遠竄島夷
에 偶未書於
이러니 逃歸空谷
에 固喜聞於足音
이라
으로 緣飾政刑
하고 漢循吏之風流
로 本源經術
하니이다
暫屈雲霄之步
하야 來蘇
之民
이러니 憐遷客之無歸
하야 墜尺書而起廢
하야 助其羽翼
하고 借以齒牙
하시니
이 이하는 남해로 유배 갔을 적에 지은 것이다.
멀리 도이島夷 지방(해남도)으로 유배 가서 우연히 귀록鬼錄의 명부에 이름이 오르지 않았는데, 빈 골짜기로 달려 돌아옴에 진실로 발자국 소리를 듣고 기뻐하였습니다.
더구나 청묘淸廟의 호련瑚璉과 같은 자질로 명당明堂의 고리나무와 가래나무의 쓰임이 되시니, 이름을 듣고자 하였으나 감히 청하지 못했는데 어찌 먼저 안부를 물어주시리라고 생각했겠습니까?
공손히 생각하건대 제형형부提刑刑部께서는 한 시대에 재주가 높고, 많은 선비들 가운데에 명망이 대단하십니다.
노魯나라 여러 학자들의 덕업德業으로 정사政事와 형벌을 아름답게 꾸미시고, 한漢나라 순리循吏의 풍모로 다스림이 경학에 근본하였습니다.
잠시 운소雲霄의 걸음을 굽혀 영교嶺嶠에 와서 이 지방 백성들을 소생시키셨는데, 귀양 온 나그네가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을 가엾이 여기시고 편지를 보내셔서 버려진 사람을 흥기시켜 그 우익羽翼을 도와주고 칭찬해주셨습니다.
저는 다만 야위고 노쇠한 나머지에 저를 밀어주시는 공公의 노력에 부응하기 어려울까 근심됩니다.
감사하고 또 부끄러워서 말씀드릴 바를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