朋友道缺絶久
하야 無有相
之道
어늘 僕何幸乃得吾子
아
僕常閔時俗人有耳不自聞其過
하야 惟恐己之不自聞也
러니 而今而後
에 有望於吾子矣
로라
在京城時
에 之徒相訾百倍
러니 足下時與僕居
하야 朝夕同出入起居
하니 亦見僕有不善乎
아
僕在京城一年
에 不一至貴人之門
하니 요 與己合者則從之遊
하고 不合者雖造吾廬
라도 未嘗與之坐
하니 此豈徒足致謗而已
리오
故至此已來로 剋己自下하야 雖不肖人至라도 未嘗敢以貌慢之온 況時所尙者耶아
然
하며 古人有言曰
라하니 願足下不憚煩
하고 苟有所聞
이면 必以相告
하라
과오過誤를 일러주는 남의 말을 듣기 좋아하는 가운데 실로 몸을 곧게 지키려는 뜻이 있다.
편지를 보내어 나의 과오를 일러주셨으니, 나에 대한 우정友情이 지극한 그대가 아니라면 내가 어디에서 이런 말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벗 사이의 도리가 끊어진 지 오래여서, 서로 바른말로 충고忠告하거나 도덕과 학문을 서로 권면勸勉하는 일이 없는데, 나는 무슨 행운으로 그대 같은 벗을 만난 것입니까?
나는 세속 사람들이 귀가 있으면서도 자기의 허물을 듣지 못하는 것을 항상 딱하게 여기면서 나도 자신의 허물을 듣지 못할까 두려워하였는데, 오늘 이후로는 그대에게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족하足下는 나와 사귄 지 오래이니, 내가 지키는 바는 족하도 잘 아실 것입니다.
내가 경사京師에 있을 때에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들의 비방이 지금보다 백 배나 더하였는데, 그때 족하께서 나와 거처居處하며 아침저녁으로 출입出入과 기거起居를 함께하였으니, 족하께서도 나에게 선량善良하지 못한 점이 있는 것을 보셨습니까?
그러나 물러나와 생각해보니, 비록 하늘에게 죄를 얻을 만한 일은 없었으나 사람들에게 죄를 얻을 만한 일은 있었습니다.
내가 경성京城에 있는 1년 동안 한 번도 귀인貴人의 집에 찾아간 적이 없었으니 사람들이 따르는 자들을 나는 깔본 것이며, 나와 뜻이 맞는 사람은 어울려 교유交遊하고 뜻이 맞지 않는 사람은 비록 나의 집에 찾아와도 그와 한 자리에 앉아 말을 나눈 적이 없었으니, 이런 나의 행위가 어찌 남의 비방을 부르기에만 충분할 뿐이었겠습니까?
남에게 주륙誅戮을 당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입니다.
지난날을 회상回想하면 몸이 떨리고 마음이 섬뜩합니다.
그러므로 이곳에 온 뒤로는 자신을 억제하고 자신을 낮추어 비록 불초不肖한 사람이 찾아와도 감히 얼굴에 업신여기는 기색을 보인 적이 없는데, 하물며 당시 사람들이 높이는 자이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비방을 받을 걱정이 거의 없어질 것이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다시 이러쿵저러쿵할 줄은 몰랐습니다.
옛말에 “벗을 비방하는 뜬소문을 듣고도, 헐뜯는 자들이 말하는 그런 행위가 그 벗에게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고 하였는데, 아!
지금 세상에는 이런 사람을 다시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군자는 소인들이 시끄럽게 떠든다 하여 그 조행操行을 바꾸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내 어찌 이와 같이 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뜻을 굽히고 순종하며 안색을 살펴 비위를 맞추면서 그 뜻을 맞추지 못할까 두려워해도 오히려 이러쿵저러쿵하는 비난을 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자로子路는 자기의 허물을 들으면 기뻐하였고, 하우夏禹는 선언善言을 들으면 수레에서 내려 절을 하였다고 하였으며, 옛사람의 말에 “나에게 나의 허물을 일러주는 사람은 나의 스승이다.”라고 하였으니, 바라건대 족하足下께서는 귀찮게 여기지 마시고 들리는 말이 있거든 반드시 일러주십시오.
나 또한 그대에게 보답할 것이고 감히 그대의 말을 빈말로 만들지 않을 것이며, 감히 잊지도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