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器者는 無良材而有良匠하고 治國者는 無能臣而有能君하니 蓋材는 待匠而成하고 臣은 待君而用이라
故曰 治國을 譬之於奕이라하니 知其用而置得其處者勝하고 不知其用而置非其處者敗하니
敗者臨碁하야 注目終日而勞心이어늘 使善奕者視焉하여 爲之易置其處則勝矣라
勝者所用은 敗者之碁也요 興國所用은 亡國之臣也라
世宗之時에 外事征伐하야 攻取戰勝하고 內修制度하야 議刑法定律曆하고 講求禮樂之遺文하니 所用者는 五代之士也라
夫亂國之君은 常置愚不肖於上하야 而彊其不能以暴其短惡하며 置賢智於下하야 而泯沒其材能하야 使君子小人으로 皆失其所하야 而身蹈危亡하며
은 能置賢知於近而置愚不肖於遠
하야 使君子小人
으로 各適其分
하야 而身享安榮
하니
治亂相去가 雖遠甚이나 而其所以致之者不多也니 反其所置而已라
自古治君少而亂君多어든 況於五代士之遇不遇者에 可勝歎哉아
04. 《오대사五代史》 〈주신전周臣傳〉에 대한 논論
기물器物을 만드는 것은 좋은 재목材木에 달린 것이 아니고 좋은 장인匠人에 달려 있으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유능한 신하에 달린 것이 아니고 유능한 임금에 달려 있으니, 대개 재목은 장인을 기다려 기물로 이루어지고 신하는 임금을 기다려 쓰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을 바둑에 비유한다.”라고 하는 것이니, 바둑돌을 쓸 줄 알아서 놓을 자리에 바둑돌을 놓는 자는 이기고, 바둑돌을 쓸 줄을 몰라서 놓을 자리가 아닌 곳에 바둑돌을 놓는 자는 패한다.
패하는 자는 바둑판을 앞에 두고 종일토록 주목하면서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데, 바둑을 잘 두는 자로 하여금 그 바둑판을 보게 하여 놓을 곳을 바꾸어 바둑돌을 놓으면 이긴다.
이긴 자가 쓰는 것은 패한 자의 바둑이고, 흥한 나라가 쓰는 것은 망한 나라의 신하이다.
왕박王朴의 재주는 참으로 유능하다 할 만하지만, 후주後周 세종世宗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재능을 어디에 발휘했겠는가.
세종 때 밖으로는 정벌을 일삼아 다른 나라를 공격해 전쟁하여 승리하였고, 안으로는 제도를 정비하여 형법刑法을 의론하고 율력律曆을 상정詳定하였으며 예악禮樂의 유문遺文을 강구하였으니, 쓴 것은 오대五代의 선비였다.
어찌 모두 후진後晉‧후한後漢 때에는 어리석고 겁이 많다가 후주後周 때에 와서 재주가 있고 지혜로워졌겠는가.
오직 그 사람들을 쓸 줄 알았기 때문일 뿐이다.
대저 어지러운 나라의 임금은 늘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윗자리에 두어 그 무능無能에 억지로 일을 시킴으로써 그 단점과 나쁜 점을 드러내게 하며,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을 아랫자리에 두어 그 재능才能을 민몰泯沒시켜,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으로 하여금 모두 자기 자리를 잃게 하고 그 자신은 위망危亡에 빠진다.
잘 다스려진 나라의 임금은 어질고 지혜로운 사람을 가까운 곳에 두고 어리석고 못난 사람을 먼 곳에 둘 줄 알아서, 군자와 소인으로 하여금 저마다 자기 분수에 맞도록 하고 자신은 안영安榮을 누린다.
다스려짐과 혼란함의 거리는 비록 매우 멀지만 그렇게 되는 까닭은 많지 않으니, 사람을 두는 곳이 뒤바뀌었을 뿐이다.
예로부터 나라를 잘 다스린 임금은 적고 나라를 어지럽게 한 임금은 많은데, 하물며 오대五代 때의 선비가 임금을 잘 만나기도 하고 잘 만나지 못하기도 한 것에 대해 어찌 탄식을 이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