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신안臣按] 옛날에 충성스럽고 어진 사람들을 많이 두어 임금의 곁에 늘어세웠던 것은 모두 임금의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조정에 있을 때에는 삼공三公이 있었으니, 이른바 “교훈으로 인도하고 덕과 의리로 교도敎導하며 그 신체를 보전시킨다.”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태학太學에 있을 때에는 삼로三老가 있었으니, 이른바 “덕을 본받고 좋은 말을 구했다.”라는 것입니다. 무巫는 제사를 담당하니 귀신에 관한 일을 가지고 왕에게 고하고, 사史(사관史官)는 문서를 담당하니 삼황오제三皇五帝에 관한 일을 가지고 왕에게 고했습니다.
그리고 거북점과 시초점을 담당하는 사람은 길흉을 가지고 왕에게 간언했으며, 눈이 먼 노인은 노래와 시를 가지고 왕에게 간언했습니다. 그리하여 왕 한 사람을 전후좌우에 있는 사람들이 보좌하고 유지하여 이끌어주고 보필하면서 효심孝心과 덕을 갖추도록 하였습니다. 왕이 비록 잠시나마 스스로 방종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므로 왕이 마음속에 달리 작위作爲하는 바가 없어 오로지 지극히 중정中正한 도리를 지킬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후대의 군주들은 가까이하는 것이 근시近侍와 총신寵臣이며 기뻐하는 것이 음란한 소리와 아름다운 여색女色이기에, 여우처럼 홀리고 미혹시키는 것이 천태만상입니다.
비록 임금의 생각에 사악함이 없고자 해도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임금의 덕이 옛날보다 못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