迂愚之守를 沒齒不移하니 廢逐之餘에 歸田已幸이라
賓出日於
에 山川炳燿
하고 傳夕烽於海嶠
에 鼓角淸閑
이라
此蓋伏遇某官이 股肱元聖하고 師保萬民하사 才全而德不形하고 任重而道愈遠이라
策蹇磨鈍하야 少答非常之遇하고 息黥補劓하야 漸收無用之材하리니 過此以還은 未知所措로소이다
27. 등주登州에 부임해서 양부兩府에 사례한 계啓
저는 오활함과 어리석음을 지켜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았으니, 버림받고 쫓겨난 뒤에 전원으로 돌아온 것도 참으로 다행입니다.
그런데 어찌 황제의 명령을 베푸는 지방관을 맡기셔서 홀연히 늙고 쇠약한 몸을 영화롭게 하실 줄 알았겠습니까?
돌아보건대 이 동쪽 고을인 등주登州는 아래로 북쪽 변방과 접해 있으니, 풍속은 제齊나라와 노魯나라의 후덕함에 가깝고 자취는 모두 진秦․한시대漢時代의 옛것입니다.
뜨는 해를 여초麗譙에서 공경히 맞이함에 산천이 찬란하고, 저녁 봉홧불을 바닷가에서 올림에 고각鼓角소리가 맑고 한가롭습니다.
돌아보건대 이곳의 조용하고 즐거운 생활은 필설筆舌로 형용하기 어려우니, 저와 같이 망령되고 용렬한 자가 함부로 차지한 것이 가소롭습니다.
이는 모관某官의 은혜 덕분이니, 모관某官께서는 원성元聖(임금)을 보필하고 만민萬民의 사보師保가 되시어 재주가 온전한데도 덕을 드러내지 않고 임무는 막중한데 갈 길은 더욱 멉니다.
공로가 있는 사람을 부리는 것이 허물이 있는 사람을 부리는 것만 못하고, 잘못을 살펴보면 충분히 인仁을 알 수 있다고 여기시어 특별히 칭찬의 말씀을 베푸셔서 간곡히 우익羽翼을 이루어주셨습니다.
제가 감히 부령簿領(공무公務)을 부지런히 처리하고 간서簡書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절뚝거리는 말을 채찍질하고 무딘 칼을 갈아서 비상한 지우知遇에 다소나마 보답하고, 묵형墨刑을 지우고 베인 코를 보전해서 쓸모없는 재주를 점점 거두려 하오니, 이 이상은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