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
[左傳]僖五年이라 楚鬪穀於菟滅弦하니 弦子奔黃하다
傳
[左傳]僖十二年
이라 黃人恃諸侯之睦于齊也
하야 曰 自
及我九百里
니 焉能害我
리오 夏
에 楚滅黃
하다
注
[主意]齊爲弦黃所恃
로되 不能保之
하야 而致滅亡
하니 自此絶蠻夷向中國之心
이라
天下之禍
는 恃人而不自戒者居其最
注+此一段 略責二國恃齊忘備하고 天下之辱
은 爲人所恃而不能保者居其最
注+此一段 正責齊威不能爲二國之庇니라
恃人而受禍者
는 固可責也
注+略提過어니와 所恃者不足恃
하야 而納人於禍
注+主意 重在責齊면 庸非可責之尤者乎
注+下箇尤字 見得齊深可責아
齊威公攘夷狄以尊中國
注+入事 先稱齊威伯業之盛하니 弦也黃也僻陋在夷
注+二國皆夷狄之小國로되 慕中國之義
하야 自附於齊
注+從諸侯而事齊하야 恃齊忽楚
注+謂齊可恃而不事楚라가 相繼覆亡
注+二國皆爲楚所滅하니라
左氏以恃人而忘備責之
注+謂弦子恃齊而不事楚 又不設備 黃人恃諸侯之睦于齊 不供楚職하니 抑不知二國之所以忘備者
注+主意 專責齊不能庇二國 故不取左氏說는 深信中國以爲可恃也
注+恃中國者 未足深責하야 終至於翦滅者
니
豈非誤信中國而至於此極乎
注+爲人所恃而不能保者 深可責아 爲中國者誤人於死地
코도 曾不自咎
注+不以誤人之罪自責하고 尙忍隨其後譏之
注+言左氏不當譏二國하니 甚矣
라 無愧而不知恥也
注+應前天下之辱여
人之汎舟者
가 恃舟師而不戒
注+猶二國恃中國而忘備하고 酣寢沈醉以溺於水
注+猶二國之滅亡면 是人固有罪矣
注+猶二國固可責라
然岸傍之人罪之
는 可也
注+猶夷狄之黨可以此責二國어니와 舟師罪之
는 不可也
注+左氏亦中國人 豈可責之니라 彼由誰致禍
완대 而猶敢罪之耶
注+溺人者 罪在舟師 滅二國者 罪在中國아
是溺人者는 非水也라 舟師也요 滅二國者는 非楚也라 齊也라 二國之滅은 未足深恨이나 吾獨有所深恨者焉이로라
中國之不競久矣
注+競猶强也라 蠻夷肆行
을 莫之敢遏
注+中國不强 莫能制服夷狄이러니 齊威獨斐然欲扶衰振廢
注+欲攘夷狄 而尊中國하고 弦黃又奮然自拔於蠻夷而從之
注+二國雖蠻夷 而知慕中國之義하니라
四方諸侯 皆將占弦黃之禍福
하야 以爲進退
注+發此意新 二國事中國 得福則相率以進 得禍則相率以退하니 是機也中國蠻夷勝負之決也
注+諸侯進 則中國勝 諸侯退 則蠻夷勝라
使弦黃旣附中國
注+假說如此에 而社稷奠安
하고 人民豐阜
注+二國恃中國而得福면 則皆歆
注+蠻夷諸國 必皆羨慕하야 棄戎卽華
注+捨蠻夷 就中國리니
楚雖倔强蠻夷間
注+楚雖蠻夷中最强大之國이나 誰與同惡者
注+誰肯助楚爲惡리오 今齊威坐視二國之亡
하고 而不能救
注+二國恃齊 而齊不能保之하니
附中國者未有福
하고 忤蠻夷者立有禍
注+中國謂齊 蠻夷謂楚 禍福二字 應前라 人情非病風喪心
이면 豈肯辭福而就禍耶
注+發意透徹리오
是驅天下之人而歸蠻夷也
注+此中國所以不勝 蠻夷所以勝니라 向若威公倡義之初
에 蠻夷皆不知慕中國之義
하야 漠然不應
이나 其害猶淺
이라
是何也
오 彼雖未知從中國之有利
注+以未附齊故나 亦未知從中國之有害也
注+不爲恃齊而被滅故ㄹ새니라 不幸弦黃首恃中國而得禍
注+楚怒其附齊而滅之하니
彫題文身之俗
注+謂蠻夷也 記王制曰 南方曰蠻 彫題交阯 東方曰夷 被髮文身 題 額也 彫文 謂刻其肌以丹靑涅之이 必指以相語曰
注+諸蠻夷 必指二國之事以相告 吾始所以慕中國者
는 圭璧黼繡之華也
注+謂禮服也 圭 王公侯伯所執 璧 子男所執 黼 爲斧形以繡於裳와
干戚羽旄之美也
注+謂樂舞也 干戚 武舞所執 羽旄 文舞所執와 豆籩彝鼎之肅也
注+謂禮器也 豆木器 籩竹器 彛樽類 鼎以烹牲也와 磬筦(管)鐘鼓之和也
注+謂樂器也 磬石聲 筦竹聲 鍾金聲 鼓革聲ㄹ새 謂可托吾國而無後憂
注+始謂中國有此禮樂 可以依托而無禍也러니
而今而後
에야 乃知中國之不足恃
注+自今二國旣滅之後 始知中國不能庇我요 彼聲明文物
注+謂禮樂也 左傳曰 昭其文也 五色比象 昭其物也 昭其聲也 도 亦徒有其表耳
注+外雖美觀 而中無可持니 焉可爲所誘而自投於禍哉
注+不可慕虛文 而受實禍리오
是則二國之滅
은 猶未足深恨
注+此轉意高이나 因二國之滅
하야 而絶蠻夷向中國之心
이니 爲可深恨也
注+發盡前文驅天下之人而歸蠻夷之意로라
嗚呼
注+結尾 以君子小人 比中國夷狄라 中國猶君子
하고 蠻夷猶小人
하니 小人爲君子之害
가 猶蠻夷爲中國之害也
니라
世之名爲君子者가 招小人而誘之曰 汝術甚危하고 我道甚安하니 汝盍去故而就新乎아
間有聞風而來者
라도 實無以與之
하니 旣奪其小人謀身之術
注+禁其爲小人 使自附於君子하고 而不授之以君子藩身之具
注+實無道以藩衛其身니라
未入於仁에 而先入於愚하고 未入於義而先入於迂하야 恃其徒善하야 曾不隄防이라가 輕犯世忌하야
以陷於禍
면 向之儕輩
가 交責而爭尤之曰
注+前日小人之黨 必群起而責之 汝不用吾言
하야 捨便利之舊術
하고 而就緩
之迂計
러니 今禍福果如何也
注+今不得福 而反得禍 則君子者 果足恃耶오
向之鄙夷吾黨
하고 而自附於彼
注+言汝捨舊習 而欲自附於君子에 吾謂汝朝升君子之門
하면 暮收君子之利
注+將謂汝得爲君子之利矣러니 顧乃顚頓困辱
하야
反不若吾黨循常守故之安
하니 則
果足恃耶
아 一犬吠形
에 百犬吠聲
注+喩衆小人從而附和其說이니
而仁義之道荒矣
注+自此無人敢言仁義矣는 是皆以君子自名者之罪也
注+此特名爲君子者如此 若眞君子則不然矣니라 以君子自名者
는 誠不足恃矣
注+又轉一轉어니와
天下安可以此人之不可恃
로 而遂疑此道之不可恃耶
注+此人 謂以君子自名者 此道 則君子之道載在六經者也아 將之覆軍者相繼
注+古今爲將而敗軍者 多矣나 天下不疑兵書之難行
注+非兵書之罪 不善用兵書者之罪也하고 醫之殺人者相望
注+古今爲醫而殺人者 多矣이나 天下不疑醫書之難用
注+非醫書之罪 不善用醫書者之罪也하니
世未有因罪其人而幷罪其書者也
注+總結上引喩二事니 萬古六經
이 反坐腐儒曲士輩而廢耶
注+後世不謂以君子自名者之誤人 而反咎六經之誤人 何異因將之覆軍而幷罪兵書 因醫之殺人而幷罪醫書也哉아
傳
희공僖公 5년, 초楚나라 투누오도鬪穀於菟가 현弦나라를 격멸擊滅하니 현자弦子가 황黃나라로 도망갔다.
이때에 강江‧황黃‧도道‧백栢나라가 바야흐로 제齊나라와 화목하였으니 모두 현弦나라의 인척姻戚이었다. 현자弦子가 이를 믿고 초楚나라를 섬기지 않고, 또 방비防備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망한 것이다.
傳
희공僖公 11년, 황인黃人이 초楚나라에 공물貢物을 바치지 않으니, 겨울에 초인楚人이 황黃나라를 토벌하였다.
傳
희공僖公 12년, 황인黃人이 제후諸侯가 제齊나라와 화목한 것을 믿고서 초楚나라에 직공職貢을 바치지 않고서 “영郢에서 우리나라까지는 900리이니 초楚나라가 어찌 우리를 해칠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여름에 초楚나라가 황黃나라를 격멸擊滅하였다.
注
제齊나라는 현弦나라와 황黃나라가 믿고 따랐으나, 그들을 보호해주지 못하여 멸망하는 데에 이르게 하였으니, 오랑캐가 중국을 향하는 마음이 이로 말미암아 끊어지게 되었다.
천하의 재앙은 남을 믿고 스스로 대비하지 않는 자가 가장 심하게 받고,
注+이 한 단락은 대체로 두 나라가 제齊나라를 믿고 대비책을 잊었음을 질책한 것이다. 천하의 치욕은 남이 믿어주었는데 믿어준 상대를 보호하지 못하는 자가 가장 심하게 받는다.
注+이 한 단락은 바로 제 환공齊 桓公이 두 나라를 비호할 수 없었음을 질책한 것이다.
남을 믿다가 재앙을 당한 자는 본래 질책받을 만하지만,
注+대략 과실을 제기한 것이다. 믿었던 자가 믿음직하지 못하여 남을 재앙으로 몰아넣었다면
注+이 글의 주의主意이며, 제齊나라를 질책하는 데에 비중이 있다. 어찌 더욱 질책할 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注+우尤자를 썼으니 제齊나라가 깊이 질책받을 만함을 알 수 있다.
제 환공齊 桓公이 오랑캐를 물리치고 중국을 높이자,
注+본편의 일로 들어간다. 먼저 제 환공齊 桓公의 패업霸業이 성대함을 칭송한 것이다. 오랑캐 지역의 궁벽한 곳에 살고 있던
현弦나라와
황黃나라(이하 ‘
현弦‧
황黃’으로 번역함)가
注+두 나라는 모두 오랑캐에 속하는 작은 나라이다. 중국의 의리를 사모하여 스스로
제齊나라에 와서 복종하여
注+제후국을 따라 제齊나라를 섬긴 것이다. 제齊나라를 믿고
초楚나라를 소홀히 하다가,
注+제齊나라를 믿을 만하다고 여기고 초楚나라를 섬기지 않은 것이다. 서로 연달아 나라가 망했다.
注+두 나라는 모두 초楚나라에 멸망당하였다.
〈이에 대하여〉
좌씨左氏는 저들이 남을 믿고서 대비를 잊었다고 질책하였다.
注+현자弦子는 제齊나라를 믿고 초楚나라를 섬기지 않았으며 또한 대비하지 않았고, 황인黃人은 제후들이 제齊나라와 화목한 것을 믿고 초楚나라에 직공職貢을 바치지 않았음을 이른다. 이는, 두 나라가 대비를 잊은 이유가
注+주의主意는 전적으로 제齊나라가 두 나라를 비호할 수 없었음을 질책하였다. 그러므로 좌씨左氏의 설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중국을 깊이 믿어 의지할 만하다고 여기다가
注+중국을 믿은 자를 깊이 질책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마침내 나라가 멸망하게 되었다는 것을 모른 것이다.
어찌 중국을 잘못 믿어 이런 극단에 이른 것이 아니겠는가?
注+남에게 믿음을 받고서 믿어준 상대를 보호해주지 못한 자를 깊이 질책할 만하다는 것이다. 중국을 다스리는 자가 잘못하여 남을
사지死地에 몰아놓고도 일찍이 자책한 적이 없고,
注+남에게 잘못한 죄를 자책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그 뒤를 쫒아 모질게 비난하니,
注+좌씨左氏가 두 나라를 기롱한 것은 부당하다는 말이다. 심하도다. 부끄러움이 없고 수치를 모름이여!
注+앞의 ‘천하지욕天下之辱’에 호응한다.
배를 탄 자가 뱃사공만 믿고 조심하지 않은 채
注+두 나라가 중국을 믿고 대비를 잊은 것과 같다. 잔뜩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물에 빠졌다면,
注+두 나라가 멸망한 것과 같다. 이 사람에게 본래 죄가 있는 것이다.
注+진실로 두 나라를 꾸짖을 만한 것과 같다.
그러나 언덕 위에서 바라본 사람이 그를 질책하는 것은 괜찮지만,
注+오랑캐 무리가 이런 일로 두 나라를 질책할 수 있는 것과 같다. 뱃사공이 이 사람을 꾸짖는 것은 옳지 않다.
注+좌씨左氏도 중국인인데 어찌 그를 꾸짖을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 사람이 누구 때문에 화를 당했는데, 오히려 감히 그를 꾸짖을 수 있겠는가?
注+사람을 물에 빠뜨린 죄는 뱃사공에게 있고, 두 나라를 멸망시킨 죄는 중국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을 물에 빠뜨린 것이 물이 아니라 뱃사공이며, 두 나라를 망하게 한 것이 초楚나라가 아니라 제齊나라이니, 두 나라의 멸망이야 크게 한스러울 것은 없지만, 나는 유독 크게 한스럽게 여기는 점이 있도다.
중국이 세력을 떨치지 못한 지가 오래되어
注+경競은 강하다[강强]와 같다. 오랑캐가 방자하게 행동하여도 감히 막지 못하다가,
注+중국이 강하지 못하여 오랑캐를 제재하거나 복종시킬 수 없었다는 말이다. 찬란하게
제 환공齊 桓公이 홀로 쇠락해진 나라를 돕고 폐지된 일을 진작시키자,
注+오랑캐를 물리치고 중국을 높이고자 했다는 말이다. 현弦‧
황黃이 오랑캐에서 벗어나 제 환공을 따랐다.
注+두 나라는 오랑캐이나 중국의 의리를 사모할 줄 알았다는 말이다.
이에 사방의
제후국諸侯國들이 모두 현‧황의
화복禍福을 살피고서 중국으로의
진퇴進退를 결정하고자 하였으니,
注+이런 뜻을 낸 것이 참신하다. 두 나라가 중국을 섬김에 복福을 얻게 되면 〈다른 나라들도〉 서로 거느리고 나아올 것이고, 화禍를 얻게 되면 서로 거느리고 물러갈 것이라는 말이다. 이 기회는 중국이 이기느냐 오랑캐가 이기느냐를 결정하는 기로가 된다.
注+제후국이 나아오면 중국이 이기고, 제후국이 물러가면 오랑캐가 이긴다는 말이다.
가령 현‧황이 중국에 귀부한 뒤에
注+이와 같이 가설한 것이다. 그들의
사직社稷이 편안하고 백성들이 풍요롭게 되었다면,
注+두 나라가 중국을 믿어 복福을 얻게 된 경우이다. 모두 중국을 흠모하여
注+오랑캐의 여러 나라들이 반드시 모두 선망하고 사모할 것이라는 말이다. 오랑캐를 버리고 중국으로 나왔을 것이다.
注+오랑캐를 버리고 중국에 나아올 것이라는 말이다.
오랑캐 속에서 강포한 짓을 하는
초楚나라라 하더라도
注+‘초楚나라가 비록 오랑캐 가운데 가장 강대한 나라이기는 하나’라는 말이다. 누구와 더불어 악행을 하겠는가?
注+누가 초楚나라를 도와 악행을 하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 환공이 두 나라가 망하는 것을 좌시하고 구원해주지 않았으니,
注+두 나라가 제齊나라를 믿었는데 제나라가 그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중국에 귀부한 자는
복福이 없고, 오랑캐를 배반한 자는 당장에 화를 받은 것이다.
注+중국은 제齊나라를 이르고, 만이蠻夷는 초나라를 이른다. 화禍와 복福 두 자는 앞글에 호응한다. 인정으로 볼 때, 마비가 되거나 정신이 나간 자가 아니라면 어찌 복을 사양하고 화로 나아가려 하겠는가?
注+뜻을 밝고 정확하게 드러내었다.
〈제나라가 두 나라가 망하는 것을 좌시한 일은〉 천하의 사람들을 몰아 오랑캐로 돌아가게 한 것이다.
注+이는 중국이 이기지 못하고 오랑캐가 이기게 되는 이유이다. 지난날 가령 제 환공이 처음 의리를 창도할 때에는 오랑캐가 모두 중국의 의리를 사모할 줄 몰랐기 때문에 막연히 중국을 따르지 않았으나 그 화는 오히려 얕았다.
이는 어째서인가? 그때에는 저들이 비록 중국을 따르는 것이 유리한 줄을 몰랐으나,
注+제齊나라를 따르기 전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따르는 것이 해로운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注+제齊나라를 믿어서 멸망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현‧황이 먼저 중국을 믿었다가 화를 당하니,
注+그들이 제齊나라를 따르는 것에 초楚나라가 화가 나서 멸망시킨 것이다.
이마에 문신하는 풍속을 가진 오랑캐들이
注+만이蠻夷를 이른다. ≪예기禮記≫ 〈왕제王制〉에 “남방의 오랑캐를 만蠻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이마에 단청丹靑을 넣어 새기고 양쪽 엄지발가락이 서로 향해있다. 동방의 오랑캐를 이夷라 하는데 이들은 머리를 풀고 몸에 문신을 한다.”고 하였다. 제題는 이마이다. 조彫와 문文은 피부에 새겨 단청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그들을 가리키며 서로 말하기를
注+여러 오랑캐들은 반드시 두 나라의 일을 가리켜 서로 고할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가 처음에 중국을 사모한 이유는 〈중국에는〉
규벽圭璧과
보수黼繡의 화려한 예복,
注+예복禮服을 이른다. 규圭는 왕王‧공公‧후侯‧백伯이 손에 잡는 홀이고, 벽璧은 자子‧남男이 손에 잡는 홀이며, 보黼는 치마에 수놓은 도끼 모양이다.
간척干戚과
우모羽旄의 이름다운
악무樂舞,
注+악무樂舞를 이른다. 간척干戚은 무무武舞에서 손에 잡는 도구이고, 우모羽旄는 문무文舞에서 손에 잡는 도구이다. 두豆‧
변籩‧
이彝‧
정鼎 등의 엄숙한
예기禮器,
注+예기禮器를 이른다. 두豆는 나무로 만든 그릇이고, 변籩은 대나무로 만든 그릇이며, 이彛는 술동이 종류이고, 정鼎은 희생을 삶는 그릇이다. 경磬‧
관管‧
종鐘‧
고鼓 등의 조화로운
악기樂器가 있기에,
注+악기樂器를 이른다. 경磬은 돌로 만든 악기이고, 관筦은 대나무로 만든 악기이며, 종鍾은 쇠로 만든 악기이고, 고鼓는 가죽으로 만든 악기이다. 우리나라를 의탁하여도
후환後患이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인데,
注+처음에 중국이 이러한 예악禮樂이 있으므로 의탁해도 후환이 없을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지금 이후에야 중국을 믿을 만하지 못하고
注+지금 두 나라가 이미 멸망한 뒤에야 비로소 중국이 자기들을 비호할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저
성명 문물聲明 文物이란 것도
注+예악禮樂을 이른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화火‧용龍‧보黼‧불黻은 문장文章을 소명하기 위함이며, 오색五色으로 각종 물상物象을 의사擬似하게 그리는 것은 물색物色을 소명하기 위함이며, 양鍚‧난鸞‧화和‧영鈴은 성음聲音을 소명하기 위함이며, 삼신三辰의 기기旂旗는 광명光明을 소명하기 위함이다.”라 하였다. 단지 그 껍데기만 있을 뿐임을 알았으니,
注+겉은 비록 아름다워 볼 만하지만, 속은 믿을 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어찌 유혹되어 스스로 화에 던져질 수 있겠는가?”
注+헛된 형식을 사모하여 실제로 재앙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라 한다.
그러므로 두 나라의 멸망은 그다지 한스럽지 않지만,
注+이런 전환은 의미가 고상하다. 두 나라의 멸망으로 인해 오랑캐가 중국을 향하는 마음이 끊어졌으니, 이는 매우 한스러울 만하다.
注+앞 문장의 “구천하지인이귀만이驅天下之人而歸蠻夷”의 뜻을 극진히 말한 것이다.
아,
注+결론이다. 〈이하의 글은〉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가지고 중국中國과 이적夷狄을 비유한 것이다. 중국은
군자君子와 같고 오랑캐는
소인小人과 같으니, 소인이 군자가 되려다가 입는 해가 오랑캐가 중국이 되려다가 입는 해와 같다.
세상에 군자라고 이름하는 자들이 소인을 불러 유혹하기를 “너희의 방법은 매우 위태롭고 우리의 방법은 매우 편안하니, 너희는 어찌 위태로운 옛 방법을 버리고 편안한 새 방법을 쓰지 않는가?”라 한다.
그러나 그 사이에 소문을 듣고 오는 자가 있어도 실제로는 도와주는 것이 없으니, 이는 이미 소인에게서 일신을 돌보는 방법을 뺏고서
注+소인小人 노릇함을 금하고 스스로 군자君子를 따르도록 한 것이다. 일신을 지킬 수 있는 군자의 도구는 주지 않은 것이다.
注+실제로는 그 몸을 호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仁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어리석음에 빠지고, 의義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오활한 데에 빠져, 한갓 선善만 믿고 방비하지 않다가 함부로 세상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범하여,
재앙에 빠지면 전날 함께했던 무리들이 다음과 같이 서로 꾸짖고 다투어 허물할 것이다.
注+전날 함께했던 소인小人의 무리가 반드시 떼 지어 일어나 꾸짖을 것이다. “네가 나의 말을 듣지 않아 편리한 옛 방법을 버리고
유자儒者들의 느리고 오활한 계책을 쓰더니, 지금
화복禍福의 결과가 어떠한가?
注+지금 복福은 얻지 못하고 도리어 화禍를 얻으니, 군자君子들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전날 우리를 무시하고 스스로 저들을 따랐을 때,
注+너희들이 구습舊習을 버리고 스스로 군자君子를 따르고자 한 것을 말한다. 우리는 네가 아침에 군자의 문에 들어가면 저녁에 군자의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여겼다.
注+장차 너희들이 군자君子가 된 이익을 얻으리라 생각했다는 말이다. 이제 돌아보니 전복당하고 곤욕당해,
도리어
상도常道를 따라 옛 방법을 지켜 편안히 지내는 우리만 못하게 되었으니, 지나치게 삼가고 융통성이 없는 저들을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 개 한 마리가 어떤 형상을 보고 짖으면 개 백 마리가 그 소리를 듣고 따라 짖는 것이니,
注+여러 소인小人들이 덩달아 그 말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것을 비유하였다.
인의仁義의 도가 황폐하게 된 것은
注+이로부터 감히 인의仁義를 말하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모두 군자라고 자칭하는 자들의 죄이다.
注+이는 이름만 군자君子인 자가 이와 같은 것이고, 진정한 군자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군자라고 자칭하는 자들은 진실로 믿을 수 없거니와,
注+한 번 전환한 것을 또 전환한 것이다.
천하에 어찌 이 사람(군자라고 자칭하는 자)을 믿을 수 없다 하여 마침내 이 도(
인의仁義)까지 의심할 수 있겠는가?
注+차인此人은 군자君子라고 자칭하는 자들이고, 차도此道는 육경六經에 실려있는 군자의 도道이다. 패전하는 장수가 많지만
注+고금古今에 장수로서 군대를 패망시킨 자가 많았다는 말이다. 천하 사람들이
병서兵書의 이론을 쓰기 어렵다고 의심하지 않으며,
注+이는 병서兵書의 죄가 아니라 병서를 잘 쓰지 못한 자의 죄이다. 환자를 죽이는 의원이 많지만
注+고금古今에 의원으로서 사람을 죽인 자가 많다는 말이다. 천하 사람들이
의서醫書의 이론을 쓰기 어렵다고 의심하지도 않는다.
注+이는 의서醫書의 죄가 아니라 의서를 잘 쓰지 못한 자의 죄이다.
세상에 그 사람의 죄 때문에 그 책마저 죄 주는 경우는 없으니,
注+위에 인용한 2가지 일을 총결總結한 것이다. 만고토록 전해 내려온
육경六經이 도리어 썩은 선비와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무리들 때문에 폐기되어서야 되겠는가?
注+후세에 군자君子로 자칭하는 자들이 남에게 저지른 잘못을 가지고 도리어 육경六經이 남에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니, 장수가 군대를 전복한 것 때문에 아울러 병서兵書를 죄책하고, 의원이 사람을 죽인 것 때문에 아울러 의서醫書를 죄책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