原注
武議者는 議論用武之道也니 以内有武議二字故로 取名篇하니라
凡兵
은 不攻無過之城
하고 不殺無罪之人
이니 夫殺人之父兄
하고 利人之財貨
하고 臣妾人之
는 此皆盗也
니라
原注
凡行兵에 不攻擊無過之城하고 不誅殺無罪之人이니 夫殺戮人之父兄하고 利他人之貨財하고 臣妾他人之子女는 此皆謂之盗也라
兵之所加者
에 農不離其田業
하고 不離其肆宅
하고 士大夫不離其官府
하나니 由其武議在於一人
이라
原注
故로 兵者는 所以誅戮暴亂之人하고 禁止爲不義者也라
兵之所加에 使爲農者로 不離去其田業하고 爲賈衒者로 不離去其肆宅하고 爲士大夫者로 不離去其官府하니 所以然者는 由其武議在於一人이라
萬乗은 農戰이요 千乗은 救守요 百乗은 事養이니 農戰은 不外索權하고 救守는 不外索助하고 事養은 不外索資니라
原注
萬乗之國은 務農戰이요 千乗之國은 務救守요 百乗之國은 務事養이라
萬乗之國은 其地可出兵車一萬乗者요 千乗之國은 其地可出兵車一千乗者요 百乗之國은 其地可出兵車一百乗者라
農戰者는 且耕且戰也요 救守者는 修整守備也요 事養者는 喜於養民也라
務農戰者는 不外索他人之權하니 言權自足也요 務救守者는 不外索他人之助하니 言器自備也요 務事養者는 不外索他人之資하니 言財自足也라
夫出不足戰하고 入不足守者는 治之以市하니 市者는 所以給戰守也라
原注
夫出而器械不足以戰하고 入而軍資不足以守者는 治之以交易之市니 收取財貨는 所以供給城守之具也라
萬乗之國에 若無千乗之助면 必有百乗之市하니 言市亦可以取貨而供百乗之用也라
殺一人而三軍震者는 殺之하고 殺一人而萬人喜者는 殺之하니 殺之貴大하고 賞之貴小라
當殺而雖貴重이나 必殺之면 是刑上究也요 賞其牛童馬圉者는 是賞下流也니
原注
誅殺一人而三軍震動者는 殺之하고 殺一人而萬人喜悅者는 殺之하니 殺之는 貴在大요 賞之는 貴在小라
罪當殺而雖貴重之人이라도 必殺之면 是所謂刑上究也요 賞及牧牛之童과 養馬之人者는 是賞下流也니
夫將
이 提鼓揮
하고 臨難決戰
하여 接兵角刃
하니 鼓之而當
이면 則賞功立名
하고 鼓之而不當
이면 則身死國亡
이라
是는 興亡安危 應在(抱)[枹]端이니 奈何無重將也리오
原注
夫大將이 提鼓揮枹하여 臨大難하여 決戰於目前하여 使士卒로 兵相接而刃相角하니 若鼓之而得其當하여 軍必勝이면 則賞功於朝하고 立名於世요 鼓之而不得其當하여 軍必敗면 則身死於敵而國亦亡이라
是는 國家之興亡과 士衆之安危 應效在於枹端이니 人君이 奈何無重將也리오
夫提鼓揮(抱)[枹]하여 接兵角刃하여 君以武事成功者는 臣以爲非難也라하노라
原注
夫提鼓揮枹하여 兵相接而刃相角하여 人君이 用武事하여 成大功者는 臣以爲非難事也라
人曰 無蒙衝而攻
하고 無渠答而守
를 是謂無善之軍
이라하니 視無見
하고 聽無聞
은 由國無市也
니라
原注
(故)[古]人有曰 無
而攻敵
하고 無渠答而守國
하니 蒙衝
은 攻具也
요 渠答
은 鐡蒺藜也
라
無此二者
면 是謂不善攻守之軍
이라 視無所見
하고 聽無所聞
은 由國中無市也
라蒙衝
夫市也者는 百貨之官也니 市賤賣貴하여 以限士人이라
人食粟一斗하고 馬食菽三斗호되 人有飢色하고 馬有瘠形은 何也오
夫提天下之節制하여 而無百貨之官이면 無謂其能戰也니라
原注
夫市也者는 百貨之官也니 百貨之官은 平估物價하여 市物之賤者하고 賣物之貴者하여 以限節士人이라
人日食粟一斗하고 馬日食菽三斗로되 人猶有飢色하고 馬猶有瘠形者는 是何也오
夫提携天下之節制하여 而不置主典百貨之官이면 不可謂之能戰者也라
原注
○愚謂 尉繚治市之說
은 不過
克聚斂
하여 以富國強兵耳
니 亦商鞅之學也
라
後世如漢武帝時
에 左庶長
이 令吏坐市列肆
하여 販物求利
하고
賣貴買賤하여 使富商大賈로 無所牟大利하고 而萬物不得騰踊하여 遂致天下財用豐足이라
武帝巡狩에 所過賞賜金帛이 巨萬計를 皆足取焉이로되
而卜式因旱하여 請誅弘羊者는 誠以掊克之臣은 爲國斂怨이니 聖帝明王이 焉肯用之리오
起兵
에 은 必爲吾所效用也
니 鷙鳥逐雀
에 有襲人之懐
하고 入人之室者
는 非出生也
요 後有憚也
일새니라
原注
起兵에 直使士卒로 甲冑之中에 生蟣蝨호되 必爲我所效用者는 畏將之威而不敢不盡力也라
如鷙鳥之逐雀에 有襲人之懐者하고 有入人之室者는 非出生而願就其死요 亦後有所畏憚耳라
太公望은 年七十에 屠牛朝歌하고 賣食盟津하며 過七十餘로되 而主不聽하니 人人謂之狂夫也러니
及遇文王
하여는 則提三萬之衆
하여 一戰而天下定
하니 非武議
면 安能此合也
리오太公望
原注
時年七十餘歲에 屠牛於朝歌하니 朝歌는 紂所都也요 賣食於盟津하니 盟津은 卽孟津也라
文王崩하고 子武王立하여 乃東伐紂할새 提三萬之衆하여 一戰而天下定하니 非太公善於武議면 安能與文王武王如此之合也리오
故로 曰 良馬有策이라야 遠道可致요 賢士有合이라야 大道可明이라하니라
原注
故로 古人有言호되 良馬有鞭策이라야 則千里之遠道를 可致요 賢士有合於人君이라야 治世之大道를 可明이라하니라
武王伐紂에 師渡盟津에 右旄左鉞하니 死士三百이요 戰士三萬이라
紂之陳
은 億萬
이요 飛廉, 惡來 身先戟斧
하고 陳開百里
로되 武王
이 不
士民
하고 兵不血刃
하고 而克商誅紂
는 無祥異也
요 人事修不修而然也
니라
原注
周武王이 乃不罷士民하고 兵不血刃하고 而紂之兵前徒倒戈하여 自相攻殺하여 遂勝商而誅紂는
今世將은 考孤虛하고 占咸池하고 合龜兆하여 視吉凶하고 觀星辰風雲之變하여 欲以成勝立功하니 臣以爲難이라하노라
原注
今世爲將者
는 不修人事
하여 務考孤虛
하고 占咸池
하고 하고 觀星辰風雲之變動
하여 欲以成勝立功
하니 臣以爲之難也
라
咸池者는 陰陽家 以寅午戌月忌卯로 爲咸池하고 巳酉丑月忌午로 爲咸池하고 申子辰月忌酉로 爲咸池하고 亥卯未月忌子로 爲咸池 是也라
星辰者
는 也
요 風雲者
는 審其風之逆順
하고 觀其雲之形狀也
라
夫將者는 上不制於天하고 下不制於地하고 中不制於人이니라
原注
夫將者는 上不制於天時之順逆하고 下不制於地勢之險易하고 中不制於人力之強弱이라
蓋前說은 是無敵於前이요 後說은 是無主於後니 於義에 皆通이라
故로 兵者는 凶器也요 爭者는 逆德也요 將者는 死官也라 故로 不得已而用之하니
無天於上하고 無地於下하고 無主於後하고 無敵於前하여 一人之兵이 如狼如虎하고 如風如雨하고 如雷如霆하여 震震冥冥하여 天下皆驚하나니라
原注
故로 兵者는 凶惡之器也요 爭者는 悖逆之德也요 將者는 必死之官也라 故로 聖人이 不得已而用之라
無天於上은 卽上不制於天也요 無地於下는 卽下不制於地也요 無主於後하고 無敵於前은 卽不制於人也라
以一將而提數萬之兵하여 其威之猛이 如狼如虎하고 其行之疾이 如風如雨하고 其聲之烈이 如雷如霆이라
震震者는 動之疾而不可禦也요 冥冥者는 謀之秘而不可測也니 此所以天下聞之而皆驚焉이라
勝兵은 似水하니 夫水는 至柔弱者也라 然이나 所以觸에 丘陵必爲之崩은 無異也라
原注
勝兵之形은 有似乎水하니 夫水之性은 至柔弱者也라 然이나 有所觸이면 丘陵必爲之崩摧하니 此는 無他奇異也요 性專一而觸之誠也라
今以莫
之利
와 之堅
과 三軍之衆
으로 有所奇正
이면 則天下莫當其戰矣
리라
原注
今以莫邪之鋒利와 犀兕之堅固와 三軍之衆으로 有所以爲奇하고 所以爲正이면 則天下諸侯莫能當其戰矣라
犀兕
는 皆獸名
이니 하고 兕
는 野牛
니 一角青色
이요 重千斤
이니
故로 曰 擧賢用能이면 不時日而事利요 明法審令이면 不卜筮而獲吉이요 貴功養勞면 不禱祠而得福이라하고
又曰 天時不如地利요 地利不如人和라하니 古之聖人은 謹人事而已니라
原注
故로 古人有言曰 選擧賢德之人하고 任用才能之士면 不必拘以時日而事自利요
修明法度하고 審察號令이면 不必用其卜筮而自獲吉이요 有功者를 以爵貴之하고
有勞者를 以祿養之하면 不必禱於神祠而自得福이라하니라
古人又曰 天時之順이 不如地利之險이요 地利之險이 不如得人心之和라하니 古之聖人은 但敬謹人事而已라
吳起與秦戰
할새 舍
에 不平隴畝
하고 蓋之
하여 以蔽霜露
하니 如此
는 何也
오
原注
古者爲田에 一畝三畎하여 廣尺深尺하여 而播種於其中하니 畝傍高起者를 爲隴이라
苗葉以上
이어든 稍
隴草
하여 以附苗根
이면 則隴盡畝平
하여 而耐風與旱也
라
此는 言吳起屯營舍止之處에 隴畝亦不平治하니 恐勞衆也라
用樸樕하여 蓋其所居하여 以蔽霜露하니 如此는 是何也오
乞人之死면 不索尊하고 竭人之力이면 不責禮하나니라
原注
故로 古者에 介冑之士不拜於君前은 示人無己煩擾也라
夫煩擾於人하여 而欲乞其死命하고 竭其勇力하여 爲我之用은 自古至今히 未嘗聞也라
將受命之日
엔 忘其家
하고 張軍宿野
하면 忘其親
하고 援
而鼓
하면 忘其身
이니라
原注
夫將受命之日
엔 則忘其家
하니 謂不有其家也
요 張設三軍
하여 次宿於野
면 則忘棄其親
하니 謂不有其親也
요 臨敵
戰
하여 援(抱)[枹]而鼓
면 則忘棄其身
하니 謂不有其身也
라
吳起臨戰하여 左右進劍한대 起曰 將은 專主旗鼓爾니 臨難決疑하고 揮兵指刃이 此將事也라
原注
吳起臨戰에 左右之人이 進劍하여 欲起用之而戰한대
起曰 大將은 專主旗鼓하여 麾之左則左하고 麾之右則右하고 鼓之進則進하며
臨大難하여 決大疑하고 揮兵指刃하여 使士卒受敵而無敗니 此將之事也라
昔에 李光弼이 與史思明으로 戰於河陽할새 令諸將曰
若輩望吾旗而戰호되 吾颭旗緩이면 任爾擇利요 吾急颭하여 三至地면 則萬衆齊一하여 死生以之니 少退者는 斬하리라
及戰
에 廷玉
이 奔還
이어늘 光弼驚
하여 命取其首
한대 廷玉曰 馬中箭
이요 非敢退也
라하여늘 易馬遣之
하고
僕固懐恩이 少却이어늘 光弼이 又命取其首한대 懐恩이 更前決戰이라
春秋時에 晉伐齊할새 晉卻克이 傷於矢하여 流血及屨호되 未絶鼓音하고 曰 余病矣로라
張侯曰 自始合으로 而矢貫余手及肘호되 余折以御하여 左輪朱殷이나
師之耳目이 在吾旗鼓하여 進退從之니 此車一人殿之면 可以集事니
擐甲執兵은 固卽死也니 病未及死어든 吾子勉之하라하고 左并轡하고 右援枹而鼓하다
三軍成行
이면 一舍而後
에 成三舍
하니 三舍之
에 如決川源
이라
望敵在前
하고 因其所長而用之
하여 敵白者
를 之
하고 赤者
를 赭之
니라
原注
三軍이 旣成行列이면 一舍而後에 成三舍하니 舍는 三十里也라
吳起與秦戰할새 未合에 一夫不勝其勇하여 前獲雙首而還이어늘 吳起立斬之한대
軍吏諫曰 此는 材士也니 不可斬이니이다 起曰 材士則是也어니와 非吾令也라하고 斬之하니라
原注
吳起與秦人戰할새 未合에 一夫不勝其勇하여 踰行而前하여 獲取雙首而還이어늘 吳起立使人斬之한대
軍吏諫曰 此는 材勇之士也니 不可斬이니이다 起曰 材士則是也어니와 但非吾之號令이라하고 乃斬之하니라
原注
무의武議는 용무用武하는 방도를 의논한 것이니, 안에 ‘무의武議’ 두 글자가 있으므로 취하여 편篇을 이름한 것이다.
무릇 군대는 잘못이 없는 성城을 공격하지 않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하니, 남의 부형父兄을 죽이고 남의 재화財貨를 이롭게 여기고 남의 자녀子女를 신첩臣妾으로 만드는 것은 모두 도둑인 것이다.
原注
무릇 군대를 출동할 적에 잘못이 없는 성城을 공격하지 않고 죄 없는 사람을 죽이지 않아야 하니, 남의 부형父兄을 죽이고 남의 재화財貨를 이롭게 여기고 남의 자녀子女를 신첩臣妾으로 만드는 것은 모두 도둑이라 이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대는 포악하고 혼란한 자를 주벌하고 의義롭지 못한 자를 막는 것이다.
군대를 출동하는 곳에 농민은 농사짓는 전장田庄을 떠나지 않고, 상인은 가게와 집을 떠나지 않고, 사대부士大夫는 관청을 떠나지 않으니, 이는 무의武議가 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대가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천하天下가 친히 따르는 것이다.
原注
그러므로 군대는 포악하고 혼란한 사람을 주벌하고 의義롭지 못한 자를 막는 것이다.
군대를 출동하여 공격하는 나라에, 농사짓는 자들로 하여금 농사짓는 전장을 떠나지 않게 하고, 물건을 파는 장사꾼들로 하여금 가게와 집을 떠나지 않게 하고, 사대부士大夫들로 하여금 관청을 떠나지 않게 하니,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의武議가 〈군주나 장수〉 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천하天下가 친히 따르는 것이다.
예컨대 진晉 문공文公이 조曹나라를 정벌할 적에 전힐顚頡이 희부기僖負覊의 집에 불을 지르자 그의 목을 베어 조리 돌리고, 송宋나라 조빈曹彬이 강남江南을 점령할 적에 시장의 가게를 바꾸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만승萬乗의 나라는 농사와 전투에 힘쓰고, 천승千乗의 나라는 구원하는 수비에 힘쓰고, 백승百乗의 나라는 기르는 것을 일삼으니, 농사와 전투에 힘쓰는 자는 밖으로 권세를 찾지 않고, 구원하는 수비에 힘쓰는 자는 밖으로 남의 도움을 찾지 않고, 기르는 것을 일삼는 자는 밖으로 물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原注
만승萬乗의 나라는 농사와 전투에 힘쓰고, 천승千乗의 나라는 〈자국自國을〉 구원하는 수비에 힘쓰고, 백승百乗의 나라는 〈백성을〉 기르는 것을 일삼는 데 힘쓴다.
만승萬乗의 나라는 그 땅에서 병거兵車(戰車) 1만 대가 나올 수 있는 나라요, 천승千乗의 나라는 그 땅에서 병거兵車 1천 대가 나올 수 있는 나라요, 백승百乗의 나라는 그 땅에서 병거兵車 1백 대가 나올 수 있는 나라이다.
농전農戰은 한편으로는 농사짓고 한편으로는 전투하는 것이요, 구수救守는 수비를 닦고 정돈하는 것이요, 사양事養은 백성을 기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농사와 전투를 힘쓰는 자는 밖으로 타인의 권세를 찾지 않으니 권세가 스스로 충족함을 말한 것이요, 자국自國을 구원하는 수비를 힘쓰는 자는 밖으로 타인의 도움을 찾지 않으니 병기兵器가 스스로 구비됨을 말한 것이요, 백성을 기르는 것을 일삼는 데 힘쓰는 자는 밖으로 타인의 물자를 찾지 않으니 재물이 스스로 풍족함을 말한 것이다.
군대를 출동해서는 부족하여 싸울 수 없고 들어와서는 부족하여 지킬 수 없는 경우에는 시장으로 다스려야 하니, 시장이란 전쟁하고 수비하는 물자를 공급하는 곳이다.
만승萬乗의 나라에 천승千乗 나라의 도움이 없으면 반드시 백승百乗 나라의 시장이 있어야 한다.
原注
군대를 출동해서는 병기兵器(장비)가 부족하여 싸울 수 없고 들어와서는 군수물자가 부족하여 지킬 수 없을 때에는 교역하는 시장으로 다스려야 하니, 교역하여 재화財貨를 거두고 취함은 성城을 수비하는 기구를 공급하는 것이다.
만승萬乗의 나라에 만약 천승千乗의 나라의 도움이 없으면 반드시 백승百乗의 나라의 시장이 있어야 하니, 시장에서도 재화財貨를 취하여 백승百乗의 재용財用을 공급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무릇 주벌誅罰은 위무威武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
한 사람을 죽여서 삼군三軍을 두려워 떨게 할 수 있으면 죽이고, 한 사람을 죽여서 만인萬人을 기뻐하게 하면 죽여야 하니, 죽임은 지위가 높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귀貴하게 여기고, 상賞은 지위가 낮은 자에게 주는 것을 귀貴하게 여긴다.
마땅히 죽여야 할 경우에 비록 귀중貴重한 자라도 반드시 죽인다면 이는 형벌刑罰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요, 소를 먹이는 아이와 말을 기르는 자들에게까지 상賞을 준다면 이는 상賞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형벌刑罰이 위로 올라가고 상賞이 아래로 흐르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장수가 위무威武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君主는 장수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原注
그러므로 군주는 장수를 소중히 여기니, 무릇 주살誅殺함은 〈장수의〉 위무威武를 밝히는 것이다.
한 사람을 죽여서 삼군三軍을 두려워 떨게 할 수 있으면 죽이고, 한 사람을 죽여서 만인萬人을 기뻐하게 하면 죽여야 하니,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지위가 높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귀貴하게 여기고, 상賞은 낮은 사람에게 주는 것을 귀貴하게 여긴다.
마땅히 죽여야 할 죄가 있을 때에 비록 귀중貴重한 자라도 반드시 죽인다면, 이는 이른바 ‘형벌刑罰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요, 상賞이 소를 먹이는 아이와 말을 기르는 자들에까지 미치면 이는 상賞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형벌刑罰이 위로 올라가고 상賞이 아래로 흐르게 할 수 있다면, 이는 장수가 위엄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주君主가 마땅히 장수를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다.
장수는 북을 당겨 북채를 잡고 국난에 임하여 적과 결전해서 병기를 맞대고 칼날을 부딪치니, 북을 쳐서 진격하여 합당하면 공功에 따른 상賞을 받고 명성을 세우며, 북을 쳐서 진격하여 합당하지 않으면 몸이 죽고 나라가 망한다.
이는 흥망興亡과 안위安危가 장수의 북채 끝에 달려있는 것이니, 어찌 장수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原注
대장大將은 북을 당겨 북채를 잡고서 큰 난리에 임해 목전에서 적과 결전하여 병사들로 하여금 무기를 맞대고 칼날을 서로 부딪치게 하니, 만약 북을 쳐서 진격하게 하여 합당함을 얻어 군대가 승리하면 조정에서 논공論功하여 상賞을 받고 이름을 후세에 세우며, 북을 쳐서 진격하게 하여 합당함을 얻지 못해서 군대가 패전할 수밖에 없으면 몸이 적에게 죽고 나라 또한 망한다.
이는 국가의 흥망興亡과 병사들의 안위安危에 대한 응험應驗이 장수의 북채 끝에 달려있는 것이니, 군주君主가 어찌 장수를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장수가 북을 당겨 북채를 잡고서 무기를 맞대고 칼날을 부딪치게 해서 군주君主가 무력武力을 사용하여 공功을 이루는 것을, 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原注
장수가 북을 당겨 북채를 잡고서 〈병사들로 하여금〉 무기를 서로 맞대고 칼날을 서로 부딪치게 해서 군주가 무력武力을 사용하여 큰 공功을 이루는 것을, 나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몽충蒙衝이 없이 적을 공격하고 거답渠答이 없이 수비하는 것을 일러 잘못하는 군대이다.”라고 하였으니, 보아도 보이는 바가 없고 들어도 들리는 바가 없는 것은 나라에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原注
옛사람이 말하기를 “몽충蒙衝이 없이 적을 공격하고 거답渠答이 없이 나라를 지킨다.” 하였으니, 몽충蒙衝은 공격하는 도구이고 거답渠答은 철질려鐡蒺藜(마름쇠)이다.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이러한 군대를 일러 공격과 수비를 잘못하는 군대라고 한다.’라고 하였으니, 보아도 보이는 바가 없고 들어도 들리는 바가 없는 것은 국중國中에 시장이 없어서 재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장은 백화百貨를 주관하는 곳이니, 싼 값에 구입하여 비싼 값에 팔아서 병사와 사람들의 매매를 제한한다.
사람은 하루에 한 말의 곡식을 먹으면 되고, 말은 하루에 세 말의 콩을 먹으면 되는데도, 사람들이 굶주린 기색이 있고 말이 수척한 것은 어째서인가?
시장에 물건이 나오고 있는데도 관官에서 이를 주관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천하天下의 절제節制를 주장하면서 백화百貨를 주관하는 관원이 없으면 전쟁을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原注
시장이란 〈관리가〉 백화百貨를 주관하는 곳이니, 백화百貨를 주관하는 관리는 물가를 고르게 하여 값이 싼 물건을 사고 값이 비싼 물건을 팔아서 병사와 사람들의 매매를 제한한다.
사람은 하루에 한 말의 곡식을 먹으면 되고 말은 하루에 세 말의 콩을 먹으면 되는데, 사람들이 굶주린 기색이 있고 말이 수척한 것은 어째서인가?
시장에 물건들이 나오고 있는데도 관官에서 주관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천하天下의 절제節制를 맡고서 백화百貨를 주관하는 관원을 설치하지 않으면 전쟁을 잘하는 자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原注
○내가 생각하건대 시장을 다스려야 한다는 울료자尉繚子의 설說은 가렴주구苛斂誅求하여 재물을 모아서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대를 강하게 함에 불과할 뿐이니, 이 역시 상앙商鞅의 학설學說이다.
후세에 한漢 무제武帝 때에 좌서장左庶長 상홍양桑弘羊이 관리들로 하여금 시장에 앉아 가게를 벌여 물건을 팔아 이익을 추구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비싼 물건을 팔고 싼 물건을 사서 큰 장사꾼인 부자들로 하여금 큰 이익을 도모하지 못하게 하고, 온갖 물건의 값이 폭등하지 못하게 하여 마침내 천하天下의 재용財用이 풍족하게 되었다.
무제武帝가 천하天下를 순수巡狩할 적에 지나가는 곳마다 상賞으로 하사한 금金과 비단이 거만巨萬으로 계산되었는데, 이것을 모두 그에게서 취하여 충족시켰다.
그런데도 복식卜式이 가뭄을 이유로 상홍양桑弘羊을 죽일 것을 청한 것은 진실로 가렴주구苛斂誅求하는 신하는 나라에 원망을 일으키기 때문이니, 성스러운 황제皇帝와 현명한 왕王이 어찌 즐겨 이들을 등용하겠는가.
군대를 일으킬 적에 곧바로 병사들로 하여금 갑옷과 투구에서 이와 서캐가 생겨나도 오로지 나를 위하여 쓰임이 되게 해야 하니, 맹금猛禽이 참새를 쫓을 적에 참새가 사람의 품으로 들어오고 사람의 방으로 들어오는 것은, 살 곳을 벗어나고자 해서가 아니요, 뒤에 두려운 것이 있기 때문이다.
原注
군대를 일으킬 적에 곧바로 병사들로 하여금 〈갑옷과 투구를 벗지 못해〉 갑옷과 투구에서 이와 서캐가 생겨나도 오로지 〈장수인〉 나를 위하여 몸을 바쳐 쓰임이 되게 하는 것은 장수의 위엄을 두려워해서 감히 힘을 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맹금猛禽이 참새를 쫓을 적에 참새가 사람의 품으로 들어오고 사람의 방으로 들어오는 것은, 살 곳에서 벗어나 죽을 곳으로 나아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요, 뒤에 두려워 꺼리는 것(猛禽)이 있기 때문이다.
태공망太公望은 나이 70에 조가朝歌에서 소를 도살하고 맹진盟津에서 밥장사를 하였으며, 70여 세가 지났으나 군주君主가 그의 말을 듣지 않으니, 사람마다 모두 그를 일러 ‘미친 지아비’라 하였다.
그런데 문왕文王을 만나서는 3만의 군대를 이끌고 한 번 싸워 천하天下를 평정하였으니, 무의武議가 아니면 어떻게 이처럼 의기투합할 수 있겠는가.
原注
본래의 성姓은 강씨姜氏인데, 선조先祖가 일찍이 여呂 땅에 봉해졌으므로 또 여상呂尙이라 하였다.
당시 나이 70여 세에 조가朝歌에서 소를 도살하여 팔았으니 조가朝歌는 주왕紂王이 도읍한 곳이요, 맹진盟津에서 밥을 지어 팔았으니 맹진盟津은 바로 맹진孟津이다.
70여 세가 지났으나 군주君主가 그의 말을 듣고 등용하지 아니하여, 사람마다 모두 그를 일러 ‘미친 지아비[狂夫]’라 하였다.
태공太公은 문왕文王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마침내 서쪽으로 가서 주周나라에 귀의하여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질을 하였는데,
서백西伯인 문왕文王이 사냥을 나갔다가 태공太公을 만나 함께 이야기하고는, 크게 기뻐하여 말하기를
“우리 선군先君 태공太公(太王)으로부터 그대를 바란[望] 지가 오래되었으므로 ‘태공망太公望’이라고 호號하겠다.” 하고,
수레에 태우고 함께 돌아와서 세워 스승으로 삼았다.
周 文王
문왕文王이 죽고 아들 무왕武王이 즉위하여 마침내 동쪽으로 주왕紂王을 정벌할 적에 태공太公은 3만의 군대를 이끌고서 한 번 싸워 천하天下를 평정하였으니, 태공太公이 무의武議를 잘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문왕文王‧무왕武王과 이처럼 뜻이 합치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므로 이르기를 “좋은 말도 채찍이 있어야 먼 길을 갈 수 있고, 어진 선비도 뜻이 맞아야 대도大道를 밝힐 수 있다.” 한 것이다.
原注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좋은 말도 채찍이 있어야 천 리의 먼 길을 갈 수 있고, 어진 선비도 군주君主와 뜻이 합하여야 세상을 다스리는 큰 도道를 밝힐 수 있다.” 한 것이다.
무왕武王이 주왕紂王을 정벌할 적에 군대가 맹진盟津을 건너가자 오른손에는 깃발[旄]을 잡고 왼손에는 도끼[鉞]를 잡으니, 결사적으로 싸우는 용사가 3백 명이고 전사戰士가 3만 명이었다.
주왕紂王의 진영은 병력이 억만 명이고, 비렴飛廉과 악래惡來가 앞장서서 세 갈래진 창과 도끼를 잡고 적진敵陣을 공격하여 백 리에 걸쳐 길을 열었으나, 무왕武王은 병사와 백성들을 피로하게 하지 않고 병기兵器의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 상商나라를 이기고 주왕紂王을 주벌하였으니, 이는 상서로움과 괴이함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요, 인사人事가 닦여졌느냐 닦여지지 않았느냐에 따라 그러한 것이다.
原注
주周 무왕武王이 동쪽으로 주왕紂王을 정벌할 적에 군대가 맹진盟津을 건너가자 오른손에는 흰 깃발을 잡고 왼손에는 누런 도끼를 잡으니, 결사적으로 싸우는 용사가 3백 명이었고 전투를 잘하는 병사가 3만 명이었다.
상商나라 주왕紂王의 진陣은 병력이 억만(십만) 명이고, 또 비렴飛廉과 악래惡來 두 장수가 힘이 세고 달리기를 잘하여, 몸소 앞장서서 세 갈래진 창과 도끼를 잡고 전진戰陣을 이끌 적에 백 리에 걸쳐 길을 열었다.
그러나 주周 무왕武王이 마침내 병사와 백성들을 피로하게 하지 않고 병기兵器의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고서도, 주왕紂王의 병사들이 앞에 있는 군대가 창을 거꾸로 들고 〈뒤에 있는 군대를 공격하여,〉 자기들끼리 서로 공격하고 죽여서, 〈주周나라는〉 마침내 상商나라를 이기고 주왕紂王을 주벌하였다.
이는 달리 특별한 상서로움과 괴이한 조짐이 있어서가 아니요, 인사人事가 닦여졌느냐 닦여지지 않았느냐에 따라 그러한 것이다.
지금 세상의 장수들은 고허孤虛를 상고하고 함지咸池를 점치고 거북껍질의 조짐을 맞추어 길흉吉凶을 살펴보고 성신星辰과 바람과 구름의 변동을 관찰하여 이로써 승리해서 공을 세우고자 하니, 나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原注
지금 세상에 장수가 된 자들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닦지 않고서, 고허孤虛를 상고하고 함지咸池를 점치고 거북껍질의 조짐을 맞춤에 힘써서 길흉吉凶을 살펴보고, 성신星辰과 바람과 구름의 변동을 관찰해서 승리하여 공을 세우고자 하니, 나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고허孤虛란 일진日辰에 기운이 완전하지 않은 것이니, 갑자甲子의 열흘 동안에는 술戌‧해亥를 고孤로 삼고 진辰‧사巳를 허虛로 삼는 것과 같은 따위가 이것이다.
함지咸池는 음양가陰陽家들이 인월寅月(정월)‧오월午月(5월)‧술월戌月(9월)은 묘卯를 꺼린다 하여 이것을 함지咸池라 하고, 사월巳月(4월)‧유월酉月(8월)‧축월丑月(12월)은 오午를 꺼린다 하여 이것을 함지咸池라 하고, 신월申月(7월)‧자월子月(11월)‧진월辰月(3월)은 유酉를 꺼린다 하여 이것을 함지咸池라 하고, 해월亥月(10월)‧묘월卯月(2월)‧미월未月(6월)은 자子를 꺼린다 하여 이것을 함지咸池라 하는 것이 이것이다.
귀조龜兆는 거북껍질을 사용하여 길흉吉凶의 조짐을 점치는 것이다.
성신星辰은 오성五星과 십이차十二次(위치)이고, 바람과 구름을 관찰한다는 것은 바람의 역순逆順을 살피고 구름의 형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장수는 위로는 천시天時에 제재받지 않고, 아래로는 지형地形에 제재받지 않고, 가운데로는 사람에게 제재받지 않아야 한다.
原注
장수는 위로 천시天時의 순역順逆에 제재받지 않고, 아래로는 지형地形의 험하고 평탄함에 제재받지 않고, 가운데로는 인력人力의 강하고 약함에 제재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하늘에 제재받지 않는다.’는 것은, 유유劉裕가 왕망일往亡日에 출병하여 연燕나라를 이겼고, 공자公子 심心이 혜성彗星의 빗자루를 거꾸로 하고서 출전하여 제齊나라를 이긴 것과 같은 것이다.
‘지형地形에 제재받지 않는다.’는 것은, 등애鄧艾가 음평陰平을 험하다고 여기지 않고 촉한蜀漢으로 쳐들어갔고, 조사趙奢가 길이 멀고 험하다고 여기지 않고 달려가서 진秦나라를 격파한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에게 제재받지 않는다.’는 것은, 우문태宇文泰가 고환高歡의 군대가 병력이 많은 것을 우려하지 않고 기이한 계책을 내어 승리를 거두고, 소왕蕭王이 왕심王尋의 군세軍勢가 성대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직접 적의 중군中軍을 범한 것과 같은 것이다.
혹자는 말하기를 “사람에게 제재받지 않는다는 것은, 멀리 군주君主에게 제재받지 않는 것이니, 이정李靖이 조명詔命을 받들어 돌궐突厥을 맞이하지 않고서 힐리頡利를 격파한 것과 같은 것이다.” 하였다.
앞의 말은 앞에 대적할 자가 없는 것이요, 뒤의 말은 뒤에 제재하는 군주君主가 없는 것이니, 뜻이 모두 통한다.
그러므로 병기兵器는 흉한 기물이고, 전쟁戰爭은 패역悖逆하는 덕德이고, 장수將帥는 죽는 관직이므로 부득이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위에 하늘이 없고 아래에 땅이 없고 뒤에 제재하는 군주君主가 없고 앞에 가로막는 적이 없어서, 한 사람의 군대가 이리와 같고 호랑이와 같고, 바람과 같고 비와 같고, 우레와 같고 벼락과 같아, 번개처럼 빨리 출동하고 은밀하게 계책을 숨겨서 천하天下가 모두 놀라는 것이다.
原注
그러므로 병기兵器는 흉악한 기물이고, 전쟁戰爭은 패역悖逆하는 덕德이고, 장수將帥는 죽기를 기필하는 관직이므로 성인聖人이 부득이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위에 하늘이 없다.’는 것은 바로 위로 천시天時에 제재받지 않는 것이요, ‘아래에 땅이 없다.’는 것은 바로 아래로 지형地形에 제재받지 않는 것이요, ‘뒤에 〈제재하는〉 군주君主가 없고 앞에 〈가로막는〉 적이 없다.’는 것은 바로 사람에게 제재받지 않는 것이다.
수만 명의 병력을 인솔한 장수는 그 위엄의 사나움이 이리와 같고 호랑이와 같으며, 그 움직임의 신속함이 바람과 같고 비와 같으며, 그 소리의 맹렬함이 우레와 같고 벼락과 같은 것이다.
진진震震은 행동을 빠르게 하여 막을 수가 없는 것이요, 명명冥冥은 계책을 은밀히 세워 측량할 수 없는 것이니, 이 때문에 천하天下가 듣고서 모두 놀라는 것이다.
승리하는 군대는 물과 유사하니, 물은 지극히 유약한 것이나 물이 저촉하는 곳에 구릉丘陵도 반드시 무너지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다.
성질이 전일專一하여 저촉함이 진실되기 때문이다.
原注
승리하는 군대의 형세는 물과 유사하니, 물의 성질은 지극히 유약하나 저촉하면 구릉丘陵도 반드시 무너지니, 이는 다른 기이함이 있는 것이 아니요 성질이 전일專一하여 저촉하기를 진실히 하기 때문이다.
지금 막사검莫邪劍의 예리함과, 무소와 외뿔소 가죽의 견고함과, 삼군三軍의 많은 병력으로 기奇와 정正을 적절히 운용한다면, 천하天下가 감히 그 싸움을 당할 수 없을 것이다.
原注
지금 막사검莫邪劍의 예리함과, 무소와 외뿔소의 가죽으로 만든 갑옷의 견고함과, 삼군三軍의 많은 병력으로 적절히 기奇를 쓰고 정正을 쓴다면, 천하天下의 제후諸侯가 그 싸움을 당할 수 없을 것이다.
무소와 외뿔소는 모두 짐승 이름이니, 무소는 해석이 《오자직해吳子直解》에 보이고, 외뿔소는 들소이니 뿔 하나에 색깔이 푸르고 무게가 천 근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어진 이를 천거하고 재능才能이 있는 자를 등용하면 시일을 가리지 않고도 일이 순조롭고, 법法을 밝히고 명령을 자세히 살펴서 내리면 복서卜筮를 하지 않고도 길吉함을 얻고, 공功이 있는 자를 귀貴하게 하고 수고한 자를 잘 길러주면 신神에게 기도하고 제사하지 않고도 복福을 얻는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천시天時가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地利가 인화人和만 못하다.” 하였으니, 옛날의 성인聖人은 사람의 일을 삼갔을 뿐이다.
原注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기를 “어질고 덕德이 있는 사람을 선발하여 등용하고 재능이 있는 선비를 임용하면 굳이 시일에 구애받지 않고도 일이 저절로 순조롭고,
법도法度를 닦아 밝히고 호령을 자세히 살펴 내리면 굳이 복서卜筮를 사용하지 않고도 저절로 길吉함을 얻고, 공功이 있는 자를 관작官爵으로 귀貴하게 해주고
수고로움이 있는 자를 녹祿으로써 길러주면 굳이 신명神明의 사당에 기도하지 않고도 저절로 복福을 얻는다.” 하였다.
옛사람(孟子)이 또 이르기를 “천시天時의 순順함이 지형地形의 험險함의 이로움만 못하고, 지형地形의 험險함의 이로움이 인심人心의 화和함을 얻는 것만 못하다.” 하였으니, 옛날의 성인聖人은 다만 사람의 일을 공경하고 삼갔을 뿐이다.
오기吳起가 진秦나라와 싸울 적에 군대를 주둔해 있으면서 이랑과 밭두둑을 평평하게 고르지 않고 작은 나무로 지붕을 덮어서 겨우 서리와 이슬을 막았으니, 이와 같이 한 것은 어째서인가?
原注
오기吳起가 장수가 되어 진秦나라와 싸울 적에, 주둔하여 머무는 곳에 이랑과 밭두둑을 평평하게 고르지 않았다.
옛날 밭을 만들 적에 한 이랑에 세 고랑을 만들어서 넓이가 한 자이고 깊이가 한 자로 하여 이 가운데에 씨앗을 파종하였는데, 이랑 옆에 높게 솟아난 것을 농隴(밭두둑)이라 하였다.
묘苗의 싹이 올라오면 점점 밭두둑의 풀을 김매어서 묘苗의 뿌리에 바짝 붙이면 밭두둑이 다 없어지고 이랑이 평평해져서 곡식이 바람과 가뭄을 견디게 된다.
이는 오기吳起가 병영兵營을 주둔하여 머무는 곳에 이랑과 밭두둑을 또한 고르게 다스리지 않았음을 말하였으니, 병사들을 수고롭게 할까 두려워해서였다.
작은 나뭇단을 사용하여 거주하는 막사의 지붕을 덮어서 겨우 서리와 이슬을 막았으니, 이와 같이 한 것은 어째서인가?
스스로 남보다 높은 체하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남이 결사적이기를 바라면 높음을 찾지 않아야 하고, 남이 용력勇力을 다하게 하려면 예禮를 책망하지 않아야 한다.
原注
남(병사들)이 목숨을 바쳐 싸우기를 바라면 자신의 높음을 찾지 않아야 하고, 남이 용력을 다하게 하려면 신하의 예禮를 책망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옛날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무사武士가 군주에게 절하지 않은 것은, 자신 때문에 무사武士를 번거롭게 하지 않음을 사람들에게 보인 것이다.
남을 번거롭게 하고서 그가 목숨을 바치고 그가 힘을 다하기를 바라는 것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
原注
그러므로 옛날에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무사武士가 군주 앞에서 절하지 않은 것은, 〈군주가〉 자신 때문에 무사武士를 번거롭게 하지 않음을 사람들에게 보인 것이다.
남을 번거롭게 하고서 그가 목숨을 바치고 용력勇力을 다하여 자신의 쓰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듣지 못하였다.
장수가 출전 명령을 받는 날에는 자기의 집안을 잊고, 군대를 진열하여 야영을 하면 자기의 어버이를 잊고, 북채를 잡고 북을 치면 자기의 몸을 잊는다.
原注
장수가 출전 명령을 받는 날에는 자기의 집안을 잊으니, 자기의 집안을 마음속에 두지 않음을 이른 것이요, 삼군三軍을 진열하여 야영을 하면 자기의 어버이를 잊으니, 자기의 어버이를 마음속에 두지 않음을 이른 것이요, 적진에 임하여 결전해서 북채를 잡고 북을 치면 자기의 몸을 잊으니, 자기의 몸을 마음속에 두지 않음을 이른다.
오기吳起가 싸움에 임하여 좌우左右에서 검劍을 올리자, 오기吳起가 말하기를 “장수는 오로지 깃발과 북을 주관할 뿐이니, 어려운 일에 임하여 의심스러운 일을 결단하고 군대를 지휘하여 병기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 장수의 일이다.
한 검劍의 임무는 장수의 일이 아니다.” 하였다.
原注
오기吳起가 싸움에 임할 적에 좌우左右에 있는 사람들이 검劍을 올려 오기吳起로 하여금 싸움에서 사용하게 하려 하자,
오기吳起가 말하기를 “대장大將은 전적으로 깃발과 북을 주관하여, 깃발을 왼쪽으로 휘두르면 군대가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휘두르면 군대가 오른쪽으로 가고, 전진의 북을 치면 군대가 전진하게 할 뿐이니,
큰 난리에 임하여 큰 의심스러운 일을 결단하고 군대를 지휘하여 병기를 사용하게 해서, 병사들로 하여금 적의 공격을 받아도 패하지 않게 하는 것이 장군의 일이다.
한 검劍의 임무는 장군의 일이 아니다.” 하였다.
옛날 이광필李光弼이 사사명史思明과 하양河陽에서 싸울 적에 여러 장수들에게 명하기를
“그대들은 나의 깃발을 바라보고 싸우되, 내가 깃발을 서서히 휘저으면 그대들이 편리한 대로 행동하고, 내가 깃발을 급히 휘저어 세 번 땅에 이르면 모든 병력이 일제히 달려가서 사생死生을 결단하여야 하니, 조금이라도 후퇴하는 자는 목을 베겠다.” 하였다.
전투할 때에 학정옥郝廷玉이 패하여 돌아오자, 이광필李光弼이 놀라서 그의 수급首級을 가져오라고 명하였는데, 학정옥郝廷玉이 대답하기를 “말이 화살에 맞아 돌아온 것이지, 감히 후퇴한 것이 아닙니다.” 하므로, 말을 바꿔 타고 다시 나가 싸우게 하였고,
복고회은僕固懐恩이 다소 퇴각하자, 이광필李光弼이 또다시 그의 수급首級을 가져오라고 명하니, 복고회은僕固懐恩이 다시 나가 결전決戰하였다.
이광필李光弼이 연달아 깃발을 휘젓자, 여러 군대가 일제히 달려 나가 결사적으로 싸워서 고함치는 소리가 천지天地를 진동하니, 적의 무리가 크게 궤멸되어 사사명史思明이 도망하였다.
춘추春秋 때에 진晉나라가 제齊나라를 정벌할 적에 진晉나라 각극卻克이 적의 화살에 부상을 당하여 피가 신발에까지 흘렀으나, 계속 북을 울리며 말하기를 “나의 부상이 심하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후張侯가 “저는 처음 싸울 때부터 화살이 손과 팔뚝을 꿰뚫었으나, 화살을 뽑아 꺾어버리고 수레를 몰아 피가 흘러 왼쪽 바퀴가 붉게 물들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찌 감히 부상당했다는 말을 하겠습니까.
군사들의 이목耳目이 우리의 깃발과 북에 달려있어 전진과 후퇴가 이에 따르니, 이 수레를 한 사람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전쟁하는 일을 이룰 수 있습니다.
어찌 부상 때문에 군주君主의 큰일을 망칠 수 있겠습니까.
갑옷을 입고 병기兵器를 잡고 싸움터에 나온 것은 진실로 죽기 위한 것인데, 부상을 당하였으나 죽음에는 이르지 않았으니, 장군께서는 힘써 싸우십시오.” 하고는, 왼손으로는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는 북채를 잡아 북을 쳤다.
〈손의 부상 때문에 고삐를 제대로 잡을 수가 없어〉 내달리는 말을 멈추지 못하니, 여러 군대들이 뒤를 따라 공격해서 제齊나라 군대를 크게 패퇴시켰다.
이는 장수가 전적으로 깃발과 북을 주관한 좋은 사례이다.
삼군三軍이 항렬을 이루었으면 1사舍를 간 뒤에 3사舍를 이루니, 3사舍를 달려간 뒤에는 냇물의 근원을 터놓은 것과 같이 하여야 한다.
앞에 있는 적敵을 바라보고 병사들의 장점을 따라 운용해서 적敵이 희면 우리도 희게 만들고, 적敵이 붉으면 우리도 붉게 만들어야 한다.
原注
삼군三軍이 이미 항렬行列을 이루었으면 1사舍를 간 뒤에 3사舍를 이루니, 1사舍는 30리이다.
3사舍인 90리를 간 뒤에는 〈군대의 진격이〉 냇물의 근원을 터놓은 것과 같아서 적이 막을 수 없게 한다.
앞에 있는 적敵을 바라보고 각각 병사들의 장점을 적절히 운용해서 적敵이 흰 것을 사용하면 우리도 따라서 희게 하니, 악堊은 희게 칠하는 것이요, 적敵이 붉은 것을 사용하면 우리도 따라서 붉게 하니, 자赭는 붉게 칠하는 것이다.
악堊은 백색白色의 흙이고, 자赭는 적색赤色의 돌이다.
오기吳起가 진秦나라와 싸울 적에, 교전하기 전에 한 병사가 자신의 용맹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가 적의 수급首級 두 개를 베어 가지고 돌아오자, 오기吳起가 그 자리에서 그의 목을 베게 하였다.
이때 군리軍吏가 간諫하기를 “이는 뛰어난 병사이니, 목을 베어서는 안 됩니다.” 하였으나, 오기吳起는 말하기를 “뛰어난 병사임은 분명하지만 나의 명령을 따른 것이 아니다.” 하고, 참수하였다.
原注
오기吳起가 진秦나라 사람(장수)과 싸울 적에, 교전하기 전에 한 병사가 자신의 용맹을 주체하지 못하고 항렬을 뛰어 넘어가 전진해서 적의 수급首級 두 개를 베어 가지고 돌아오자, 오기吳起가 즉시 사람을 시켜 그의 목을 베게 하였다.
이때 군리軍吏가 간諫하기를 “이 사람은 재주가 있고 용맹이 뛰어난 병사이니, 목을 베어서는 안 됩니다.” 하였으나, 오기吳起는 말하기를 “재주와 용맹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다만 나의 호령을 따른 것이 아니다.” 하고는, 마침내 참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