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규목樛木〉은 후비의 은덕이 아래에 미침을 읊은 시이다. 은덕이 아랫사람에 미치고 질투하는 마음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箋
후비가 여러 첩과 화목하여 첩의 용모를 질투하지 않고, 항상 아랫사람들에게 선한 말을 하여 그들을 편안하게 해준 것이다.
○나무가 아래로 휘어진 것을 ‘규樛’라 하는데, 마융본馬融本과 한시본韓詩本에는 모두 ‘규朻’로 되어 있으니 음이 같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규朻’를 나무가 높이 자란 것이라고 하였다.
‘지심언之心焉’은 최영은崔靈恩의 모시집주본毛詩集註本에서 이 서序를 언급한 부분에 정현鄭玄의 주注가 있으나, 여러 본을 살펴보니 모두 없다.
疏
○정의왈正義曰:〈규목樛木〉시를 지은 것은 후비가 아래의 여러 첩을 은의恩義로 대하여 함께 왕에게 나아가 모시게 하였으니, 후비의 은혜로운 마음이 아랫사람에게 미친 것이 질투하는 마음이 없어서임을 말한 것이다.
정본定本에는 ‘언焉’이 ‘야也’로 되어 있다. ‘체하逮下’는 세 장章의 처음 두 구절이 이것이다. 은덕이 아래에 미쳤으면 군자를 즐겁게 하여 복록으로 편안케 해준 것이니, 이것은 아랫사람에게 미친 데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남쪽의 가지 드리운 나무 칡과 등덩굴 무성하네
傳
흥興이다. ‘남南’은 남쪽 지역이다. 나무가 아래로 굽은 것을 ‘규樛’라 한다. 남쪽 지역의 칡과 등덩굴이 무성하다는 것이다.
箋
전운箋云:나뭇가지가 아래로 드리웠기 때문에 칡과 등덩굴이 감고 뻗어가 위아래로 모두 무성한 것이다.
흥興한 것은 후비가 자기의 생각을 아래로 여러 첩에 미쳐 차서를 얻게 하니, 여러 첩이 위로 그녀를 따라 섬기고 예의도 모두 성대히 갖추었음을 비유한 것이다. ‘남토南土’는 형주와 양주지역을 말한다.
○‘류藟’는 루櫐로 되어 있는 본本도 있는데, 칡과 비슷한 풀이다. ≪모시초목조수충어소毛詩草木鳥獸蟲魚疏≫에는 “일명 거황一名 巨荒으로 머루와 비슷한데, 이 역시 이어서 뻗어간다.
잎은 쑥과 비슷한데 백색이고, 열매는 적색인데 먹을 수 있다.”라고 하였다. ‘류纍’는 얽히고 감김이다.
疏
○정의왈正義曰:여러 곳에서 ‘남산南山’이라 말한 것은 모두 그 나라의 안을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전傳에서 “남산南山은 주周의 남산南山이다.”라고 하고, “남산南山은 조曹의 남산南山이다.”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기의 ‘규목樛木’에서 말한 남南은 반드시 자기 나라만은 아니다. 어째서인가. 흥興은 반드시 형상을 취하므로, 후비가 위아래에 훌륭함을 흥함에 있어 의당 나무의 무성함을 취한 것이고, 나무가 무성함은 남쪽 지역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남쪽 지역[남토南土]’을 말한 것이다.
‘하곡왈규下曲曰樛’는 ≪이아爾雅≫ 〈석목釋木〉의 글이다. ‘류藟’는 칡과는 다르나 역시 칡의 종류이니, 육기陸機가 “류藟는 일명 거황一名 巨荒으로 머루와 비슷한데 역시 덩굴로 자라고,
잎은 쑥과 비슷한데 백색白色이며, 열매는 적색으로 역시 먹을 수 있는데 시고 맛이 없다.”라고 한 것이 이것이다.
疏
○정의왈正義曰:전箋에서 나무가 위아래로 모두 무성함을 취함을 안 것은 아래에서 ‘낙지군자樂只君子’를 말하였기 때문이니, 후비와 여러 첩에 의거해보면 이 경經은 아래로 〈여러 첩에게〉 미친 것만 흥興하였을 뿐 아니라, 상하가 서로 예의가 있어 군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도 흥興한 것이다.
그리하여 나무가 위아래로 모두 무성함을 취하여, 후비가 능히 은혜를 중첩에 미쳐서 그들이 차서있게 군자에게 나아가 모시게 하여 각자의 알맞은 지위를 얻게 하니, 여러 첩이 위로 친히 후비를 따라 섬겨서, 존비에 차례가 있고 예의도 모두 훌륭함을 비유하였음을 안 것이다.
疏
또 전傳에서 말한 ‘남토南土’의 지역을 풀이하여 ‘형주荊州와 양주揚州 지역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상서尙書≫ 〈우공禹貢〉에 ‘회수淮水와 바다 사이에 양주가 자리잡고 있다. 그곳의 나무는 높이 자라고 풀은 무성하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양주 지역의 초목이 아름답고 무성함이다.
또 ≪주례周禮≫ 〈하관 직방씨夏官 職方氏〉에 “정남正南쪽이 형주이다.”라고 하고 또 “동남東南쪽이 양주이다.”라고 하였는데, 두 주州는 경계가 접해있다.
그리하여 모두에 강수江水와 한수漢水가 있어 다 벼와 보리에 적합하니 초목이 자라남에 있어서도 똑같다. 또 형주가 정남쪽에 소재하고 여기의 서序에서 ‘남토南土’라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남토南土를〉 형주와 양주로 여긴 것이다.
여기의 ‘남南’은 아래의 ‘남유교목南有喬木’의 남南과 같고, 아래의 ‘교목喬木’은 ‘궐목유교厥木惟喬’의 교목喬木과 같다. 이는 형주와 양주를 근거한 것이니, 그 주注에서 말하지 않은 것을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아래 전傳의 ‘남방南方의 나무’는 아름답고 높이 자라 위로 우뚝한 것이니, 그렇다면 칡과 등덩굴이 뻗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규목樛木’이란 것은 나무의 종류가 하나만이 아니니, 모두 지세의 아름다움 때문에 어떤 것은 아래로 처지고 어떤 것은 위로 우뚝한 것이다.
이 군자君子 즐겁게 하여 복록福祿으로 편안케 하리
傳
‘이履’는 ‘복록’이고 ‘수綏’는 ‘편안함’이다.
箋
전운箋云:후비와 중첩이 예의로 서로 화합하고 또 능히 예와 음악으로 군자를 즐겁게 하여 복록으로 편안케 한 것이다.
疏
○정의왈正義曰:정본定本에는 ‘비첩이예의상여妃妾以禮義相與’라고 하고 ‘후비后妃’자를 쓰지 않았는데, 뜻에 알맞다.
‘우능이예악 낙기군자又能以禮樂 樂其君子’는 후비와 중첩들이 서로 예의가 있고 또 이 예의를 군자에게 행한 것이니, 이 때문에 ‘우又’라고 한 것이다.
군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안으로 화목하여 가정이 다스려지면 천하의 사람들이 이에 교화되고 온 천지가 덕에 감동되어 문왕文王을 기꺼이 섬기기 때문이니, 이것이 복록福祿으로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소아 남산유대小雅 南山有臺〉의 전箋에서 “지只의 뜻은 시是이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여기의 ‘지只’도 ‘시是’이니, 여기 전箋의 ‘낙기군자樂其君子’는 ‘악시군자樂是君子’라고 말한 것과 같다.
疏
≪예기禮記≫ 〈제통祭統〉에 “복福은 부富이니 모든 것이 도리를 따르는 큰 명성이다.”라고 한 것, ≪효경위孝經緯≫ 〈원신계援神契〉에 “록祿은 기록記錄함이니, 윗사람은 기록을 공경히 하여 아랫사람을 대하고, 아랫사람은 기록을 삼가서 윗사람을 섬기는 것을 취한 것이다.”라고 한 것,
≪상서尙書≫ 〈요전堯典〉에 “천록天祿이 영원히 끝날 것이다.”라고 한 것, 여기의 ‘군자를 즐겁게 하는 것’ 등은 모두 왕위를 보전함을 복록으로 여겼음을 말한 것이다.
〈소아 천보小雅 天保〉에 “너에게 큰 복을 내린다.”라고 한 것은 천하가 모두 받는 것이니 그렇다면 하민下民들이 좋은 때를 만나는 것도 ‘복록福祿’이라고 한다. 그리하여 〈소아 정월小雅 正月〉에 “백성은 이제 복록이 없도다.[민금지무록民今之無祿]”라고 하였으니, 이는 ‘복록’이라는 말에 일정한 한계가 없는 것이다.
아래의 ‘복리장지福履將之’를 모형毛亨은 ‘복록을 크게 함’으로 여기고, 정현鄭玄은 ‘복록을 도와줌’으로 여긴 것이다.
남南쪽의 가지 드리운 나무 칡덩굴 등덩굴 덮었네 우리 군자 즐겁게 하여 복록을 크게 하리
傳
‘황荒’은 ‘덮는 것’이고 ‘장將’은 ‘큼’이다.
箋
전운箋云:이 장은 속마음을 편 것이다. ‘장將’은 붙들어 도와줌과 같다.
남南쪽의 가지 드리운 나무 칡덩굴 등덩굴 감겨있네
傳
‘영縈’은 감아 도는 것이고 ‘성成’은 ‘이룸’이다.
〈규목樛木〉은 3장章이니, 장章마다 4구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