目
[目] 상국相國 소하蕭何가 병이 위독하자, 상上이 묻기를, “그대가 만일 죽은 뒤에는 누가 그대를 대신할 만한가?” 하니, 대답하기를 “신하를 아는 것은 군주만 한 분이 없습니다.” 하였다.
황제가 말하기를, “조참曹參이 어떠한가?” 하자, 소하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하기를 “황제께서 옳게 맞히셨으니, 신은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하였다.
7월에 소하가 죽자, 시호를 문종文終이라고 하였다.
소하는 토지와 집을 장만할 적에 반드시 궁벽한 곳에 마련하고, 집을 지을 적에 담장과 지붕을 꾸미지 않으며 말하기를,
注+벽僻은 으슥하고 깊은 것이다. “후손이 어질면 나의 검소함을 본받을 것이고, 어질지 못하더라도 세력가에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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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目]
조참曹參의 아들
조줄曹窋이
중대부中大夫가 되었는데,
注+줄窋은 장률張律의 절切이다. 황제가 조참이 일을 처리하지 않음을 괴이하게 여겨서 조줄로 하여금 〈휴가를 받아 돌아가서〉 사적으로 묻게 하자, 조참이 노하여 조줄의 볼기를 치며 말하기를.
“너는 빨리 조정에 들어가 황제를 잘 모시기나 하여라.
천하의 일은 네가 말할 것이 아니다.” 하였다.
조회朝會할 때에, 황제가 조참을 꾸짖어 말하기를, “지난번에 내가 조줄을 시켜 그대에게
간諫하게 한 것이다.”
注+“내자乃者”는 지난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니, 조참이
관冠을 벗고 사죄하며 말하기를, “
폐하陛下께서 스스로
성명聖明하고
영무英武함을 살펴보시건대,
고제高帝와 비교해서 누가 낫다고 여기십니까?” 하니,
상上이 말하기를 “
짐朕이 어찌 감히
선제先帝와 비교될 수 있겠는가.” 하였다.
“그러면 신은 소하와 비교해서 누가 낫다고 여기십니까?” 하니, 상上이 말하기를, “그대가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하였다.
고제께서 소하와 더불어 천하를 평정하시고 만들어놓은 법령法令이 이미 분명합니다.
지금 폐하께서 의관을 정제하고 손을 모은 채 가만히 앉아 계시면, 저희들이 직분을 지켜서 준행하고 잃지 않는 것이 또한 좋지 않겠습니까?” 하니, 황제가 좋다고 하였다.
조참이 승상이 된 지 3년이 지나자, 백성들이 노래하기를, “소하가 법을 만듦에 분명하기가 일자一字를 그은 것과 같더니, 조참이 그를 대신함에 그 법을 그대로 지켜 잃지 않았네.
맑고 깨끗한 정치를 행한 덕분에 백성들이 이 때문에 편안하고 한결같다.”
注+교較는 음이 각覺(교)이니 명백明白해서 보기 쉽다는 뜻이다. “화일畫一”은 정제整齊된 것을 말한다. 재載는 탄다는 말과 같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