讀此而後에 可以身自信於天下하야 而成不韙之功이니 而行文斷續不羈하니라
辦天下之大事者는 有天下之大節者也니 立天下之大節者는 狹天下者也라
夫以天下之大로도 而不足以動其心이면 則天下之大節이 有不足立이요 而大事有不足辦者矣라
今夫匹夫匹婦 皆知潔廉忠信之爲美也하나니 使其果潔廉而忠信이면 則其智慮未始不如王公大人之能也로되
唯其所爭者 止於簞食豆羹하야 而簞食豆羹이 足以動其心하나니 則宜其智慮之不出乎此也라
簞食豆羹을 非其道不取면 則一鄕之人이 莫敢以不正犯之矣니 一鄕之人이 莫敢以不正犯之요 而不能辦一鄕之事者는 未之有也라
推此而上하야 其不取者愈大하면 則其所辦者愈遠矣리라
讓天下는 與讓簞食豆羹으로 無以異也요 治天下는 與治一鄕으로 亦無以異也라
天下之富는 是簞食豆羹之積也요 天下之大는 是一鄕之推也라
販夫販婦得一金에 而不知其所措는 非智不若이요 所居之卑也일새라
夫天下不能動其心이라 是故로 其才全이요 以其全才而制天下라 是故로 臨大事而不亂하니라
卿相之位
와 千金之富
를 有所不屑
은 將以自廣其心
하야 使窮達利害
로 不能爲之
하야 以全其才
하야 而欲有所爲耳
니라
後之君子도 蓋亦嘗有其志矣로되 得失이 亂其中하고 而榮辱이 奪其外라
夫以朝廷之尊으로 而行匹夫之讓이어시늘 孔子安取哉리시오
夫
는 天下未嘗有是
어늘 而伊尹始行之
로되 天下不以爲驚
하며 以臣放君
호되 天下不以爲僭
하고 旣放而復立太甲
호되 不以爲專
하니 何則
고
彼其視天下眇然하야 不足以動其心하니 而豈忍以廢放其君求利也哉리오
後之君子는 蹈常而習故하고 惴惴焉懼不免於天下라가
一爲希闊之行이면 則天下群起而誚之어든 不知求其素하고
而以爲古今之變하야 時有所不可者라하니 亦已過矣夫인저
批
에 斷續兩字
는 是文家血脈三昧處
라하니 非荊川
이면 不能道
니라
이 글을 읽은 뒤에야 자기 몸이 천하 사람들에게 믿어져서 위대한 공功을 이룰 수 있으니, 글을 쓴 것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여 속박당하지 않았다.
천하天下의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자는 천하의 큰 절개를 가지고 있는 자이니, 천하의 큰 절개를 세울 수 있는 자는 천하를 하찮게 여기는 자이다.
큰 천하를 가지고도 그 마음을 동요시킬 수 없다면, 천하의 큰 절개를 굳이 세울 것이 없고 천하의 큰일에 굳이 힘쓸 것이 없는 것이다.
지금 필부匹夫와 필부匹婦도 모두 청렴결백과 충신忠信함이 아름다움이 됨을 알고 있으니, 만약 과연 이 필부匹夫와 필부匹婦들이 청렴결백하고 충신하다면 그 지혜와 생각이 일찍이 왕공王公과 대인大人의 재능만 못하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오직 다투는 것이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에 그칠 뿐이어서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이 그 마음을 동요시킬 수 있으니, 그렇다면 그들의 지혜와 생각이 청렴결백하고 충신忠信한 데로 나오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을 도道가 아니면 취하지 않으니, 그렇다면 온 고을 사람들이 감히 부정한 것으로 그를 범하지 못할 것이니, 한 고을 사람들이 감히 부정한 것으로 그를 범하지 못하고서 한 고을의 일을 해내지 못하는 자는 있지 않다.
이것을 미루어 위로 올라가 그 취하지 않는 것이 더욱더 커지면 해내는 일이 더욱더 원대하게 되는 것이다.
천하天下를 사양하는 것은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을 사양하는 것과 차이가 없고,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한 고을을 다스리는 것과 또한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가려진 바가 있기 때문이다.
천하天下의 부富는 바로 한 그릇 밥과 한 그릇 국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요, 큰 천하는 바로 한 고을을 미루어 나간 것이다.
천금千金을 가진 집안의 자식이 아니면 천금千金의 자금을 운용하지 못한다.
하찮은 물건을 파는 가난한 지아비와 지어미가 1금金을 얻었을 적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은 지혜가 천금千金을 소유한 집안의 자식만 못해서가 아니요, 거처하는 바가 비천해서이다.
맹자孟子가 말씀하기를 “이윤伊尹이 유신有莘의 들에서 농사지으면서 그 도道가 아니고 그 의義가 아니면 비록 천하로써 녹祿을 주더라도 받지 않았다.”라고 하셨으니,
천하가 이윤伊尹의 마음을 동요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그 재주가 온전하였고, 그 온전한 재주를 가지고 천하를 통제하였기 때문에 큰일을 당하여도 어지러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옛날 군자君子들은 반드시 세상에 뛰어난 행실이 있었으나, 구차히 남들과 다르게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경상卿相의 지위와 천금千金의 부유함을 〈마음에 연연하여〉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것은 장차 스스로 자기 마음을 넓혀 궁달窮達과 이해利害로 하여금 자기 마음에 개체芥蔕가 되지 못하게 하여, 자신의 재주를 온전히 해서 훌륭한 일을 성취함이 있고자 했던 것이다.
후세의 군자들 또한 일찍이 이러한 뜻을 가지고 있었으나, 득실得失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영욕榮辱이 밖에서 빼앗는다.
이 때문에 여기에 치중해서 늙어 죽음에 이르도록 〈옛 군자들이 가졌던 뜻을 행할〉 겨를이 없으니, 또한 가련하게 여길 만하다.
공자孔子께서 《서경書經》을 차례로 엮으시다가 순舜임금과 우禹임금과 고요皐陶가 서로 사양하는 즈음에 이르러서는 아마도 크게 탄식하지 않은 적이 없으셨을 것이다.
높은 조정朝廷에서 필부匹夫의 사양을 실행하셨으니, 공자孔子께서 무엇을 취하셨겠는가?
부귀에 급급하지 아니하여 천하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복종시킴이 있음을 취하신 것이다.
태갑太甲이 폐위廢位를 당한 것은 천하에 일찍이 이러한 일이 있지 않았는데, 이윤伊尹이 처음으로 행하였으나 천하 사람들이 그것을 놀랍게 여기지 않았고, 신하로서 군주君主를 추방하였으나 천하 사람들이 참람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고, 이미 추방한 뒤에 다시 태갑太甲을 세웠으나 천하 사람들이 전횡專橫한다고 여기지 않았으니, 어째서인가?
이윤伊尹이 평소에 어떤 일도 〈마음에 연연하여〉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것이 충분히 사람들에게 믿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 이윤伊尹은 천하를 하찮게 여겨서 〈천하를 가지고도〉 자신의 마음을 동요시킬 수 없었으니, 어찌 차마 군주君主를 폐위廢位시키고 추방함으로써 이익을 추구했겠는가?
후세의 군자君子들은 평상적인 일을 행하고 예전의 것들을 익히면서 두려워 벌벌 떨고 천하의 비난을 면치 못할까 근심하다가,
한번 세상에 드문 행실을 하여 천하 사람들이 떼로 일어나 비방하면, 평소 자신이 행한 일에서 되찾을 줄을 모르고
“옛날과 지금이 시대가 변하여 시대에 따라 불가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니,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형천荊川(당순지唐順之)의 비평에 “단속斷續이라는 두 글자는 바로 문장가의 혈맥에 있어 삼매三昧(깊은 경지)인 곳이다.”라고 하였으니, 형천荊川이 아니면 이것을 말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