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불설무량수경(佛說無量壽經)》은 정토불교, 즉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여 내세에 극락에 왕생하여 성불한다고 설한 대표적 경전이다. 《불설무량수경》, 《아미타경(阿彌陀經)》, 그리고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을 ‘정토삼부경(淨土三部經)’이라 말하는데, 그중 가장 중시되는 경전이 바로 《불설무량수경》이다. 2권 분량의 이 경전은 역사적으로 인도에서부터 성립되어 정토신앙의 여러 교설을 가장 자세하게 설하고 있으며, 아미타불의 전신인 법장비구(法藏比丘(법장보살(法藏菩薩)))의 48원이 제시되어 있다.
2. 저자
불교경전은 대개 저자가 존재하지 않으나 경전 안에서 그 가르침을 설하는 존재가 없지는 않은데 그가 바로 ‘불(佛)’이다. 그렇기에 ‘불설(佛說)’이라 일컫지만 그 ‘불’ 자신이 직접 집필한 것이 아니기에 저자일 수는 없다. 불설을 견문(見聞)한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나는 이와 같이 들었습니다.[如是我聞]’라고 하면서 사람들에게 전하고, 그렇게 전달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문자로 정착된 것이 불교경전이다. 기록자는 기록자일 뿐, 내용의 저작권이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기록자의 이름을 저자라 할 수는 없다.
다만 《불설무량수경》은 원래 인도에서 성립하여 중국에 전해졌고, 중국에서 한문으로 번역된 만큼 번역자가 존재한다. 《불설무량수경》 상권과 하권에는 공통적으로 ‘조위천축삼장강승개역(曹魏天竺三藏康僧鎧譯)’이라 되어 있다. ‘삼국시대 조씨가 세운 위나라 시절, 천축[인도]에서부터 온 삼장법사 강승개 옮김’이라는 의미이다. 삼장은 경전모음인 경장(經藏), 계율모음인 율장(律藏), 그리고 그 둘에 대한 논문모음인 논장(論藏)을 가리키는데, 이 삼장에 통달하여 번역하는 승려를 삼장법사(三藏法師)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강승개가 번역한 것이 아니라 동진(東晉)의 불타발타라(佛陀跋陀羅)와 유송 (劉宋)의 보운(寶雲)이 421년에 공역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3. 서지사항
《불설무량수경》은 중국에서 번역된 12종의 이역본(異譯本) 중 하나이다. 7가지 번역은 현전하지 않고, 현재 5가지 번역만 전하고 있다. 간략히 정리해본다.
① 《아미타삼야삼불살루불단과도인도경(阿彌陀三耶三佛薩樓佛檀過度人道經)》 2권. 오(吳)의 지겸(支謙)이 번역하였다. 약칭은 《대아미타경》이다.
② 《무량청정평등각경(無量淸淨平等覺經)》 4권. 후한(後漢)의 지루가참(支婁迦懺)의 번역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위(魏) 백연(帛延(白延))의 번역으로 추정된다. 약칭은 《평등각경》이다.
③ 《불설무량수경》 2권. 약칭은 《대경(大經)》・《양권경(兩卷經)》・《쌍권경(雙卷經)》 등이다. ‘대경’이라는 명칭은 소경(小經)이라 불리는 《아미타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기 때문이다.
④ 《무량수여래회(無量壽如來會)》 2권. 《대보적경(大寶積經)》 제5회(권 17~18) 수록본. 당(唐) 보리류지(菩提流志)의 번역으로 약칭은 《여래회》이다.
⑤ 《대승무량수장엄경(大乘無量壽莊嚴經)》 3권. 송(宋) 법현(法賢)의 번역으로 연대가 가장 늦은 번역본이다. 약칭은 《장엄경》이다.
이 중에 ①과 ②는 법장비구의 서원이 24원, ③과 ④는 48원, ⑤는 36원이다. 이를 근거로 ①과 ②를 ‘초기 《무량수경》’이라 하고, ③과 ④를 ‘후기 《무량수경》’이라 말한다. ⑤는 36원이지만, ‘후기 《무량수경》’으로 본다.
그런데 한역의 저본(底本)이었을 인도의 산스크리트 원전(범본(梵本))은 현재로서는 한 종류밖에 전하지 않는다. 바로 《수카바티뷰하Sukhāvatīvyūha》인데, 극락장엄경(極樂莊嚴經)이라 옮길 수 있다. 여기서 법장비구의 서원은 47원으로, ‘후기 《무량수경》’ 계통이다. 또 티벳어 역본도 존재하는데 그 제목을 옮기면 ‘성무량광장엄대승경(聖無量光莊嚴大乘經)’으로, 현존 범본의 제목과는 다른 의미가 된다. 이를 통해 인도에서 이미 복수의 범본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티벳어 역본 역시 ‘후기 《무량수경》’이다. ‘후기 《무량수경》’에 속하는 이역본들 사이의 성립순서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중화문화권, 한국, 일본의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읽힌 한역본이 바로 《불설무량수경》이다. 일찍이 대장경 안에 수록되었는데, 우리의 고려대장경 6책과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 12책에 수록되어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대정신수대장경 수록본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글대장경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한국어 번역본이 있다. 다만 범본, 한역(漢譯)의 4종 이역본을 참조하여 살필 때, 우리말 번역의 저본이 되는 《불설무량수경》 자체에 이미 오역이 생길 수밖에 없는 근본적 문제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산스크리트어(범어(梵語))는 표음문자인데, 한문은 표의문자라는 언어적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그렇기에 종래의 우리말 번역 역시 필연적으로 오역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장차 범본과 한역의 이역본을 대조하면서 《불설무량수경》의 의미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번역된, 오역이 없는 새로운 우리말 번역이 나와야 할 것이다.
4. 내용
《불설무량수경》은 크게 네 가지 사항을 설하고 있다. 첫째는 아미타불의 성불 이야기, 둘째는 극락정토의 모습, 셋째는 극락정토에 가서 태어나는 방법, 그리고 넷째는 중생들이 예토(穢土)를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다.
이 중 앞의 세 가지는 《아미타경》과 《관무량수경》에서도 다뤄지지만, 아미타불의 성불 이야기는 《불설무량수경》에서 가장 자세하게 서술된다. 극락정토의 건설이나 중생의 왕생방법(往生方法)은 모두 아미타불의 성불 이야기 안에서 제시된다. 왜냐하면 그것들 역시 아미타불이 스스로 내세운 성불의 조건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먼 과거세(過去世)에 세자재왕불(世自在王佛)이 계셨는데, 그때 국왕이 문득 부처가 되어서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고, 출가하여 법장(法藏)비구라는 승려가 된다. 그는 세자재왕불 앞에 나아가서 마흔여덟 가지 원(사십팔원(四十八願))을 세웠는데, 그 원이 다 이루어져서 아미타불이 되었다.
48원에는 아미타불의 정체성, 극락정토의 모습, 그리고 중생의 왕생방법이 다 설해져 있다. 48원은 산문으로 씌어져 있는데, 바로 다음에 운문으로 네 가지 서원(사서(四誓))을 더 세운다. 다만, 현재 《불설무량수경》에는 네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인 것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범본이나 《여래회》를 대조해보면, 네 가지 서원이 세워졌음을 알수 있다. 《불설무량수경》에는 5언 절구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보니, 그 내용을 다 담기 어려워서 마지막 네 번째 서원은 서원이 아닌 것처럼 되어 있었다.
종래 정토불교에서는 48원을 주로 이야기해왔다. 그것이 더욱 중요해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서(四誓) 역시 아미타불의 서원이므로 함께 고려하여 52서원으로 인식해야 아미타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법장비구였을 때 세운 52서원을 인문(因文)이라 하는데, 법장비구가 아미타불이 된 이후에는 그 서원들이 다 성취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성취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석가모니불이 아난(阿難)을 상대로 해서 설하는데, 그 원을 성취문(成就文)이라 한다. 성취문을 통하여 아미타불에 대하여 서술하고, 극락정토를 묘사한다. 따라서 《불설무량수경》은 법장비구의 서원과 관련되는 내용이 대종(大宗)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설무량수경》의 주요 내용 중 마지막으로 예토의 모습은 《아미타경》이나 《관무량수경》에는 없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하권에서 설해지는데, 중국의 유교나 도교에서 쓰이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덧보태어졌다는 설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인도의 원전에 있던 내용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선(善)을 강조하는 특징 자체는 적어도 《대아미타경》과 《평등각경》의 전체 흐름과 조화 가능하다는 이유에서이다. 좀 더 명확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부분이다.
5. 가치와 영향
《불설무량수경》의 가치와 영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만하다. 불교에서 제시하는 중생이 부처가 되는 길은, 참선을 하여 현생(現生)에서 중생 스스로 부처임을 깨닫는 길과 아미타불의 서원을 믿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여 내생에 극락에 왕생하여 열반(涅槃)에 들어가는 길이다. 전자는 자력(自力)의 길이니 중생들로서는 실로 행하기 어려운 난행도(難行道)가 아닐 수 없다. 그 길을 간 선각자들이 적지는 않으나, 중생들의 전체 집합에서 본다면 그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일 것이다. 그래서 후자의 길, 즉 중생의 힘이 아니라 아미타불의 힘에 의지하는 불력(佛力)의 길이자 타력(他力)의 길이 필요해졌다. 그것이 이행도(易行道)의 정토불교인 것이다. 애당초 초기불교는 자력, 난행도로부터 출발하였으나 대승불교에서는 타력, 이행도를 더 개설하게 된다. 더 많은 중생들을 부처되는 길로 인도하기 위해서이다. 이 두 가지 길 중에 후자의 길이 바로 《불설무량수경》에서부터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나무아미타불’ 여섯 자의 염불로 인하여 얼마나 많은 중생들이 구제되었는지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다음, 《불설무량수경》은 《아미타경》과 《관무량수경》의 성립에 영향을 미쳤다. 《아미타경》과 《관무량수경》은 《불설무량수경》 없이는 결코 성립할 수 없었던 경전이다. 각기 차이점이 없지는 않으나 큰 틀에서 볼 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또 하나 후대에 나온 주석서들을 통하여 영향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중국에서 이루어진 주석서로는 정영사(淨影寺) 혜원(慧遠)(523~592)의 《무량수경의소(無量壽經義疏)》 2권, 길장(吉藏)(549~623)의 《무량수경의소》 1권이 현재 전해져 온다. 신라에서는 원효(元曉(617-686))의 《무량수경종요(無量壽經宗要)》 1권, 경흥(憬興(681?~?))의 《무량수경연의술문찬(無量壽經連義述文贊)》 3권이 온전하게 전해져온다. 이들을 ‘4대 주석서’라 말한다. 그 외 법위(法位(7세기경))의 《무량수경의소》, 의적(義寂(7세기~8세기 초))의 《무량수경술의기(無量壽經述義記)》, 현일(玄一)의 《무량수경기(無量壽經記)》는 온전히 전하지는 않는다. 현일의 주석서는 상권만 현존하고 있다. 7~8세기에는 《불설무량수경》 연구의 중심이 신라였으나, 통일신라 후기에 선(禪)이 전해지면서 그 이후로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불설무량수경》 연구는 그다지 행해지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토신앙 그 자체는 행해지고 있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일본에서는 정토진종의 개조 신란(親鸞(1173~1262))이 6권으로 이루어진 《교행신증(敎行信證)》을 저술하여 정토불교의 교리조직을 체계화하였는데, 《불설무량수경》에 입각하여 이루어졌으며 경문을 치밀하게 인용한 바 있다. 또한 정토문의 학승들은 다양한 저술 속에서 신라의 주석서들을 널리 인용하였다. 정토종 학자 에타니 류카이(惠谷隆戒)가 그 인용문들을 모아서 복원본을 만들었고, 근래 한명숙이 그 복원본들을 우리말로 옮겼다. 현재 《불설무량수경》 연구는 양과 질 모두에서 일본학계가 이끌고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가령 제가 부처가 된다 하더라도, 시방세계의 중생들이 저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지심(至心)으로 신요(信樂)하고 저의 나라에 태어나고자 하여, 예컨대 열 번 저의 이름을 염하여서도 만약 태어나지 못한다면, 위없이 높고 올바른 깨달음을 깨닫지 않겠습니다. 다만 무간지옥에 떨어질 다섯 가지 죄와 정법을 비방하는 죄를 범한 경우에는 제외합니다.[設我得佛 十方衆生 至心信樂 欲生我國 乃至十念 若不生者 不取正覺 唯除五逆誹謗正法]” 〈상권 제18원〉
•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법장보살은 이미 부처를 이루어서 열반을 얻었습니까, 혹은 부처가 되지 못했습니까, 혹은 지금 정토에 계시면서 법을 설하시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보살은 지금 이미 성불하여 현재는 서방에 계시면서 법을 설하시고 있다. 여기서부터 10만억의 국토를 지나서 있는 그 부처님 세계는 「안락」이라 이름한다.’ 아난이 다시 여쭈었다. ‘그 부처님께서는 도를 이루신 이래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성불해서부터 대략 10겁이 지났다.’[阿難白佛 法藏菩薩 爲已成佛而取滅度 爲未成佛 爲今現在 佛告阿難 法藏菩薩 今已成佛 現在西方 去此十萬億刹 其佛世界 名曰安樂 阿難又問 其佛成道已來 爲經幾時 佛言 成佛已來 凡歷十劫]” 〈상권〉
(2) 색인어:아미타불(阿彌陀佛), 무량수불(無量壽佛), 무량광불(無量光佛), 법장비구(法藏比丘), 법장보살(法藏菩薩), 안락국(安樂國), 서원(誓願), 왕생(往生), 삼배(三輩), 오악 (五惡)
(3) 참고문헌
• 漢譯五本梵本藏譯 對照 無量壽經(大田利生 編, 永田文昌堂, 2006)
• 淨土三部經 上(中村元 外 譯, 岩波書店, 2012)
• 無量壽經連義述文贊(憬興 著, 한명숙 옮김, 동국대학교출판부, 2014)
• 復元本 無量壽經述義記(義寂 著, 惠谷隆戒 復元, 한명숙 옮김, 동국대학교출판부, 2020)
• 無量壽經の硏究(大田利生, 永田文昌堂, 2006)
• 〈《무량수경》의 ‘자연’ 개념과 그 격의성〉(김영진, 《禪文化硏究》 14, 2013)
• 〈원효의 정토사상과 범본 무량수경 1〉(김호성, 《印度哲學》 60, 2020)
• 〈무량수경 제22원의 번역문제〉(김호성, 《印度哲學》 63. 2021)
【김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