儒墨同是堯舜하고 同非桀紂하며 同修身正心以治天下國家어늘 奚不相悅如是哉아
余以爲辨生於末學이 各務售其師之說이요 非二師之道本然也라
孔子必用墨子하고 墨子必用孔子리라 不相用이면 不足爲孔墨이라
儒家와 墨家를 뒤섞어 분변함이 없으니, 이것이 昌黎가 그 文辭에 매몰되어 그 근본을 망각한 것이다.
儒家는 墨家의 上同‧兼愛‧上賢‧明鬼로써 墨家를 비난한다. 그러나 孔子께서 大人을 敬畏하시어, 이 나라에 살면서 그 나라의 大夫를 비난하지 않으셨고,
≪春秋≫에 專橫하는 신하를 나무라셨으니, 이것이 上同이 아닌가?
孔子께서 ‘널리 사람을 사랑하고 仁者를 親愛하라.’ 하시고, 널리 은혜를 베풀고 대중을 구제하는 것을 聖人으로 여기셨으니, 이것이 ‘兼愛’가 아닌가?
孔子께서 賢者를 존중하시고, 四科로써 弟子들을 칭찬해 전진하게 하시고, 終身토록 명성이 칭송되지 않는 것을 치욕으로 여기셨으니, 이것이 ‘上賢’이 아닌가?
孔子께서 제사 지내실 때는 神이 와서 계시는 것처럼 하셨고, 제사에 만약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제사 지내지 않은 것과 같다고 비난하면서 “내가 지내는 제사가 禮에 맞으면 福을 받는다.”고 하셨으니, 이것이 ‘明鬼’가 아닌가?
儒家와 墨家는 다 같이 堯와 舜을 옳게 여기고 다 같이 桀과 紂를 그르게 여기며 다 같이 몸을 수양하고 마음을 바르게 하여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는데, 어째서 서로 좋아하지 않음이 이와 같은가?
내가 생각하기에 〈儒‧墨 兩家의〉 論爭[辨]은 그 後學들이 각각 그 스승의 學說이 실현[售]되도록 힘쓴 데서 생긴 것이고, 두 스승의 道가 본래 그러했던 것이 아니다.
孔子께서도 반드시 墨子의 學說을 채용하셨을 것이고, 墨子도 반드시 孔子의 학설을 채용하였을 것이다. 만약 서로 채용하지 않았다면 孔子와 墨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