉하노라
이 篇의 뜻은 모두 두 차례나 불우한 것에 대해 서로 感慨(느낌이 있어 탄식함)한 데에 있다.
太學生 何蕃이 太學에 입학한 지 20여 년이 되었다. 해마다 進士試에 응시하여, 학문이 成就되고 德行이 남의 推崇을 받으므로 太學의 諸生들은 그를 추존하고 칭송하여 감히 그와 나란히 서지도 못하였다.
제생들이 함께 助敎와 博士에게 〈何蕃의 학문과 덕행을〉 고하니, 助敎와 博士는 司業과 祭酒에게 書狀으로 보고하고,
司業과 祭酒는 何蕃의 뛰어난 행실 수십여 가지를 글로 엮어 禮部에 올려 天子께 보고되게 하였다.
京師의 諸生 중에 何蕃을 천거한다는 제목[名]으로 문장과 논설을 지은 자를 이루 다 기록할 수 없다. 公卿大夫 중에 何蕃을 아는 이가 매우 많았으나 禮部의 관원이 없었고,
예부의 관원은 대체로[率] 何蕃과 뜻이 맞지 않는 자들이었다. 그러므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何蕃은 淮南 사람으로 父母가 모두 살아 계신다. 처음 太學에 입학했을 때에 해마다 한 차례씩 歸覲(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을 뵘)하니 父母께서 말리셨고,
그 뒤로 1년이나 2년에 한 차례씩 귀근하니 또 말리셨으므로 귀근하지 못한 지가 5년이다.
何蕃은 독실한 孝子이다.
늙으신 어버이를 걱정하는 마음을 억제할 수 없어서, 하루는 諸生에게 이별을 고하며[揖] “和州로 돌아가 어버이를 봉양하겠다.”고 하니, 동학들은 말릴 수가 없어서 何蕃을 빈방 안에 가두고,
이에 太學에 소속된 六館의 학생[士] 백여 人이 또 何蕃의 의로운 행실을 司業 陽先生 城에게 고하면서, 알아듣도록 타일러 何蕃을 挽留해주기를 청하였으나,
이때 太學에 祭酒가 闕席이었고, 때마침 陽先生도 道州刺史로 나갔기 때문에 만류하지 못하였다.
歐陽詹生이 “何蕃은 어질고도 용감한 사람이다.”라고 하니, 어떤 자가 말하였다.
“何蕃이 太學에 있을 때에 諸生들이 의롭지 못한 짓을 하지 못했으며, 죽어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를 장사 지내주고 그 孤兒를 가엾게 여겨 부양하였으며,
남에게 받은 크고 작은 은혜는 반드시 힘을 다해 보답하였으니, 이것은 그대가 말한 ‘어짊’이다. 〈그러나〉 何蕃의 힘은 〈쇠약하여〉 그 體軀도 감당할 수 없고, 그 용모는 〈수척하여〉 그 원대한 심사를 감당할 수 없으니, 나는 그가 용감한지를 모르겠다.”
그러나 歐陽詹生이 말하였다.
“朱泚가 叛亂을 일으켰을 때에 太學의 諸生이 모두 朱泚를 따르고자 하여, 何蕃에게 가서 함께 일어나기를 청하자,
何蕃이 정색하고서, 六館의 학생들은 反亂者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꾸짖었으니, 이것이 그의 용기가 아닌가?”
애석하게도 何蕃은 지위가 낮아서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을 베풀지 못하였다. 물에 비유하면 그는 못에 고여 있는 물이고 내에 흐르는 물이 아니다.
내는 높고 못은 낮으니, 높은 것은 흐르고 낮은 것은 정지한다. 그러므로 何蕃의 仁義는 마음에 충만하여 太學에 시행되었을 뿐이니, 쌓인 것은 많으나 시행된 것은 廣遠하지 못하였다.
하늘이 비를 내리려고 水蒸氣가 상승할 때면 높고 낮은 川‧澤‧澗(도랑)‧谿(시내)의 물을 가리지 않고 〈모두 상승하여 구름을 만드니,〉 그렇다면 못의 물도 베풂이 있는 것이다. 혹시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인가?
그러므로 빈천한 선비는 반드시 기다림이 있은 뒤에야 수립한 바가 있었으니, 어찌 何蕃만이 그러하겠는가? 나는 그러므로 이렇게 말하여 그의 事績이 전해지지 않음이 없게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