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32-3-나(按)
臣은 按 商受가 淫酗어늘 臣民이 化之하니 方文王之在西土에 已告教在位者하사 謹戒于酒矣라
及成王이 封康叔于衛하여는 衛는 受之故都也라 漸染이 惟舊라 故作酒誥하여 以訓敕之하시니 妹邦은 即衛也라 成王之誥가 專爲衛而作이라 故云然也니라
朝夕祀玆酒는 言文王之告教諸侯而下至于治事之臣하여 朝夕丁寧하여 惟祀則飲斯酒也라 天之始生黍稷하여 俾民爲酒는 惟用之大祀而已요 非資其沈酗也어늘
及我民
이 以之喪德
하며 諸侯
가 以之喪邦
이 無不
斯酒
로 始
하나니
酒가 一也로되 飲之有度而受福則爲天之降命하고 飲之無度而受禍則爲天之降威하니 觀小大邦用喪之言則當時以酒亡國者가 衆矣로다
原注
[신안臣按] 상商나라 수受(주왕紂王)가 지나치게 술에 빠지자 신하와 백성들이 이에 동화되었는데, 그 당시 문왕文王은 서토西土에 있으면서 이미 지위에 있는 자들에게 고하여 가르쳐서 술을 삼가고 경계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성왕成王이 위衛나라에 강숙康叔을 봉하게 되었는데, 위나라는 수受의 옛 도읍지였기 때문에 차츰차츰 물든 것이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주고酒誥〉를 지어 가르치고 경계한 것입니다. 매방妹邦은 바로 위나라입니다. 성왕의 고계告誡는 오로지 위나라를 위해서 지은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말하여 이 술을 제사에만 쓰도록 한 것은, 문왕이 제후들에게 일러 가르쳐서 아래로 일을 하는 신하들에게까지 이르도록 하여 아침저녁으로 당부하여 오직 제사에만 이 술을 마시도록 했다는 말입니다. 하늘이 처음 찰기장과 메기장을 내어 사람들로 하여금 술을 만들도록 한 것은 오직 큰 제사에만 사용하도록 한 것이고 그 술에 빠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백성들이 이 술로 덕을 잃고 제후들이 이 술로 나라를 잃은 것이 이 술을 마시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은 것이 없게 되었으니,
술은 똑같은 술이지만 마시는 것이 절도가 있어서 복을 받으면 하늘이 내리는 명이 되고, 마시는 것이 절도가 없어서 화를 받으면 하늘이 내리는 위엄이 됩니다. 작은 나라와 큰 나라가 이 때문에 망하였다는 말을 보면 당시에 술로 나라를 망하게 한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原注
‘유행惟行’은 술로 행함을 삼은 것이고, ‘유고惟辜’는 술로 죄를 삼은 것입니다. 문왕文王은 이미 아랫사람들에게 가르쳐서 술에 항상 취하지 말라고 하고는, 또 가르치기를 덕으로 이어가고 취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무릇 술을 마실 때에 능히 덕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으면 술에 취해 주정하는 허물이 없을 것이니, 이른바 “술에 곤란함을 당하지 않는다.”라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문왕의 교화敎化를 받아 마찬가지로 저마다 자제들을 가르치고 인도하여 오직 토지에서 나오는 물건만을 아꼈기 때문에 그 마음이 선하였던 것입니다. 한 번 술에 빠지면 반드시 진기하고 이상한 것을 널리 구하여 자신을 받들기 마련이니, 그 욕심이 크면 그 마음이 좀먹게 됩니다.
이때 자제 된 자들은 또한 저마다 조상의 떳떳한 가르침을 잘 들어야 할 것이니, 가르침이 떳떳하면 귀에 들어오는 것이 익숙하고 듣기를 잘 들으면 마음에 뜻을 두는 것이 삼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소덕小德과 대덕大德에 대해 한결같이 여겨서 술을 삼가는 것으로 작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니, 술을 삼가는 것이 소덕이 아니라면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이 작은 허물이 아닌 것이 또한 명백합니다.
原注
담당 관리가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천명天命에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왕이 마침내 능히 상商나라의 명命을 받은 것으로 이 이유를 삼은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단지 유왕幽王과 여왕厲王, 진陳나라와 수隋나라의 왕조에서 상하가 술에 빠져 천명을 실추시키는 데에까지 이른 것을 보면 술을 삼가서 천명을 받은 것을 다시 어찌 의심하겠습니까.
이윽고 또 성탕成湯이 술을 삼간 것과 후왕後王이 자신을 술에 빠트린 것을 서술하여 강숙康叔의 경계로 삼았습니다. 성탕은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두려워하여, 그 덕을 떳떳이 하여 변치 않고 그 지혜를 잡아 지켜서 미혹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로부터 제을帝乙에 이르기까지 모두 임금의 덕을 이루고 재상을 공경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게 되었고, 일을 하는 신하들 역시 각각 보필하는 공경을 다하여 비록 스스로 한가하고 스스로 안일하더라도 오히려 감히 즐기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술 마시는 것을 숭상한다고 하였겠습니까. ‘숭음崇飲’은 서로 술 마시는 것을 숭상한다는 말입니다.
이때 안팎의 대소 신하들이 감히 술에 빠지지 못했던 것은 단지 윗사람의 가르침을 봉행하여 감히 어기지 못해서만이 아니라, 또한 맡고 있는 직책 때문에 그렇게 할 겨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감히 못했다’는 것은 그래도 애써 힘쓴다는 뜻이 있지만, 겨를이 없었다는 것은 이것을 편안히 여겼다는 것입니다.
‘맡고 있는 직책’이란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위로는 군주의 덕을 이루어서 군주의 덕이 드러나고 밝혀지도록 돕고, 아래로는 대신이 임금을 공경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한 시대의 신하들이 이것으로 스스로를 면려하였으니, 비록 일어나지 않고자 해도 그렇게 될 수 있었겠습니까.
原注
그러다가 수受(주왕紂王)에 이르자 그 자신을 술에 빠트려 명령이 백성들에게 드러나지 못하고, 오직 원망 살 일을 하는 것만을 직책으로 삼으며 오직 음일淫佚하고 떳떳하지 않은 것만을 마음껏 행하여 편안하게 즐겨서 그 위의威儀를 잃었습니다.
《사기史記》를 살펴보건대 수受가 주지육림酒池肉林을 만들어서 남녀들로 하여금 벌거벗은 채 서로를 쫓아다니도록 하였다고 하니, 그 위의를 잃음이 이와 같았습니다. 백성들이 이 때문에 마음을 아파하여 나라가 장차 망할 것이라고 슬퍼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주왕紂王은 한창 술에 푹 빠져서 안일함을 바라는 마음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그 마음이 미워하고 사나웠기 때문에 비록 자신을 죽이는 것이라 해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죄가 상商나라 도읍에 있어서 비록 나라가 망한다 해도 근심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소인들이 일단 술에 빠지고 난 뒤에는 조급하고 사나워져서 물에도 불에도 뛰어들 수 있고 병기의 칼날도 밟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수受의 정상을 알 수 있습니다.
‘향기로운 덕’은 ‘더러운 덕’과 상대되는 말입니다. 주왕紂王이 오만무례하여 상제上帝를 섬기지 않아서 이미 향기로운 덕으로 올리는 제사는 없고 백성들에게 원망을 살 일만 하며, 술에 빠져서 오직 그 더러운 덕만 위로 하늘에 들리니, 하늘이 상商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 더 이상 돌아보고 아끼는 뜻이 없었던 것은 수受가 스스로 안일함에 방종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어찌 상나라를 학대한 것이겠습니까. 상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그 죄를 부른 것입니다. 이 글에서 술에 빠진 화를 말한 것이 지극히 깊고 절절하니, 어찌 오직 강숙康叔만이 공경히 지켜 변하지 않아서야 되겠습니까. 만대의 군주가 모두 보고서 귀감龜鑑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