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편 ≪老子≫를 해석하다
‘解老’란 ≪老子≫를 해석하였다는 뜻으로, 이 篇은 ≪노자≫ 중에서 ≪德經≫ 9장, ≪道經≫ 3장을 대상으로 전문 또는 부분을 해석하며 韓非子 자신의 철학사상 또는 정치사상을 전개한 것이다. 이 〈解老篇〉은 이어지는 〈喩老篇〉과 더불어 현존하는 ≪노자≫ 해설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통행본 ≪노자≫는 ≪도경≫이 앞에, ≪덕경≫이 뒤에 있는데, 1973년 馬王堆에서 출토된 ≪帛書老子≫는 ≪덕경≫이 앞에, ≪도경≫이 뒤에 있다. 이 편의 편제가 바로 ≪백서노자≫와 편제가 같은 것으로 보아 ≪한비자≫에 인용된 ≪노자≫는 그 초기 판본으로 보인다. 한비자는 ≪노자≫를 해석하는 동시에 노자의 사상을 자신의 法治思想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우선 추상적이고 현묘한 노자의 道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道로 轉化시키면서 ‘理’ 개념을 도입하여 자신의 법사상 체계의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다는 점, 노자의 소극적인 無爲思想을 전화시키고 인간의 능동적 역량을 발휘하는 ‘因’ 개념을 활용하여 無爲와 有爲의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였다는 점, 노자의 治身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治國의 문제와 결부시켜 자기 사상 체계의 단초를 삼았다는 점 등을 주목할 만하다. 〈喩老篇〉과 더불어 이 편은 내용 및 사상 면에서 ≪한비자≫의 다른 편과 이질적이라는 이유로 한비자가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으나, ≪한비자≫에는 노자 사상을 끌어들여 자신의 법치사상을 논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므로, 한비자가 노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노자 사상을 자신의 사상으로 전환해서 응용하였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注
○盧文弨:이 편과 아래 편은 ≪老子≫의 각 장에 의거하여 단락을 나누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