夫發而有所動者 不仁이면 則不可以久요 不順이면 則不可以行이라
故로 因而重之하야 使之動而能變하고 變而不窮이라
故로 曰 重巽以申命이라하니 言天子之號令이 如此而後可也니라
今夫日은 皆知其所以爲煖(暖)이요 雨는 皆知其所以爲潤이요 雷霆은 皆知其所以爲震이요 雪霜은 皆知其所以爲殺이로되
至於風하야는 悠然布於天地之間하야 來不知其所自하고 去不知其所入하야 噓而炎하고 吹而冷하며 大而鼓乎泰山喬嶽之上하고 細而入乎窾室蔀屋之下하야
發達萬物이로되 而天下不以爲德하고 摧拔草木이로되 而天下不以爲怒라
故로 曰 天地之化育은 有不可求而得者라하니 此는 聖人之所法以令天下之術也니라
士者皆曰 吾學而仕라하고 農者皆曰 吾耕而食이라하고
工者皆曰 吾作而用이라하고 賈者皆曰 吾負而販이라하야
不知聖人之制命令以鼓舞하고 通變其道하야 而使之安乎此也라
聖人之在上也에 天下可由而不可知요 可言而不可議는 蓋得乎巽之道也니라
而說者謂甲庚은 皆所以申命이요 而先後者는 愼之至也라하니라
故로 先三日而令之하고 後三日而申之하고 不從而後誅하시니 蓋其用心之愼也라
以至神之化로 令天下하야 使天下不測其端하고 以至詳之法으로 曉天下하야 使天下明知其所避하니 天下不測其端하고 而明知其所避라 故로 靡然相率而不敢議也하나니
02. 거듭된 손巽으로써 명령을 거듭해야 한다는 논論
옛날 성인聖人이 처음 괘卦를 그으실 적에 괘卦를 모두 물건에 배합하였으니, 손괘巽卦를 바람에 배합한 것은 발發하여 동動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요, 나무에 배합한 것은 인仁하고 또 순順하기 때문이었다.
발發하여 동動하는 바가 있을 적에 인仁하지 못하면 오래 갈 수가 없고 순順하지 못하면 시행될 수가 없다.
그러므로 발發함에 인仁하고 동動함에 순順하면 손巽의 도道가 구비되는 것이다.
성인聖人이 생각하기를 ‘거듭하지 않으면 변할 수가 없다.’고 여기셨다.
그러므로 인하여 손巽을 거듭해서 동動하면 능히 변하고 변하여 그치지 않게 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거듭된 손巽으로써 명령을 거듭한다.”라고 하였으니, 이와 같이 한 뒤에야 천자天子의 호령이 행해질 수 있음을 말한 것이다.
천지天地의 화육化育은 지적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찾아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저 해(태양)는 누구나 다 이것이 따뜻함이 되는 것임을 알고, 비는 누구나 다 이것이 적셔주는 것임을 알고, 우레와 벼락은 누구나 다 진동震動하는 것임을 알고, 눈과 서리는 누구나 다 초목을 말려 죽이는(숙살肅殺) 것임을 안다.
하지만 바람에 있어서는 조용히 천지天地의 사이에 펴져서 어디에서 왔는지를 알지 못하고 어디로 들어가는지를 알지 못하여, 뜨거운 바람이 불면 더워지고 차가운 바람이 불면 추워지며, 크게는 태산교악泰山喬嶽의 위에 불어대고 작게는 움집과 거적의 아래에까지 들어간다.
그리하여 만물을 발달시키는데도 천하天下가 은덕으로 여기지 않고, 초목草木을 꺾고 뽑는데도 천하가 노여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천지天地의 화육化育은 찾아서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하는 것이니, 이는 성인聖人이 본받아서 천하天下에 호령하는 방법이다.
성인聖人이 윗자리에 있으면 천하天下의 백성들이 각각 그 직분을 얻어서,
선비들은 모두 말하기를 “내가 배워서 벼슬한다.”라고 하고, 농사꾼은 모두 말하기를 “내가 밭을 갈아서 먹는다.”라고 하고,
공인工人들은 모두 말하기를 “내가 물건을 만들어서 사용한다.”라고 하고, 장사꾼들은 모두 말하기를 “내가 물건을 져다가 팔아먹고 산다.”라고 한다.
그리하여 성인聖人이 명령을 내어서 자기를 고무시키고, 도道를 변통하여 자기로 하여금 이것을 편안히 여기게 함을 알지 못한다.
성인聖人이 윗자리에 있을 적에는 천하天下 사람들이 도리를 행할 수는 있으나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말은 할 수 있으나 비판할 수는 없으니, 이것은 손괘巽卦의 도道를 얻은 것이다.
역易이라는 것은 성인聖人의 동動함이고, 괘卦라는 것은 동動하는 때이다.
고괘蠱卦의 단사彖辭에 이르기를 “갑甲(시작)으로 먼저 삼일三日을 하고, 갑甲으로 삼일三日을 뒤에 한다.”라고 하였고, 손괘 구오巽卦 九五 효사爻辭에 또한 이르기를 “경庚(변경)으로 삼일三日을 먼저 하고, 경庚으로 삼일三日을 뒤에 한다.”라고 하였다.
이에 해설하는 자가 이르기를 “갑甲과 경庚은 모두 명령을 거듭하는 것이요, 먼저 하고 뒤에 하는 것은 삼감이 지극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성인聖人은 백성들의 어리석음을 민망히 여겨서 차마 백성들로 하여금 대번에 죄려罪戾에 빠지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3일 앞서 명령하고 3일 뒤에 거듭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은 이후에 처벌하셨으니, 그 마음 쓰심이 신중한 것이다.
지극히 신묘한 교화를 가지고 천하天下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단서를 측량하지 못하게 하고, 지극히 상세한 법을 가지고 천하 사람들을 깨우쳐서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피할 바를 분명히 알게 하였으니, 천하 사람들이 단서를 측량하지 못하고 피할 바를 분명히 알기 때문에 모두가 서로 따라서 감히 비판하지 못하는 것이다.
윗사람이 명령하는데 아랫사람이 비판하지 않고 아랫사람이 기꺼이 따라서 윗사람이 처벌하지 않는 것은 순順함이 지극한 것이다.
그러므로 손巽을 거듭하는 도道는 상하上下가 순順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