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日前某官某는 謹東向再拜하고 寓書浙東觀察使中丞李公閤下하노라
籍聞議論者皆云 方今居古
之職
하야 坐一方得專制於其境內者
에 惟閤下心事
하야 與俗輩不同
이라하니라
近者
에 閤下
到京師
하니 籍於李君友也
라 不見六七年
이러니
聞其至하고 馳往省之하야 問無恙外에 不暇出一言하고 且先賀其得賢主人하니
에 籍益聞所不聞
하고 籍私獨喜
하야 常以爲自今已後
로 不復有如古人者
러니 於今忽有之
라호라
今去李中丞이 五千里니 何由致其身於其人之側하야 開口一吐出胸中之奇乎아하고 因飮泣不能語호라
旣數日에 復自奮曰 無所能人은 乃宜以盲廢어니와 有所能人은 雖盲當廢於俗輩요 不當廢於行古人之道者라
李中丞取人에 固當問其賢不賢이요 不當計其盲與不盲也라
當今盲于心者皆是로되 若籍은 自謂獨盲於目爾이요 其心則能別是非하니 若賜之坐而問之면 其口固能言也라
幸未死에 實欲一吐出心中平生所知見이니 閤下能信而致之於門邪아
籍又善於古詩
하니 使其心不以憂衣食亂
하고 閤下無事時
에 一致之座側
하야 使跪進其
하고 閤下憑几而聽之
면 未必不如聽
也
리라
使籍誠不以畜妻子憂饑寒亂心
하고 有錢財以
이면 其盲未甚
하니 其復見天地日月
이리라
09. 장적張籍을 대신해 이절동李浙東에게 준 편지
눈이 먼 한 가지 일로 복받치는 슬픔과 분함을 토로하였다.
모월某月 모일某日에 전前 모관某官 모某는 동쪽을 향해 삼가 두 번 절하고서 절동관찰사浙東觀察使 중승中丞 이공李公 합하閤下께 글을 올립니다.
제가 의논하는 자들의 말을 듣건대, 모두 “오늘날 옛 방백方伯과 연수連帥의 직위職位에 있으면서 한 지방에 앉아 그 경내境內를 전제專制하는 사람 중에 오직 합하만이 심중에 생각하는 일이 뛰어나시어 세속의 무리와 같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근자에 합하의 종사從事인 협률랑協律郞 이고李翶가 경사京師에 왔는데, 그는 저의 벗으로 서로 만나지 못한 지가 6, 7년이 되었습니다.
그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달려가서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물은 뒤에 한마디 말도 할 겨를 없이 먼저 그가 어진 주인을 만난 것을 축하하였습니다.
그러자 이군李君이 “그대가 어찌 그분에 대해 자세히 알겠는가?
내 그대에게 자세히 말해주겠노라.”고 하였습니다.
그와 함께 지낸 며칠 동안 전에 듣지 못했던 합하의 사적事績을 더욱 많이 듣고는, 저는 홀로 기뻐하면서 마음속으로 항상 “오늘 이후로는 다시 옛사람 같은 분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여겼는데, 지금 갑자기 그런 분이 출현하였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물러나 집으로 돌아와서는 스스로 저의 불행을 슬퍼하면서 “두 눈이 사물을 볼 수 없으니 천하에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다.
가슴속에 아무리 품은 지식이 있다 한들 집안에 재산이 없어서 자력으로는 한 발짝도 갈 수 없는데,
지금 이중승께서 계시는 곳과의 거리가 5천 리이니, 무슨 수로 이중승 곁으로 가서 가슴속에 품은 기책奇策을 토로할 수 있겠는가?”라고 하고는 눈물을 삼키며 말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며칠이 지난 뒤에 다시 스스로 분발하여 말하기를 “재능이 없는 사람은 소경이 되었으면 버림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재능이 있는 사람은 비록 소경이 되었더라도 세속의 무리에게 버림을 받는 것은 마땅하고, 옛사람의 도道를 행하는 분에게 버림을 받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절수浙水 이동 일곱 주州에 가호家戶가 수십만 호 이상인데, 〈그중에〉 소경이 아닌 자가 어찌 한량이 있겠는가?
이중승李中丞께서 사람을 취함에 본래 현능賢能하냐 현능하지 못하냐를 물어야 하고, 소경이냐 소경이 아니냐를 따져서는 안 될 것이다.
오늘날 마음이 소경인 자가 대부분인데, 나로 말하면 ‘눈만 멀었을 뿐, 마음은 옳고 그름을 분변할 수 있다.’고 자부하니, 만약 나에게 자리를 주어 앉혀놓고서 묻는다면 입은 본래 말을 할 수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죽기 전에 실로 평소 마음속에 쌓인 지식과 견해를 한 번 토로하고자 하니, 합하閤下께서 믿고서 저를 문하로 불러주시겠는지요.
저는 또 고시古詩를 잘 지으니, 의식衣食 걱정으로 마음을 어지럽지 않게 하고서 합하께서 일이 없는 한가할 때에 곁으로 불러들여 저로 하여금 꿇어앉아 시詩를 낭송朗誦해 올리게 하여, 합하께서 궤几에 기대어 들으신다면 반드시 관악管樂‧현악絃樂‧타악打樂 등의 소리를 듣는 것만 못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로 소경은 하는 일에만 마음을 오로지 쓰기 때문에 기예技藝에 반드시 정통精通합니다.
그러므로 악공樂工들은 모두 소경이니, 저도 혹 이 무리와 같을 수 있습니다.
가령 제가 처자妻子를 먹이는 일과 기한飢寒의 근심으로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고 돈과 재물이 있어서 의약醫藥을 살 수 있다면, 저의 맹증盲症이 아직 심하지 않으니 다시 천지天地와 일월日月을 볼 수 있는 희망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버림을 받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죽는 날까지의 생명은 모두 합하閤下께서 주신 것입니다.
합하께서 이미 끊어진 생명을 이어주시고 이미 소경이 된 시력視力을 회복시켜 주신다면 그 중대한 은혜를 제가 어찌 갚아야 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