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장화(張華)가 지은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의 지괴소설(志怪小說)이다. 제목 그대로 사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다룬 기록으로, 10권 39목 324조로 이루어졌다.
2. 저자
(1) 성명:장화(張華)(232~300)
(2) 자(字)·별호(別號):자는 무선(茂先),
(3) 출생지역:범양(范陽) 방성(方城)(현 중국 하북성(河北省) 고안현(固安縣) 남쪽 지역)
(4) 주요활동과 생애
장화는 《수신기(搜神記)》를 지은 간보(干寶), 《열이전(列異傳)》을 지은 조비(曹丕)와 함께 삼대 지괴소설로 불리는 《박물지》의 저자이다.
박학다식하면서 문장에도 뛰어났다. 완적(阮籍)에게 재능을 인정받아 위(魏)나라 때에 중서랑(中書郞)에 올랐고, 진무제(晉武帝) 때에 중서령(中書令)과 산기상시(散騎常侍)를 지냈다. 오(吳)나라 멸망에 공을 세워 광무현후(光武縣侯)에 봉해졌다. 혜제(惠帝)가 즉위하자 태자소부(太子少傅)에 임명되었다. 초왕(楚王) 사마위(司馬瑋)를 제거하는데 공을 세워 시중(侍中)을 거쳐 사공(司空)에 올랐지만, 뒤에 조왕(趙王) 사마륜(司馬倫)에게 살해당하였다.
(5) 주요저작:《박물지》, 《장사공집(張司空集)》, 〈초료부(鷦鷯賦)〉, 〈여사잠(女史箴)〉, 〈잡시(雜詩)〉, 〈정시(情詩)〉, 〈여지시(勵志詩)〉 등이 유명하다.
3. 서지사항
동진(東晋) 왕가(王嘉)가 기록한 《습유기(拾遺記)》 권9에 “《박물지》는 원래 400권이었으나 진(晉) 무제(武帝)가 10권으로 산정(刪訂)하라고 명하여 10권으로 줄어들었다”고 하였다. 이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지만 현재 전하는 《박물지》는 장화가 처음 지은 모습은 아니며, 200여조의 일문(逸文)도 전해지고 있다.
《수서(隋書)》 경적지(經籍志)에는 잡가류(雜家類)에, 《구당서(舊唐書)》 경적지와 《신당서(新唐書)》 예문지(藝文志)에는 소설가류에 소속되어 있다. 《사고전서제요(四庫全書提要)》에 “원서가 산일되자 호사가들이 여러 박물지에서 인용하거나 다른 소설에서 채록한 것[原書散佚 好事者掇取諸書 所印博物志而採他小說]”이라고 하면서, 채록 대상이 된 책으로 《예문류취(藝文類聚)》ㆍ《태평광기(太平廣記)》ㆍ《공자가어(孔子家語)》ㆍ《수신기》 등 10여 종을 들었다.
《박물지》 판본은 두 가지 계통으로 유통되는데, 39목(目)으로 나뉘어진 《비서이십일종(秘書二十一種本)》본이나 《사고전서(四庫全書)》본 계열이 주류를 이루고, 조목을 분류하지 않은 황비열(黃丕烈)의 《사례거총서(士禮居叢書)》본 계열도 다수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505년에 39목(目)으로 나뉘어진 주일용(周日用) 주본(注本)을 목판본으로 간행하였는데, 10행 18자 주쌍행(注雙行) 유계(有界) 10권 1책이다.
4. 내용
장화가 《박물지》 첫머리에 붙인 서문은 제1권 제1목의 서문이지만, 이 책 전체를 쓴 목적과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산해경(山海經)》, 《우공(禹頁)》, 《이아(爾雅)》, 《설문해자(說文解字)》 및 기타 지리책을 두루보았는데 비록 그 책들이 모두 잘 갖추어져 기록되었다고 하나 각기 실리지 않은 것이 있어서 이 〈지리략(地理略)〉을 지었다. 나는 기록에 보이지 않은 내용을 보충해 써 넣고 먼 지방의 지리에 대해 대충 소개했다. 또한 산과 시내의 방위 및 모양과 그것들이 상징하는 상서로움과 불길함의 정후에 대해서 서술했다.”
그는 결국 《산해경(山海經)》, 《우공(禹頁)》, 《이아(爾雅)》, 《설문해자(說文解字)》 등의 저술을 넘어서 당대 학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세상 사물에 관한 지식을 총망라하고 싶었기에 책 제목도 《박물지(博物志)》라고 하였다.
《박물지》는 39개의 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 제목만 보아도 내용을 짐작할 수가 있다.
(권1) 1. 지리략(地理略). 2. 지(地), 3. 산(山), 4. 수(水), 5. 산수총론(山水總論), 6. 오방인민(五方人民), 7. 물산(物産). (권2) 8. 외국(外國), 9. 이인(異人), 10. 이속(異俗), 11. 이산(異産). (권3) 12. 이수(異獸), 13. 이조(異鳥), 14. 이충(異蟲), 15. 이어(異魚), 16. 이초목(異草木). (권4) 17. 물성(物性), 18. 물리(物理), 19. 물류(物類), 20. 약물(藥物), 21. 약론(藥論), 22. 식기(食忌), 23. 약술(藥術), 24. 희술(戱術). (권5) 25. 방사(方士), 26. 복식(服食), 27. 변방사(辨方士). (권6) 28. 인명고(人名考), 29. 문적고(文籍考), 30. 지리고(地理考), 31. 전례고(典禮考), 32. 악고(樂考), 33. 복식고(服飾考), 34. 기명고(器名考), 35. 물명고(物名考). (권7) 36. 이문(異聞). (권8) 37. 사보(史補). (권9) 38. 잡설상(雜說上). (권10) 39. 잡설하(雜說下).
이상 조목들에는 산천과 지리, 기이한 동식물, 각국의 풍속, 의약, 신선과 방술, 역사, 신화와 전설 등 다양한 내용들이 망라되었다.
5. 가치와 영향
유가사상이 쇠퇴하고 자유로운 담론이 활발해진 시기에 신비하고 기이한 책을 즐겨 읽었던 장화의 개인적인 글쓰기가 마음껏 드러난 책이다. 진(晉) 무제(武帝)가 400권본 《박물지》를 보고 장화에게 내린 조서에서 “그대의 재주는 만대를 한데 모은 것이고 박식함은 따를 무리가 없어, 멀리로는 복희씨(伏羲氏)보다 낫고 가까이로는 공자(孔子) 다음이다[卿才綜萬代 學識無倫 遠冠羲皇 近次夫子]”라고 칭찬한 근거가 일부 확인된다.
39개 제목 가운데 ‘외(外)’자와 ‘이(異)’자가 10개나 들어 있어, 장화는 새로운 세상을 소개해 준 저술가로 이름을 남겼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지괴서(志怪書) 유행을 주도했으며, 지괴소설이 전기소설로 발전하는 데에 일정한 영향을 끼쳤다. 수십 종의 총서에 편입되어 근대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천지가 처음에는 발이 없었다. 그래서 여와씨가 오색의 돌을 단련하여 이를 가지고 허물어진 곳을 기웠으며, 큰 자라의 다리를 잘라 네 극(極)을 괴었다. 그 뒤에 공공씨와 전욱이 제왕의 자리를 놓고 다투다가 그만 노해서 부주지산을 들이받아 천주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그 때문에 땅의 힘줄이 끊어져버렸다. 그리하여 하늘이 서북쪽으로 기울어 일월성신이 그쪽으로 쏠려 돌게 되었으며, 땅은 동남쪽이 채워지지 못하여 모든 물들이 동남쪽으로 흘러들게 된 것이다.[天地初不足 故女와(氏練五色石以補其闕) 斷鰲足以立四極 其後共工氏與顓頊爭帝 而怒觸不周之山 折天柱 絶地維 故天後傾西北 日月星辰就焉 地不滿東南 故百川水注焉]” 〈권1 지(地)〉
• “사랑에 빠진 남자는 아내를 얻지 않았어도 여자와 교감이 되며, 사랑에 빠진 여자는 남편이 없어도 임신할 수 있다. 후직의 어머니는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따라갔다가 후직을 낳았으며, 이윤의 어머니는 공상(空桑)에서 이윤을 낳았다.[思士不妻而感 思女不夫而孕 后稷生於巨迹 伊尹生乎空桑]” 〈권9 잡설상(雜說上)〉
(2) 색인어:박물지(博物志), 장화(張華),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지괴소설(志怪小說), 수신기(搜神記),
(3) 참고문헌
• 博物志全譯(祝鴻傑, 貴州人民出版社)
• 晉書 卷36 張華傳(中華書局)
• 中國古代小說史(全寅初, 新雅社)
• 박물지(임동석 역, 고즈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