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심경부주(心經附註)》는 명(明)의 정민정(程敏政)이 남송(南宋)의 진덕수(眞德秀)가 지은 《심경(心經)》에 주를 붙여 편집한 책이다. 《심경》은 마음공부와 관련된 내용들을 사서삼경과 송대 학자들의 글에서 뽑고 그 아래에 송대 제현(諸賢)들의 학설을 주(註)로 단 것이며, 여기에 정민정의 주를 보탠 것이 《심경부주》이다
2. 저자
(1)성명:《심경》의 저자는 진덕수(眞德秀)(1178~1235), 《심경부주》의 저자는 정민정(程敏政)(1445~1499).
(2)자(字)·별호(別號):진덕수의 자는 경원(景元) 또는 희원(希元), 호는 서산(西山)이며, 정민정의 자는 극근(克勤), 호는 황돈(篁墩).
(3)출생지역:진덕수는 건주(建州) 포성(浦城)(현 중국 복건성(福建省)), 정민정은 휘주부(徽州府)(현 중국 안휘성(安徽省)).
(4)주요활동과 생애
진덕수는 남송(南宋) 때 학자로 주희의 문인 첨체인(詹體仁)에게 배웠다. 당대에 위료옹(魏了翁)과 병칭되었다. 1199년 진사가 되었고, 1205년에 현직 관료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박학굉사과(博學宏詞科)에 합격했다. 호부상서(戶部尙書)·한림학사(翰林學士) 등을 역임하였다. 당시 주자와 그 문도의 학문이 위학(僞學)으로 배척당하던 상황에서 진덕수는 주자와 주자학파를 옹호하는 장문의 상소를 올리는 한편 정주리학(程朱理學)을 발전시키는 데 힘썼다.
정민정은 명나라 헌종(憲宗) 2년(1466)에 과거에 급제하여 한림원에 들어가 봉직하고 예부시랑에 올랐으나, 효종(孝宗) 12년(1499) 이동양(李東陽)과 함께 회시(會試)를 주관하였는데, 시제(試題)가 유출되는 일로 탄핵을 받아 투옥되었다. 그 후 출옥한 뒤에도 벼슬에 나아가지 않았다. 그의 학문은 상산학에 기울었다는 평이 있었는데, 《심경부주》를 만들면서 도문학(道問學)보다는 존덕성(尊德性)을 주로 하였다는 점에서 은연중 주자보다는 육구연을 숭배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5)주요저작:진덕수의 저작은 《사서집편(四書集編)》, 《삼례고(三禮考)》, 《대학연의(大學衍義)》, 《서산독서기(西山讀書記)》, 《서산문집(西山文集)》, 《심경(心經)》, 《정경(政經)》, 《문장정종(文章正宗)》 등이 있으며, 정민정의 저작은 《황돈집(篁墩集)》, 《송유민록(宋遺民錄)》, 《영시집(咏詩集)》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심경(心經)》은 1234년에 편찬하였으며, 정민정이 1492년(효종(孝宗) 홍치(弘治) 5년)에 여기에 서문(序文)과 주석(註釋)을 붙이고, 그의 제자 왕조(汪祚)가 발문(跋文)을 써서 출간한 것이 《심경부주》이다. 4권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권1에는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의 ‘인심도심장(人心道心章)’‚ 《시경(詩經)》 〈노송(魯頌)〉의 ‘상제임여장(上帝臨汝章)’‚ 《주역(易經)》 건괘(乾卦)의 ‘한사존성장(閑邪存誠章)’과 곤괘(坤卦)의 ‘경이직내장(敬以直內章)’‚ 《논어(論語)》의 ‘안연문인장(顔淵問仁章)’‚ 《중용(中庸)》의 ‘천명지위성장(天命之謂性章)’ 등이‚ 권2에는 《대학(大學)》의 ‘성의장(誠意章)’‚ ‘정심장(正心章)’‚ 《예기(禮記)》 〈악기(樂記)〉의 ‘군자락득기도장(君子樂得其道章)’‚ 《맹자(孟子)》의 ‘인개유불인인지심장(人皆有不忍人之心章)’ 등이 실려 있다. 권3에는 《맹자(孟子)》의 ‘우산지목장(牛山之木章)’‚ “인인심장(仁人心章)‘‚ ’어아소욕장(魚我所欲章)‘ 등이‚ 권4에는 주돈이(周敦頤)의 〈양심설(養心說)〉‚ 주희(朱熹)의 〈경재잠(敬齋箴)〉‚ 〈구방심재명(求放心齋銘)〉‚ 〈존덕성재명(尊德性齋銘)〉 등이 있다. 그 이외에 진덕수의 〈찬(贊)〉과 정민정의 〈서(序)〉와, 왕조의 〈지(識)〉, 정복심(程復心)의 〈심학도(心學圖)〉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조선에서 간행된 판본에는 이황의 〈심경후론(心經後論)〉이 들어있다.
4. 내용
《심경(心經)》은 성현(聖賢)의 심법(心法)이 담긴 경전의 핵심 구절들을 모아 만든 책으로, 사서삼경(四書三經)과 《예기(禮記)》, 주돈이(周敦頤), 정이(程頤), 범준(范浚), 주희(朱熹)의 글에서 뽑은 본문과 이에 관계되는 해석과 송유(宋儒)들의 학설(學說)을 모은 주석(註釋)으로 구성되었다.
정민정은 진덕수가 단 주에 송대 대유(大儒)들의 중요한 말이 빠져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이 가려뽑은 주를 추가하고, 앞에 진덕수의 〈심경찬(心經贊)〉과 원대(元代) 정복심(程復心)의 〈심학도(心學圖)〉를 붙여 《심경부주》를 만들어 1492년에 편찬하였다. 정민정이 새로 붙인 부주의 분량이 전체의 7~80%를 차지한다.
정민정은 사람이 사람이란 명칭을 얻고 삼재(三才)에 참여하여 만화(萬化)를 낳을 수 있는 것은 그 ‘본심(本心)’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또한 《심경》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경(敬)’이라는 한 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하여‚ 정이천(程伊川)과 주희(朱熹)처럼 경(敬)을 학문의 핵심방법으로 여겼다. 그리고 이 책이 체(體)와 용(用)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른 데서 구할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심경부주》는 육구연의 학문에 경도되었던 정민정이 존덕성(尊德性)의 측면에 치중하여 편집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민정은 《심경》의 맨 마지막 〈존덕성재명장(尊德性齋銘章)〉에 부주를 달면서 도문학(道問學)과 존덕성(尊德性) 공부를 모두 중시한 것이 주희의 기본적 생각이라고 전제하고는, 주희가 초년에는 도문학에 치중하였다가 만년에는 존덕성을 위주로 하였다고 주장하며 주희의 제자 가운데 도문학에 편중하였던 진순(陳淳)을 비판하였다. 그리고 정민정은 다른 저서인 《도일편(道一編)》에서 주희가 말년에 육구연(陸九淵)과 존덕성이라는 측면에서 합일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5. 가치와 영향
중국이나 일본의 유학자들은 《심경부주》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는데, 유독 조선의 유학자들은 대단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심경부주》는 이황 이전에도 간행되었고 많은 학자들이 애호하였으나, 특히 이황이 높이 평가하고 제자들과 강론한 이후로 성리학의 기본서로 위상을 인정받게 된다. 이러한 이황의 존신은 후대 학자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효종, 숙종 등도 애호하였으며 경연 석상에서도 자주 강론되어 교서관(校書館)에서 간행되기에 이른다.
다만 상산학(象山學)에 경도된 학문 경향과 생전에 시제(試題)를 팔아먹은 부정 사건은 조선학자들이 정민정을 비판할 구실을 만들어 주었다. 퇴계학맥에서는 퇴계의 영향이 컸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었으나, 율곡학맥에서는 매우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다.
《심경부주》는 이황 이후 조선 말에 이르기까지 어지간한 조선 유학자라면 언급하지 않은 자가 없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심경부주》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견지하였는지를 막론하고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그런 가운데 100여 종이 넘는 관련 저술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는 조선 유학계의 오랜 화두였던 심성론의 전개에 《심경부주》가 중요한 전거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정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토해야 할 자료라고 할 수 있다.
6. 참고사항
(1)명언
• “아! 사람이 사람이라는 명칭을 얻어 삼재(三才)에 참여하여 만 가지 조화를 낼 수 있는 것은 그 본심을 잃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번 생각하는 짧은 시간 사이에 마음을 붙잡는지 놓아버리는지 얻는지 잃는지에 따라 성인(聖人)과 광인(狂人), 순(舜)임금과 도척(盜蹠)이 나누어지니 두려워할 만함이 이와 같다.[嗚呼 人之得名爲人 可以參三才而出萬化者 以能不失其本心而已 顧其操縱得失 于一念俄頃之間 聖狂舜蹠 於是焉分 其可畏如此]” 〈심경부주서(心經附註序)〉
• “주자 또한 말씀하시길 ‘정선생이 후학들에게 공이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敬)이라는 한 글자이다. 경(敬)은 성학(聖學)의 시종(始終)의 요점이다.’라고 하였으니, 이 《심경》에서 가르친 것은 경(敬)이라는 한 글자를 벗어나지 않는다.[朱子亦曰 程先生 有功于後學 最是敬之一字 敬者 聖學始終之要也 蓋是經所訓 不出敬之一言]” 〈심경부주서(心經附註序)〉
• “주자(朱子)의 〈구방심재명(求放心齋銘)〉에 말하였다. ‘천지(天地)가 변화함에 이 마음이 매우 인(仁)하다. 인(仁)을 이룸이 자신에게 있으니, 마음은 몸을 주재한다. 그 주재함은 무엇인가? 신명(神明)하여 측량할 수가 없다.[求放心齋銘曰 天地變化 其心孔仁 成之在我 則主于身 其主伊何 神明不測]” 〈구방심재명(求放心齋銘)〉
(2)색인어:심경(心經), 심경부주(心經附註), 진덕수(眞德秀), 정민정(程敏政), 존덕성(尊德性), 경(敬), 주희(朱熹), 육구연(陸九淵), 이황(李滉).
(3)참고문헌
• 心經釋義(宋時烈)
• 心經講錄刊補(金宗德)
• 譯註 心經附註(성백효, 傳統文化硏究會)
• 조선시대 심경부주 주석서 해제(홍원식 외, 예문서원)
• 심경부주와 조선유학(홍원식 외, 예문서원)
• 심경강해:퇴계선생의 심경부주 강의(김종석 역주, 이문출판사)
【이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