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청대(淸代)의 문인 기윤(紀昀)이 지은 필기체(筆記體) 소설이다. 본서는 5부작으로 1,244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가경(嘉慶) 5년(1800)에 제자 성시언(盛時彦)에 의해 합간(合刊)되었다. 주로 귀신과 여우를 소재로 현실을 반영하였으며 《요재지이(聊齋誌異)》의 뒤를 이어 청대 필기체 소설의 유행을 주도하였다.2. 저자
(1)성명:기윤(紀昀)(1724~1805)3. 서지사항
《열미초당필기》는 육조(六朝) 지괴(志怪)의 형식을 빌린 필기체 소설집이다. 기윤은 건륭 54년(1789)부터 가경 3년(1798)까지 9년간에 걸쳐 〈난양소하록(灤陽消夏錄)〉, 〈여시아문(如是我聞)〉, 〈괴서잡지(槐西雜志)〉, 〈고망청지(姑妄聽之)〉, 〈난양속록(灤陽續錄)〉 등의 5부작을 집필하였다. 가경 5년(1800)에 제자 성시언이 이들에 대해 기윤의 서재 이름을 따서 《열미초당필기오종(閱微草堂筆記五種)》이라는 서명(書名)을 붙여 합간하였다.4. 내용
《열미초당필기》에는 모두 1,244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기윤은 자신의 가족, 친척, 동료, 하인, 하층민 등 각계각층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소재를 취하여 소설을 구성하였다고 한다. 이들 이야기는 명대 말기로부터 청대 중엽까지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은 정치, 경제, 문화, 민속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이야기의 소재는 아무래도 육조 지괴의 형식을 취한 소설인 만큼 귀신, 여우 등에 관한 것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 그러나 기윤은 초자연적인 소재를 빌어 일상 현실, 특히 청대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려 하였다. 그는 필기체 소설 형식을 통하여 관리들의 부정과 부패, 유학자 지식계층의 허위와 위선을 꼬집고 하층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과 억울한 처지에 대해 동정을 표명하였다. 이것은 정통 관방학자로서 가지기 힘든 훌륭한 태도라 할 것이다. 물론 시대적, 사상적 한계로 인해 기존의 봉건체제를 옹호하고 교조적인 도덕론을 강조한 점이 없지는 않다. 특히 작품의 내용이 대부분 교훈적인 메타 내러티브로 귀결되어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미초당필기》는 판타지로서의 재미와 아울러 현실을 재고하게 하는 의미를 지닌 좋은 소설이라 할 것이다.5. 가치와 영향
《요재지이》가 실의한 하층 문인의 작품인 것에 반해 《열미초당필기》는 당대 최고의 고급 문사가 지은 작품이어서 이 책은 출간 직후 많은 문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그리하여 《요재지이》로부터 시발된 필기체 소설의 유행을 촉진시켜 이후 유월(兪樾)의 《우태선관필기(優台仙館筆記)》 등 다수의 작품들이 출현할 정도로 당시 소설문학에 영향을 주었다. 근대 무렵에는 북경대 초대 총장인 채원배(蔡元培), 노신(魯迅) 등의 극찬을 받기도 하였으나 중공 정권 수립 이후에는 봉건윤리를 찬양하는 반동소설로 낙인찍혀 1980년대 후반 문화대혁명이 종식될 때까지 줄곧 그 가치가 폄하되어 왔다. 그러나 개혁, 개방 이후 심근문학(尋根文學) 운동, 남미의 마술적 리얼리즘 등의 영향으로 지괴, 전기(傳奇) 등 필기체 환상소설에 대한 관심이 흥기하면서 《열미초당필기》의 가치도 재평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9세기 중반 이전에 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6. 참고사항
(1)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