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역상고성(曆象考成)》은 서양 천문학 체계를 따른 시헌력(時憲曆)의 원리와 방법을 중국인 학자들이 완전히 소화하여 중국화하고, 첫 번째 시헌역법서인 《서양신법역서(西洋新法曆書)》의 방잡함을 정리하여 내적 정합성을 높힘과 동시에 역원을 강희 갑자년(1684)으로 바꾼 두 번째 시헌력법서이다.
2. 저자
(1) 성명:매각성(梅瑴成(1681~1764)), 하국종(何國宗(?~1766))
(2) 자(字)·별호(別號):매각성의 자는 옥여(玉汝), 호는 순재(循齋), 유하거사(柳下居士), 시호는 문목(文穆)이다. 하국종의 자는 한여(翰如)이다.
(3) 출생 지역:매각성의 출생지는 안휘(安徽) 선성(宣城(현 중국 안휘성(安徽省))), 하국종의 출생지는 순천(順天) 대흥(大興(현 중국 북경시(北京市)))이다.
(4) 주요 활동과 생애
매각성은 청나라 초기에 역산제일명가(曆算第一名家)로 일컬어지던 매문정(梅文鼎(1633~1721))의 손자로, 가학(家學)으로 천문 역산의 소양을 탄탄히 다졌으며, 강희제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이광지(李光地(1642~1718))가 매문정을 초빙하여 배양한 천문 역산 인재 중 하나이다. 1712년에 승덕(承德(현 중국 하북성(河北省)))의 피서(避暑) 행궁으로 가는 강희제(康熙帝(재위 1661~1722))를 수행하여 산법(算法)을 배웠으며, 1713년 북경에 있는 황실 별장 창춘원(暢春園) 안에 역법・악률・산법서 편찬을 위한 몽양재(蒙養齋)를 설치할 때 하국종과 함께 휘편(彙編)을 맡아 10년에 걸친 학습과 연구 끝에 역법서 《역상고성》과 산법서 《수리정온(數理精蘊)》을 완성하였다. 몽양재에서 연구 중이던 1715년에 진사(進士)가 되어 한림원 편수(翰林院編修)가 되었다. 옹정제(雍正帝(재위 1722~1735)) 때 《역상고성》의 방법에 따른 일・월식 예보에 오차가 발생하여 건륭(乾隆) 2년(1737)부터 1742년까지 《역상고성후편(曆象考成後編)》을 편찬할 때 다시 휘편을 맡았다. 순천부승(順天府丞), 홍려시경(鴻臚寺卿) 등을 지내고 도찰원좌도어사(都察院左都御史)까지 올랐다. 시호는 문목(文穆)이다.
하국종은 흠천감 오관정(五官正)을 지낸 하군석(何君錫)의 아들로, 가학으로 천문 역산의 소양을 쌓았으며, 이광지와 매문정이 양성한 인재 중 하나이다. 1712년에 진사가 되고, 형 하국주(何國柱)와 함께 강희제를 수행하여 피서 행궁으로 가서 산법을 배웠다. 이듬해 몽양재에 들어가 매각성과 함께 휘편을 맡아 《역상고성》과 《수리정온》을 편찬하였다. 옹정제 때 시독학사(侍讀學士), 내각학사(內閣學士), 대리시경(大理寺卿), 공부시랑(工部侍郎) 등을 지냈는데, 홍수에 대처할 때 과다한 비용을 지출한 일과 둑 공사의 감독이 미비함으로 인하여 좌천 또는 파면당하기도 하였다. 건륭제 때 산학관(算學館)과 율려관(律呂館)의 총재, 좌부도어사, 흠천감감정, 공부시랑, 좌도어사, 예부상서, 상서방편수(上書房編修), 내각학사 등을 지냈다. 강희제 때 〈황여전람도(皇輿全覽圖)〉의 제작에 참여하였고, 이때 누락되었던 신강(新疆) 지역의 측량을 건륭제 때 마저 수행할 때 참여하였다.
(5) 주요 저작
매각성의 주요 저작은 《역상고성》, 《수리정온》, 《역상고성후편》, 《조만치언(操縵巵言)》, 《적수유진(赤水遺珍)》, 《증산산법통종(增刪算法統宗)》(명나라 정대위(程大位)의 《산법통종(算法統宗)》의 내용을 가감하여 재정리한 책), 《매씨총서집요(梅氏叢書輯要)》(매문정의 저술을 모은 총서)이다. 하국종의 주요 저작은 《역상고성》, 《수리정온》, 《역상고성후편》, 《의상고성》, 《황조문헌통고(皇朝文獻通考)》의 〈상위고(象緯考)〉이다.
3. 서지사항
《역상고성》의 현존본은 옹정 2년(1724)에 무영전(武英殿)에서 《율력연원》의 일부로 판각한 옹정 2년 간본(刊本), 건륭 43년(1778)의 《이조당사고전서회요(摛藻堂四庫全書薈要)》 초본(抄本), 건륭 49년(1784)의 《사고전서》본, 광서(光緖) 28년(1903)의 호북관서국(湖北官書局) 간본 등 4종이 알려져 있다.
옹정 2년 간본의 권두에는 옹정 원년(1723)에 옹정제가 쓴 〈어제율력연원서(御製律曆淵源序)(율력연원 서문)〉, 옹정 2년에 기록한 47명의 편찬자 명단이 있다. 승지찬수(承旨纂修)는 장친왕(莊親王) 윤록(胤祿)과 성친왕(誠親王) 윤지(胤祉)이고, 휘편은 일강관 기거주 첨사부소첨사 겸 한림원시강학사 가일급(日講官起居注詹事府少詹事兼翰林院侍講學士加一級) 하국종과 한림원 편수관 매각성이다.
《이조당사고전서회요》본의 권두에는 옹정제의 〈어제율력연원서〉 뒤에 건륭 43년에 《사고전서》 편수관이 쓴 〈역상고성총목(曆象考成總目)〉이 더 있다. 상편 제1권을 제10,766권으로 하여 《사고전서회요》 안에서의 권차를 각 권의 첫머리에 기재하였다.
《사고전서》본은 자부(子部) 천문산법류(天文算法類) 추보지속(推步之屬)의 책으로 제790책, 791책에 수록되었다. 권두에는 건륭 49년에 《사고전서》 편수관이 쓴 〈역상고성총목〉이 있고, 옹정 2년의 편찬자 명단 중에 고측(考測)의 아홉 번째 사람의 성명과 열 번째 사람의 직함이 누락되어 두 사람이 한 사람으로 기록되는 바람에 총 46명으로 줄었다. 대만상무인서관(臺灣商務印書館)에서 1983년에 발행한 《영인문연각사고전서(景印文淵閣四庫全書)》 제790책에는 상편의 목록이 누락되었다. 《사고전서》본은 옹정 2년 간본에 비해 글자와 그림의 오류가 많다.
조선 후기 황윤석(黃胤錫)(1729~1791)의 《이재난고(頤齋亂藁)》 중 1796년 8월 26일 조에는 “관상감에 《역상고성》의 책판[(版本)]이 보관되어 있고 또 중국본과 조선본 각 1질이 함[(櫃)] 속에 잘 보관되어 있음”을 관상감의 서원(書員)을 지낸 사람의 전언으로 기록하고 있다. 조선에서도 이 책이 간행되었던 것인데, 완질의 조선본은 지금 전하지 않는 듯하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소장된(奎5205-v.1-8) 조선본 8권8책 목판본 《역상고성》에는 일월・오성의 표만 있는데, 그중에 〈일전표〉와 〈월리표〉는 나중에 편찬되는 《역상고성후편(曆象考成後編)》(1742)의 내용이고, 오행성의 표만이 《역상고성》의 내용이다.
4. 내용
청나라가 명나라를 멸망시키고 북경에 입성한 직후에 시헌력(時憲曆)이 시행되면서 《숭정역서》가 《서양신법역서(西洋新法曆書)》(1646)로 개칭된 이후 근 80년 만에 중국인 학자들이 《서양신법역서》의 번다한 내용을 간결히 정리하고 내적 정합성과 논리성을 강화한 책이 《역상고성》이다. 《서양신법역서》와 마찬가지로 티코브라헤(Tycho Brahe(제곡(第谷), 1546~1601))의 천문 이론을 채용하여, 지구에서 관측되는 천체의 부등속(不等速) 시운동(視運動)을 원형(圓形)의 본천(本天)과 여러 개의 주전원(周轉圓)에서 일어나는 등속 원운동의 조합으로 설명하였다. 이 책은 아래 표와 같이 일월・오성・항성의 위치 계산을 위한 이론편, 계산법편, 표들로 구성되었다.
상편 | 권차 | 권명 | 내용 |
권1 | 曆理總論 | 천지의 구조, 역원, 황・적도, 경・위도, 세차 등 역법 이론의 기초 사항들 |
권2~3 | 弧三角形上, 下 | 구면삼각법 |
권4 | 日躔曆理 | 태양 이론 |
권5 | 月離曆理 | 달 이론 |
권6 | 交食曆理1 【日食月食合論】 | 일・월식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이론 |
권7 | 交食曆理2 【專論月食】 | 월식 이론 |
권8 | 交食曆理3 【專論日食】 | 일식 이론 |
권9 | 五星曆理1 【五星合論】 | 오행성의 공통적인 운행 모형 |
권10 | 五星曆理2 【專論土星】 | 토성 이론 |
권11 | 五星曆理3 【專論木星】 | 목성 이론 |
권12 | 五星曆理4 【專論火星】 | 화성 이론 |
권13 | 五星曆理5 【專論金星】 | 금성 이론 |
권14 | 五星曆理6 【專論水星】 | 수성 이론 |
권15 | 五星曆理7 【五星合論】 | 오행성의 회합, 위도, 복현伏見, 시차視差 |
권16 | 恒星曆理 | 항성 이론 |
하편 | 권1 | 日躔曆法 | 태양 계산법 |
권2 | 月離曆法 | 달 계산법 |
권3 | 月食曆法 | 월식 계산법 |
권4 | 日食曆法 | 일식 계산법 |
권5 | 土星曆法 | 토성 계산법 |
권6 | 木星曆法 | 목성 계산법 |
권7 | 火星曆法 | 화성 계산법 |
권8 | 金星曆法 | 금성 계산법 |
권9 | 水星曆法 | 수성 계산법 |
권10 | 恒星曆法 | 항성 계산법 |
표 | 권1 | 日躔表 | 태양의 위치 계산용 표 |
권2~4 | 月離表1~3 | 달 위치 계산용 표 |
권5~8 | 交食表1~4 | 일・월식 계산용 표 |
권9 | 土星表 | 토성 위치 계산용 표 |
권10 | 木星表 | 목성 위치 계산용 표 |
권11 | 火星表 | 화성 위치 계산용 표 |
권12 | 金星表 | 금성 위치 계산용 표 |
권13 | 水星表 | 수성 위치 계산용 표 |
권14 | 恒星表 | 항성의 경위도표 |
권15~16 | 黄赤經緯互推表上, 下 | 황・적도 경・위도의 상호 변환표 |
《역상고성》이 《서양신법역서》와 달라진 주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황적교각(黃赤交角), 양심차(兩心差), 역원 등 천문 상수.
둘째, 하나였던 균시차(均時差) 표를 둘로 분리함.
셋째, 일식 3차(日食三差)의 기준점을 황평상한(黄平象限)에서 백평상한(白平象限)으로 바꿈.
넷째, 월식의 초휴(初虧), 복원(復圓) 방위를 황도 기준 동서남북에서 월면(月面)의 상하좌우로 바꿈.
다섯째, 오행성의 운행 중심을 태양에서 지구로 바꿈.
여섯째, 구면삼각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함.
일곱째, 일월・오성의 계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분을 생략함.
여덟째, 계산법편(하편의 〈〇〇역법〉)을 신설함.
아홉째, 서양 천문학 용어의 대역어(對譯語)가 안정됨.
5. 가치와 영향
《역상고성》은 서양 천문학의 이론을 따른 시헌력의 원리와 방법을 중국인 학자들이 완전히 소화하고 중국화하여 체계적인 역법서로 정리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서양 천문학이 전통 역법의 흐름 속으로 흡수되어 안착되었음을 말해준다. 《역상고성》이 《서양신법역서》와 달라진 점들은 매문정 등 청나라 초기 학자들이 논의했거나 몽양재에서 중국인 학자들이 관측한 결과들이며, 신설된 하편과 표를 합하면 전통 역법서의 형식에 완전히 부합한다. 그러면서도 이론을 충분히 설명하는 서양 천문서의 장점을 상편에 담아내었다. 다만, 이 책이 채용한 천문 체계가 여전히 근 100년 전에 편찬된 《숭정역서》를 답습하여 시대에 뒤떨어졌기 때문에 10년도 안 되어 다시 중대한 수정을 하게 된다.
조선은 대략 1729년에 이 책을 완질로 구해와서 관상감을 비롯하여 경학가(經學家) 등 일반 지식인들의 중요한 참고서가 되었다. 천문역법서가 이처럼 광범하게 읽힌 까닭은 두 가지 요인으로 해석된다. 첫째, 경학 연구에서 천문학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연구의 동기가 부여되었고, 둘째, 역산 매뉴얼과 표의 열거에 그쳐 이해하기 어려웠던 전통 역법서들과 달리 이론편이 친절하여 천문 역법에 대한 일반 지식인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6. 참고사항
(1) 천문 상수와 태양 운행 모델
• 황도 경사각이 《서양신법역서》에서 사용한 티코브라헤의 값 23도 31분 30초에서 23도 29분 30초로 2분 줄어듦. 이는 하짓날 정오 때 태양의 고도를 누차 측정하여 계산한 것임.
• 양심차(兩心差(이심률의 2배))가 0.0358416에서 0.0358977로 바뀜. 1717년 동지, 하지 전후에 관측한 태양의 위치를 이용하여 계산한 것임.
• 태양 운행 모델이 이심(離心) 모델 또는 주전원[本輪] 모델에서 제2주전원[均輪] 모델로 바뀜.
• 역원이 숭정 무진년(1628)에서 강희 갑자년(1684)으로 바뀌고, 역원 때 태양의 근지점 경도가 동지 후 5도 59분 59초에서 동지 후 7도 10분 11초 10미로 바뀜.
• 회귀년의 길이[歲實]는 365.2421875일로 변함이 없음.
(2) 색인어:역상고성(曆象考成), 율력연원(律曆淵源), 시헌력(時憲曆), 천문역법(天文曆法), 강희제(康熙帝), 티코브라헤Tycho Brahe(제곡(第谷)), 매각성(梅瑴成), 하국종(何國宗)
(3) 참고문헌
• 《中國科學技術史 天文學卷》(陳美東, 科學出版社, 2003, 660~670쪽)
• 《中國數學史大系》 第7卷(吳文俊 主編, 北京師範大學出版社, 2000, 318~319쪽, 357~368쪽)
• 〈역상고성〉(전용훈, 《조선시대 서학 관련 자료 집성 및 번역・해제 2》, 경인문화사, 2020)
• 〈曆象考成提要〉(石云里, 《中國科學技術典籍通彙 天文卷》 第7冊, 河南敎育出版社, 1994)
• 《시헌력의 발전, 역상고성에 기술된 태양의 운동》(강민정・김슬기・이면우・최승언, 교육과학사, 2023)
【강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