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동몽수지(童蒙須知)》는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남송(南宋) 주희(朱熹)의 저술로, 소학(小學)에 입학하기 이전 가정에서 생활하는 아동에게 올바른 습관과 예절을 교육하기 위한 아동 교육교재이다. 《훈학재규(訓學齋規)》라고도 불렀다.
2. 저자
(1) 성명:주희(朱熹)(1130~1200)
(2) 자(字)・별호(別號):주희의 자는 원회(元晦)・중회(仲晦), 호는 회암(晦菴)・둔옹(遯翁)・고정(考亭)・자양(紫陽)・회옹(晦翁)・창주병수(滄洲病叟)・창주조수(滄洲釣叟), 시호는 문(文)으로 흔히 주문공(朱文公) 또는 주자(朱子)라 칭한다.
(3) 출생지역:남검주(南劍州) 우계(尤溪)(현 중국 복건성(福建省) 우계현(尤溪縣))
(4) 주요활동과 생애
남송 고종(高宗) 소흥(紹興) 18년(1148) 19세 때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하여, 좌적공랑(左迪功郎)・천주동안현주부(泉州同安縣主簿)에 임명되었고, 이후 외직으로 강서남강지부(江西南康知府)・복건장주지부(福建漳州知府)・절동순무(浙東巡撫) 등을 역임했으며, 내직으로 비각수찬(秘閣修撰)・환장각대제(焕章閣待制)를 지냈다. 젊은 시절에는 불교와 도교에 관심을 가졌으나 이통(李侗)에게 수학하면서부터 유학에 전념하였다. 주돈이(周敦頤)・소옹(邵雍)・장재(張載)・정호(程顥)・정이(程頤)의 학설을 종합하여 성리학(性理學)을 집대성하였다. 민(閩) 땅에서 벼슬하고 고정(考亭)에 살았으므로 그의 학문을 민학(閩學), 학파를 고정학파(考亭學派)라 부른다. 그의 학문은 후세에 영향이 지대하여 원(元)나라・명(明)나라・청(淸)나라의 정통 사상이 되었고, 원나라 이후 과거시험에서 모두 그의 《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註)》를 표준으로 삼았다.
(5) 주요저작:《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註)》, 《태극도설해(太極圖說解)》, 《통서주(通書註)》, 《주역본의(周易本義)》, 《시집전(詩集傳)》, 《초사집주(楚辭集註)》,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등 매우 다양하고, 그의 시문(詩文)을 후인이 편찬한 《주자대전(朱子大全)》이 있다.
3. 서지사항
《동몽수지》의 편찬 시기를 조선시대 문인들은 그가 《소학》을 완성한 1187년(58세) 이후의 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책은 편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경우 간행된 단행본이 드물고, 대체로 각종 총서(叢書)에 수록하여 전했다. 현재 전해지는 주요 판본은 원나라 때 간행된 《거가필용사류전집갑집위학(居家必用事類全集甲集爲學)》 등에 ‘동몽수지’라는 책이름으로 전해지는 계열과, 명나라 때 간행된 《거가필비가의(居家必備家儀)》 등에 ‘훈학규재’라는 책이름으로 전해지는 계열이 있다.
조선에서는 15세기 중반 《동몽수지》를 가정교육용 교재로 활용하였음을 김종직의 《이준록(彝尊錄)》을 통해 알 수 있는데, 필사본이었는지 간행본이었는지는 판단할 수 없다. 16세기 초반 경상도 관찰사 김안국이 《동몽수지》를 산음현(山陰縣)에서 간행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광정은 《소산집(小山集)》에서, 퇴계 이황이 《동몽수지》를 직접 써서 제자에게 주었던 필사본이 전해지고 있었음을 밝히고 있다.
4. 내용
《동몽수지》의 체제는 교재 편찬의 동기를 밝히는 서론, 아동들이 갖추어야 할 복장・말씨와 걸음걸이・청소와 정돈・독서와 글씨 쓰기・자세한 습관과 예절 등의 다섯 부류로 나누어 제시하는 본론, 교재 내용을 학습했을 때의 효과를 들어 재차 권면하는 결론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서론에서는 교재의 교육 대상은 아동이며 교육 내용은 아동이 반드시 습득해야 할 다섯 분야의 범위에 한정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이 범위를 벗어난 내면의 심성을 다스리는 공부, 부모를 섬기거나 남과 사귀는 방도, 사물의 이치를 궁극에 이르도록 연구하는 공부, 인물의 본성을 극도로 발휘하여 각각 제자리를 얻도록 하는 공부 등의 내용은 이 책에서 배제하였음을 말하고 있다.
본론에서 밝힌 내용은, 첫째 편인 〈의복관구(衣服冠屨)〉의 경우 사람의 올바른 몸가짐은 옷차림을 단정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강조하였다. 바람직한 복장 예절에 대해서는 ‘모름지기[須]’와 ‘반드시[必]’ 등의 부사어를 사용해 권장하였으며, 부정적인 습관에 대해서는 ‘말라[勿]’와 ‘안 된다[不可]’ 등의 금지하는 말을 사용하여 경계하였다.
둘째 편인 〈언어보추(言語步趨)〉의 경우 상냥하고 자상하며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 예절, 길을 걸을 때의 단정한 걸음걸이 및 어른이 불렀을 때 응대하는 예절을 당부하였다. 예의 바른 언어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고, 걸음걸이는 그 사람의 인품이 드러나는 것이므로 경망하게 걷지 말며, 어른의 부름에 바로 달려가는 일은 윗사람을 공경하는 기본 태도임을 깨우쳐주고 있다.
셋째 편인 〈쇄소연결(灑掃涓潔)〉의 경우 자신이 생활하는 거처와 방을 청소하고, 방 안의 물품들을 정돈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가르치고 있다. 어른의 물품을 멋대로 가져다 쓰지 말고 책을 빌린 경우 때맞추어 돌려주는 습관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낙서하지 말 것을 깊이 경계하였는데, 이는 당시의 필기도구였던 먹물은 한 번 써놓으면 지우기가 매우 어려웠던 실정을 반영한다.
넷째 편인 〈독서사문자(讀書寫文字)〉의 경우 독서할 때의 몸가짐과 독서의 구체적 방법 및 서책을 관리하는 습관, 그리고 글씨를 단정히 쓰고 연습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한문 문장은 한 글자 한 글자가 하나의 어휘로서 그 어순이 바뀌면 성분이 변하고 뜻도 바뀌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에 독서할 때 한 글자를 ‘틀려서도’, ‘빠뜨려서도’, ‘추가해서도’, ‘순서를 뒤바꾸어서도’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아울러 당시 중국의 언어 환경이 문언(文言)과 구어(口語)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숙독(熟讀), 그리고 심도(心到)・안도(眼到)・구도(口到)의 ‘삼도(三到)’의 독서 방법을 강조하였다. 또한 문장을 구성하는 한자는 필획이 복잡한 글자가 많으며, 모양은 비슷해도 뜻이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글씨본을 연습할 때 자세히 보아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
다섯째 편인 〈잡세사의(雜細事宜)〉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이루어지는 기거동작과 접물응대에 있어서의 바람직한 습관과 예절들을 하나하나 제시하고 있다. 아동 본인의 생활 습관에 관한 경계와 타인과의 예절에 관한 경계로 크게 양분할 수 있다. 음주에 관하여 주의를 준 내용은 장래의 습관을 미리 강조한 것이고, 노복을 대하는 자세를 설명한 내용은 신분제 사회를 반영하는 예절이다.
결론에서는 교재에서 제시한 내용들을 잘 지켜 몸에 배도록 습관화한다면 그 자체로 이미 ‘조심성이 있는 성실한 선비[謹愿之士]’가 될 수 있으며, 이후에 성현의 책들을 읽으며 마음을 잘 닦아 덕을 진전시키고 업을 닦음으로써 ‘대현군자(大賢君子)’가 될 수 있으니 노력하라고 당부하였다.
5. 가치와 영향
《동몽수지》는 아동들이 일상생활에서 모름지기 지녀야 할 습관과 예절에 한정하여 기술하였을 뿐, 왜 그렇게 해야만 하는 것인가의 이치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주희는 아동들에게 ‘소당연(所當然)’만을 말하였고, ‘소이연(所以然)’에 대해서는 설명을 생략하면서 이 점은 후일에 아동들이 성장하여 성현들의 다른 책을 읽으면 절로 알게 될 것이고 하였다.
조선시대 문인들은 주희가 《소학》 편찬을 완성한 이후 가정에 있는 아동의 가정교육용으로 《동몽수지》를 저술했다고 이해하였다. 아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지식을 습득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바른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예절을 지니도록 경계하는 가정교육이라는 사실을 《동몽수지》는 대변하고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대저 사람은 먼저 신체가 단정해야 한다. 모자나 두건부터 의복과 신발 및 양말에 이르기까지 모두 수습하고 아껴서 항상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해야 한다.[大抵爲人 先要身體端整 自冠巾衣服鞋襪 皆須收拾愛護 常令潔淨整齊]” 《동몽수지(童蒙須知)》 〈의복관구제일(衣服冠屨第一)〉
• “무릇 자제는 모름지기 항상 소리를 나직이 하고 기운을 낮추며, 말을 자상하고 느리게 해야 한다. 언성을 높여 다투거나 부화한 말로 농지거리를 하며 웃어서는 안 된다.[凡爲人子弟 須是常低聲下氣 語言詳緩 不可高言諠鬨 浮言戲笑]” 《동몽수지》 〈언어보추제이(言語步趨第二)〉
• “서책, 붓, 먹과 모든 용품들은 모두 엄숙히 정돈해두어야 하며, 놓아두는 데 일정한 곳이 있어야 하고, 가져다 쓰기를 마치면 다시 원래 장소에 두어야 한다.[文字筆硯 凡百器用 皆當嚴肅整齊 頓放有常處 取用旣畢 復置元所]” 《동몽수지》 〈쇄소연결제삼(灑掃涓潔第三)〉
• “나는 일찍이 생각했다. 책을 읽는 데는 삼도三到가 있으니 심도心到, 안도眼到, 구도口到이다.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눈이 자세히 보지 않고, 마음과 눈이 이미 전일하지 못하면 다만 건성으로 낭독하게 되어 결코 기억할 수 없으며, 기억했다 하더라도 또한 오래갈 수 없다. 삼도 가운데 심도가 가장 중요하니, 마음이 이미 이르렀는데 눈과 입이 어떻게 이르지 않겠는가.[余嘗謂讀書有三到 謂心到 眼到 口到 心不在此 則眼不看仔細 心眼旣不專一 却只漫浪誦讀 決不能記 記亦不能久也 三到之中 心到最急 心旣到矣 眼口豈不到乎]” 《동몽수지》 〈독서사문자제사(讀書寫文字第四)〉
(2) 색인어:동몽수지(童蒙須知), 훈학재규(訓學齋規,) 주희(朱熹), 아동 교육교재
(3) 참고문헌
• 《童蒙須知》(朱熹, 《朱子全書》13, 上海古籍出版社)
• 《佔畢齋集》(金宗直, 《한국문집총간》12, 민족문화추진회)
• 《小山集》(李光靖, 《한국문집속총간》232, 한국고전번역원)
• 《중국경학가사전》(최석기 외, 경인문화사)
【이의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