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注]爽은 差失也라 失口之用이라 故謂之爽하니라
12.3 是以聖人
은 爲腹
하되 不爲目
이라 故
니라
제12장은 동양철학東洋哲學의 욕망과 감각에 대한 독특한 관점이 드러나는 장이다. 특히 도가적道家的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감각을 하게 될 때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금욕주의禁慾主義와는 상관없다. ‘오색五色’ 등으로 표현되는 색깔과 음조, 그리고 맛과 같은 영역을 완벽하게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사람이 그것들을 탐닉하게 되면 그것들을 향유할 능력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는 점이다.
예컨대 사람이 늘 향료가 풍부한 요리만 먹으면 나중에는 더 많은 향료를 넣은 요리라야 조금이라도 맛을 느끼게 되는 것과 같다. 이는 다른 감각에 대해서도 똑같다. 이와 반대로 성인은 맛을 간직하되 무미無味함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람이 자그마한 자극조차 알아차릴 수 있으려면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지켜서 미묘한 차이에도 민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제10장에서 말하듯 갓 태어난 아이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그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하게 말달리기 또는 사냥이나 얻기 어려운 재화를 구하려는 것과 같은 자극적인 활동은 사람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
성인 군주는 이러한 측면의 인간적인 성격을 잘 고려해야 할 것이며 따라서 감각적인 것을 너무 많게 혹은 과다하게 허락하지 않는다. 성인 군주는 백성 모두를 만족스럽게 해주어야만 한다. 즉 배는 채워주어야 하지만 사치스러운 물품은 보이지 않게 한다. 사람들의 감정, 야망 또는 마음을 자극하게 하는 모든 것은 피해야 한다. 도가적 국가는 확실히 소비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일반적인 만족을 위해서 구경거리나 흥미거리는 사회의 평화를 해치지 않도록 금지된다.
제12장은 저본, 하상공본河上公本, 백서본帛書本에 큰 차이가 없고, 죽간본竹簡本에는 없다.
다섯 가지 〈아름다운〉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음音〈으로 된 화려한 음악〉은 사람의 귀를 먹게 하고, 다섯 가지 맛〈의 온갖 산해진미〉는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
말 달리며 들판에서 사냥질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만든다.
注
상爽은 어긋나서 잃어버린다는 뜻이다. 입이 맛보는 작용을 잃었기에 ‘상했다’고 한 것이다.
대체로 귀와 눈과 마음과 입은 모두 저마다의 본성을 따른다. 그런데 타고난 성명性命을 따르지 않아 도리어 〈본성의〉 자연스러움을 해친 격이다.
그래서 ‘눈이 멀었다’, ‘귀가 먹었다’, ‘입맛을 버렸다’, ‘마음이 미쳤다’고 한 것이다.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의 행실을 잘못되게 한다.
注
얻기 어려운 재화는 사람이 가는 바른길을 막는다. 그래서 사람의 행실을 잘못되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배를 위하지 눈을 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취한다.
注
배를 위하는 사람은 외물外物로써 자기 자신을 기르지만, 눈을 위하는 사람은 외물로써 자신을 부리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