臣聞人情은 不問賢愚하고 莫不畏天而嚴父라 然而疾痛則呼父하고 窮窘則號天이라하니
蓋情發於中하야 言無所擇이니 豈以號呼之故로 謂無嚴畏之心이릿고
今臣之所患이 不止於疾痛이요 而所憂有甚於窮窘하니 若不號呼於君父면 更將趨赴於何人이릿고
臣은 本無學術하고 亦無材能이나 惟有忠義之心은 生而自許하니이다
但信道直前하야 謂人如己라 旣蒙深知於聖主하니 肯復借交於衆人이리오
竊伏思 宣帝
는 漢之英主也
로되 以
하고 太宗
은 唐之興王也
로되 以
하니 自古忠臣烈士 遭時得君
이로되 而不免於禍者 何可勝數
리오
而臣은 獨蒙皇帝陛下始終照察하야 愛惜保全하시니 則陛下聖度 已過於宣帝太宗이요 而臣之遭逢이 亦古人所未有니이다
日月在上하니 更何憂虞리오마는 但念世之憎臣者多하고 而臣之賦命至薄하야 積毁消骨하고 巧言鑠金이라
하고 하니 儻因疑似
하야 復至人言
이면 至時
에 雖欲自明
이나 陛下亦難屢赦
라
晉
는 乃王敦之弟也
로되 而不害其爲元臣
하고 는 源休之甥也
로되 而不廢其爲宰相
하니이다
臣與反者
로 이어늘 獨於寬大之朝
에 爲臣終身之累
하니 亦可悲矣
니이다
凡今游宦之士 稍與貴近之人
으로 有
과 하면 則所至
에 便蒙異待
하고 人亦不敢交攻
이니이다
況臣은 受知於陛下中興之初하야 效力於衆人未遇之日이어늘 而乃毁訾不忌하고 踐踏無嚴하니이다
臣何足言이리오마는 有辱天眷하니 此臣所以涕泣而自傷者也니이다
今臣
은 旣安
하고 又忝
하니 非敢別有僥求
하야 更思錄用
이니이다
但患難之後
에 積憂傷心
하고 風波之間
에 怖畏成疾
하니 敢望陛下憫餘生之無幾
하시고 究前日之異恩
하사 或乞移臣淮浙間一小郡
하야 稍近墳墓
하고 漸謀歸休
하시면 異日
에 復得以枯朽之餘
로 仰瞻
하리니
然後에 退伏田野하야 自稱老臣하야 追敍始終之遭逢하야 以(託)[詫]鄕隣之父老하면 區區志願이 永畢於斯리이다
故로 所代滕甫辯謗處에도 亦種種刺骨하야 嗚咽涕洟하니라
06. 등보滕甫를 대신하여 비방을 변명하고 군직郡職을 맡을 것을 청한 글
신臣이 듣건대 “사람의 심정心情은 어질고 어리석음을 불문하고, 하늘을 두려워하고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으나, 병들어 아프면 아버지를 부르고 곤궁하면 하늘에 호소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나와서 말을 가릴 겨를이 없어서이니, 어찌 하늘에 부르짖고 아버지를 불렀다고 해서 하늘을 두려워하고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이 없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신臣이 걱정하는 바는 질통疾痛에 그치지 않고 근심하는 바는 곤궁보다 더 심함이 있으니, 만약 군부君父에게 호소하고 하소연하지 않는다면 다시 장차 누구에게 달려가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성자聖慈하신 폐하께서는 다소나마 가엾게 여기고 살펴주소서.
신臣은 본래 학식이 없고 재능 또한 없으나 오직 충의로운 마음만은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났다고 자부하였습니다.
옛날 계손씨季孫氏가 말하기를 “군주에게 예禮가 있는 자를 보면 내가 그를 섬기기를 효자가 부모를 공양하듯이 하고, 군주에게 무례하게 구는 자를 보면 내가 그를 주벌하기를 매와 새매가 참새들을 쫓는 것처럼 하겠다.”라고 하였으니,
신臣이 비록 불초하나 진실로 이 말을 실천하였습니다.
다만 도道를 믿고 곧장 앞으로 나아가면서 남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미 성주聖主에게 깊이 인정을 받았으니, 어찌 다시 중인衆人에게 교분을 빌리고자 하였겠습니까?
미련하고 어리석은 대로 행동하여 이것이 쌓여 원한이 되었습니다.
신臣이 한번 황상皇上의 좌우를 떠난 지 12년이 되었으니, 서서히 적셔드는 참소가 어느 곳인들 있지 않겠습니까?
심지어는 ‘신臣이 은밀히 반역자와 한 도당이 되어서 고의로 죄인을 풀어주었다.’고까지 말하니, 만약 이 말대로라면 신臣은 죽어도 그 죄책을 다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선제宣帝는 한漢나라의 영명英明한 군주였으나 한마디 말 때문에 양운楊惲을 죽였고, 태종太宗은 당唐나라를 일으킨 현군賢君이었으나 한마디 말 때문에 유계劉洎를 죽였으니, 예로부터 충신忠臣과 열사烈士가 좋은 때를 만나고 군주의 신임을 얻었으나 화를 면치 못한 경우를 어찌 다 셀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신臣은 유독 황제폐하께서 시종 굽어 살피시어 아껴주고 보존해주시는 은혜를 입고 있으니, 폐하의 성스러운 도량이 이미 한漢나라 선제宣帝와 당唐나라 태종太宗보다 뛰어나고, 신臣이 지우知遇를 입은 것이 또한 옛사람에게 일찍이 없었던 바입니다.
해와 달처럼 밝으신 군주가 위에 계시니 신臣이 다시 무엇을 근심하겠습니까마는 다만 생각하건대, 세상에 신臣을 미워하는 자들이 많고 신臣의 타고난 운명이 지극히 기박하여 훼방이 쌓여서 뼈를 녹이고 공교로운 참언讒言이 쇠를 녹이고 있습니다.
시장市場의 호랑이가 세 사람의 말로 이루어지고, 베 짜던 북을 던지고 도망한 것이 같은 말이 여러 번 반복됨에서 일어났으니, 혹시라도 의심하고 있는 터에 다시 비방하는 말이 이르게 된다면 그때에 가서 비록 스스로 해명하고자 한들 폐하께서 또한 번번이 사면赦免하시기가 어려우실 것입니다.
신臣은 이 때문에 지금 무사할 때에 위태롭고 괴로운 말씀을 다소나마 아뢰는 것입니다.
진晉나라 왕도王導는 바로 왕돈王敦의 종제從弟였으나 큰 공신이 됨에 무방하였고, 최조崔造는 원휴源休의 생질이었으나 재상이 되는 데에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신臣은 반역한 자와의 정의情誼가 길 가는 사람처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유독 이 관대한 조정에서 신臣의 종신終身의 누累로 삼고 있으니, 또한 슬플 만합니다.
지금 모든 벼슬하는 선비들은 신분이 높은 분이나 근신近臣들과 조금이라도 연척連戚이 되고 약간의 구면舊面만 있으면 이르는 곳마다 곧바로 특별한 대우를 받고 사람들도 감히 공격하지 못합니다.
더구나 신臣은 폐하께서 중흥中興하는 초기에 지우知遇를 받아서 다른 사람들이 폐하를 만나기 전에 힘을 다 바쳤는데도 거리낌 없이 신臣을 헐뜯고 비방하며 무엄無嚴하게 짓밟고 있습니다.
미천한 신臣이야 어찌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마는 성상聖上의 돌보심에 누累가 되고 있으니, 이 때문에 신臣이 눈물을 흘리면서 스스로 서글퍼하는 것입니다.
지금 신臣은 이미 좋은 지방을 편안히 여기고 또 청반淸班에 올랐으니, 감히 별도로 요행히 바라는 것이 있어서 다시 녹용錄用되기를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환란을 겪은 뒤에 근심이 쌓여서 마음이 상하고 풍파를 겪는 사이에 두려워서 병이 되었으니, 감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신臣의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가엾게 여기시고 지난날의 특별한 은혜를 끝까지 내리셔서, 혹 신臣을 회하淮河와 절강浙江 사이의 한 작은 군郡으로 옮기셔서 다소나마 고향의 선영先塋에 가깝게 하고 점차 고향으로 돌아가 쉴 것을 도모할 수 있게 하여주신다면, 후일 다시 마르고 늙은 몸으로 천일天日의 의표儀表를 우러러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뒤에 신臣이 전야田野에 물러나 있으면서 스스로 노신老臣이라고 칭하며 시종 훌륭한 군주를 만났던 지난 일을 말하고 이웃의 부로父老들에게 자랑한다면, 구구區區한 소원이 영원히 여기에서 다할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폐하께서는 저의 마음을 가엾게 여기시고 저의 어리석음을 살피셔서 그 죄를 용서하소서.
신은 은혜에 감사하고 죄를 알아서 격절激切하고 두려워하는 지극한 마음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살펴보건대 자첨子瞻은 일생 동안 억울하게 참소와 모함을 받아 왕왕 가슴이 아팠었다.
그러므로 등보滕甫를 대신해서 비방을 변명한 글에서도 또한 종종 뼈에 사무친 내용이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오열하며 눈물, 콧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