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日에 臣脩謹昧死再拜하야 上書于皇帝陛下하노이다
臣學識愚淺
하야 不能廣引深遠
하야 以明治亂之原
하고 謹採當今急務
하야 條爲
하야 以應詔書所求
하노니 伏惟陛下裁擇
하소서
臣聞自古王者之治天下에 雖有憂勤之心이나 而不知致治之要면 則心愈勞而事愈乖하며 雖有納諫之明이나 而無力行之果斷이면 則言愈多而聽愈惑이라
納一言而可用이면 雖衆說이라도 不得以沮之니 此力行之果斷也라
伏見國家
가 自
으로 中外騷然
하니 陛下思社稷之安危
하고 念兵民之疲弊
하야 四五年來
에 聖心憂勞
가 可謂至矣
라
然而兵日益老하고 賊日益强이라 倂九州之力하야 討一西戎小者하되 尙無一人敢前하고
從來所患者夷狄이러니 今夷狄叛矣요 所惡者盜賊이러니 今盜賊起矣요 所憂者水旱이러니 今水旱作矣요 所賴者民力이러니 今民力困矣요 所須者財用이러니 今財用乏矣라
陛下之心이 日憂於一日하고 天下之勢가 歲危於一歲하니 此臣所謂用心雖勞나 不知求致治之要者也라
近年에 朝廷開廣言路하야 獻計之士가 不下數千이라
從前所採가 衆議紛紜이나 至於臨事하얀 誰策可用이리오
伏思聖心所甚憂而當今所尙闕者가 不過曰無兵也와 無將也와 無財用也와 無禦戎之策也와 無可任之臣也니
國家創業之初에 四方割據하야 中國地狹하고 兵民不多라
何況今日承百年祖宗之業하고 盡有天下之富强하야 人衆物盛이 十倍國初라
故臣敢言有兵하고 有將하고 有財用하고 有禦戎之策하고 有可任用之臣이라
何謂三大弊오 一曰不愼號令이요 二曰不明賞罰이요 三曰不責功實이니
若號令不信하며 賞罰不當하면 則天下不服이라 故又須責臣下以功實이니 然後號令不虛出하고 而賞罰不濫行이라
是以愼號令과 明賞罰과 責功實 此三者는 帝王之奇術也라
自古人君이 英雄如漢武帝와 聰明如唐太宗이 皆知用此三術하야 而自執威權之柄이라
漢武好用兵하니 則誅滅四夷하고 立功萬里하야 以快其心이라
欲求將
이면 則有
之材
하야 以供其指使
하며 欲得賢才
면 則有
之徒
하야 以稱其意
라
唐太宗好用兵하니 則誅突厥하고 服遼東하야 威振夷狄하야 以逞其志라
欲求將
이면 則有
之徒
하야 入其駕馭
하고 欲得賢士
면 則有
之徒
가 在其左右
하니
伏惟陛下는 以聖明之姿로 超越二帝하고 又盡有漢唐之天下라
然而欲禦邊則常患無兵하고 欲破賊則常患無將하고 欲贍軍則常患無財用하고 欲威服四夷則常患無策하고 欲任使賢材則常患無人하니
自古帝王이 或爲强臣所制하고 或爲小人所惑하면 則威權不得出於己라
今朝無强臣之患하고 又無小人獨任之惑하야 內外臣庶가 尊陛下如天하고 愛陛下如父하야 傾耳延首하야 願聽陛下之所爲라
若一日赫然奮威權以臨之하면 則萬事皆辦이니 何患五者之無리오
今出令之初에 不加詳審하고 行之未久에 尋又更張하야 以不信之言으로 行難從之令이라
故每有處置之事
에 州縣知朝廷未是一定之命
하니 則官吏咸相謂曰 且未
行
이니
不久必須更改
라하고 或曰 備禮
하면 略
應破指揮
라하면
至於將吏更易
에 道路疲於送迎
하고 縱橫
에 上下莫能遵守
하니 中外臣庶
가 或聞而歎息
하고 或聞而竊笑
하니
然賞及無功이면 則恩不足勸하며 罰失有罪면 則威無所懼하야 雖有人이라도 不可用也라
是時에 方討江南이라 故黜全斌하야 與諸將立法하니 太祖神武英斷所以能平定天下者는 其賞罰之法이 皆如此也라
自
이 四五年矣
로되 大將以無功罷者
가 依舊居官
하니 軍中見無功者不妨得好官
하면 則諸將誰肯立功
이리오
裨將畏懦逗留者는 皆當斬罪어늘 或暫貶而尋遷하고 或不貶而依舊하니 軍中見有罪者不誅하면 則諸將誰肯用命이리오
其間老弱病患短小怯懦者가 不可勝數하니 是有點兵之虛名이요 而無得兵之實數也라
新集之兵
이 所在敎習
하야 追呼上下
에 民不安居
하고 主敎者非將領之材
요 所敎者無
하니 往來州縣
에 愁歎嗷嗷
라
旣多是老病小怯之人이요 又無訓齊精練之法하니 此有敎兵之虛名而無訓兵之實藝也라
諸路州軍이 分造器械하니 工作之際에 已勞民力하고 輦運般送에 又苦道塗라
然而鐵刃不剛하며 筋膠不固하고 長短大小가 多不中度어늘
造作之所
는 但務充數而速了
하야 不計所用之不堪
하고 經歷
에 又無檢責
하니
以草草之法으로 敎老怯之兵하야 執鈍折不堪之器械하면 百戰百敗는 理在不疑라
臣故曰 三弊因循於上이면 則萬事弛慢하야 廢壞於下라
臣聞攻人以謀요 不以力이며 用兵鬪智요 不鬪多라하니 前代用兵之人이 多者常敗하고 少者常勝이라
하니 是多者敗而少者勝也
요 하니 是多者敗而少者勝也
요
故善用兵者는 以少爲多하고 不善用者는 雖多而愈少也라
然訓練不精하고 又有老弱虛數하니 則十人不當一人이라
加之軍無統制하야 分散支離하니 分多爲寡는 兵法所忌라
臣願陛下赫然奮威하야 勅勵諸將하야 精加訓練하고 去其老弱하면 七八十萬中에 可得五十萬數라
古人用兵이 以一當百은 今旣未能이어니와 但得以一當十이면 則五十萬精兵이 亦可當五百萬兵之用이니 此所謂善用兵者以少而爲多니
今不思實效하고 但務添多하야 耗國耗民하니 積以年歲에 賊雖不至나 天下已困矣라
故或出於奴僕하고 或出於軍卒하고 或出於盜賊하니 惟能不次而用之라야 乃爲名將耳라
今詔近臣擧將
하되 而限以資品
하니 則英豪之士在下位者
를 不可得矣
요 試將材者
하되 限以弓馬一夫之勇
하니 則智略萬人之敵
을 皆遺之矣
요 山林奇傑之士召而至者
를 以其貧賤而薄之
하여 不過與一主簿借職
하야 使其怏怏而去
하니 則古之屠
을 皆激怒而失之矣
라
至於無人可用하얀 則寧用龍鍾跛躄庸懦暗劣之徒하야 皆委之要地하고 授之兵柄하니 天下三尺童子皆爲朝廷危之라
願陛下革去舊弊하고 奮然精求하야 有賢豪之士어든 不須限以下位하고 有智略之人이어든 不必試以弓馬하고 有山林之傑이어든 不可薄其貧賤이니
惟陛下能以非常之禮待人이면 人臣亦將以非常之效報國이니 又何患於無將哉아
臣又聞善治病者는 必醫其受病之處하며 善救者는 必尋其起弊之原이라하니
況未若今日七八十萬連四五年而不罷하야 所以罄天地之所生하고 竭萬民之膏血하되 而用不足也라
惟有減冗卒之虛費하야 練精兵而速戰하야 功成兵罷하면 自然足矣라
今兵有可減之理로되 而無人敢當其事하고 賊有速擊之便하되 而無將敢奮其勇하야 後時敗事에 徒耗國而耗民하니 此三事也라
爲元昊所敗라 故敢啓其貪心하야 伺隙而動爾니 今若勅勵諸將하야 選兵秣馬하야 疾入西界하야 但能痛敗昊賊一陣하면 則吾軍威大振하고 而虜計沮矣니
今論事者皆知北虜與西賊通謀하야 欲倂二國之力하야 窺我河北陝西하니
今若我能先擊敗其一國하면 則敵勢減半하야 不能獨擧니
元昊地狹하고 賊兵不多하니 向來攻我에 傳聞北虜常有助兵이라
今若虜中自有點集之謀어늘 而元昊驟然被擊이면 必求助於北虜리니
北虜分兵助昊면 則可牽其南寇之力이요 若不助昊면 則二國有隙하야 自相疑貳리니
假令二國剋期하야 分路來寇라도 我能先期大擧하면 則元昊蒼皇自救不暇니 豈能與北虜相爲表裏리오
元昊叛逆以來로 幸而屢勝하야 常有輕視諸將之心하니
今又見朝廷北憂戎虜
하야 方經營於
하고 必謂我師不能西出
이라하리니
當時賊氣方盛하고 我兵未練하되 朝廷尙許其出師어든
彼方幸吾憂河北而不虞我能西征하야 出其不意하니 此可攻之勢也라
況今文武列職하여 徧於天下하니 其間에 豈無材智之臣이리오마는
而陛下總治萬機之大
에 旣不暇盡識其人
이라 故不能躬自進賢而退不肖
하고 執政大臣
은 動拘舊例
하야 又不敢進賢而退不肖
하고 之職
은 但掌文簿差除而已
요 又不敢越次進賢而退不肖
하니
所以賢愚混雜
하고 僥倖相容
하야 에 更無精別
하고 平居無事
에 惟患太多而差遣不行
이라가 一旦臨事要人
에 常患乏人使用
하니 自古任官之法
이 無如今日之繆也
라
今議者或謂
轉官爲進賢
이요 犯罪黜責爲退不肖
라하니 此不知其弊之深也
라
故守廉愼者는 各擧淸幹之人하고 有贓汚者는 各擧貪濁之人하며 好徇私者는 各擧請求之人하고 性庸暗者는 各擧不材之人이어늘
朝廷不問是非하고 但見擧主數足이면 便與改官하니 則淸幹者進矣요 貪濁者亦進矣며 請求者亦進矣요 不材者亦進矣라
夫能舞弄文法而求財賂者는 亦强黠之吏니 政事必由己出이라
衆胥群吏가 共爲姦欺하면 則民無貧富요 一時受弊라
今贓吏는 因自敗者라야 乃加黜責이라 十不去其一二하고 至於不材之人하얀 上下共知而不問하야 寬緩容姦이라
臣故曰 五者皆有나 然陛下不得而用者는 爲有弊也라하노이다
三弊五事를 臣旣已詳言之矣로니 惟陛下擇之하면 天下之務가 不過此也라
方今天文變於上하고 地利逆於下하며 人心怨於內하고 四夷攻於外라
구양공歐陽公의 경영經營의 대략을 이미 잘 알 수 있다.
모월 모일에 신 구양수歐陽脩는 삼가 죽음을 무릅쓰고 두 번 절하고 황제폐하께 글을 올립니다.
신이 근자에 조서詔書를 받으니 신에게 글을 올려 언사言事하도록 허락하는 것이었습니다.
신은 학식이 어리석고 얕아서 심원深遠한 사실을 널리 인용하여 치란治亂의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삼가 당세當世의 급무急務를 모아서 세 가지 폐단弊端과 다섯 가지 일로 정리하여 조서의 요구에 부응하오니, 삼가 바라옵건대 폐하께서 헤아려 선택하소서.
신은 듣건대 예로부터 왕자王者가 천하를 다스림에 비록 국사에 대해 근심하고 애쓰는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선치善治를 이룰 요긴한 방법을 알지 못하면 마음이 수고로울수록 일은 더욱 어긋나며, 비록 간언諫言을 받아들이는 현명함이 있다 하더라도 힘써 실행實行하는 과단성果斷性이 없으면 올라오는 말이 많을수록 임금의 귀는 더욱 현혹됩니다.
그러므로 임금 된 이는 작은 일은 남들에게 맡기고 큰일만 오로지 맡아서 홀로 결단합니다.
한마디 말을 받아들여서 그 말이 쓸 만하면 비록 뭇사람들의 말이라도 이를 막을 수 없으니, 이는 힘써 실행하는 과단성입니다.
이 두 가지대로 한다면 천하를 다스리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입니다.
삼가 보건대 국가에서 대병大兵을 한 번 움직인 뒤부터 중외中外가 소란하니, 폐하께서 사직의 안위를 생각하고 군민軍民의 피폐를 염려하여 4, 5년 이래 성심聖心의 걱정이 지극했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군사는 날로 피로해지고 적은 날로 강해지기에 구주九州의 힘을 아울러서 일개 서융西戎의 작은 적을 토벌하되 오히려 한 사람도 감히 앞으로 나아가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또 북융北戎의 큰 적(거란)이 맹약盟約을 어기고 움직이니 장차 어떻게 막을 것입니까.
종래 근심했던 것은 이적夷狄이었는데 지금 이적이 배반하였고, 미워했던 것은 도적盜賊이었는데 지금 도적이 일어났고, 걱정했던 것은 홍수洪水와 가뭄이었는데 지금 홍수와 가뭄이 생겼고, 의뢰했던 것은 백성百姓의 힘이었는데 지금 백성의 힘이 피곤하고, 필요한 것은 재용財用이었는데 지금 재용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폐하의 마음이 날이 갈수록 더욱 근심에 잠기고 천하의 형세가 해가 갈수록 더욱 위태해지니, 이것이 신이 이른바 “마음 씀이 비록 수고롭더라도 선치善治를 이룰 요긴한 방법을 찾을 줄 알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근년에 조정이 언로言路를 열고 넓혀서 계책을 올리는 선비가 수천 명을 밑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국가에 일은 갈수록 많아져 지탱하기에도 겨를이 없습니다.
종전에 채택한 것은 분분한 중론衆論이었는데 막상 일을 만났을 때는 누구의 계책을 쓸 수 있었습니까.
이것이 신이 이른바 “말을 들음이 아무리 많다 한들 과단성 있게 힘써 실행에 옮기느니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성상께서 마음속으로 몹시 근심하시는 것이면서 지금 아직도 부족한 것은 군사軍士가 없고, 장수將帥가 없고, 재용財用이 없고, 적을 막는 방책方策이 없고, 일을 맡길 신하臣下가 없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 다섯 가지는, 폐하께서는 없다고 근심하시고 신은 지금 모두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이것을 쓰지 못하시는 것은 그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창업創業하던 당초에 사방에서 할거割據하여 중국은 땅이 좁고 군민軍民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남쪽으로 형초荊楚를 취하고 위당僞唐을 거두고 민령閩嶺을 평정했으며, 서쪽으로 양촉兩蜀을 평정했으며, 동쪽으로 병로幷潞를 함락시켰으며, 북쪽으로 유연幽燕을 엿보았습니다.
당시에 쓴 병력과 재물, 장수와 관리들의 수량이 얼마였겠습니까.
오직 잘 썼기 때문에 수량이 적은 줄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오늘날은 조종祖宗 백 년의 왕업을 이어받았고 천하의 부강富强을 다 가져 사람이 많고 물산이 풍성하기가 국초國初보다 열 배나 됩니다.
그러므로 신은 감히 병력이 있고, 장수가 있고, 재용財用이 있고, 일을 맡길 만한 신하가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폐하께서 모두 쓰지 못하시는 것은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무엇을 세 가지 큰 폐단이라고 하는가 하면, 첫째는 호령號令이 신중하지 못한 것, 둘째는 상벌賞罰이 분명하지 못한 것, 셋째는 실효實效를 거두도록 책려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큰 폐단이 위에서 계속해 반복되면 만사가 느슨히 풀려 아래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신이 듣건대 호령이란 것은 천자의 위엄威嚴이고 상벌이란 것은 천자의 권위權威이니,
만약 호령이 미덥지 않고 상벌이 마땅하지 않으면 천하가 복종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호령을 신중히 하고, 상벌을 분명히 하고, 실효를 거두도록 책려하는 것이 제왕의 뛰어난 정치 방법입니다.
예로부터 임금 중 한漢 무제武帝 같은 영웅, 당唐 태종太宗 같은 총명한 이들은 모두 이 세 가지 방법을 써서 스스로 위엄威嚴과 권위權威를 손에 쥐었습니다.
그러므로 구하는 것은 얻지 못함이 없었고 바라는 것은 모두 뜻대로 되었습니다.
한 무제가 용병用兵을 좋아하였으니, 사이四夷를 정벌하여 만리萬里 밖에까지 공적을 세워서 자기 마음을 후련히 풀었습니다.
장수를 구하고자 하면 위청衛靑‧곽거병霍去病 같은 인재가 있어 그 지휘 아래 들어왔고, 어진 인재를 얻고자 하면 공손홍公孫弘‧동중서董仲舒‧급암汲黯 같은 무리가 있어 그 뜻에 부합하였습니다.
당 태종이 용병用兵을 좋아하였으니, 돌궐突厥을 정벌하고 요동遼東을 복종시켜 그 위세를 이적夷狄에까지 떨쳐 자기 뜻을 맘껏 펼쳤습니다.
장수를 구하고자 하면 이정李靖‧이적李勣 같은 사람들이 그 휘하에 들어왔고 어진 선비를 얻고자 하면 방현령房玄齡‧두여회杜如晦 같은 사람들이 그 좌우에 있었습니다.
이 두 황제의 경우 구하는 것은 얻지 못함이 없고 바라는 것은 뜻대로 되지 않음이 없다고 할 만합니다.
이는 다른 방법이 없고, 오직 스스로 위엄과 권위를 손에 쥘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가 생각건대 폐하께서는 성명聖明의 자품姿品이 이 두 황제보다 훨씬 뛰어나시고, 또 한漢‧당唐의 천하를 다 소유하고 계십니다.
그런데도 변방을 지키고자 하면 늘 병력兵力이 없음을 근심하시고, 적을 격파하고자 하면 늘 장수將帥가 없음을 근심하시고, 군수軍需를 넉넉히 지급하고자 하면 늘 재용財用이 없음을 근심하시고, 사이四夷를 복종시키고자 하면 늘 방책方策이 없음을 근심하시고, 어진 인재人材를 임용任用하고자 하면 늘 사람이 없음을 근심하십니다.
이는 구하는 것이 모두 얻지 못하는 것이고 바라는 것이 모두 뜻대로 되지 않은 것입니다.
그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위엄과 권위를 잡는 방법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로부터 제왕이 혹 강신强臣에게 제압되고 혹 소인小人에게 미혹되면 위엄과 권위가 자기에게서 나오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 조정에 강신强臣의 근심이 없고 소인이 권력을 독차지해서 생기는 미혹이 없어, 내외의 신하들이 폐하를 하늘처럼 존숭하고 폐하를 아버지처럼 사랑하여 귀를 기울이고 머리를 늘여서 폐하께서 하시는 바대로 따르고자 하고 있습니다.
만약 어느 날 불끈 일어나서 위엄과 권위를 떨쳐서 군림君臨하시면 만사가 모두 이루어질 터이니, 이 다섯 가지가 없음을 근심하겠습니까.
그런데 어찌하여 세 가지 폐단이 계속 반복되어 한 가지 일도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입니까.
대저 말이란 많이 변하면 미덥지 않고 명령은 자주 바뀌면 따르기 어려운 법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명령을 내는 당초에 상세히 살피지 않고 시행된 지 오래지 않아 이내 또 바꾸어, 미덥지 않는 말로 따르기 어려운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므로 매양 처리할 일이 있으면 주현州縣이, 조정이 내린 것이 하나로 확정된 명령이 아님을 알기에, 관리들이 서로 말하기를 “우선 아직 시행해서는 안 된다.
머잖아 반드시 바뀔 것이다.” 하고, 혹은 “예물禮物을 갖추어 행하行下하면 대략 명령을 파할 것이다.” 합니다.
그러면 조석의 사이에 과연 명령이 또 변합니다.
그리하여 장수와 관리가 바뀔 때에 전송하고 영접하느라 연도沿道의 백성들이 지치고 부첩符牒이 어지러이 오가서 상하가 준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니, 중외中外의 신민臣民들이 혹은 듣고서 탄식하고 혹은 듣고서 몰래 웃습니다.
탄식하는 사람은 천하를 근심하는 마음이 있고 몰래 웃는 사람은 조정을 가볍게 보는 마음이 있습니다.
호령이 이와 같으니, 천하에 위엄을 세우고자 한들 될 법이나 하겠습니까.
이것이 호령이 신중하지 못한 것이니, 첫째 폐단弊端입니다.
그러나 공로功勞가 없는 자에게 상이 미치면 은혜가 사람들을 권면하기에 부족하고, 죄가 있는 자에게 벌이 내리지 않으면 위엄에 두려워하지 않아서 비록 사람이 있더라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태조太祖 때 왕전빈王全斌이 촉蜀을 정벌하고 돌아옴에 공로가 작지 않았지만 범법해 한 번 좌천된 뒤로 10년 동안 돌보지 않고 그대로 두었던 것입니다.
이때 바야흐로 강남江南을 토벌하던 터라 그래서 왕전빈을 축출함으로써 제장諸將들에게 법을 세웠던 것이니, 태조께서 신무神武와 영단英斷으로 천하를 평정하실 수 있었던 것은 상벌의 법이 모두 이와 같았기 때문입니다.
관서關西로 군사가 출동한 지 4, 5년이나 되었지만 대장은 공로가 없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던 자가 여전히 그 자리에 눌러 있으니, 군중軍中에서 공로가 없는 자도 좋은 관직을 차지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면 어느 장수가 전공戰功을 세우려 하겠습니까.
부장副將들 중 나약하여 전진하지 않는 자는 모두 참수해야 하거늘 혹은 잠시 폄직貶職했다가 오래지 않아 자리를 옮겨주고 혹은 폄직하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그대로 두니, 군중에서 죄가 있는 자가 처벌받지 않는 것을 보면 어느 장수가 명령을 따르려 하겠습니까.
신이 말한 “상은 권면하기에 부족하고 위엄에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벌이 이와 같고서 사람을 쓰고자 하는 것이 될 법이나 하겠습니까.
이것이 상벌이 분명하지 못한 것이니, 둘째 폐단弊端입니다.
군사가 출동한 이래 처리한 일이 적지 않지만 유명무실有名無實한 경우가 많습니다.
신이 그중 한두 가지를 대략 말씀드릴 터이니, 그 나머지는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몇 해 이래 군사 징집이 끊이지 않아 각 지방의 백성들 중 반이 군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노약자老弱者‧병자病者‧왜소矮小한 자‧겁약怯弱한 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 이는 군사 징집이란 허명虛名만 있고 군사의 실수實數는 없는 것입니다.
새로 징집한 군사들이 곳곳에서 훈련해 쫓아다니며 고함을 치는 통에 백성들이 편안히 지내지 못하고, 훈련을 맡은 자는 장령將領의 재목이 아니고 훈련받는 자들은 지휘에 따르는 절도가 없으니, 주현州縣을 왕래할 때 백성들이 걱정하고 탄식하여 원성이 가득합니다.
이미 노약자‧병자‧왜소한 자‧겁약한 자가 대부분이고 게다가 제대로 훈련하는 법도 없으니, 이는 군사를 훈련한다는 허명만 있고 군사를 훈련하는 실제 기예技藝는 없는 것입니다.
각 지방의 군사들이 분담하여 무기를 만들고 있으니 제작할 때 이미 백성들이 수고롭고, 만든 무기를 수레에 실어 운송하느라 또 도로에서 고생합니다.
그런데도 쇠로 만든 창검의 날은 강하지 못하고 힘줄과 아교로 만든 활은 튼튼하지 못하며, 길이와 크기가 모두 법도에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제작하는 곳에서는 단지 수량만 채우는 데 힘써 빨리 만들 뿐 사용할 수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관사官司를 거칠 때에도 점검하지 않습니다.
이는 무기라는 허명만 있고 무기의 실용은 없는 것입니다.
어설픈 방법으로 늙고 겁약한 군사를 훈련하여 둔하고 잘 부러져 쓸모없는 무기를 잡게 하면 백전백패일 것은 이치상 의심할 나위가 없습니다.
막상 일에 임하여 깨달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큰 일 작은 일 할 것 없이 죄다 거칠고 엉성하니, 이것이 실효를 거두도록 책려하지 않은 것이니, 셋째 폐단弊端입니다.
신이 그런 까닭에 “세 가지 폐단이 위에서 계속 반복되면 만사가 느슨히 풀려 아래에서 무너지게 됩니다.” 한 것입니다.
만사를 다 말할 수는 없으니, 신은 그중에서 큰 것 다섯 가지만 말하고자 합니다.
신은 듣건대 “남을 공격함에는 계책을 쓰고 힘을 쓰지 않으며, 군사를 씀에는 계책을 다투고 많음을 다투지 않는다.” 하였으니, 전대前代에 용병用兵한 사람들은 군사가 많은 쪽이 늘 패하고 군사가 적은 쪽이 늘 이겼습니다.
한漢나라 때 왕심王尋 등이 백만의 군사로 광무제光武帝의 9천 군사를 만나서 패하였으니 이는 많은 쪽이 패하고 적은 쪽이 이긴 것이고, 부견苻堅이 백만의 군사로 동진東晉의 2, 3만 군사를 만나서 패하였으니 이 또한 많은 쪽이 패하고 적은 쪽이 이긴 것입니다.
그리고 조조曹操가 30만 청주병靑州兵으로 여포呂布에게 대패하고 퇴각하여 허도許都로 돌아와서 다시 2만 군사로 원소袁紹의 14, 5만 군사를 격파하였습니다.
이는 용병은 많으면 패하고 적으면 이긴다는 분명한 증거입니다.
하물며 이적夷狄에 대해서는 더욱이 힘으로 다투기 어렵고 단지 계책으로 승리해야 합니다.
이정李靖이 정양定襄에서 돌궐突厥의 군사를 대파할 때 단지 3천의 군사를 썼고 그 후 음산陰山에서 힐리가한頡利可汗을 격파할 때도 불과 1만 명을 썼을 뿐이니, 대개 용병은 군사가 많은 데 달려 있지 않고 계책으로 승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은 군사를 많은 군사로 삼고, 용병을 잘하지 못하는 자는 비록 군사가 많더라도 더욱 적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계책을 세운다면, 군사를 보태면 국력을 소모하고 병사를 줄이면 적을 격파할 수 있습니다.
지금 변방 부근의 군사가 7, 80만을 밑돌지 않으니, 많다 할 만합니다.
그러나 훈련이 정밀하지 못하고 게다가 허수虛數에 불과한 노약자들이 있으니,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당하지 못합니다.
이는 7, 80만의 군사가 7, 80만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군대에 통제가 없어 흩어져 제멋대로 움직이니, 많음이 나뉘어 적음이 되는 것은 병법에 꺼리는 바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용병을 잘하지 못하는 자는 비록 군사가 많더라도 더욱 적어지게 된다.”는 것이니, 그러므로 싸울 때마다 패하는 것입니다.
신은 바라건대 폐하께서 불끈 위엄을 떨쳐 장수들을 칙려勅勵하여 정밀히 훈련시키고 노약자들을 추려내면 7, 80만 중에서 50만 정도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옛사람이 용병할 때 한 사람으로써 백 사람을 당적當敵했던 것이야 지금 할 수 없겠지만, 단지 한 사람으로써 열 사람을 당적한다면 50만 정예병이 5백만 군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니, 이것이 이른바 “용병을 잘하는 자는 적은 군사를 많은 군사로 삼는다.”는 것입니다.
옛사람이 적은 군사로 늘 이겼던 것은 이 때문입니다.
지금 실효는 생각하지 않고 단지 군사의 숫자만 더 보태는 데 힘써서 국가와 백성의 힘을 소모하니, 이런 상태로 세월이 가면 외적이 비록 오지 않을지라도 천하가 이미 곤궁해질 것입니다.
신은 또 듣건대 옛말에 “장상將相은 종자가 없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혹은 노복奴僕 중에서도 나오고 혹은 군졸 중에서도 나오고 혹은 도적 중에서도 나왔으니, 오직 상규常規에 구애되지 않고 기용해야 비로소 명장이 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장수를 구하는 뜻은 비록 간절하나 장수를 선발하는 길은 너무 좁습니다.
지금 근신近臣에게 조명詔命을 내려 장수를 천거하게 하되 자급資級과 품계로 제한하시니 호걸스런 사람으로서 낮은 지위에 있는 자를 얻을 수 없으며, 장수의 능력을 시험하되 일부一夫의 용맹인 궁마弓馬로 제한하니 만인萬人을 대적할 수 있는 지략을 갖춘 사람을 모두 놓치게 되며, 산림의 뛰어난 선비로서 조정에서 불러도 오지 않는 자를 현재 빈천하다 하여 박대하고 불과 일개 주부主簿와 같은 직함만 있는 자리를 주어 그들로 하여금 불쾌히 여겨 떠나게 하니, 옛날의 백정 노릇을 하고 낚시를 하고 소를 먹였던 걸출한 인물과 같은 자들을 모두 격노하게 해 잃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쓸 만한 사람이 없어지는 데 이르러서는 아예 못난이, 절름발이, 나약한 자, 용렬한 자들을 중요한 자리에 앉히고 병권兵權을 주니, 천하의 삼척동자도 모두 조정에 대해 위태하다고 여깁니다.
지난날 전연澶淵의 병졸들이 거의 국가에 일을 낼 뻔했으니, 여기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의논하는 이들은 장수를 얻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단지 지금은 좋은 장수가 없다고 합니다.
원컨대 폐하께서는 구폐舊弊를 혁신하고 과감하게 찾아서 어질고 호걸스런 사람이 있으면 굳이 낮은 지위로 제한하지 말고, 지략을 갖춘 사람이 있으면 굳이 궁마弓馬로 시험하지 말고, 산림山林의 뛰어난 인물이 있으면 빈천貧賤하다고 박대薄待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폐하께서 비상한 예禮로 사람을 대우하시면 신하臣下도 장차 비상한 공효功效로 나라에 보답할 것이니, 장수가 없음을 또 어찌 근심하겠습니까.
신은 또 듣건대 “병病을 잘 치료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병이 난 곳을 치료하고, 구제救濟를 잘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폐단弊端이 일어난 근원根源을 찾는다.” 하였습니다.
지금 천하에 재용이 궁핍하니, 그 폐단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군사를 동원하여 경비가 커진 데 기인하는 것입니다.
한漢 무제武帝는 무력武力을 남용하기를 좋아하여 몇 대에 걸쳐 쌓아둔 재용을 다 쓰는 바람에, 당시 선우대單于臺에서 조련한 군사가 겨우 18만에 불과했지만 오히려 국력을 곤궁하게 하였습니다.
더구나 그것은 오늘날 7, 80만 군사를 4, 5년 그치지 않고 동원하여 천지간에서 자라는 것을 다 소진하고 만민萬民의 고혈膏血을 다 짜냈었는데도 재용이 부족한 것보다 나은 경우입니다.
지금은 비록 지혜로운 자가 있더라도 재물은 더 증가할 수 없고 계책은 짜낼 바가 없을 것입니다.
오직 쓸모없는 군졸이 쓰는 헛된 비용을 줄여 정예병을 훈련해서 속전速戰을 벌여 전공을 이루고 군사 동원을 그친다면 자연 재용이 넉넉해질 것입니다.
지금 군사는 줄여야 할 이치가 있는데도 그 일을 감히 떠맡을 사람이 아무도 없고, 적은 속히 쳐야 할 이치가 있는데도 감히 용맹을 떨치고 나설 장수가 없어, 시기를 늦추다 일을 망치고 한갓 국가의 힘과 백성의 힘을 소모할 뿐이니, 이것이 셋째 일입니다.
신은 또 듣건대, 병법에 “용병用兵의 상책上策은 계책을 공격하고, 그 다음은 친교親交를 맺은 나라를 공격한다.” 하였습니다.
북로北虜(거란)가 우리 조정과 화친을 맺은 지 40년 동안 감히 망동하지 못했는데 지금 하루아침에 터무니없는 계책을 낸 것은 그 의도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중국이 자주 원호元昊(서하)에게 패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감히 탐욕을 부려 틈을 엿보아 움직이려는 것입니다.
지금 만약 조서詔書를 내려 장수들을 면려하여 병사를 뽑고 말에 여물을 먹여서 신속히 서쪽 땅으로 들어가 적도賊徒 원호의 일진一陣을 통렬히 격파할 수만 있다면, 우리 군사의 위세는 크게 떨치고 저들의 계책은 꺾일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용병의 상책은 계책을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국사國事를 논하는 이들은 모두 북로北虜와 서적西賊(원호)이 서로 함께 모의하여 두 나라의 힘을 합쳐서 우리의 하북河北과 섬서陝西 지역을 엿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만약 우리가 먼저 그중 한 나라를 먼저 쳐서 꺾으면 적의 세력이 반으로 줄어 홀로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이 이른바 “친교를 맺은 나라를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원호의 땅은 좁고 적병은 많지 않으니, 예전에 우리를 공격할 때 들리는 소문에 늘 북로北虜가 군사를 원조했다고 합니다.
지금 만약 북로 자체적으로 어느 곳에 군사를 집결하려는 계획이 있거늘 원호가 갑자기 공격을 받게 된다면 필시 북로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입니다.
북로가 군사를 나누어 원호를 돕는다면 남쪽을 공격하려던 북로의 힘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며, 만약 원호를 돕지 않는다면 이 두 나라 사이에 틈이 생겨 서로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또한 친교를 맺은 나라를 공격하는 계책입니다.
가령 두 나라가 시기를 정하여 길을 나누어 침공해 오더라도 우리가 저들보다 먼저 크게 군사를 출동하면 원호가 황급하여 자신을 구하기에도 겨를도 없을 터이니, 어찌 북로와 서로 표리表裏가 될 수 있겠습니까.
이는 이미 정해놓은 적들의 약속을 깨뜨리고 정해놓은 적의 공격 시기를 어긋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병법에서 이른바 “친한 사이를 이간시킨다.”는 것이니, 이 또한 친교를 맺은 나라를 공격하는 계책입니다.
원호가 반역反逆한 이래 요행히 누차 승리하여 평상시 우리 장수들을 가볍게 보는 마음이 있습니다.
지금 또 우리 조정이 북쪽으로 융로戎虜(거란)를 근심하여 바야흐로 하삭河朔에서 방어 태세를 갖추는 것을 보고 필시 우리 군사가 서쪽으로 나오지 못할 것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이제 그 교만驕慢하고 태만怠慢한 틈을 탄다면 이야말로 신속히 쳐들어가서 급히 적을 공격할 때입니다.
이것이 병법에서 이른바 “뜻하지 않은 공격을 한다.”는 것이니, 이것이 승리를 취하는 상등上等의 계책計策입니다.
연전年前에 서쪽 변방의 장수 가운데 출병出兵하여 공격하자고 청한 자가 있었습니다.
당시 적의 기세는 바야흐로 강성하고 우리 병사는 훈련되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조정에서는 오히려 출병을 허락하였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원호를 공격할 수 있는 형세가 있으니, 이는 놓칠 수 없는 때입니다.
저들은 바야흐로 우리가 하북河北을 근심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우리가 서쪽으로 쳐들어가 뜻하지 않은 공격을 하여 저들의 의표를 찌를 수 있음은 염려하지 않으니 이는 공격할 수 있는 형세입니다.
네 지역에 장수를 나눈 지가 지금 벌써 반년이 되었으니, 그동안 훈련하고 은혜와 믿음을 보였으니 군사들이 이미 쓸 만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일에 누차 작은 승첩勝捷을 거두었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 군사들이 점차 사기를 떨치고 적의 기세가 점차 꺾이고 있는 것입니다.
진실로 이때를 잃어 두 나라로 하여금 먼저 공격해 오게 한다면 우리는 대책이 없을 것입니다.
신은 원컨대 폐하께서 일을 맡은 신하들에게 은밀히 조서를 내려 숙의熟議하여 시행하도록 하소서.
신은 또 듣건대 중니仲尼는 “열 가구쯤 되는 작은 고을에도 반드시 충신忠信한 사람이 있다.” 하셨습니다.
하물며 지금 문文‧무武의 관직官職을 맡은 사람들이 천하에 두루 퍼져 있으니, 그 가운데 어찌 재능才能과 지혜智慧를 갖춘 신하가 없겠습니까.
그렇지만 폐하께서 번다하기 이를 데 없는 정무政務를 총괄하시느라 이미 그 사람들을 다 아실 겨를이 없기 때문에 몸소 어진 이를 등용하고 불초한 이를 퇴출하지 못하시고, 집정대신執政大臣은 번번이 구례舊例에 구애되어 또 감히 어진 이를 등용하고 불초한 이를 퇴출하지 못하시고, 심관審官‧이부吏部‧삼반三班의 직위에 있는 사람들은 단지 문부文簿‧차제差除를 맡을 뿐 감히 차서를 뛰어넘어 어진 이를 등용하고 불초한 이를 퇴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위로는 천자로부터 아래로는 유사有司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도 어진 이를 등용하고 불초한 이를 퇴출할 수 있는 이가 없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가 뒤섞이고 요행으로 관직에 오르는 길이 용납되어 3년에 한 번 관직을 옮김에 있어 사람의 능력을 정밀히 가리지 않아, 평상시 일 없을 때에는 관원이 너무 많아서 이루 다 차임差任할 수 없을까 걱정하다가, 하루아침에 막상 일을 만나 사람이 필요할 때면 쓸 사람이 부족함을 늘 걱정하니, 예로부터 관원을 임용하는 법이 지금처럼 잘못된 경우는 없었습니다.
오늘날 의논하는 이는 혹 거주擧主가 승진한 것을 두고 어진 이를 등용했다 하고, 죄를 범하여 문책당한 것을 두고 불초한 이를 퇴출했다 하니, 이는 그 폐단이 깊음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무릇 선善한 사람과 악惡한 사람은 저마다 자기 부류部類끼리 모이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염치廉恥와 신중愼重함을 지키는 사람은 저마다 청렴淸廉하고 유능有能한 사람을 천거薦擧하며, 뇌물賂物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마다 탐욕貪慾스런 사람을 천거하며, 사욕私慾을 따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저마다 청탁請託을 일삼는 사람을 천거하며, 성품性品이 용렬庸劣한 사람은 저마다 무능無能한 사람을 천거합니다.
그런데도 조정은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다만 거주擧主가 수가 채워졌는지만 보고는 곧바로 관직을 바꾸어 주니, 청렴하고 유능한 사람도 등용되고 탐욕스런 사람도 등용되고 청탁을 일삼는 사람도 등용되고 무능한 자도 등용됩니다.
혼탁하기가 이와 같거늘 이를 어진 인재를 등용하는 법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지금 관리를 축출함에 어찌 혼탁함을 맑게 하고 규제해 바로잡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뇌물을 받아먹은 사람을 백성들의 고소告訴가 들어와야 비로소 축출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대저 법조문法條文을 농락하여 뇌물을 받아먹으려는 자들은 역시 강폭强暴하고 교활한 관리이니, 정사政事가 필시 자기 손에 쥐어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록 부유한 백성들의 재산을 수탈할지언정 가난한 백성들에게 수탈이 미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무능한 자로 말하자면 자신이 일을 주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하급 관리와 아전들이 함께 농간을 부리면 백성들은 부유한 사람이고 가난한 사람이고 할 것 없이 동시에 그 폐해를 입게 됩니다.
이로써 말하면 뇌물을 먹는 관리와 무능한 자가 해를 끼치는 것은 같습니다.
지금 뇌물을 먹는 관리는 스스로 파탄을 드러낸 자라야 축출하니 열 명 중 한두 명도 제거할 수 없고, 무능한 사람으로 말하자면 윗사람 아랫사람들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도 불문에 부쳐 너그럽게 농간을 용납합니다.
그 폐단이 이와 같거늘 불초한 자를 퇴출하는 법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어진 이와 불초한 이의 구별이 없으면 관직을 설치한 것이 비록 많더라도 쓸 만한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신은 원컨대 폐하께서는 상벌賞罰을 분명히 하고 실효를 거두도록 책려하소서.
그렇게 하시면 인재가 모두 폐하의 앞에 늘어설 것입니다.
신은 그러므로 “이 다섯 가지는 모두 있지만 폐하께서 쓰지 못하시는 것은 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폐단과 다섯 가지 일을 신이 이미 상세히 말하였으니, 폐하께서 채택하시면 천하의 일이 이것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위로는 천문天文이 변하고 아래로는 지리地利가 역행하며, 인심人心은 나라 안에서 원망하고 사이四夷는 나라 밖에서 공격하고 있습니다.
사세事勢가 이와 같으니 폐하께서 머뭇거리고 느긋하게 계실 때가 아닙니다.
오직 바라건대 사직社稷과 생민生民을 위해 유의하소서.
신 구양수歐陽脩는 죽음을 무릅쓰고 재배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