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지기(劉知幾)는 중국 당(唐)나라의 역사가이다. 역사학에는 ‘재(才), 學학, 識식’의 ‘삼장지재(三長之才)’가 필요하다고 설파한 그는 705년에서 710년 사이에 세계 최초의 역사학개론, 역사학입문서인 《사통(史通)》 〈내편(內篇)〉과 〈외편(外篇)〉 49편을 저술하였다.
2. 저자
(1)성명:유지기(劉知幾)(661~721). 《신당서(新唐書)》 권132에 〈유자현전(劉子玄傳)〉으로 되어 있는데, 당 현종(唐玄宗)의 휘(諱)인 융기(隆基)의 기(基)자가 지기(知幾)의 기(幾)자와 음이 같기 때문에 자(字)인 자현(子玄)을 썼다.
(2)자(字)·별호(別號):자는 자현(子玄), 봉호(封號)는 거소현자(居巢縣子), 시호(諡號)는 문(文).
(3)출생지역:팽성(彭城) 총정리(叢亭里)
(4)주요활동과 생애
아버지는 유장기(劉藏器)이고, 형은 유지유(劉知柔)이다. 아버지에게서 《고문상서(古文尚書)》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을 배웠는데, 《춘추좌씨전》을 듣고 물러나서는 의심나는 곳을 따져보면서 탄식하기를 “책이 이렇게 재미있으면 내가 왜 게으름을 피우겠는가!” 하며 역사책을 두루 읽었다. 진사과(進士科)에 급제하여 획가현(獲嘉縣) 주부(主簿)가 되었다. 측천무후(則天武后) 증성(證聖) 원년(695), 9품 이상 관원에게 현재의 정치에 대한 의견을 말하라고 조칙을 내리자, 사면을 자주 내지 말 것, 상벌을 엄히 할 것을 상소하여 강직하다는 평을 들었다. 서견(徐堅), 원행충(元行冲), 오긍(吳兢) 등과 사이좋게 지냈는데, “천하에 나를 아는 사람은 이 몇 사람뿐이다.”라고 하였다. 봉각사인(鳳閣舍人)으로 국사를 편찬했고 태자솔경령(太子率更令)에 발탁되었다. 측천무후 실록 편찬에 참여했다가 소지충(蕭至忠)의 편찬 감수를 비판하며 상소를 올렸는데, 이 상소가 《사통》 저술의 계기가 되었다. 태자좌서자(太子左庶子), 숭문관학사(崇文館學士)를 지냈고 거소현자(居巢縣子)라는 작위를 받았다. 《효경(孝經)》, 《주역(周易)》, 《노자(老子)》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였다. 국사 편찬에 참여한 것이 30년이고, 관직을 옮겼어도 사관의 직무는 맡았다. 현종 때 좌산기상시(左散騎常侍)로 옮겼다가, 안주별가(安州別駕)로 좌천되었다. 아들이 여섯인데 이름이 황(貺), 속(餗), 휘(彙), 질(秩), 신(迅), 형(逈)이다.
(5)주요저작:〈사신부(思愼賦)〉, 《유씨가사(劉氏家史)》, 《보고(譜考)》
3. 서지사항
《사통》은 측천무후(則天武后)의 실록이 편찬되던 705년 내지 706년에서 〈서문(序文)〉을 쓴 710년 2월 사이에 편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통》은 20권으로, 〈내편〉이 10권 39편, 〈외편〉이 10권 13편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나, 〈내편〉 10권 39편 중에서 〈체통(體統)〉, 〈비무(紕繆)〉, 〈이장(弛張)〉의 세 편이 없어졌고 제목만 남아 있다. 이렇게 내외 편으로 나누어져 있고, 없어진 편도 있기 때문에 《사통》의 내적 구조에 대해 다소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4. 내용
유지기는 측천무후 실록을 편찬하던 중 감수관(監收官)으로서 소지충에게 ①사관의 자질 부족, ②사료수집 체계의 미흡, ③기록의 비밀 누설, ④편찬 지침의 혼선, ⑤산삭(刪削) 원칙의 부재 등을 지적하는 상소를 올렸는데, 이것이 《사통》을 편찬하게 된 문제의식이었다. 《사통》의 내용은 《사통》 〈내편〉과 〈외편〉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외편〉이 〈내편〉을 부연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간단히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범주 | 내편 | 외편 |
역사서 연원과 종류 | 1. 육가(六家) 2. 이체(二體) 3. 재언(載言) | 1. 사관건치(史官建置) 2. 고금정사(古今正史) |
34. 잡술(雜述) |
기전체의 구조 | 4. 본기(本紀) 5. 세가(世家) 6. 열전(列傳) 7. 표력(表歷) 8. 서지(書志) |
역사서의 양식 | 9. 논찬(論贊) 10. 서례(序例) 11. 제목(題目) 12. 단한(斷限) 13. 편차(編次) 32. 서전(序傳) | 3. 의고(疑古) 4. 혹경(惑) 經 5. 신좌(申左) 6. 점 번(㸃煩) 7. 잡설 8. 잡 설 9.잡설 10.오행지착 오(五行志錯誤) 11. 오 행지잡박(五行志雜駁) 12. 암혹(暗惑) |
서술의 기준과 원칙 | 14. 칭위(稱謂) 15. 채찬(採撰) 16. 재문(載文) 17. 보주(補注) 18. 인습(因習) 19. 읍리(邑里) 20. 언어(言語) 21. 부사(浮詞) 22. 서사(敍事) |
23. 품조(品藻) 24. 직서(直書) 25. 곡필(曲筆) 26. 감식(鑒識) 27. 탐색(探賾) 28.모의(模擬) 29. 서사(書事) 30. 인물(人物) 33. 번생(煩省) |
역사가의 자격 | 31. 핵재(覈才) 35. 변직(辨職)
| |
집필 배경 | 서문 36. 자서(自敘) | 13.오시(忤時) |
5. 가치와 영향
송(宋)나라 황정견(黃庭堅)은 “문학을 논할 때는 《문심조룡(文心雕龍)》, 역사를 논할 때는 《사통(史通)》”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통》은 출간된 뒤 사학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사통》은 《구당서(舊唐書)》 〈경적지(經籍志)〉에 수록되지도 못하였고, 송(宋)나라 초기 왕효신(王曉臣)의 《숭문총목(崇文總目)》에는 잡사류(雜史類)에 포함되었다. 남송 정초(鄭樵)의 《통지(通志)》 〈예문략(藝文略)〉에 이르러 정사(正史) 부문의 통사류(通史類)에 분류되었다. 원(元)나라 마단림(馬端臨)의 《문헌통고(文獻通考)》 사평류(史評類)에 《사통》이 수록되었다. 정사의 사부(史部) 분류에서는 조금 늦어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이르러 사평류가 생겼고, 《사통》과 《당감》은 이 사평류에 속해 있다. 《사통》과 《당감》은 같은 사평이면서도 성격이 다른 책이다. 《사통》이 ‘역사학개론’, 세계 최초의 역사학통론으로, 장학성(章學誠)의 문사통의(文史通義)로 전통이 이어졌다.
6. 참고사항
(1)명언
• “양웅은 《주역(周易)》을 본떠 경(經)을 만들었다가 당시에 웃음거리가 되었고, 나는 《사통(史通)》을 저술했다가 세상 사람들에게 어리석다는 말을 들었다. 양웅의 《법언(法言)》은 남들에게 비난을 받았기 때문에 〈해조(解嘲)〉를 지었고, 나도 〈석몽(釋蒙)〉을 지었다. 양웅은 젊어서 범준(范逡)과 유흠(劉歆)의 존경을 받았지만 《태현경(太玄經)》을 지었다는 말을 듣고 그들은 분명 장항아리나 덮는 데 쓰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나는 처음에 문장으로 명예를 얻었고 만년에는 역사서를 평론했더니 나에 대한 평가가 이 때문에 낮아졌다.[雄準易作經 當時笑之 吾作史通 俗以爲愚 雄著書見尤於人 作解嘲 吾亦作釋蒙 雄少爲范逡 劉歆所器 及聞作經 以爲必覆醬瓿 吾始以文章得譽 晚談史傳 由是減價]” 《신당서(新唐書)》 〈유자현전(劉子玄傳)〉
• “역사가가 되는 데는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하다. 재능[才], 배움[學], 식견[識]이 그것인데, 이를 겸비한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역사가가 적다. 배움이 있어도 재능이 없는 경우는 마치 어리석은 상인이 금을 가지고도 재화를 늘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재능이 있지만 배움이 없는 경우는 마치 실력 있는 장인이 나무 같은 재료와 도끼와 자귀 같은 연장이 없어 집을 짓지 못하는 것과 같다. 선악을 반드시 기록하여 폭군(暴君)이나 적신(賊臣)이 두려움을 알게 한다면, 더할 것이 없는 역사서가 된다.[史有三長 才學識世罕兼之 故史者少 夫有學無才 猶愚賈操金 不能殖貨 有才無學 猶巧匠無楩柟斧斤 弗能成室 善惡必書 使驕君賊臣知懼 此為無可加者]” 《신당서(新唐書)》 〈유자현전(劉子玄傳)〉
• “오늘날 역사를 담당하는 관청에서는 후한 시대의 배나 되는 인원을 뽑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집안을
부자 같다고 자칭합니다. 그렇지만 막상 하나의 사건이라도 기록하고 한 마디 말이라도 싣고자 하면, 모두 붓을 놓고 서로 빤히 쳐다보며 붓을 물고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역사서의 완성은 기약할 수가 없습니다.[今者史司取士 有倍東京 人自以爲荀袁家自稱爲政駿 每欲記一事 載一言 皆擱筆相視 含毫不斷 故頭白可期 而汗靑無日]” 《사통 외편(史通外篇)》 〈이대로는 안 됩니다(忤時)〉
(2)색인어:유지기(劉知幾), 사통(史通), 실록(實錄), 역사(歷史), 편찬(編纂), 사관(史官)
(3)참고문헌
∙史通(劉知幾, 四庫全書)
∙史通通釋(浦起龍, 世界書局)
∙사통(오항녕 역, 역사비평사)
∙사통통석(이윤화 역, 소명출판)
∙史學三書評議(張舜徽, 中華書局)
∙史通新校注(趙呂甫, 中慶出版社)
∙史通-唐代の歷史觀(增井經夫, 平凡社)
∙史通內篇, 史通外篇(西脇常記, 東海大學出版會)
【오항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