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常聚於所好하고 而常得於有力之彊하나니 有力而不好하고 好之而無力이면 雖近且易라도 有不能致之라
象犀虎豹는 蠻夷山海殺人之獸나 然其齒角皮革이 可聚而有也라
玉出崑崙流沙萬里之外하니 經十餘譯이라야 乃至乎中國이요
珠出南海에 常生深淵이라 採者腰絙而入水에 形色非人이요 往往不出하면 則下飽蛟魚라
金礦于山에 鑿深而穴遠이라 篝火餱糧而後進이라가 其崖崩窟塞하면 則遂葬于其中者가 率常數十百人이니 其遠且難而又多死禍가 常如此라
然而金玉珠璣는 世常兼聚而有也니 凡物好之而有力이면 則無不至也라
然而風霜兵火에 湮沒磨滅하야 散棄於山崖墟莽之間하야 未嘗收拾者는 由世之好者少也일새라
幸而有好之者라도 又其力或不足이라 故僅得其一二而不能使其聚也라
予性顓而嗜古하야 凡世人之所貪者는 皆無欲於其間이라
故
하니 好之已篤
이면 則力雖未足
이라도 猶能致之
라
故上自周穆王以來로 下更秦漢隋唐五代하야 外至四海九州名山大澤窮崖絶谷荒林破塜神僊鬼物詭怪히 所傳을 莫不皆有하야 以爲集古錄하되
有卷帙次第나 而無時世之先後하니 蓋其取多而未已라 故隨其所得而錄之라
又以謂聚多而終必散이라하야 乃撮其大要하야 別爲錄目하고 因幷載夫可與史傳正其闕謬者하야 以傳後學하니 庶益於多聞하리라
或譏予曰 物多則其勢難聚요 聚久而無不散이니 何必區區於是哉아하야늘
근자에 보건대 왕정위王廷尉의 고서화제발古書畫題跋이 또한 매우 구양공歐陽公의 풍치風致가 있다.
그러나 또한 힘이 있으면서 강건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을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은 항상 그 사물을 좋아하는 이에게 모이고 항상 굳건한 힘을 지닌 이에게 이르니, 힘이 있으되 좋아하지 않고 좋아하되 힘이 없으면 비록 가까이 있고 또 얻기 쉬운 사물이라 하더라도 이르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코끼리와 무소와 호랑이와 표범은 오랑캐 지방의 산해山海에서 사람을 죽이는 짐승이지만 그 이빨과 뿔과 가죽은 모아서 소유할 만하다.
옥玉은 만 리나 되는 사막 바깥에 있는 곤륜산崑崙山에서 나오니 다른 언어를 쓰는 10여 곳의 지역을 지나야 이에 중국에 이를 수 있다.
보주寶珠는 남해南海에서 나오는데 항상 심연深淵의 바다에서 생겨나는지라 채취하는 자가 끈을 허리에 묶고 물속에 들어감에 그 몰골이 사람의 모습이 아니며 왕왕 물속에서 나오지 못하면 바닷속에서 물고기의 배를 채워주게 된다.
산에서 금광金礦을 채굴할 때에 깊이 파고 멀리 굴을 뚫는지라 횃불과 양식을 갖춘 뒤에 굴속을 나아가다가 절벽이 무너지고 굴이 막히면 마침내 땅속에 묻히게 되는 자가 통상 수십백 인이니, 그 멀고도 어렵고 또 죽게 되는 불상사가 다발多發하는 것이 항상 이와 같다.
그럼에도 금金과 옥玉과 보주寶珠는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여〉 항상 겸하여 모아서 소유하는 물건들이니, 무릇 사물을 좋아하면서 힘이 있으면 나에게 오지 못하게 할 것은 없다.
탕반湯盤과 공정孔鼎과 기양고岐陽鼓와 대산岱山‧추역산鄒嶧山‧회계산會稽山의 각석刻石과 한漢나라와 위魏나라 이래로 성군聖君과 현사賢士들의 환비桓碑와 이기彝器와 명시銘詩와 서기序記로부터, 아래로 고문古文과 주전籀篆과 분예分隷 등 제가諸家들의 자서字書에 이르기까지, 모두 삼대三代 이래의 지극한 보물들로 기괴하고 화려하고 공교로워서 좋아할 만한 물건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고 취하여도 화禍가 없다.
그러나 풍상風霜과 병화兵火에 사라지고 마멸되어 산비탈과 황야 사이에 흩어지고 버려져 수습된 적이 없는 것은 세상에 그것을 좋아하는 자가 적기 때문이다.
다행히 좋아하는 자가 있더라도 또 그 힘이 혹 부족하기 때문에 겨우 그 가운데 한둘 정도만 얻고 나머지는 모을 수 없는 것이다.
대저 힘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한결같은 것만 못하다.
나는 성품이 어리석고 옛것을 좋아하여 세상 사람들이 탐하는 것들은 모두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그러므로 이에 좋아하는 바를 한결같이 할 수 있었으니, 좋아함이 이미 독실하면 힘이 비록 부족하더라도 오히려 좋아하는 사물을 이르게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위로는 주周 목왕穆王 이래로부터 아래로는 진秦나라와 한漢나라, 수隋나라와 당唐나라, 오대五代를 거쳐 밖으로는 사해四海와 구주九州, 명산名山과 대택大澤, 심산深山과 궁곡窮谷, 황량한 숲과 무너진 무덤, 신선과 귀물鬼物, 기괴한 존재들에 이르기까지, 전해지는 것들을 모두 소유하지 못한 것이 없어서 이것들을 기록하여 《집고록集古錄》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것들을 전사轉寫하다가 그 참된 모습을 잃어버릴 것이라 여겼으므로 그 석각石刻의 탁본拓本을 말미암아 권축卷軸을 만들어 보관하였다.
이 《집고록》에는 권질卷帙의 순서는 있으나 시대의 선후는 없으니, 대개 수집한 것이 많음에도 수집을 그치지 않았으므로 그 얻은 바에 따라 기록한 것이다.
또 수집한 것이 많더라도 끝내는 반드시 흩어질 것이라고 여겨, 이에 그 대요大要를 뽑아 별도로 목록을 만들고 이어서 사전史傳과 함께 역사의 빠지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들을 아울러 기재하여 후학들에게 전하니 거의 견문을 넓히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혹자가 나를 나무라며 말하기를 “사물이 많으면 형세상 모으기 어렵고 모은 지 오래되면 흩어지지 않는 것이 없으니 하필이면 이런 것에 구구하게 힘을 쓴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나는 대답하기를 “내가 좋아하는 바를 충족하여 그것을 완상玩賞하면서 늙는 것이 좋다.
상아와 무소의 뿔, 금과 옥을 모은들 과연 흩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진실로 이것으로 저것을 바꿀 수 없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