注
[注]江海居大而處下일새 則百川流之하니 大國居大而處下면 則天下流之라
注
雄은 躁動貪欲이나 雌는 常以靜이라 故能勝雄也라 以其靜復能爲下라 故物歸之也라
注
[注]小國은 修下하여 自全而已요 不能令天下歸之라
제61장은 제28장에서 수컷[웅雄]의 행동방식보다 암컷[자雌]의 행동방식을 권하는 내용과, 제66장에서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아래에 처하기를 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다.[강해江海 소이능위백곡왕자所以能爲百谷王者 이기선하지야以其善下之也 고능위백곡왕故能爲百谷王]”는 이론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이는 여성성에 대한 강조가 군주君主의 처세處世는 물론 국가간國家間의 관계에까지 적용, 확대되는 일관된 사상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상은 《논어論語》의 사상과는 분명하게 대비된다. “자공子貢이 말했다. ‘〈폭군〉 주紂의 악행이 그렇게까지 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하류下流에 처하는 것을 싫어하니, 천하의 온갖 더러운 것이 모두 거기로 흘러들기 때문이다.’[자공왈子貢曰 주지불선紂之不善 불여시지심야不如是之甚也 시이군자오거하류是以君子惡居下流 천하지악개귀언天下之惡皆歸焉]” 이는 하류下流에 대한 전혀 상이한 생각이다.
또한 제61장은 자연 세계 속의 성적性的 측면, 즉 생식의 조건이 되는 성性 구분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다. 성교시性交時에 암컷은 낮은 자리를 차지하는데, 이 때문에 잉태하고 생산하는 결과에 도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 또한 아래쪽으로 흐르는데 큰 강과 바다는 낮은 데에 처하여 모든 물이 모여든다. 더 나아가 가장 낮은 지점에 도달하면 물의 운동은 멈추는데 이는 고요함[정靜]과 연결된다.
또한 이 장에서는 소국小國과 대국大國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데, 이는 《孟子》 〈양혜왕梁惠王 하下〉의 내용과 견주어볼 수 있다. “대국을 다스리는 자이면서 소국을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치를〉 즐거워하는 자이고, 소국을 다스리는 자이면서 대국을 섬기는 자는 하늘〈의 이치를〉 경외敬畏하는 자이다. 하늘〈의 이치를〉 즐거워하는 자는 천하를 보전할 수 있고, 하늘〈의 이치를〉 경외하는 사람은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이대사소자以大事小者 낙천자야樂天者也 이소사대자以小事大者 외천자야畏天者也 낙천자보천하樂天者保天下 외천자보기국畏天者保其國]” 맹자孟子가 천天에 대한 태도로 소국小國과 대국大國의 자세를 구분한다면, 《노자老子》는 대국大國이 아래에 처한다는 원리로부터 관계의 축을 이끌어간다.
注
강과 바다가 큰 곳을 차지하고 아래쪽에 처해 있기 때문에 모든 시냇물이 그것을 향해 흘러들고, 큰 나라가 큰 곳을 차지하고 아래쪽에 처하면 천하 사람들이 그에게로 흘러들 것이다.
그래서 “큰 나라는 아래쪽에 처한다.”고 했다.
注
〈암컷은〉 고요히 가만히 있으면서 구하지 않는데 만물이 스스로 그에게 돌아온다.
암컷은 늘 고요함으로 수컷을 이기고 고요함으로 아래가 된다.
注
〈암컷의〉 고요함으로써 하기 때문에 아래가 될 수 있다. ‘빈牝’이란 암컷이다.
수컷은 조급히 움직이고 탐욕스러운데 암컷은 늘 고요함으로 하는 까닭에 능히 수컷을 이길 수가 있다. 〈암컷의〉 고요함으로 다시 아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만물이 그에게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 아래에 처하면(자신을 낮추면)
注
‘큰 나라로서 아래에 처한다.’는 말은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 아래에 처한다(낮춘다)’는 말과 같다.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 아래에 처하면(낮추면) 큰 나라에게 취해지니.
그러므로 어떤 경우는 아래에 처하여 취하고 어떤 경우는 아래에 처하여 취해지는데
注
오로지 낮춤의 〈덕을〉 닦은 후에야 비로소 각자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는 말이다.
큰 나라는 다른 사람들을 다 거느리기를 바랄 뿐이고, 작은 나라는 다른 사람 밑에 들어가 섬기기를 바랄 뿐이다.
〈큰 나라와 작은 나라〉 둘이 각자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나라는 마땅히 아래에 처해야 한다.
注
작은 나라는 아래에 처하는 〈미덕을〉 닦아 스스로를 보전할 뿐 천하가 돌아오게 할 수는 없다.
큰 나라가 아래에 처하는 〈미덕을〉 닦으면 천하가 돌아온다.
그래서 “각자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큰 나라는 마땅히 아래에 처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