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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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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수신기(搜神記)》는 동진(東晋)의 문인 간보(干寶)가 지은 지괴(志怪) 소설로서 주로 신, 신선, 귀신, 요괴, 정령, 변화 등 초자연적 소재에 대한 464개의 단편 이야기들을 20권으로 나누어 수록한 작품이다.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시대의 지괴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후대의 소설, 희곡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설화문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2. 저자

(1)성명:간보(干寶)(?~356)
(2)자(字)·별호(別號):자는 영승(令升).
(3)출생지역:신채(新蔡)(현 중국 하남성(河南省))
(4)주요 활동과 생애
간보는 대략 서진(西晉) 무제(武帝) 시대에 지금의 하남성(河南省)에 속한 지역인 신채(新蔡)에서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조부인 간통(干統)은 오(吳)의 분무장군(奮武將軍)과 도정후(都亭侯)를 지냈고, 아버지인 간영(干瑩)은 단양현승(丹陽縣丞)을 지냈다고 한다. 간보의 가문은 관료 집안이기는 하였으나 권세 있는 문벌 출신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학업에 힘쓰고 많은 책을 섭렵하였으며 결국 재능을 인정받아 벼슬길에 나아가게 된다. 동진(東晋) 원제(元帝) 초년 그는 권신 왕도(王導)의 추천으로 저작랑(著作郞)이 되어 국사 편찬의 임무를 맡았는데 그가 지은 《진기(晉紀)》가 당시 큰 호평을 받아 ‘훌륭한 사관[良史]’이라는 칭송을 듣기도 하였다. 집안이 어려웠기에 스스로 지방관을 자청하여 산음현령(山陰縣令)과 시안태수(始安太守)를 지내기도 하였다. 성제(成帝) 함화(咸和) 원년(326)에 다시 왕도의 추천에 의해 사도부우장사(司徒府右長史)에 임명되었고 후일 산기시랑(散騎侍郞)에까지 이르렀다. 간보의 졸년(卒年)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대략 동진 목제(穆帝) 영화(永和) 말년(356)으로 추정된다.
정통 관료이고 근엄한 사관인 간보가 환상적 요소가 가득한 《수신기》를 짓게 된 동기로는 그가 겪은 극적인 사건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전해온다. 아버지 간영이 죽자 어머니의 질투로 아버지가 총애하던 여종을 순장했는데, 후일 죽은 어머니를 합장하려고 무덤을 열었더니 그때까지 여종이 살아 있었고 그녀가 아버지 혼령의 보호를 받아 생존했노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간보가 이에 충격을 받아 천하의 신비한 일에 관한 기록인 《수신기》를 저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에피소드이고 실제 간보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문인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사상적으로는 불교, 도교를 아우르는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천성적으로 음양술수(陰陽術數)를 좋아하였고 역술(易術)에도 심취하였으며 당시의 대표적 신비주의자인 갈홍(葛洪), 곽박(郭璞) 등과도 깊이 사귀었다고 한다. 전술한 에피소드와의 선후관계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이러한 학문성향 역시 《수신기》를 찬술하게 된 큰 동기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5)주요 저작:《수신기(搜神記)》, 《진기(晉紀)》, 《춘추좌씨의외전(春秋左氏義外傳)》, 《주역효의(周易爻義)》, 《간자(干子)》 등이 있으나 《수신기》만 전하고 그 외는 모두 일실(逸失)되었다.

3. 서지사항

《수신기》는 본래 《진서(晋書)》에 20권으로 저록(著錄)되어 있었으나 《수서(隋書)》와 《구당서(舊唐書)》 및 《신당서(新唐書)》에서는 30권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판본은 송대(宋代)에 이르러 모두 일실되었다. 지금 전하는 20권 본은 명대에 호응린(胡應麟)이 각종 유서(類書)에서 집록해 편성한 것이다. 이외에도 근인(近人) 왕소영(汪紹楹)의 교주본(校註本)에는 일문(逸文) 34조가 수록되어 있다.

4. 내용

《수신기》에는 총 464개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들 이야기는 신, 신선, 귀신, 요괴, 정령 등 초자연적 존재들이 일으키는 도술, 주술, 기적, 변신 등과 하늘과 땅, 동식물의 이상한 현상과 징조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야기의 밑바탕에는 당시 유행했던 도교, 신선사상을 비롯하여 무술(巫術),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참위설(讖緯說), 풍수(風水), 역술(易術) 등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대부분 간보가 서문에서 제시한 “신비주의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자[發明神道之不巫]”하는 목적을 위해 수록된 것이지만 그중에는 인간의 의지로 초자연적 존재나 현상을 극복하는 관점에 관련된 이야기도 있다. 그 예로 제16권의 송정백(宋定伯)은 귀신을 만났는데 이를 잡아 양으로 변하게 한 후 팔아서 돈을 벌었다. 제19권의 소녀 이기(李寄)는 뱀에게 제물로 바쳐졌으나 도리어 뱀을 퇴치하고 왕비가 되었다. 아울러 자연의 이변과 사물의 부조화한 현상들을 통하여 동한(東漢) 말기부터 진대(晋代)에 이르는 시기의 혼란한 정치, 사회상을 드러냈고 저승 등 이계(異界)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당시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현실을 폭로하기도 하였다.

5. 가치와 영향

간보는 《수신기》를 찬술한 직후 ‘귀신 이야기의 최고 기록자[鬼之董狐]’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수신기》는 처음부터 당대 문단에서 주목을 받았던 책이었다.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 시대에는 필기체 소설인 지괴(志怪) 장르가 유행하였다. 동방삭(東方朔)에 탁명(托名)한 《신이경(神異經)》,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 안지추(顔之推)의 《원혼지(冤魂志)》 등 많은 작품들이 등장하였지만 이 중 《수신기》는 다양한 내용과 후대 문학에 미친 영향 등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하였기에 가히 지괴 소설의 대표작이라고 부를 만하다. 가령 일본의 염곡온(鹽谷溫)은 이 책을 “육조소설의 백미(白眉)이자 《전등신화(剪燈新話)》와 《요재지이(聊齋志異)》의 원류”라고 평가하였는데 이것은 《수신기》가 후대의 지괴뿐만 아니라 전기(傳奇) 등 필기체 소설 전반의 전범으로써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긍정한 것이다. 아울러 《전등신화》에 미친 영향으로부터 나아가서는 한국의 전기소설 및 설화문학에 미친 영향까지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사(高麗史)》 선종(宣宗) 8년(1091)의 기사(記事)에 이 책이 처음 등장하는데, 이로 보아 최소한 11세기 이전에는 전입된 것으로 보인다. 제3권에는 관로(管輅)가 요절할 사람으로 하여금 남두성(南斗星)과 북두성(北斗星)을 대접하여 장수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러한 모티프는 조선의 정북창(鄭北窓) 연명설화(延命說話)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리된다.

6. 참고사항

(1)명언
• “요괴란 대개 정기(精氣)가 사물에 의탁한 것이다. 기가 안에서 어지러워지면 사물은 밖으로 변하게 된다. 형체와 정신, 기와 물질은 표리관계로 작용하는데 오행에 근본을 두고 있다.[妖怪者 蓋精氣之依物者也 氣亂於中 物變於外 形神氣質 表裏之用也 本於五行]” 〈제6권〉
(2)색인어:간보(干寶), 수신기(搜神記), 진기(晉紀), 지괴(志怪), 갈홍(葛洪), 곽박(郭璞), 음양술수(陰陽術數), 전등신화(剪燈新話), 요재지이(聊齋志異)
(3)참고문헌
• 搜神記(汪紹楹 校注, 里仁書局)
• 搜神記全譯(黃滌明 註譯, 貴州人民出版社)
• 新譯搜神記(黃鈞 註譯, 三民書局)
• 搜神記(竹田晃 譯, 平凡社),
• 수신기(전병구 역, 자유문고)
• 수신기(임동석 역, 동문선)

【정재서】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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