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도암몽억(陶庵夢憶)》은 명대(明代)의 문인 장대(張岱)가 쓴 산문집이다. 장대의 대표적인 소품집으로 유명한 이 책은 모두 12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1644년 명조 멸망 후 완성되었지만, 출판은 그보다 훨씬 뒤인 1775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다. 장대가 살았던 명대 강소(江蘇)와 절강(浙江) 지역의 명승지 소개 및 경물에 대한 기록을 위주로 하고 있으며, 지난 생활의 경험과 추억 같은 사소한 일상의 기억을 서술하고 있다.
2. 저자
(1) 성명:장대(張岱)(1597~1684?, 1689?)
(2) 자(字)·별호(別號):장대의 자(字)는 종자(宗子), 또 다른 자는 석공(石公), 호(號)는 도암(陶庵), 별호로는 접암거사(蝶庵居士), 육휴거사(六休居士)가 있다.
(3) 출생지역:산음(山陰)(지금의 절강성(浙江省) 소흥(紹興))
(4) 주요활동과 생애
장대는 명말(明末)의 걸출한 문학가이자 사학가로, 특히 산문과 역사서에 정통했다. 그는 상공업이 발달한 명대 말기에 풍요로운 경제력을 지닌 명문 관료 집안에서 태어나 다채롭고 여유로운 도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그는 시(詩), 산문(散文), 경학(經學)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학문적 조예가 깊었으며, 음악과 희곡에도 수준 높은 소양을 지니고 있었다. 직접 극단을 운영했으며, 희곡 창작뿐 아니라 연출에 대해서도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그의 생은 대략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21세까지 여유롭고 신나게 화려한 공자로 즐기던 시기, 이후 과거를 접고 명이 망하던 1644년까지 주로 역사 연구서나 소품(小品)을 쓰던 시기, 1644년 이후 명 왕조의 멸망과 집안의 몰락을 겪은 후 비통한 마음에 젖어 야인(野人)으로 전전하며 산에 숨어서 저서 집필에 몰두하던 시기, 그리고 고향인 소흥으로 돌아가 죽기까지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5) 주요저작
장대는 그의 긴 생애 동안 총 30여 종의 책을 썼다. 시와 산문 뿐 역사, 지리, 경학, 소학, 의학, 잡기 등에 대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쳤다. 그 중 소품체의 작품인 《도암몽억(陶庵夢憶)》과 《서호몽심(西湖夢尋)》이 비교적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장대가 애착을 가졌던 것은 명대 역사를 기술한 《석궤서(石匱書)》였다. 30종의 저작 중 현존하는 것은 12종이며, 자신의 문집인 《낭환문집(瑯嬛文集)》에 각 책의 자서(自序)가 수록되어 있어 그가 쓴 저서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3. 서지사항
《도암몽억》의 판본에는 1권본과 8권본 두 종이 있다. 1권본은 건륭(乾隆)년간 김충순(金忠淳)이 간행한 《연운갑편(硯雲甲編)》본으로 작품 43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도암몽억》의 일부가 수록된 것으로 보인다. 1권본의 작품 4편만 8권본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8권본은 총 123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여러 판본이 존재한다. 그 중 가장 이른 시기에 간행된 판본은 건륭 59년(1794)에 간행된 왕문고(王文誥) 평점본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판본은 청(淸) 함풍(咸豐) 연간에 오숭요(伍崇曜)가 간행한 《월아당총서(粵雅堂叢書)》본이다.
4. 내용
《도암몽억》은 장대가 공안파(公安派)와 경릉파(竟陵派)의 특징을 모두 섭렵한 후 독자적 문체를 연마한 그의 문학적 정수라고 말할 수 있으며, 회고체의 문학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대의 작품 중에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명말의 사회상과 다양한 인물을 광범위하게 작품에 반영하는 가운데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함축적으로 녹아 있다.
이 책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당시의 일상과 생활풍습, 경물 등 매우 다양한 풍경을 담고 있다. 장대는 과거의 순간들을 123개의 항목으로 기록했으며, 각 문장마다 장대만의 탁월한 글솜씨가 돋보이는데, 정확하고 세밀한 일상의 묘사를 통해 형상성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장대는 이 책의 창작동기를 서문에 실어 놓았다. 명나라 멸망 후 명문가의 맏아들로 지낸 반생 50년을 한바탕의 꿈으로 보고, 화려했던 경험과 기억들 뒤에 명 유민으로서 느끼는 통한의 감정과 뼈아픈 반성을 담아 기억날 때마다 기록해 놓은 것이라고 하였다. 서문에서 느껴지는 인생에 대한 회한과 참회의 심정과는 달리, 실제 ≪도암몽억≫에는 매우 유쾌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각 이야기들의 편폭은 짧지만, 내용면에 있어서는 매우 광범위하며 다양한 제재를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마치 晩明의 도시문화사라 불러도 좋을 만큼 당시의 찻집이나 술집, 노래하고 춤추던 무대, 설서(說書)와 연극공연, 등불장식과 각종 축제, 새 기르기와 투계, 사냥과 무술구경, 그리고 산수의 풍경, 골동품, 공예품이나 그림 등 당시 도시 문화의 구체적이고 미세한 정경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5. 가치와 영향
《도암몽억》은 형식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쓰여 졌고, 독특한 풍격을 가지고 있으며, 개인의 삶과 내면을 여실히 드러내는 개성적인 글쓰기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장대는 만명(晩明) 소품문의 대가로 추앙받게 되었다. 이 책에는 도시 문화로 진입한 만명 시기에 다양한 계층들의 인물 형상 및 심리 상태,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풍부한 소재들이 결집되어 있으며, 만명에 대한 사회사적 자료를 제공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다.
6. 참고사항
(1) 명언
⋅“무언가에 몰두하는 취미가 없는 사람과는 사귈 수 없다. 그런 사람에게는 깊은 정이 없기 때문이다. 허물이 없는 사람과도 사귈 수 없다. 그런 사람에게는 진정한 사람의 기운이 없기 때문이다.[人無癖不可與交 以其無深情也 人無疵不可與交 以其無真氣也]” 〈권4 기지상벽(祁止祥癖)〉
⋅“안개인 듯 성에인 듯 온통 하얗게 서려 있어 하늘도, 구름도, 산도, 물도 모두가 흰색이었다. 호수 위의 그림자라곤 긴 방죽의 흔적, 한 점의 호심정, 내가 탄 작은 배와 배안의 두 세 사람만이 점으로 보일 뿐이었다.[霧凇沆碭 天與雲與山與水 上下一白 湖上影子 惟長堤一痕 湖心亭一點 與余舟一芥 舟中人兩三粒而已] 〈권3 호심정간설(湖心亭看雪)〉
(2) 색인어:만명(晩明), 소품(小品), 경물, 풍속, 희곡, 도시문화
(3) 참고문헌
《陶庵夢憶》 (淮茗 評注, 上海三聯書店)
《陶庵夢憶》 (趙秀鳳·于學周·田剛靑 點評, 靑島出版社)
《張岱散文選集》 (徐栢容․鄭法淸 主編, 百花文藝出版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