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설문해자(說文解字)》(이하 ‘《설문》’)는 가장 오래된 ‘한자(漢字)의 자형(字形)’을 해설한 저술로, 자전(字典)의 원조(元祖)이다. 후한(後漢)의 허신(許愼)(58~147)에 의해 100년(영원(永元) 12년)에 저술되었다. 이를 청(淸)나라 단옥재(段玉裁)가 주석(註釋)하여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이하 ‘《단주》)’를 저술하였는데, 《설문》의 여러 저술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인정되었다. 그리하여 세계적으로 널리 유통되고, 《설문》을 이해하거나 연구하는 데에 필수적인 자료가 되었다.
2. 저자
(1) 성명:단옥재(段玉裁)(1735~1815)
(2) 자(字)·별호(別號):단옥재의 자는 약응(若膺), 호는 무당(懋堂)·증자교림(曾字喬林)·순보(淳甫)·연북거사(硯北居士)·장당호거사(長塘湖居士)·교오노인(僑吳老人).
(3) 출생지역:강소(江蘇) 진강부(鎭江府) 금단현(金壇縣)(현 중국 강소성(江蘇省) 상주시(常州市) 금단구(金壇區))
(4) 주요활동과 생애
1759년(건륭(乾隆) 24) 25세에 거인(擧人)이 되어 국자감교습(國子監教習)에 임명되었다. 이 때 대진(戴震)을 선생으로 모셨고, 전대흔(钱大昕)·소진함(邵晋涵)·요내(姚鼐) 등 학자들과 교유하였다. 1770년 귀주(貴州) 옥병현지현(玉屏縣知縣)이 되고, 그 뒤로 사천성(四川省)의 부순현(富順縣)·남계현(南溪縣)·무산현(巫山縣)의 지사(知事)를 역임하였다. 1790년에 2차로 북경(北京)에 들어와 왕념손(王念孫)·왕인지(王引之) 부자(父子)를 만나 음운(音韻)·훈고(訓詁)를 토론하여 많은 합치를 보았다. 1793년 59세에 저술을 즐거운 일로 삼아 본격적으로 《설문》을 주석하였다. 1794년에 넘어져 오른쪽 다리를 못 쓰게 되고 건강이 더욱 나빠졌으나 작업을 계속하였고, 친구들에게 《설문》 주석을 완성하고 죽으면 기쁘겠다고 소회를 말하기도 하였다. 작업을 시작한 지 30여 년만인 1815년(가경(嘉慶) 20) 5월에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 30권을 출간하였고, 그해(1815) 9월 8일에 서거하였는데 향년 81세였다. 특히 문자(文字) 저술에 대한 공헌으로 동시대의 학자 계복(桂馥)·주준성(朱駿聲)·왕균(王筠)과 함께 설문사대가(說文四大家)로 칭송되었다.
(5) 주요저작:《설문해자주》, 《육서음운표(六書音韻表)》, 《시경소학(詩經小學)》, 《고문상서찬이(古文尙書撰異)》, 《주례한독고(周禮漢讀考)》, 《의례한독고(儀禮漢讀考)》, 《급고각설문정(汲古閣說文訂)》, 《경운루집(經韻樓集)》 등이 있다.
3. 서지사항
《설문》은 허신이 15편(篇)으로 편성하였는데, 본문 14편, 그리고 서목(敍目) 1권이었다. 그 후 서현(徐鉉)(916~991)이 주석을 달고 15편을 상하(上下)로 나누어 30권(‘대서본(大徐本)’이라 함)으로 만들었다.
단옥재는 대서본의 체제를 계승하여 《설문해자주》를 30권, 〈육서음운표(六書音均表)〉를 2권으로 엮어 총 32권으로 만들었다. 권두(卷頭)에는 〈왕념손설문해자주서(王念孫說文解字注序)〉, 〈설문해자주분권목록(說文解字分卷目錄)〉이 있다. 목록에 의하면 권수에 증감이 있는데, 주석이 적은 ‘8편상’과 ‘8편하’는 15권으로 통합하고, 주석이 많은 ‘11편상’은 ‘11편상1’과 ‘11편상2’의 둘로 나누어 각각 20권과 21권으로 만들어서 대서본의 30권과 권수는 같다. 《단주》는 《설문》을 따라 1권부터 28권까지는 자형(字形)을 설명한 본문이고, 29권은 ‘15편상’으로 허신의 〈설문해자서(說文解字敍)〉와 ‘권별 540부수의 목록’이다. 30권은 ‘15편하’로 〈진설문해자서(進說文解字敍)〉이다. 30권 말미에는 〈강원설문해자주후서(江沅說文解字注後序)〉·〈진환발(陳煥跋)〉·〈노문초설문해자독서(盧文弨說文解字讀序)〉·〈진환설문부목분운(陳煥說文部目分韻)〉이 포함되어 있다. 31권은 〈육서음운표(六書音均表)〉 1~3인데 앞부분에 〈대진서(戴震序)〉, 〈오성흠서(吾省欽序)〉, 〈육서음운표목록(六書音均表目錄)〉, 〈전대흔육서음운표서(錢大昕六書音均表序)〉, 〈대동원선생래서(戴東原先生來書)〉, 〈단옥재기대동원선생서(段玉裁寄戴東原先生書)〉가 있다. 그리고 32권은 〈육서음운표〉 4~5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권수제(卷首題)는 ‘說文解字第一篇〈上〉’의 형태로 되어 있고, 단옥재의 주석은 《설문》의 본문을 구절별로 분절한 설명 다음에 소자쌍행(小字雙行)으로 주석을 달았다.
단옥재 《설문해자주》의 가장 좋은 판본은 단옥재가 직접 판각한 것으로서, 그의 서재 이름 경운루(經韻樓)를 따서 ‘경운루본(經韻樓本)’이라고 불린다. 이 판본은 대북(台北)과 상해(上海)에서 출간된 것이 있다. 상해의 상해고적출판사(上海古籍出版社)에서는 《說文解字注》(7次 印刷, 1995)를 영인본으로 출간하였는데 표제자 소전(小篆)을 난상(欄上)에 해서(楷書)로 제시하여 판독과 검색에 편리하고, 《설문》 본문과 단옥재 주석까지 전문(全文)에 구두점을 표시하여 독해에 편리하게 하였다. 대북(台北)의 천공서국(天工書局)에서는 《說文解字注》(再版, 1987)를 영인본으로 출간하였는데 표제자 소전(小篆)을 홍색으로 표현하여 변별되게 하였고, 난상에 그 표제자를 해서로 제시함과 아울러 주음부호(注音符號)를 달아 한층 판독과 검색에 편리하였으며, 설문 본문과 단옥재 주석까지 전문(全文)에 구두점을 표시하여 독해에 편리하게 하였다.
4. 내용
《설문》은 540부수(部首)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은 소전(小篆) 위주로 자형뿐만 아니라 음의(音義)도 해설하였다. 여기에 수록된 표제자는 9,353자(字), 이체자는 1,163자로, 도합 10,516자이고, 그리고 해설한 글자는 모두 133,441자이다. 《단주》는 이에 대한 해설을 주석(註釋) 형식으로 추가한 것이다. ‘시(示)’ 자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밑줄 없는 부분이 《설문》이고, 괄호 속의 밑줄 부분이 《단주》임)
天𠂹象 見吉凶 見周易𣪠辭 所㠯示人也 从𠄞 古文上 三𠂹 謂 日月星也 觀乎天文 㠯察時變見周易賁彖傳 示 神事也 言天縣象箸明以示人 聖人因以神道設敎 凡示之屬 皆从示神至切 古音第十五部 中庸小雅以示爲寘 古文示 所謂古文諸丄字皆从一也
《설문》의 표제자 ‘시’ 다음의 “天𠂹象 見吉凶”의 출전이 《주역》 〈계사전〉임을 밝히고, “从𠄞”의 ‘𠄞’은 ‘상(上)의 고문’이라고 해설하였다. 또한 〈示의〉 “삼수(三)𠂹(세 개의 드리운 선)”는 ‘’(非文)을 가리키고 “觀乎天文 㠯察時變”의 출전은 《주역》 비괘의 〈단전〉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示 神事也”는 “하늘이……그 신묘한 도리로 가르침을 베푼다는 뜻을 말한 것이다.”라고 하여, 단옥재 자신의 견해로 해설하였다. 그 다음 ‘示’의 독음은 “신(神)과 지(至)의 반절(反切)”이고, 고음(古音)은 제15부(部)에 있으며, ‘示’가 《중용》과 《시경》 〈소아 녹명(鹿鳴)〉에서는 ‘寘둘/치’의 뜻으로 쓰인 경우도 소개하였다. 중문(重文)(표제자인 소전 이외에 거듭 제시한 문자)인 “ 古文示”에서는 “丄(上)의 모든 고문(古文)은 모두 상―의 자형을 따랐다.”고 하여, ‘丄’의 자형이 고문에서 ‘―’으로 바뀐 모습을 밝혔다.
반절 “神至切”은 서현(徐鉉)(916~991)의 《설문해자》본(大徐本)의 반절을 따른 것이다. ‘古音第十五部’는 〈육서음운표(六書音均表)〉 제15부에 ‘示’가 배열되어 있음을 말한다. 단옥재는 고음(古音)에 큰 관심을 보여 자신이 〈육서음운표〉를 저술하고 표제자마다 “고음은 제○부이다.[古音第○部]”라고 제시했던 것이다.
이상을 정리하면 《설문》과 《단주》의 문자해설의 서술형식은, 《설문》은 ‘표제자(소전), 자의, 자형, 자음’을 제시하고, 필요에 따라 보충 설명을 하였으며, 부수인 경우 속자가 그 부수 자형을 따랐다고 밝히고, 중문(重文)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이를 주석한 《단주》는 출전을 밝히고, 어느 글자가 고문(古文)임을 밝히고, 자형 설명에 자획(字畫)()을 제시하였으며, 반절을 제시하고, 고음이 속한 부(部)를 제시하였으며, 기타 보충 설명을 하기도 하였다.
한편 단옥재는 육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대진(戴震)의 사체이용(四體二用) 설을 적극 수용하였다.
육서는 문자, 성음, 의미를 모두 총괄한 것이다. 지사·상형·형성·회의가 있어서 여기에서 자형을 다 갖추게 되고, 문자는 각각 자음이 있어서 여기에서 성음을 다 갖추게 되고, 전주·가차가 있어서 자의를 여기에서 다 운용하게 된다. 글자는 다른데 의미가 같은 것을 전주라 하고, 의미가 다른데 글자가 같은 것을 가차라고 한다. 전주가 있어서 여러 문자가 하나의 의미로 될 수 있고, 가차가 있어서 하나의 문자가 여러 의미로 될 수 있다.……대진(戴震) 선생이 “지사·상형·형성·회의 네 가지는 문자의 근간(조자법)이고, 전주·가차 두 가지는 문자의 쓰임(운용법)이다.”라고 하였으니, 성인이 다시 나타난다 하여도 이 주장을 바꿀 수 없다.[六書者 文字聲音義理之總匯也 有指事象形形聲會意 而字形盡於此矣 字各有音 而聲音盡於此矣 有轉注假借 而字義盡於此矣 異字同義曰轉注 異義同字曰假借 有轉注而百字可一義也 有假借而一字可數義也……戴先生曰 指事象形形聲會意四者 字之體也 轉注假借二者 字之用也 聖人復起 不易斯言矣](許愼 〈說文敍〉 ‘保氏敎國子 先以六書’의 《段注》)
육서는 문자·성음·의미를 모두 총괄한 것이라고 정의하고, 지사·상형·형성·회의로 자형·자음·성음을 다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주에 의해 여러 문자가 하나의 의미로 되고, 가차에 의해 하나의 문자가 여러 의미로 될 수 있다고 하였다.
5. 가치와 영향
《단주》는 《설문》과 관련한 역대의 석학들의 다양한 주석을 30여 년간 수집하여 검토 정리하고 곳곳에 문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명저이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거나 허신의 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여 한자의 뜻을 무리하게 설명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자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를 비롯하여 유교경전 및 한문학을 전공하는 연구자에게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단옥재와 절친한 왕념손(王念孫)(1744~1832)은 〈설문해자주서(說文解字注序)〉에서 “허신 이후로 1,700년간 이러한 저작은 없었다.[自許愼之後 千七百年來無此作矣]”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종(中宗) 연간에 중국에서 《설문》을 보내준 기록이 있다. 조선 후기에는 이덕무(李德懋)가 《설문》을 관학에서 가르치기를 주청하였으며, 이익(李瀷)·정약용(丁若鏞) 역시 경학 저술에 《설문》을 적극 활용하였고, 김정희(金正喜)·허전(許傳)·장지완(張之琬)·이유원(李裕元) 등은 《설문해자주》의 내용을 직접 인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박선수(朴瑄壽)(1821~1899)는 《설문》과 관련된 《설문해자익징(說文解字翼徵)》을, 권병훈(權丙勳)(1864~1941)은 《육서심원(六書尋源)》을 저술하여 전문 문자서가 출간되기도 하였다.
6. 참고사항
(1) 명언
• “허신(許愼)이 살던 당시 사람들이 ‘오경에 짝할 이가 없는 허숙중[五經無雙許叔重]’이라고 말하였다.” 〈《후한서(後漢書)》 〈유림열전(儒林列傳) 허신전(許愼傳)〉〉
• “단옥재와 절친한 왕념손(王念孫)은 ‘허신 이후로 1,700년간 이러한 저작은 없었다.[自許愼之後 千七百年來無此作矣]’라고 높이 평가하였다.” 〈〈왕념손설문해자주서(王念孫說文解字注序)〉〉
• “글자는 다른데 의미가 같은 것을 전주라 하고, 의미가 다른데 글자가 같은 것을 가차라고 한다. 전주가 있어서 여러 문자가 하나의 의미로 될 수 있고, 가차가 있어서 하나의 문자가 여러 의미로 될 수 있다.……대진(戴震) 선생이 ‘지사·상형·형성·회의 네 가지는 문자의 근간(조자법)이고, 전주·가차 두 가지는 문자의 쓰임(운용법)이다.’라고 하였으니, 성인이 다시 나타난다 하여도 이 주장을 바꿀 수 없다.[異字同義曰轉注 異義同字曰假借 有轉注而百字可一義也 有假借而一字可數義也……戴先生曰 指事象形形聲會意四者 字之體也 轉注假借二者 字之用也 聖人復起 不易斯言矣]” 〈허신(許愼) 〈설문서(說文敍)〉 ‘保氏敎國子 先以六書’의 《단주(段注)》〉
• “설문사대가(說文四大家)는 단옥재(段玉裁)·계복(桂馥)·왕균(王筠)·주준성(朱駿聲)이다.”
(2) 색인어:설문해자(說文解字),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 허신(許愼). 단옥재(段玉裁), 종(从), 성부(聲符), 지사(指事), 상형(象形), 형성(形聲), 회의(會意), 전주(轉注), 가차(假借).
(3) 참고문헌
• 說文解字注(段注本, 天工書局, 台北)
• 說文解字注(段注本, 上海古籍出版社, 上海)
• 說文解字詁林正補合編(12冊, 鼎文書局, 臺北)
• 說文解字硏究法(馬叙倫, 太平書局, 香港)
• 〈說文解字重文硏究〉(金瑬淵, 한양대학교 박사논문, 2009)
• 〈說文解字箋文硏究〉(徐權, 제주대학교 박사논문, 2010)
• 〈說文解字 一曰의 分類와 考釋〉(金香辰, 한양대학교 박사논문, 2010)
• 〈說文解字注에 나타난 段玉裁의 古今字觀 硏究〉(문수정, 서울대학교 박사논문. 2014)
• 〈說文解字 部首体系之周易原理 硏究〉(허로천, 부산대학교 박사논문, 2017)
• 〈說文解字注의 文字學 이론 考察〉(오제중, 중국문학연구55집. 2014)
【이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