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원선(原善)》은 ‘선(善)의 본래적 근원’ 내지는 ‘선에 대한 구명(究明)’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며, 유가의 성선(性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주장한 책이다. 《원선》은 대략 1757년에서 1763년 사이에 상·중·하 3편(篇)의 구성으로 작성되었다. 그러나 1766년에 다시 전면적인 보완을 가하여 상·중·하 3권(卷) 체제로 구성하고 원래의 세 편을 각 권 앞부분에 배치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2. 저자
(1) 성명:대진(戴震)(1724~1777)
(2) 자(字)·별호(別號):자는 신수(愼修), 또는 동원(東原)이며, 호는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3) 출생지역:안휘성(安徽省) 휴녕현(休寧縣)
(4) 주요 활동과 생애
대진은 청왕조 중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활동하였던 사상가이다. 이 시기는 옹정(雍正)(1723~1735), 건륭(乾隆)(1736~1795) 연간으로, 문자옥(文字獄)과 사고전서(四庫全書) 편찬 등을 통한 사상 통제로 청 왕조의 장기적 통치 기반을 다져나가던 시기에 해당한다.
대진은 36세부터 모두 여덟 차례 과거에 응시하였으나 초기 두 차례 향시(鄕試) 등과를 제외하곤 이후 여섯 차례의 회시(會試)에 모두 등과하지 못하였다. 이는 당시 강력한 주자학 존숭 정책 하에서 그가 주자학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였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51세(1773년) 되던 해에 사고관(四庫館)이 설치되자 찬수관(纂修官)으로 천거되어 근무하였고, 55세에 한림원(翰林院)의 서길사(庶吉士)로 추천받아 이곳에서 연구 활동을 하던 중 과로로 서거하였다.
(5) 주요 저작
고증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대진의 저술 활동은 천문, 지리, 수학 등의 분야를 비롯하여 철학 영역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저작은 다음과 같다. 《책산(策算)》, 《고공기도주(考工記圖注)》, 《이아문자고(爾雅文字考)》 10권, 《굴원부주(屈原賦注)》, 《성운고(聲韻考)》, 《원선(原善)》 3권, 《서언(緖言)》, 《중용보주(中庸補注)》, 《수경주교(水經注校)》, 《맹자자의소증(孟子字義疏證)》 3권.
3. 서지사항
원선은 현재 3개의 판본이 존재한다.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것은 ‘3장본(三章本)’으로서 《대진문집》에 보인다. 추후 ‘3권본(三卷本)’으로 확충 보완 되었으며, 이 가운데 통행되는 정본은 대진 사후 《맹자자의소증》과 함께 출간된 판본이다. 그리고 이보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판본은 《맹자자의소증의》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서언》과 함께 출간되었다.
4. 내용
《원선》 상권에서 대진은 선(善)을 인(仁)·의(義)·예(禮)로 규정하고, 나아가 선과 연관된 주요 개념들에 대한 고증학적 분석을 통해 선의 존립 근거와 그 의미를 재정립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인·의·예를 매개로한 인간과 자연의 연관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이와 동시에 혈기(血氣)와 심지(心知)를 지닌 인간의 자연성을 강조함으로써 이로부터 발생하는 욕망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하여 성리학적 견해에 반하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중권과 하권에서는 상권의 내용을 바탕으로 심지가 가려지지 않고, 혈기에서 비롯된 욕구가 적절하게 조절된 상태가 곧 ‘선’이라고 규정한다. 이를 위해 그는 인간의 심지가 어떻게 하여야 가려짐 없이 올바른 인식에 도달할 수 있고, 동시에 혈기로부터 비롯되는 욕구를 사사로움에 빠지지 않고 어떻게 적절히 조절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을 가하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상적인 선의 실현을 위해 요구되는 인간의 현실적인 노력에 대한 필요성과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5. 가치와 영향
《원선》은 대진이 스스로 서두에 밝히고 있는 것처럼 천도(天道)와 인도(人道), 그리고 경전의 의미를 자신의 시각으로 정리한 책이다. 대진은 이 저작을 통해 유교 경전에 대한 고증학적 분석 방법을 십분 활용하여 유가의 주요 개념에 대한 재해석을 가하였다. 성리학이 지닌 철저한 금욕 중심의 도덕적 엄격주의를 비판하며 인간의 자연스런 욕구를 긍정한 이 책은, 그의 대표 저작인 《맹자자의소증(孟子字義疏證)》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욕구에 사사로움의 잘못이 없으면 인(仁)한 것이고, 지각에 가려짐으로 인한 잘못이 없으면 지혜로운 것이다.[欲不失之私 則仁 覺不失之蔽 則智]” 〈권상(卷上)〉
‧ “낳고 기르는 도리는 욕구 속에 존재하며, 느끼고 소통하는 도리는 감정 속에 존재한다. 이 두 가지는 자연의 표현으로써 세상의 일들이 행하여지는 것이다.[生養之道 存乎欲者也 感通之道 存乎情者也 二者 自然之符 天下之事擧也.]” 〈권상(卷上)〉
‧ “덕행에 힘써야 할 것으로는 세 가지가 있는데, 충(忠)·신(信)·서(恕)이다. 할 수 있는 바를 다 하는 것을 충이라 하고, 밝음을 실천하는 것을 신이라 하고, 베품을 공평하게 하는 것을 서라고 한다.[所以力於德行者三, 曰忠, 曰信, 曰恕. 竭所能之謂忠, 履所明之謂信, 平所施之謂恕]” 〈권하(卷下)〉
(2) 색인어:대진(戴震), 원선(原善), 혈기(血氣), 심지(心知), 인의예(仁義禮), 욕(欲)
(3) 참고문헌
‧ 戴東原先生全集(大化書局)
‧ 戴震評傳(匡亞明, 南京大學)
‧ 대진(戴震):청대중국의 고증학자이자 철학자(임옥균,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 戴震の哲學(村瀨 裕也, 日中出版)
‧ 戴東原的哲學(胡適, 북경대학)
【최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