布政條之纖悉하야 上副憂勤하니 寄任非堪에 兢營竝集이라
伏念臣賦材庸薄하고 稟數奇屯하야 毁譽交興에 兩嘗過實하고 寵榮踰分에 動輒招尤라
朽質易衰하야 已凋零於齒髮이나 良時難得이라 尙希慕於功名이러니
惟此別京
은 하니 簿領少勤於職事
하고 廚傳取悅於路人
이라
苟循俗吏之所爲면 雖能免過나 非有古人之大節이면 未足報君이라
15. 남경유수南京留守로 있으면서 사은하는 표表
궁문宮門을 방어하는 근엄한 일을 맡고 있는 터에 감히 밤낮으로 책임을 잊겠습니까.
자세한 정령政令과 조례條例를 펴서 위로 성상의 노고에 부응하오니, 감당할 수 없는 직무를 맡음에 두려움과 떨림이 함께 모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신은 타고난 재주가 용렬하고 부족하며 운수가 기구하여, 비방과 칭찬이 함께 일어남에 둘 다 실상에 지나치고, 총애와 영광이 분수에 넘침에 걸핏하면 죄과罪過를 초래하였습니다.
보답할 뜻을 아직 이루지 못했음을 생각하는 터에 감히 충성을 다하여 심신을 다 바치지 않겠습니까.
세상 풍파가 두려워서 멀리 떠나 깊이 숨고자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6년 동안 외직으로 세 번 수령 자리를 바꾸어 맡았는데, 무사안일만 배워서 입을 다물고 있노라니 평소의 뜻을 저버려 마음에 부끄러웠습니다.
부실한 몸은 쉽게 노쇠하여 이미 치아와 머리털이 빠졌지만 좋은 시대는 만나기 어려운 터라 그래도 공명功名을 바라는 뜻은 가졌습니다.
그런데 황상께서 이 옛 신하를 버리지 않으시어 지방의 군郡에서 발탁하여 이름난 도읍을 맡기실 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생각건대 이 별도의 도읍인 남경南京은 옛날에 교통의 요충지에 해당하였으니, 부서簿書의 직무는 힘든 일이 적고 역참에서 음식을 공급하여 행인들의 환심을 삽니다.
따라서 아전들이 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면 비록 죄과罪過는 면할 수 있지만, 고인古人과 같은 큰 절개가 없으면 군왕의 은혜에 보답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