准故事
컨대 郊祀旣成
에 乘輿還齋宮
하시면 改服
하고 이 作樂還內
하나니 然後
에 后妃之屬
이 中道迎謁
이라도
竊見
이 崇奉大祀
에 嚴恭寅畏
가 度越古今
하시니 四方來觀
에 莫不悅服
이니이다
今車駕方
어늘 而內中車子 不避仗衛
하고 爭道亂行
하니 臣愚
는 竊恐於觀望有損
하야 不敢不奏
하노이다
03. 궁중宮中의 수레가 길을 다투어 행렬을 어지럽힌 것을 아뢴 차자箚子
조정朝廷의 체통을 엄숙하게 하였으니, 동방삭東方朔이 동언董偃을 탄핵하여 아뢴 것과 같다.
신臣이 삼가 살펴보건대 한漢나라 성제成帝가 감천궁甘泉宮의 태치泰畤에서 교사郊祠를 지내고 분음汾陰에서 후토后土(土地神)에게 제사를 지낼 적에 조소의趙昭儀가 항상 수행하여 촉거屬車 사이에 있었는데, 이때 양웅揚雄이 승명전承明殿에서 대조待詔하다가 부賦를 지어 풍간諷諫하였습니다.
그 대략大略에 이르기를 “상상하건대 서왕모西王母가 흔연欣然히 축수祝壽하는 술잔을 올림이여! 옥녀玉女
를 물리치고 복비虙妃를 물리쳤을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은 부녀자가 재계齋戒하고 제사하는 사이에 참여해서는 안 됨을 말한 것입니다.
신臣이 지금 하관夏官(兵部)에 자리만 차지하여 노부사鹵簿使의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고사故事에 따르면 교사郊祀가 끝난 다음 황제가 타신 수레가 재계齋戒하는 궁宮으로 돌아오면 통천관通天冠과 강사포絳紗袍로 바꿔 입고 교방敎坊의 균용鈞容에서 풍악을 연주하는 가운데 궁궐 안으로 돌아오시니, 그런 뒤에 후비后妃의 무리들이 중도에서 황제皇帝를 맞이하고 배알拜謁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이미 떳떳한 예禮가 아니거늘 하물며 제사祭祀하는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중궁中宮과 액정掖庭에 있는 비빈妃嬪들이 구진勾陳과 표미豹尾의 사이에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엎드려 보건대 두 성인聖人이 큰 제사를 높이 받드시어 엄숙하고 공손하고 두려워하여 고금古今에 뛰어나시니, 사방에서 와서 구경함에 기뻐하고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지금 황제께서 탄 수레가 막 태묘太廟에서 숙재宿齋하려고 하는데, 궁중에 있는 수레들이 위장衛仗(儀仗隊)을 피하지 않고 길을 다투어 항렬行列을 어지럽히니, 어리석은 신臣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바라봄에 손상損傷됨이 있을까 염려되어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