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직방외기(職方外紀)》는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신부 줄리오 알레니Julio Aleni가 1610년 중국에 와서 한문으로 저술한 세계 인문지리서이다. 이 책은 ‘직방사(職方司)’의 관할에서 벗어난 나라들에 대해 풍토, 민정, 기후 등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직방사(職方司)’는 주나라 이래로 직방(職方)의 일을 맡은 관청이다. 직방(職方)은 ‘중국에 조공하는 사방 나라의 일을 맡는다’는 뜻이니, 《직방외기(職方外紀)》는 곧 ‘직방사(職方司)’ 관할, 이 외의 기록인 것이다.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천주실의(天主實義)》가 천주교의 교리를 해설한 책이라면, 《직방외기》는 천주의 뜻에 따라 만들어진 우주의 모습을 확인시킨 책이라 할 수 있다.
2. 저자
(1) 성명:줄리오 알레니Julio Aleni(1582~1649), 중국 이름으로 개명하여 애유략(艾儒略)이라 했다.
(2) 자(字):줄리오 알레니의 자(字)는 사급(思及)으로 중국 사람들에 의해 서양에서 온 공자[西來孔子]로 추앙 받았다.
(3) 출생지역:이탈리아 브레시아Brescia에서 태어났다.
(4) 주요활동과 생애
줄리오 알레니는 1582년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출생했다. 1597년 15세에 베니스에 있는 성 안토니오 대학St. Anthony College에 입학하여 2년 동안 수학과 철학을 배웠다. 1600년 18세에 예수회에 가입하고, 1605년 23세에 볼로냐Bologna에 있는 알리스토크래트대학Aristocrat University에서 2년간 인문학을 가르쳤다. 그 뒤 1607년 12월에 로마로 가서 로마대학에 입학했으며, 거기서 마테오 리치의 전교(傳敎) 경험에 큰 감명을 받고 전교 업무를 위해 극동으로 갈 마음을 굳힌다.
당시 아시아로 향하는 모든 선교사들은 리스본에서 항해를 시작했다. 드디어 1609년 3월 23일 ‘Nossa Senhora da Piedade’호를 타고 1609년 3월 23일 리스본을 출발했다. 그가 탄 배는 리스본, 카나리아, 아프리카의 희망봉, 마다가스카르, 고아, 실론, 말래카 해협, 참파를 거처 1610년 말 경에 마카오에 도착하였다.
중국에 도착한 다음, 그는 애유략(艾儒略)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개명했다. 1615년부터 몇 년간 종교적 박해를 피하기 위해 항저우(杭州)의 양정균(楊廷筠)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한문과 중국어를 공부했다. 1623년 여름 양정균의 도움으로 《직방외기(職方外紀)》를 완성했다. 그는 1649년 8월, 향년 68세에 사망했으며, 유해는 중국 푸저우(福州) 예수회 공동묘지인 십자산묘에 안장되었다.
(5) 주요저작:《직방외기(職方外紀)》를 완성한 뒤에도 《기하요법(幾何要法)》, 《성학각술(性學捔述)》, 《서학범(西學凡)》, 《서방문답(西方問答)》 등 27종의 서학서들을 출판했다.
3. 서지사항
《직방외기》는 1623년 가을에 각인(刻印)되었지만, 초각본(初刻本)은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다. 현존하는 것에는 두 가지 본이 있다. 하나는 1629년의 이지조(李之藻)가 편찬한 《천학초함(天學初函)》 본이고, 다른 하나는 출간 연도가 명확하지 않은 민각본(閩刻本)이다. 청대(淸代)에 와서 출판된 《사고전서(四庫全書)》에 실린 《직방외기》는 《천학초함》 본을 따랐다. 이 밖에도 청대 《수산각총서(守山閣叢書)》, 《묵해금호(墨海金壺)》, 《외번여지총서(外蕃輿地叢書)》 등에 여러 이본(異本)이 수록되어 있다.
4. 내용
《직방외기》는 글자 그대로 직방사(職方司)의 관할에서 벗어난 지역들의 풍토, 민정, 기후 등에 대한 기록이다. 책의 내용은 크게 <서문(序文)>, <오대주총도계도해(五大州總圖界圖解)>, <대륙별총설(大陸別總說)>과 <국가별문화사(國家別文化史)>, <사해총설(四海總說)>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은 이지조, 양정균, 구식곡瞿式穀 등 전교 업무에 협조한 인물들이 이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진술했다. <대륙별총설>과 <국가별문화사>는 다섯 대륙의 지리적 정보와 거기에 속한 나라의 자연환경, 사람들의 생활, 역사, 문화 등을 싣고 있다. <사해총설>은 〈해명(海名)>, <해도(海島)>, <해족(海族)>, <해산(海産)>, <해상(海狀)>, <해박(海舶)>, <해도(海道)>등 바다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5. 가치와 영향
이 책은 이른바 ‘직방외세계(職方外世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처음으로 동양에 전했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 16세기 이후 예수회 과학자들은 망원경, 프리즘, 온도계 등의 도구를 이용하여 경험적인 관찰 기록들을 문서화했다. 그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지리, 천문학적 정보들을 축적해 나갔다. 《직방외기》는 그동안 축적했던 지리, 천문학적 정보를 총 동원하여 서술함으로써 객관성을 담보해낼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서술한 세계의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모습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조선과 일본의 지식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조선 후기 지식인들은 《직방외기》에 실린 과학적 내용들을 객관적 학문의 대상으로 인식하였고, 그것은 당시 지식인들의 중국 중심 세계관을 바꾸게 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책은 1631년 7월, 정두원(鄭斗源)이 국내에 반입하여 당시 지식인들에게 큰 반응을 일으켰다. 2004년에는 전문이 국역되기도 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조물주가 우리 인류를 세상에 살게 한 것은 그들을 큰 뜰 속에 나가게 하여 풍성한 잔치를 즐기게 하고, 또 노래하고 춤추는 기쁨을 맛보게 한 것과 같다. 일찍이 시험 삼아 고개를 들어 천체의 현상을 살펴보았더니, 일월과 오성, 그리고 줄을 지어 늘어서 있는 별들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는데, 하늘은 마치 집과 같았고, 일월과 오성 그리고 여러 별들은 마치 진귀한 보석이 담장을 꾸미고 있는 듯하였다.[造物主之生我人類于世也 如進之大庭中 令饗豐醼 又娛歌舞之樂也 嘗試仰觀天象 而有日月五星列宿之麗 則天似室廬 列象似瑰寶之飾垣壁者然]” 《직방외기(職方外紀)》 〈자서(自序)〉
• “땅이 이미 둥글다면, 어느 곳이든 가운데가 아닌 곳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동서남북과 같은 방향 구분은 사람들이 제각기 사는 곳을 기준으로 이름 붙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처음부터 정해진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地旣圓形 則無處非中 所謂東西南北之分 不過就人所居立名 初無定準]” 《직방외기》 〈오대주총도계도해(五大州總圖界度解)〉
• “일찍이 서양에서 온 배가 어떤 섬에 이르러 배를 닻줄에 묶어 두고 섬에 올라가서 정오 무렵까지 놀았고, 연안에서 밥을 지어먹었다. 이어서 배에 올라가 항해하여 몇 리를 가지 않았을 무렵, 갑자기 바다 한 가운데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얼마 전에 자신들이 있었던 섬을 뒤돌아보니 이미 가라앉고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그제야 그것이 물고기의 등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 물고기는 모양이 거의 네모인데, 그 뼈는 연하고 약하다. 날개로는 큰바람을 일으켜 바다의 배를 뒤집을 수 있다. 그것도 역시 매우 커서 섬과 같다.[嘗有西舶就一海島纜舟 登岸行游 半晌 又復在岸造作火食 漸次登舟解維 不幾里 忽聞海中起大聲 回視向所登之島已沒 方知是一魚背也 有獸 形體稍方 其骨軟脆 有翼能鼓大風 以腹海舟 其形亦大如島]” 《직방외기》 〈해족(海族)〉
(2) 색인어:천구(天球), 적도(赤道), 위도(緯度), 경도(經度), 아세아(亞細亞), 구라파(歐羅巴)(유럽), 이미아(利未亞)(아프리카), 아묵리가(亞墨利加)(아메리카), 묵와납액가(墨瓦蠟厄加)(마젤리니가), 지도(地度), 천도(天度), 종동천(宗動天), 애유략(艾儒略), 이마두(利瑪竇), 야소(耶蘇)
(3) 참고문헌
• 직방외기: 17세기 예수회 신부들이 그려낸 세계(천기철, 일조각, 2005)
• 朝鮮實學知識人의 漢譯西學地理書 이해(이원순, 민음사, 1991)
• 職方外紀校釋(謝方, 中華書局, 1996)
• 存齋集(魏伯珪, 景仁文化社, 1974)
• 萬物門·椰冠(李瀷, 《星湖僿說》, 민족문화추진회, 1976)
• 答黃耳叟(安鼎福, 《順菴先生文集》, 민족문화추진위원회, 1975)
• Scholar from the West(Tiziana Lippiello and Roman Malek. eds., Fondazione Civilta Bresciana, 1997)
• 《職方外紀》의 저술 의도와 조선 지식인들의 반응(천기철, 《역사와 경계》 47권)
• 서평: 직방외기職方外紀(이학로, 《대구사학》 102권)
• 알레니의 세계지리서 직방외기職方外紀의 지리 지식의 구성 및 기술(이학래, 《한국지리학회지》 6권)
【천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