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지금 이 시를 살펴보면,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운행과 곤충초목昆蟲草木의 변화로서 무릇 눈과 귀에 감촉되는 것이 모두 그 흥작興作할 생각을 자극하니, 이것은 그 마음이 한시도 농사를 생각하지 않는 때가 없는 것입니다.
가서 쟁기를 수선하는 것부터 발꿈치를 들고 밭을 갈기까지, 백곡百穀을 파종하는 것부터 타작마당을 깨끗이 쓸기까지, 손보아야 할 농기구가 한두 가지가 아니며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자기 일이 이제 막 끝나자마자 왕실의 일을 감히 늦추지 않고, 한 해 농사가 이제 막 이루어지자마자 이듬해 농사를 대비할 계획을 감히 뒷전으로 하지 않으니, 이것은 일 년 동안 어느 하루도 농사에 전념하지 않는 날이 없는 것입니다.
남편과 아내, 아내와 자식이 저마다 자기 일에 종사하고 저마다 자기 일에 책임지니, 이것은 한 집 안에 어느 한 사람도 농사에 힘쓰지 않는 자가 없는 것입니다.
原注
가을에는 잠박을 짜고 봄에는 뽕잎을 따서 누에 치고 방적하는 수고를 몸소 함으로써 옷을 만들 계획을 세운 것이 미치지 않음이 없는데도, 혹여 충분치 않을까 염려하여 사냥 가서 여우가죽 취하여 갖옷을 만들어서 또 이를 돕게 하며,
아가위와 머루를 먹고 아욱과 콩을 삶아서 맛좋은 과일과 채소를 갖추어서 노인의 봉양에 충당한 것이 미치지 않음이 없는데도, 혹여 충분치 않을까 염려하여 벼를 수확하여 술을 만들어서 또 이를 돕게 하였습니다.
이 당시 경작하는 농민들은 각자 농지農地가 있었는데 윗사람이 또 따라서 장려하고 권면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백성들이 또한 사는 것을 즐겁게 여겨서 부지런히 힘쓰고 화목하고 기쁜 기운이 위아래에 두루 퍼져 그 노고를 근심하고 탄식하는 정상을 볼 수 없는 것이며,
두 단지의 술을 마련하고 새끼 양과 큰 양을 잡아 당堂에 올라가 장수長壽를 축원해서 임금과 백성이 함께 술잔을 주고받아 그 존비尊卑와 귀천貴賤의 구별을 잊었던 것입니다.
原注
새벽 서리가 아직 녹기도 전에 배고픔을 참고 쟁기를 잡아서 추위에 살이 얼어터져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풀을 태운 모닥불로 몸을 덥히니, 이것이 경작을 시작할 때의 괴로움입니다. 따뜻한 기운이 더워지려고 할 때가 되면 새벽에 일어나 나가서 먹이를 쪼아 먹는 새처럼 허리를 구부리고 일해서 저녁이 되어야 비로소 쉽니다.
진흙을 온 몸에 뒤집어쓰고 찔 듯한 무더위에 온 논밭은 푸른 물결로 넘실거리는데 농민은 몰골이 변하여 더 이상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니, 이것이 모를 심을 때의 괴로움입니다.
더위에 쇠도 녹일 듯하여 논물이 끓는 물처럼 뜨거워지면 힘써 김매고 북돋우며 가라지를 제거합니다. 기어 다니며 일하여 손가락이 뒤틀리고 구부리고 일하여 허리가 휘어지니, 이것이 김을 매는 괴로움입니다.
이삭이 드리워지고 알곡이 꽉 차고 튼실해지면 사람이나 가축이 작물을 해칠까 두려워 논밭 가운데 풀을 엮어서 작물을 지키는 농막으로 삼습니다. 두 무릎이나 들일 수 있는 몇 자 넓이에 겨우 비를 가릴 수 있으며 추운 밤에는 잠을 자지 못하여 바람과 서리가 뼛속까지 스미니, 이것이 벼를 지키는 괴로움입니다.
原注
작물을 수확하여 돌아오면 처자식이 모두 기뻐하여 절구질하고 까불러서 앞다투어 그 일에 열중합니다. 즐거울 듯하지만 한 번 배불리 먹는 기쁨이 열흘이나 한 달도 채 가지 못하여, 곡식은 주인집 창고로 들어가고 이자는 저당 잡고 빌려주었던 사람에게 돌아가니 농민의 집은 다시 텅 비게 됩니다.
이 이후로는 오직 땔나무를 하거나 띠풀을 베어다 이것을 팔아 곡식을 바꾸어서 구차히 연명을 할 뿐입니다. 저 뽕나무와 삼을 심고 가꾸며 누에를 치고 실을 자아 옷을 짜는 수고로움이 경작하는 일과 맞먹을 정도로 힘든데도 해진 옷과 묵은 솜으로 한 해를 마칠 수가 없으니, 어찌 더욱 애달프고 불쌍하지 않겠습니까.
저 농부와 베 짜는 여인의 어려움을 부잣집에서도 아는 자가 적으니 더구나 사대부士大夫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사대부도 이를 아는 자가 적으니 더구나 귀척貴戚이나 가까운 친속親屬들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귀척이나 가까운 친속들도 이를 아는 자가 적으니, 더구나 6궁宮의 비빈妃嬪들은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原注
근세에
장식張栻이
경연經筵에
입시入侍하여 이를 통해 《
시경詩經》 〈
갈담葛覃〉 시를 강설하여
효종孝宗께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張栻
“주공周公이 성왕成王에게 고해줄 때 《시경》에서는 〈칠월七月〉과 같은 시를 들어 보여주고 《서경書經》에서는 〈무일無逸〉과 같은 편을 들어 보여준 것은 성왕으로 하여금 농사의 어려움과 백성들이 의지하는 것을 알게 하고자 한 것입니다. 역대의 성왕聖王들이 전한 심법心法의 요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릇 안정은 항상 공경하고 두려워하는 데서 생기며 혼란은 항상 교만하고 방자한 데서 일어나는 법입니다. 만일 국가를 다스리는 자가 늘 농경의 수고로움을 생각한다면 여기에 마음을 두지 않을 자가 적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필시 아침저녁으로 엄숙하고 공경하여 감히 태만히 하지 못할 것이며, 필시 백성들을 긍휼히 여기고 보호하여 감히 편안히 하지 못할 것이며, 필시 천하의 굶주림과 추위를 자신의 굶주림과 추위와 같이 생각할 것이니, 이 마음이 늘 있다면 교만과 방자함이 어디에서 생겨나겠습니까. 어찌 안정이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原注
장식張栻의 논의가 가장 간곡하고 절절하니, 어리석고 재주 없는 신은 바라건대 유신儒臣에게 조서를 내려, 지금 농부와 베 짜는 여인들의 밭 갈고 누에 치는 수고로운 실상을 시가詩歌로 만들게 하여 조회를 마치고 물러간 여가에 사람으로 하여금 날마다 앞에서 외게 하고, 붓으로 그려 그림으로 만들게 하여 비빈妃嬪의 처소에 걸고 외척外戚들이 사는 곳에 반포하소서.
그리하여 황상皇上의 마음속에 백성들이 의지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잊지 않고 6궁의 비빈과 외가의 가까운 친속들 또한 입고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가를 알아서, 부지런하고 검소한 방향으로 힘쓰고 교만하고 사치스런 습관을 좋게 여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방관들에게 유시諭示하여, 부지런히 행하고 권면하여 함부로 요역徭役을 일으켜서 그들의 농사철을 빼앗지 말고, 제멋대로 세금을 거두어서 그들의 힘을 궁핍하게 하지 말도록 하소서.
그리고 스스로 먹고 살 수 없는 늙은 농부들을 담당 관사의 장부에 기록하여 한여름과 한겨울에 상평창常平倉과 의름義廩의 곡식을 내주어서 조금이나마 구휼하게 하고, 흉년이 들면 진휼賑恤하되 좋은 농부를 먼저 진휼하고 태만한 농부들을 뒤에 진휼하여
조정에서 근본을 중히 여기는 뜻을 보이게 하소서. 그렇게 하면 백성들이 앞을 다투어 경작지로 달려가서 입고 먹는 것이 풍족해지고 효도와 공경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어질고 밝으신 황상께서는 이것을 유념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