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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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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칠략(七略)》은 서한(西漢) 시기 유흠(劉歆)이 모아 편찬한 중국역사상 첫 번째 관찬 도서 목록이자 첫 번째 목록학(目錄學) 저작이다. 내용은 집략(輯略)・육예략(六藝略)・제자략(諸子略)・시부략(詩賦略)・병서략(兵書略)・수술략(數術略)・방기략(方技略) 등 7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4부 분류법이 나오기 전까지 중국 도서 분류의 표준이 되었다.

2. 저자 / 편자

(1) 성명:유흠(劉歆)(BC50~AD23)
(2) 字·別號:유흠(劉歆)의 자(字)는 자준(子駿),후에 유수(劉秀)로 개명.
(3) 출생지역:경조군(京兆郡) 장안현(長安縣)(現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
(4) 주요 활동과 생애:
유흠(劉歆)(BC50?~AD23)은 자(字)가 자준(子駿)이며 유명한 고문경학자(古文經學者)이자 정치가인 유향(劉向)의 아들이다. 어려서부터 금문(今文) 《시(詩)》와 《서(書)》에 통했으며 글을 잘 지었다. 젊어서 《곡량춘추(穀梁春秋)》를 익혔으며 다시 금문(今文) 《역(易)》 등을 익혔다. 그가 살았던 성제(成帝) 애제(哀帝) 시기는 외척인 왕망(王莽)이 서서히 궁중의 권력을 장악해 나가면서 결국 훗날 역사에서 “서한(西漢)은 외척으로 망하고, 동한(東漢)은 내시로 망했다.”고 평가받는 서한 말기였다. 성제 때 황문랑(黃門郎)이 되었으며, 하평(河平) 3년(BC26)에 아버지 유향과 함께 궁중 도서관 천록각(天祿閣)에 들어가 국가소장 도서를 교감하고 육경(六經)과 전기(傳記)를 강학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 기회에 그는 궁중에 소장된 많은 희귀 전적들을 두루 읽어볼 수 있었다. 그는 제자(諸子)·시부(詩賦)·수술(數術)·방기(方技) 등 분야에도 통달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BC 6년에 유향이 사망한 뒤 유흠은 다시 중루교위(中壘校尉)가 되어 부친의 업을 이어서 계속 교서(校書) 작업을 하였다. 애제(哀帝)가 즉위하고 시중(侍中)과 태중대부(太中大夫)로, 다시 봉기도위(奉騎都尉)로 제수되었다가 광록대부(光祿大夫)가 되었다. 애제가 사망한 후 왕망은 그를 우조태중대부(右曹太中大夫)로 임명하였는데, 이때부터 정치의 소용돌이에 빠졌지만 빠져 나오려 매우 애썼다. 그러나 왕망이 찬탈하자 그를 주살하려고 모의하였는데, 일이 누설되자 자살하였다.
(5) 주요저작:
유흠(劉歆)은 《칠략(七略)》 이외에도 부친 유향(劉向)과 함께 《산해경(山海經)》을 편정하였으며, 고문경학(古文經學)의 대가이자 계승자로 평가된다. 그는 유학(儒學)의 조예뿐만 아니라 교감학(校勘學), 천문역법(天文曆法), 역사학(歷史學), 시(詩) 등의 방면에서도 대가로 꼽힌다. 그가 편성한 《삼통역보(三統曆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천문연력(天文年曆)의 기본형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원주율을 3.15471로 계산하였는데 실제와 상당히 근접한 수치라고 할 수 있으며, 사람들은 이를 “유흠율(劉歆率)”이라고 불렀다.

3. 서지사항

서한(西漢) 성제(成帝) 하평(河平) 3년(B.C.26)에 성제가 광록대부(光祿大夫)인 유향에게 조정의 교서(校書) 작업을 지휘할 것을 명하였다. 그래서 유향이 경전(經傳)과 제자(諸子)와 시부(詩賦)를, 보병교위(步兵校尉)인 임굉(任宏)이 병서(兵書)를, 태사령(太史令)인 윤함(尹咸)이 수술(數術)을, 시의(侍醫)인 이주국(李柱國)이 방기(方技)를 각각 교서하게 되었다. 책 한 부를 정리하여 교정본(校定本)이 완성되면 유향이 책마다 서록(敘錄)를 써서 책의 저자와 내용 및 학술가치, 그리고 교서(校書) 과정을 기술하여 상주(上奏)하였다. 유향이 쓴 서록은 별도로 모아 단행본으로 묶었는데, 이것이 중국 최초의 도서목록인 《별록(別錄)》이다. 유향이 죽자 유흠은 부업(父業)을 계승하여, 《별록》의 기초 위에서 그 요지를 모아 완성하였다. 《별록》은 유향이 교서(校書)할 때 지은 서록(敘錄) 전문을 모아 놓은 것으로 분량이 비교적 많다. 《칠략》은 저록된 책들을 위와 같이 6개 부분으로 나누고, 《별록》의 내용을 뽑아 정리하고 완성한 것으로 비교적 간략하였으므로 “략(略)”이라고 부른 것이다. 맨 앞에 총론 성격의 “집략(輯略)”을 붙여 《칠략》 7권을 완성하였다. 남조의 제량(齊梁) 시기 저명한 목록(目錄) 학자인 완효서(阮孝緒)의 《칠략서(七錄序)》에 따르면 제 1편 집략(輯略)은 뒤 6편의 총론이므로 이를 합하여 《칠략》을 책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칠략》과 《별록》 모두 당(唐) 말기에 유실되어 원 모습을 알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별록》의 상당 부분을 승계한 《칠략》의 내용이 후한(後漢) 반고(班固)가 쓴 《한서(漢書)》의 도서목록에 해당하는 《예문지(藝文志)》에 기본적으로 잘 보존되어 있으므로 아쉬운 대로 유향 부자의 목록학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한서・예문지》는 《한서》의 일부로 판본은 매우 많으나 당 이전의 판본은 다 일실되었다. 그 후 청(清)나라 건륭 시기에 무영전(武英殿)에서 “전본(殿本)”을 간행하였으며, 동치(同治) 연간에 다시 “국본(局本)”을 간행하였다. 이 두 판본을 가장 선본(善本)으로 꼽는다.
그리고 20세기 민국시기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에서 간행한 “백납본(百衲本)”이 있는데 이는 북송 시기의 “경우본(景佑本)”을 영인한 것인데 착오가 매우 적어 선본으로 꼽힌다. 그 뒤 1962년, 중화서국(中華書局)에서 전문가의 정밀한 교정을 거쳐 표점본이 나왔는데 가장 편리하고 보편적인 현재의 통행본이 되었다.

4. 주요내용

《칠략(七略)》은 총론에 속하는 집략(輯略)을 필두로 육예략(六藝略)·제자략(諸子略)·시부략(詩賦略)·병서략(兵書略)·수술략(數術略)·방기략(方技略) 등 칠부(七部)로 나누어져 있다. 반고(班固)는 《칠략》에 근거하여 《한서・예문지》를 썼으므로 기본적으로 《칠략》의 육분법(六分法)을 따르고 있다. 각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육예략(六藝略) : 《역(易)》·《시(詩)》·《서(書)》·《예(禮)》·《악(樂)》·《춘추(春秋)》·《논어(論語)》·《효경(孝經)》·《소학(小學)》 등 9종류의 도서를 저록하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유가경전(儒家經典)이나 유가 관련 저작들이다. 이들 저작을 맨 앞에 단독으로 배치한 것은 유가 사상을 유일한 통치원칙으로 결정한 한 무제(漢武帝)의 이른바 “파출백가(罷黜百家), 독존유술(獨尊儒術)” 정책 실시 이후 높아진 유가경전의 정치적 학문적 지위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2) 제자략(諸子略) : 유가(儒家)·도가(道家)·음양가(陰陽家)·법가(法家)·명가(名家)·묵가(墨家)·종횡가(縱橫家)·잡가(雜家)·농가(農家)·소설가(小說家) 등 10가(家)의 저작을 저록하고 있다. 서한(西漢) 시기는 선진(先秦) 시기와 그리 멀지 않기 때문에 제자서(諸子書)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었다. 서한 후기에도 여전히 유학(儒學)을 존숭하였지만 후세처럼 제자(諸子)를 그렇게 극단적으로 배척하지는 않았으므로 제자들의 학설도 기본적으로 함께 보존하고 있었다.
(3) 시부략(詩賦略) : 한대(漢代)에 유행한 장르인 부(賦)를 굴원부(屈原賦) 부류·육가부(陸賈賦) 부류·순자부(荀子賦) 부류·잡부(雜賦) 등 4종류로 나누고 거기에 가시(歌詩)를 더하여 모두 5종류의 문학작품을 저록하고 있다.
(4) 병서략(兵書略) : 병권모(兵權謀)·병형세(兵形勢)·음양(陰陽)·병기교(兵技巧) 등 4종류의 군사문헌을 저록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전략사상과 전술기교 등 방면도 포함되어 있다.
(5) 수술략(術數略) : 천문(天文)·역보(曆譜)·오행(五行)·시귀(蓍龜)·잡점(雜占)·형법(形法) 등 6종류의 도서를 저록하고 있다.
(6) 방기략(方技略) : 의경(醫經)·경방(經方)·방중(房中)·신선(神仙) 등 4종류의 저작을 저록하고 있는데 대체로 의학, 과학과 방사(方士) 및 무술(巫術) 두 방면의 저작도 섞여 있다.
이상 6략 38류에는 당시 구할 수 있었던 596가(家), 13219권의 도서가 저록되어 있어 각종 학술저작과 문화가 그 성격에 따라 잘 분류 진열되어 있는 도서관 서가를 보는듯하다.

5. 가치와 영향

유흠(劉歆)의 《칠략(七略)》은 부친 유향(劉向)의 《별록(別錄)》과 함께 중국 목록학의 기초를 놓았으며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고 있다. 즉 청대 사학자이자 목록학자인 장학성(章學誠)이 《교수통의(校讎通義)》에서 말한 바처럼 “각종 저작의 학문을 변별해서 뚜렷하게 밝히고, 그 원류와 유파를 고찰하여 거울처럼 밝힌다.[辨章學術, 考鏡源流]”는 것이다. 예를 들면 《칠략》에서는 도서를 6략(略) 36류(類)의 형식으로 분류하여 선진(先秦)에서 서한(西漢)까지의 각종 문화와 학문 유파를 일목요연하게 나누고 분석하고, 집략(輯略)의 형식으로 각종 학문의 흥망과 이합집산 과정을 평론하고 있다. 또 각 도서의 앞에 붙은 서록(敘錄)으로 자세하고도 구체적으로 학술 저작들의 우열과 진위에 대한 문제를 소개하고 있어 목록인 동시에 학술문화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칠략》은 고대 중국의 도서 분류 목록으로 분류 표준을 학문적 성격에 두고 있다. 이는 지금의 도서 분류방법과도 거의 일치하므로 비교적 완전한 도서 저록 방법을 처음부터 확립했다고 할 수 있겠다. 또 도서 내용의 제요(提要) 말고도 “호견법(互見法)”과 “분석법(分析法)”을 채용한 것도 특색이다. 그래서 《칠략》의 도서 분류법과 저록 방법은 중국 도서 목록학의 발전에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으므로 이를 가장 큰 의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중국도서를 일반적으로 경사자집(經史子集)의 4부로 분류하지만 4부 분류법 이전에는 모두 이 《칠략》의 분류법을 따랐다. 동한(東漢) 시기 편수된 궁정 도서 목록인 《난대서부(蘭臺書部)》, 《동관신기(東觀新記)》, 《인수각신기(仁壽閣新記)》 등이 모두 《칠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서는 이미 실전되었지만 주요 내용은 반고(班固)의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에 보존되어 있으므로 전체 면모를 대략 알 수 있다. 이후 남북조 시기 송(宋)나라 왕검(王儉)의 《칠지(七志)》, 양(梁)나라 완효서(阮孝緒)의 《칠록(七錄)》, 수(隋)나라 허선심(許善心)의 《칠림(七林)》, 송(宋)나라 정인(鄭寅)의 《칠록(七錄)》 등이 모두 이 칠분법(七分法)을 채택하고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후세에 이르러 경(經)과 전(傳)이 원래의 뜻과 어그러졌음에도, 널리 배우는 사람은 “많이 들어서 의심을 없앤다.”라는 뜻을 생각하지 않고 자잘한 구절이나 다른 이의 비난을 피하는 데만 힘써서, 편의에 따른 언사와 교묘한 논리를 펼쳐 경전의 형체를 망가뜨렸다. 다섯 글자의 문장을 설명하는데, 심지어 2,3만자(萬字)의 주석을 달았다. 후진들은 더욱 많은 해설로 다투어 달리니, 어려서 하나의 경전을 익혀도 흰 머리가 되어서야 겨우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 자신이 익힌 바에 안주하고, 보지 못한 바를 비난하며 죽을 때까지 스스로에 갇혀 지낸다. 이것은 배우는 이의 큰 병폐이다.[後世經傳旣已乖離 博學者又不思多聞闕疑之義 而務碎義逃難 便辭巧說 破壞形體 說五字之文 至於二三萬言 後進彌以馳逐 故幼童而守一藝 白首而後能言 安其所習, 毁所不見 終以自蔽 此學者之大患也 序六藝爲九種] 유흠(劉歆), 칠략《七略》 (반고(班固)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에 수록)
• 유향 부자의 경적(經籍) 교정은 새로운 뜻으로 학문 방향을 나눈 것이니, 이에 아홉 가지 사상이 구별되고 전적(典籍)들이 더욱 드러나게 되었다. (劉向父子典校經籍 而新義分方 九流區別 典籍益彰矣) (순열(筍悅), 한기《漢紀》)
• 서한(西漢) 후기에 사마천(司馬遷)을 이어서 일어난 큰 박학(博學) 선생 유향(劉向) 유흠(劉歆) 부자는 고대 문화에 거대한 공헌을 한 사업을 하였는데, 바로 유향이 창시하고 유흠이 완성한 《칠략》이다.……서한(西漢)의 《사기(史記)》와 《칠략》 2대 저작은 사학사상 휘황(輝煌)한 성과이다.[西漢後期 繼司馬遷而起的大博學家 劉向 劉歆父子 做了一個對古代文化有巨大貢獻的事業 就是劉向創始劉歆完成的七略 西漢有《史記》《七略》兩大著作, 在史學史上是輝煌的成就.] (범문란(范文瀾), 중국통사간편《中國通史簡編》)
(2) 색인어:유흠(劉歆), 유향(劉向), 《칠략(七略)》, 《별록(別錄)》, 왕망(王莽), 반고(班固), 《한서예문지(漢書藝文志)》
(3) 참고문헌
• 漢書藝文志(班固 中華書局)
• 漢書藝文志注釋彙編(陳國慶編 二十四史硏究資料叢刊 中華書局)
• 隋書經籍志(魏徵 中華書局)
• 古書源流(李繼煌 華世出版社)
• 目錄學發微(余嘉錫 巴蜀書社)
• 中國目錄學史(許世瑛 中國文化大學出版部)
• 中國目錄學史論叢(王重民 中華書局)
• 中國目錄學(胡楚生 文史哲出版社)
• 목록학과 공구서(蔣禮鴻 저, 沈慶昊 역 이회문화사)
• 中國目錄學思想史(余慶蓉 王晋卿, 남태우 송일기 공역, 태일사)

【이강범】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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