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도가사상(道家思想)을 담고 있는 중국의 고전으로 《노자(老子)》, 《장자(莊子)》와 함께 도가(道家)의 삼서(三書)로 꼽힌다. 열어구(列禦寇)가 지었다고 전해지며, 8편으로 되어 있다.
2. 저자/편자
(1)성명:열어구(列禦寇), 전국시대 사람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생몰년은 미상이다.
(2)자(字)·별호(別號):이름은 어구(禦寇) 외에도 어구(圄寇) 또는 어구(圉寇)라고도 한다. 그러나 ‘어구’가 실제 이름인지 아니면 도적을 막거나 도적을 잡아 옥에 가두는 일을 담당해서 붙여진 직능의 이름인지는 분명치 않다. 후세 사람들이 존중해서 열자(列子)라 불렀다.
(3)출생지역:전국시대 정(鄭)나라 사람이라고 하지만 그의 생애와 행적이 불확실해 허구적인 인물로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여러 전적을 종합해볼 때 생존 자체를 부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도 없다. 다만 청허(淸虛)한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고서 무위(無爲)를 숭상하며, 자연적인 품성을 따라 도를 깨달았던 은자(隱者)라 여길 뿐이다.
(4)주요활동과 생애:행적과 생애에 대해 분명하지 않다. 당시의 다른 학자들처럼 많은 제자들을 거느렸고, 전국시대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왕후들에게 유세를 했다고 전해진다. 《장자》 〈소요유〉에 열자는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았다고 한 것으로 보아 장자가 허구로 가정한 인물로 추정된다.
(5)주요저작:미상(未詳).
3. 서지사항
《열자》는 《충허진경(沖虛眞經)》, 《충허지덕진경(沖虛至德眞經)》 등으로도 불린다. 《한서(漢書)》 〈예문지(藝文志)〉의 도가(道家) 부분에 《열자(列子)》 8편으로 기록되어 있다. 현전하는 《열자》도 8편이 남아 있지만 〈예문지〉에서 언급한 것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 예로부터 열어구가 직접 저술하였다는 설이 있었으나, 그가 서술한 것을 문인·후생들이 보완했다고 하는 견해와 후세의 위작이라는 견해가 대립된다. 《열자》의 성립연대에 대해 학자들이 많은 견해를 내놓았지만, 의견만 분분할 뿐 하나로 정립되진 못하였다.
《열자》가 편찬된 것은 열어구에 관한 행적과 자료가 단편적으로 전해져 내려오다가 한(漢)나라 때 유향(劉向)이 중복된 것을 정리하여 책으로 엮으면서부터이다. 그러나 이 책은 후에 실전(失傳)되었다. 현전하는 《열자》는 위진(魏晉)시대에 진(晉)의 중서시랑(中書侍郎) 장담(張湛)이 조부 장의(張疑)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것에 주해를 가한 것으로 이 책이 당나라 초기까지도 널리 유행하였다. 당대(唐代)에는 ‘충허진경’, 송대(宋代)에는 ‘충허지덕진경’이라는 존칭을 받았으나 그 내용은 노자(老子)의 청허무위(淸虛無爲)의 사상을 따른 것으로 독창성이 적다. 장담은 《열자》가 비록 선진시대에 다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유향이 교주(校注)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그 내력이 더욱 명백해지고 일맥진전(一脈眞傳)되어 후세에 보충한 흔적이 보이기는 해도 그 속에 열자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고 말하였다.
4. 내용
《열자》는 〈천서(天瑞)〉·〈황제(黃帝)〉·〈주목왕(周穆王)〉·〈중니(仲尼)〉·〈탕문(湯問)〉·〈역명(力命)〉·〈양주(楊朱)〉·〈설부(說符)〉의 8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내용은 민간전설‚ 신화‚ 우언‚ 고사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유명한 ‘기우(杞憂)’의 고사는 〈천서〉에 있고‚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는 〈탕문〉에 있으며, ‘조삼모사(朝三暮四)’는 〈황제〉에 있다. 역대의 학자들은 현행본 《열자》의 많은 내용이 《관자(管子)》‚ 《급총서(汲冢書)》, 《논어(論語)》‚ 《목천자전(穆天子傳)》, 《묵자(墨子)》‚ 《산해경(山海經)》‚ 《설원(說苑)》‚ 《시자(尸子)》‚ 《신론(新論)》‚ 《신서(新序)》‚ 《안자(晏子)》‚ 《여씨춘추(呂氏春秋)》‚ 《장자(莊子)》‚ 《한비자(韓非子)》‚ 《한시외전(韓詩外傳)》‚ 《회남자(淮南子)》 등에서 나온 것이라고 고증하고 있다.
비교적 체계적으로 위진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 작품은 〈역명〉과 〈양주〉이다. 〈역명〉은 일체가 모두 본래 그러한 것이며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다는 내용으로 당시의 자연숙명론을 숭상하던 풍조를 반영하고 있고, 〈양주〉는 생명은 유한한 것이니 살아있을 때에 마음껏 살고 죽을 때에는 즐겁게 죽자는 주장을 담고 있으며 부귀‚ 명예‚ 권력을 경시하고 욕구에 따라 환락을 쫓던 당시 귀족들의 인생관과 생활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천서〉에는 태역(太易)‚ 태초(太初)‚ 태시(太始)‚ 태소(太素)의 단계를 설정하여 기(氣)‚ 형(形)‚ 질(質)의 개념을 통해 우주의 변화를 설명하는 우주론적 사고가 있는데 이는 한대의 위서(緯書)에서 보이는 내용이다. 이 다양한 요소가 위진시대의 문벌귀족적 성향 안에서 융합되어 나타나므로 본서는 위진사상의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
5. 가치와 영향
현행하는 《열자》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등 전국시대부터 진(秦)·한(漢) 시대까지의 여러 사상과 책에서 취한 부분과 후한부터 진(晉)까지의 학설을 서술한 부분이 혼재되어 있다. 이런 까닭에 당(唐)의 유종원(柳宗元)은 이 책에 후세사람들이 덧붙인 것이 있다고 지적하였고, 또 임희일(林希逸)은 한 사람의 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고사손(高似孫)은 다시 열자를 가공의 인물로 보아 《열자》는 모두 후인의 편집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그 뒤 청(淸)의 요제항(姚際恒)은 고사손의 설을 지지하여 이 책의 한 부분은 전국시대 장자의 무리에 의하여 만들어진 듯하나 대부분은 후인이 덧붙인 것으로 책 속에 ‘서쪽 사람’이라든가 ‘성자’라든가 하는 것은 부처를 말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은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후한 명제(明帝) 이후에 덧붙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유향의 기록도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였다. 양계초(梁棨超) 역시 이 책에는 불교 사상과 통하는 내용이 있으므로 진대(晉代)의 위작이라고 보았으며, 고실(顧實)도 또한 위진시대 사람의 위작이라고 단정하였다. 그러나 《열자》는 열어구가 지은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책으로 이루어지기까지는 열자의 말이나 사상과 그의 제자들의 노력이 기본 바탕이 되었음은 틀림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당 현종(唐玄宗)은 《도덕경(道德經)》과 《남화경(南華經)》 그리고 《열자》를 도가(道家)의 주요 경전으로 지정하여 선비들이 이를 공부해서 과거에 응시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열자》가 도가사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일면이다.
《열자》는 문장이 간결하고도 쉬울 뿐 아니라 도의 원리와 도를 터득하는 방법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으며,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도가사상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열자》에 도가사상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유가사상이나 양주의 사상을 비롯한 다양한 사상이 포함되어 있다. 일견 잡되게 보이는 내용까지도 섞여 통일된 사상을 이루고 있지는 않지만, 사상사(思想史)의 자료적 가치는 매우 높다.
6. 참고사항
(1)명언
• “생성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이 한데 뭉쳐 오직 하나가 된 존재이고, 변화하지 않는 것은 끝없이 갔다가 와서 한계가 없다.[不生者疑獨 不化者往復 其際不可終]” 〈천서(天瑞)〉
• “지극한 도는 사람의 정(情)으로는 구할 수 없다.[至道不可以情求矣]” 〈황제(黃帝)〉
• “옛날의 참된 사람은 깨어 있을 때에도 스스로를 잊어버리고, 잠자고 있을 때에도 꿈을 꾸지 않는다.[古之眞人 其覺自忘 其寢不夢]” 〈주목왕(周穆王)〉
• “아무 것도 없으면 끝도 없고, 무엇인가 있으면 다함이 있다.[無則無極 有則有盡]” 〈탕문(湯問)〉
• “산다는 것은 사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해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몸은 사랑한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도 아니다.[生非貴之所能存 身非愛之所能厚]” 〈역명(力命)〉
(2)색인어:열자(列子), 열어구(列禦寇), 어구(圄寇), 어구(圉寇), 충허진경(沖虛眞經), 충허지덕진경(沖虛至德眞經), 유향(劉向), 장담(張湛), 도덕경(道德經), 남화경(南華經).
(3)참고문헌
• 列子(張湛 注, 淸 光緖2(1876)刻[後刷])
• 列子(列禦寇 撰, 張湛 注, 臺灣商務印書館)
• 열자론(신동준 저, 학오재)
• 열자(유평수 저, 자유문고)
• 열자(열자 저, 정창영 역, 올재클래식스)
【함현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