傳
조간자趙簡子가 사묵史墨에게 “계씨季氏는 그 임금을 국외國外로 도망가게 하였는데도 백성들이 그에게 복종하고 제후諸侯들이 그를 도우며, 임금이 외국外國에서 죽었는데도 계씨季氏에게 죄를 묻는 이가 없는 것은 어째서인가?”라고 물으니, 사묵史墨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사물事物의 생성生成에는 둘이 있기도 하고, 셋이 있기도 하며, 다섯이 있기도 하고, 보좌輔佐[陪貳]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하늘에는
삼신三辰(日‧
월月‧
성星)이 있고
注+셋이 있음을 이른다. 땅에는
오행五行(水‧
화火‧
목木‧
금金‧
토土)이 있으며
注+다섯이 있음을 이른다. , 몸에는
좌우左右가 있고
注+둘이 있음을 이른다. 〈사람에게는〉 각각
비우妃耦(配偶)가 있으며
注+배이陪貳(輔佐)가 있음을 이른다. ,
왕王에게는
공公이 있고
제후諸侯에는
경卿이 있으니, 모두
보좌輔佐[貳]가 있는 것입니다.
하늘이 계씨季氏를 내어 노후魯侯를 보좌하게 한 지가 오래이니 백성들이 그에게 복종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노군魯君은 대대로
안일安逸[失]에 방종하고
注+[부주]林: 노군魯君은 대대로 그 잘못을 따랐다는 말이다. ,
계씨季氏는 대대로 그
근면勤勉을
준행遵行[修]하였으니, 백성들은 임금을 잊었습니다.
임금이 비록 외국外國에서 죽었으나 누가 그 임금을 가엾게 여기겠습니까?
사직社稷(國家)에
봉사자奉祀者(君王)가
영구永久히
고정固定된 적이 없었고
注+사직社稷(國家)의 봉사자奉祀者(君王)는 영원永遠히 고정固定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오직 덕德이 있는 사람만이 그 사직社稷의 주인主人이 된다는 말이다. ,
군신君臣 사이에 그
지위地位가
영구永久히 고정된 적이 없었던 것은 예로부터 그러하였습니다.
注+사묵史墨이 고금古今의 자취를 더듬어 사실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
시경詩經》에 ‘높은 언덕이 골짜기가 되고 깊은 골짜기가 언덕이 된다.
注+시詩는 《시경詩經》 〈소아小雅시월지교十月之交〉篇의 시구詩句이다. 고하高下에 변역變易이 있음을 말한 것이다. ’고 하였으니,
삼후三后(虞‧
하夏‧
상商)의 자손[姓]이 지금
서민庶民이 된 것은
주主께서도 아시는 바입니다.
注+삼후三后는 우虞‧하夏‧상商이다. [부주]林: 지금은 혹 신분身分이 떨어져서 중서衆庶가 된 것이니, 이것은 귀천貴賤은 때로 변역變易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대부大夫를 주主라고 칭한다.
《
주역周易》의
괘卦에
뇌괘雷卦가
건괘乾卦 위에 있는 것을
대장大壯이라 하니
注+하괘下卦가 건乾이고 상괘上卦가 진震인 것이 대장大壯이다. 진괘震卦가 건괘乾卦 위에 있기 때문에 뇌승건雷乘乾이라 한 것이다. , 이것이 하늘의
상도常道입니다.
注+건乾은 천자天子가 되고 진震은 제후諸侯가 되는데, 진괘震卦가 건괘乾卦 위에 있으니 군신君臣의 지위地位가 바뀐 것이다. 신하가 크게 강장强壯하여 천상天上에 우뢰[雷]가 있는 것과 같다.
옛날에 성계成季우友는 환공桓公의 계자季子이고 문강文姜의 애자愛子입니다.
처음
임신姙娠했을 적에 〈
복초구卜楚丘에게〉 거북점을 치게 하니
注+[부주]林: 진震은 임신姙娠이다. 처음 임신하였을 때 거북점을 친 것이다.,
복인卜人이
고告하기를 ‘
출생出生한 뒤에 아름다운
명성名聲이 있을 것이고
注+아름다운 명성名聲이 세상에 소문나는 것이다. 그 이름은 ‘
우友’로 불릴 것이며
공실公室의
보좌輔佐가 될 것입니다.’고 하였습니다.
출생한 뒤에 과연 복인卜人의 말처럼 손바닥에 ‘우友’字 꼴의 문양文樣이 있으므로 드디어 이름을 ‘우友’라고 하였습니다.
얼마 뒤에
노魯나라에 큰
공功을 세워
注+대공大功은 희공僖公을 세운 일을 이른다. 비읍費邑을
봉지封地로 받고
상경上卿이 되었는데,
문자文子와
무자武子에 이르러
注+문자文子행보行父와 무자武子숙宿이다. 대대로
가업家業을 늘리고
선조先祖의
공적功績을
폐기廢棄하지 않았습니다.
노문공魯文公이
훙薨하자
동문수東門遂가
적자適子를 죽이고
서자庶子를 세우니,
노군魯君은 이때부터
국가國家의
정권政權을
상실喪失하여
注+국가國家의 통치권統治權을 상실喪失한 것이다. ,
정권政權이
계씨季氏에게 돌아간 것이 이 임금(昭公)에 이르기까지 네 임금이었습니다.
注+[부주]林: 사공四公은 선공宣公, 성공成公, 양공襄公, 소공昭公이다.
백성이 그 임금들을 알아주지 않았으니, 그 임금들이 어찌 국가國家의 권력權力을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므로 임금이 된 자는
기器와
명名을 신중히 지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注+기器는 거복車服이고 명名은 작호爵號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