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강유위는 금문경(今文經)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의 역사인식 이념인 거란세(據亂世)-승평세(升平世)-태평세(太平世)의 3세설과 《예기(禮記)》 〈예운(禮運)〉의 대동이념, 서구 공상적 사회주의, 서구 민주주의, 다윈의 진화론을 이론적으로 섞어 국가나 제왕으로부터 비롯하는 억압도 없고 신분의 귀천이나 빈부의 차에 의한 고통도 없는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다. 대동이란 유교에서 말하는 유토피아다. 기독교의 천당이나 불교의 극락과 비슷한 이 세상에 없는 이상사회다. 강유위가 말하는 대동사회 이념은 공자가 희망한 인(仁)이 달성된 평화로운 상태이기도 하다. 강유위는, 전제군주(專制君主)와 같은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에 젖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하여 경계(境界)를 만들어 인민의 욕망을 말살하는 데서 난세는 비롯하는 것으로 보았다. 사람을 둘러싸는 여러 시스템, 특히 전제 군주제는 국가의 테두리에서 인민의 욕망 충족의 기회를 박탈하는데, 이런 국가라면 차라리 공정부(公政府)로 대체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대동서》에 표출된다.
2. 저자
(1) 성명:강유위(康有爲)(1858~1927)
(2) 자(字)·별호(別號): 본명은 조이(祖詒), 자는 광하(廣廈), 호는 장소(長素).
(3) 출생지역:광동성(廣東省) 남해(南海)
(4) 주요활동과 생애
강유위는 유년에 유교 전통교육을 받는다. 청년기에는 서방에서 들어온 자연과학 지식과 사회, 정치학설을 익혔고 1895년 청일전쟁의 패배로 맺어진 시모노세키 조약의 폐지를 주장하며, 회시에 모인 거인(擧人) 1,300여명과 함께 ‘공거상서(公車上書)’를 올린다. 1898년 무술변법(戊戌變法)을 전후하여 강학회(强學會)를 조직하였고 무술변법이 실패한 후, 보황회(保皇會)를 조직하면서 이전과 다른 정치노선을 걷는다. 신해혁명 후 공교회(孔敎會)를 조직하였고 1913년에는 《불인(不忍)》 잡지를 창간하기도 하였다.
(5) 주요저작:《신학위경고(新學僞經考)》, 《공자개제고(孔子改制考)》, 《춘추동씨학(春秋董氏學)》, 《예운주(禮運注)》, 《대동서》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이 책은 1901~1902년에 완성한 뒤 만년에 다시 보충, 집필되었다. 1913년 《불인잡지(不忍雜誌)》에 2권이 발표되었으며, 강유위가 죽은 뒤인 1935년 비로소 정식으로 간행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이미 1880년대 후반에 초고가 이루어진다. 그때 계약결혼 같은 획기적 제안을 담았기 때문에 양계초(梁啓超)나 진천추(陳千秋) 등과 같은 만목초당(萬木草堂)의 제자들로부터 절찬리에 출판 요청을 받았지만, 출판되지 못했던 저술이다. 《대동서》는 10부 56조항으로 이루어진 저술로 사람에게 주어진 온갖 경계를 해소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려는 이상사회의 청사진이다.
4. 내용
강유위는 역사가 거란세(據亂世), 승평세(升平世), 그리고 태평세(太平世)의 3세 변화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았다. 이는 청나라 중엽부터 유행한 공양사상의 계승이기도 한데, 그가 그렸던 태평세의 모습은 대동의 사회이다. 그것은 《예기(禮記)》 〈예운(禮運)〉에 보이는 원시 유토피아에서 연원한다. 그는 3세설의 최후 역사단계인 대동태평세를 만인 평등의 사회모습으로 상정하였던 것인데, 여기에는 공자와 같은 교주의 종지(宗旨)라는 신뢰가 있다.
《대동서》에서는 예악제도(禮樂制度)는 고통을 벗어나 즐거움을 구하는 도구의 모습을 띤다. 더욱이 신성선불(神聖仙佛)은 자신의 구제를 이루고서 남을 구제하려는 사람들로서, 혼탁한 세상에 들어가 사람 구하는 일을 싫증내지 않고, 지옥에 들어가 사람을 구해도 그것을 고생스러워 하거나 귀찮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된다. 나아가 그들은 난세를 당하여 지혜와 능력을 다하는데, 어떤 이는 하늘을 칭송하여 인(仁)을 권장하고 어떤 이는 의리를 세우는 등 여러 방법으로 지혜를 깨우쳐 주거나 예악문장을 만들어 사람을 교화시키고 인간의 괴로움을 구제하려는 사람이다. 대동태평세에는 모든 차별적이며 분별적인 경계, 구계(九界)가 해소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내용을 일별하면, ①국계(國界)를 제거하여 대지(大地)를 통합함[去國界 合大地也], ②급계(級界)(계급의 경계)를 제거하여 민족을 평등하게 함[去級界 平人民族也], ③종계(種界)(인종의 경계)를 제거하여 인류가 동등하게 됨[去種界 同人類也], ④형계(形界)(육체, 몸의 경계)를 제거하여 독립을 보장함[去形界 保獨立也], ⑤가계(家界)를 제거하여 하늘이 낳은 본연의 인민이 됨[去家界 爲天民也], ⑥산계(産界)(생산의 경계)를 제거하여 생업을 공평하게 함[去産界 公生業也], ⑦난계(亂界)를 제거하여 태평하게 됨[去亂界 治太平也], ⑧유계(類界)를 제거하여 중생을 사랑함[去類界 愛衆生也], ⑨고계(苦界)를 제거하여 극락에 이르는 일[去苦界 至極樂也] 등이다.
그 입설(立說)의 방향은 유가철학의 3세설 외에 공자의 인(仁)과 맹자의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 그 기초가 되고, 여기에 제자철학이나 기독교, 불교, 서구 진화론 등을 혼합하는 모습을 보인다.
5. 가치와 영향
이 책은 유가철학이 시대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중국 청나라 말기, 서구에 의해 만들어진 동아시아 근대기 시공간적 조건에서 세상이 어떻게 변해야 하고 유교는 시대적으로 어떻게 변형을 꾀해야 하는지 매우 심각한 고민을 ‘대동’이라는 화두로 담은 것이 이 책이다. 담사동, 양계초와 함께 이른바 ‘무술혁명의 3인방’으로 개혁을 주도하다 실패에 그쳤지만 그 운동의 이념적 골간이었으며 그 후 진행된 중국 사회주의 운동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주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성인은 인정이 즐거워하는 것을 바탕으로 인사(人事)의 자연스러움을 따른다.(聖人者 因人情之所樂 順人事之自然)” 〈甲部-緖言人有不忍之心〉
• “계급으로 사람을 제한하는 것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위를 결정짓고 재능을 따지지 않음음이다. 불행하게 한 번 천적으로 태어나면 벼슬에 나아갈 수 없고 학업도 할 수 없으며 통혼도 못하고 연회석에 끼지도 못한다.(夫以階級之限人 以投胎爲定位而不論才能也 不幸生一賤族 不許仕宦 不許學業 不通婚姻 不列宴游)” 〈甲部-第5章 人情之苦〉
• “민권은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는 상향식이 대동의 선구이다. 민권은 진화하고 아래로부터 위로 권력이 향하는 것은 이치상 자연스럽다. 그러므로 미국이 이미 우뚝 섰고 프랑스 대혁명이 뒤이어 일어남에 여러 나라가 이를 따랐다. 이에 입헌제가 보편적으로 시행되었고 공화제가 크게 발전하였으며 생산의 균등분배 이론이 나왔고 공업을 슬로건으로 내거는 당이 날로 흥하였다.(民權自下而上爲大同之先驅 民權進化 自下而上 理之自然也 故美國既立 法之大革命繼起而國隨之 於是立憲遍行 共和大盛 均產說出 工黨日興)” 〈乙部 去國界合大地 第一章 有國之害〉
• “남녀는 평등하며 각기 독립적인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늘이 사람을 낳을 때 육체나 정신을 각각 완성하게 하였으며 각각 자립하도록 하였으니, 이것이 곧 독립하도록 한 것이다.(夫男女平等 各有獨立之權 天之生人也 使形體魂知各完城也 各各自立也 此天之生使獨也)” 〈庚部 去産界公生業 總論欲行農工商之大同則在明男女人權始〉
(2) 색인어:강유위(康有爲), 대동서(大同書), 인(仁), 공정부(公政府), 평등(平等), 진화(進化)
(3) 참고문헌
• 康有爲全集(康有爲, 上海古籍出版社)
• 大同書(康有爲, 臺北 帕米爾書店).
• 康南海先生遺著彙刊(蔣貴麟 編, 臺北 宏業書局)
• 康有爲大傳(馬洪林, 遼寧人民出版社)
• 淸代學術槪論(梁啓超, 上海古籍出版社)
• 大同書 外(權德周 外譯, 三省出版社)
• 강유위의 대동론적 철학사유(이명수, 동양철학, 한국동양철학회)
• 大同書(李聖愛 譯, 民音社)
【이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