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송말원초(宋末元初)의 학자 마단림(馬端臨)(1254~1323?)이 삼황오제(三皇五帝)부터 남송(南宋) 영종(寧宗) 연간(1208~1224)까지의 전장제도(典章制度)를 통사적 안목에서 정리한 책으로, 지원(至元) 22년(1285)에 저술을 시작하여 대덕(大德) 11년(1307) 무렵에 완성되었다. 총 348권, 24개의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2. 저자
(1)성명:마단림(馬端臨)(1254~1323?)
(2)자(字)·별호(別號):마단림의 자는 귀여(貴與)‚ 호는 죽주(竹洲).
(3)출생지역:절강(浙江) 요주로(饒州路) 낙평주(樂平州)(현 강서성(江西省) 낙평현(樂平縣))
(4)주요활동과 생애
마단림은 마정란(馬廷鸞)(1222~1289)과 장씨(張氏) 부인(1228~1285) 사이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은 남송 도종(度宗) 시기에 우상(右相) 겸 추밀사(樞密使)를 역임했으나, 남송 말기에 고사도(賈似道)와의 정권다툼에서 밀려나 재상직을 그만두고 낙향하였다. 이후 남은 평생을 향리에 은거하면서 학문에만 몰두한 결과 현재까지 10여 편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특히 여러 차례 사관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독사순편(讀史旬編)》과 같은 사서를 편찬하기도 하였다. 마단림은 이러한 부친의 학문적 영향 하에 함순(咸淳) 연간에 조시(漕試)에서 장원이 되었다. 남송 멸망 후, 부친의 친구인 유몽염(留夢炎)이 이부상서(吏部尙書)가 되어 그를 천거하였으나 부친의 병 수발을 핑계로 출사를 극구 사양하였다. 부친이 사망한 이후에 자호서원(慈湖書院)과 가산서원(柯山書院)의 산장(山長) 및 태주로학(台州路學)의 교수(敎授)를 역임하면서 약 20여 년간에 걸쳐 《문헌통고》를 저술하였다.
(5)주요저작:저서로 《대학집전(大學集傳)》, 《다식록(多識録)》이 있다.
3. 서지사항
《문헌통고》의 ‘문(文)’은 경사(經史), 역대의 《회요(會要)》, 백가(百家)·전기(傳記) 등을 가리키며, ‘헌(獻)’은 당시 신료들의 주소(奏疏), 근대 여러 사람들의 평론 및 명류(名流)의 담론과 각종 소설이나 필기에 나타나는 기록을 말한다. ‘통(通)’은 ‘문헌’을 토대로 한 역대의 전장제도를 통사적(通史的) 안목에서 회통(會通)하고자 함을 말하며, ‘고(考)’는 저자의 견해와 평론을 뜻한다. 즉 각종 자료를 토대로 역대의 전장제도를 관통함으로써 그 변화과정을 밝히고, 역대 흥망성쇠의 원인을 찾아 역사의 경험과 교훈을 두루 살피고자 했던 저술 의도를 담고 있다.
책이 완성된 지 12년 후인 연우(延祐) 7년(1319)에 왕수연(王壽衍)을 통해 책의 존재가 조정에 알려지게 되자, 마단림은 전서(全書)를 선사(善寫)하라는 명을 받고 서목(序目)과 함께 총 68책을 진상하였다. 현재 통용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판본은 태정(泰定) 원년(1324)에 서호서원(西湖書院)에서 간행한 판본이다. 명대(明代)에는 왕기(王圻)가 《문헌통고》의 후속인 《속문헌통고(續文獻通考)》를 저술하였으며, 청대(淸代)에 들어와서는 왕명에 의해 6통의 하나인 《속문헌통고》가, 9통의 하나인 《황조문헌통고(皇朝文獻通考)》가, 10통의 하나인 《황조속문헌통고(皇朝續文獻通考)》가 편찬·간행되었다.
4. 내용
전체 348권은 주제에 따라 전부고(田賦考), 전폐고(錢幣考), 호구고(戶口考), 직역고(職役考), 정각고(征榷考), 시적고(市糴考), 토공고(土貢考), 국용고(國用考), 선거고(選舉考), 학교고(學校考), 직관고(職官考), 교사고(郊社考), 종묘고(宗廟考), 왕례고(王禮考), 악고(樂考), 병고(兵考), 형고(刑考), 경적고(經籍考), 제계고(帝系考), 봉건고(封建考), 상위고(象緯考), 물이고(物異考), 여지고(輿地考), 사예고(四裔考) 등 총 24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이 중에서 전부고~형고, 여지고, 사예고는 《통전(通典)》의 체제를 바탕으로 하되 천보(天寳) 연간 이전의 기사는 《통전》의 내용을 증보 또는 삭제하여 수록하였고, 경적고~물이고의 경우에는 《통전》에 없는 것으로 다른 책들로부터 수집하여 신설한 항목이다.
두우의 《통전》은 제도에 대한 기술은 물론 해당 제도가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평론을 거쳐 성립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는데, 《문헌통고》는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아 만들어진 책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또한 책 전체를 해설하기 위해 ‘총서(總序)’ 이외에 24개 매 분야마다 한 편의 짧은 서문을 두어, 각 분야의 고금 상하의 변화와 득실에 대한 개략을 알 수 있게 한 책이라는 특징이 있다.
5. 가치와 영향
《문헌통고》는 두우의 《통전》, 정초의 《통지(通志)》와 더불어 3통의 하나로 불리며, 송대 사학의 성과를 상징하는 저술로서 매우 중요시되었다. 청말 완원(阮元)은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통해서 역대의 역사를 알 수 있고, 《문헌통고》를 읽어야 역대의 제도를 알 수 있다.”라고 하며 《자치통감》과 《문헌통고》를 읽을 것을 제창하였다.
《통전》이 당대(唐代) 중기까지만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문헌통고》는 송말(宋末)까지를 다루고 있어서 그 수록범위가 광범위하여 역대 독서인들에 의해 널리 읽혀졌다. 특히 《송사(宋史)》에 없는 자료가 많다는 점에서 《송사》를 복원하는 사료로 활용 가치 또한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미 고려 말에 유입된 이래로 조선시대부터 왕실에서 의례 및 예악을 정비하는 참고서로 활용되었고, 각종 사안에 대한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자료 및 서적을 구입하기 위한 서책기(書冊記)로서도 이용되었다. 이러한 수요에 따라 거질(巨帙)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금속활자본인 갑진자(甲辰字)로 인출되어 유통되었다. 또한 지식인 계층에서는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역대의 제도를 상고하고 문헌을 고증하며, 책을 편집하기 위한 자료로 꾸준히 활용되었다. 이 책은 1769년(영조 45)에 우리나라의 각종 제도와 문물을 기록한 《동국문헌비고(東國文獻備考)》의 체제 형성에 영향을 주었으며, 특히 경적고의 경우에는 김휴(金烋)(1597~1638)가 편찬한 국내저술에 대한 해제서목인 《해동문헌총록(海東文獻總錄)》의 직접적인 저술동기가 되기도 하였다.
6. 참고사항
(1)명언
• “사실에 대한 서술은 경전과 사서에 근본하였고, 역대의 《회요(會要)》 및 백가·전기의 서적을 참고하여 믿을 만하고 증거가 있는 것은 따르고 괴이하고 의심스러운 것은 수록하지 않았으니 이른바 ‘문(文)’이다. 사실에 대한 논평은 당시 신료들의 주소를 먼저 취하였고, 그 다음으로 근대 여러 유자들의 평론까지 다루었으며, 명류들의 연담과 패관의 기록에까지 미쳤다. 그래서 전고의 득실을 바로잡고 사전의 시비를 증명할 수 있는 모든 한마디 이야기와 한마디 말들은 채택해서 수록하였으니 이른바 ‘헌(獻)’이다. 여러 역사와 전기의 기록에 수록되어 있으나 의심스러운 것과, 선유들의 논변에서 상고했지만 타당하지 않은 것은 정밀하게 연구하고 깊이 생각하여 유유히 터득한 점이 있으면 나의 뜻을 드러내어 그 뒤에 붙였으니, 그 책을 《문헌통고》라 명명한다.[凡敍事則本之經史 而參之以歷代會要以及百家傳記之書 信而有證者從之 乖異傳疑者不錄 所謂文也 凡論事則先取當時臣僚之奏疏 次及近代諸儒之評論 以至名流之燕談稗官之紀錄 凡一話一言可以訂典故之得失 證史傳之是非者 則採而錄之 所謂獻也 其載諸史傳之紀錄而可疑 稽諸先儒之論辨而未當者 研精覃思 悠然有得 則竊著己意 附其後焉 命其書曰文獻通考]” 〈자서(自序)〉
• “지금 수록한 것은 먼저 사대(四代)의 《사지(史志)》를 가지고 조목을 나열하였고, 그 가운데 근세까지 보존되어서 상고할 수 있는 것은 제가(諸家)의 서목(書目)에서 논평한 것을 뽑았고, 아울러 사전(史傳)과 문집(文集), 잡설(雜說), 시화(詩話)를 널리 수집하였으며, 의론이 미치는 바가 저작의 본말을 기록하고, 유전의 진위를 상고하며, 문리의 순일하고 잡박함을 고증할 수 있는 것이면 모두 갖추어 수록하였다. 그리하여 이 책을 보는 자로 하여금 마치 조정에 들어가서 한림원의 장서를 열람하는 것처럼 비단 그 책을 소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깊이 궁리한다면 뜻을 환히 밝힐 수 있도록 하였다. 비록 그 책은 없어도 이 책에서 그 책에 대한 품평을 읽어보면 그 책에 대한 단서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니, 견문이 넓어지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적고 제18을 지었다.[今所錄 先以四代史志 列其目 其存於近世而可考者 則採諸家書目所評 竝旁搜史傳文集雜說詩話 凡議論所及 可以紀其著作之本末 考其流傳之眞僞 訂其文理之純駮者 則具載焉 俾覽之者 如入群玉之府 而閲木天之藏 不特有其書者 稍加研窮 卽可以洞究旨趣 雖無其書者 味兹題品 亦可粗窺端倪 盖殫見洽聞之一也 作經籍考第十八]”〈경적고(經籍考) 총서(總敍)〉
(2)색인어:마단림(馬端臨), 마정란(馬廷鸞), 문헌통고(文獻通考), 통전(通典), 통지(通志), 삼통(三通), 전장제도(典章制度), 서호서원(西湖書院)
(3)참고문헌
• 文獻通考(中華書局)
• 文獻通考(華東師範大學出版社)
• 馬端臨與《文獻通考》(鄭瑞, 山西古籍出版社)
• 文獻通考硏究(王西明, 中州古籍出版社)
• 〈《文獻通考》 版本考〉(劉兆祐, 《國家圖書館官館刊》94年 第2期, 2005)
• 影印文淵閣四庫全書(商務印書館)
• 馬端臨家世考略(陳光崇, 史学史研究, 1980)
• 〈《문헌통고》 경적고의 서지학적 가치에 관한 재고〉(김소희, 《書誌學報》第33號, 2009)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