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양잡조(酉陽雜俎)》는 당대(唐代) 단성식(段成式)이 위진육조(魏晉六朝) 장화(張華)의 《박물지(博物志)》를 모방해서 편찬한 작품으로 대략 이사기문(異事奇文)을 위주로 엮어놓은 책이다. ‘유양(酉陽)’이라는 유래는 위진육조 양(梁)나라 원제(元帝)가 지은 부(賦) 〈방유양지일전(訪酉陽之一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며, 또 ‘유양(酉陽)’은 산명(山名)(호남성(湖南省) 원릉현(沅陵縣)의 소유산(小酉山))으로 진대(秦代)에 책을 보관했던 석실(石室)이라고도 한다. 그 외에도 일설에는 단성식(段成式)의 ‘호(號)’라고 추정하는 설도 있다. 그리고 ‘잡조(雜俎)’라는 의미는 잡다한 것을 모아놓았다는 뜻으로 《유양잡조(酉陽雜俎)》는 당대(唐代) 필기소설(筆記小說) 가운데 독창성이 매우 높은 대표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 저자
(1) 성명:단성식(段成式)(803?~863)
(2) 자(字):자(字)는 가고(柯古), 호(號)는 미상(未詳).
(3) 출생지역:제주(齊州) 임치(臨淄)(現 산동성(山東省) 치박시(淄博市))
(4) 주요활동과 생애
단성식은 당(唐) 목종(穆宗) 때 교서랑(校書郞)을 지냈으며 말년에는 태상소경(太常少卿)에까지 올랐던 문인이다. 집안에 장서(藏書)가 많아 어려서부터 이러한 책들을 두루 섭렵하여 박학다식했으며, 특히 불경(佛經)에 정통했다고 한다. 그는 비각(秘閣)의 책들을 모두 독파할 정도로 연구에 정진하여 ‘박학(博學)’이라는 명예를 얻었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그는 어린나이부터 학문이 출중하여 세간에 명성이 높았는데, 특히 그가 구사하는 언어와 문장은 뜻이 심오하고 광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진이(珍異)하게 여겼다고 한다.
관직에 있어서는 상서랑(尙書郞)·강주자사(江州刺史)·태상소경(太常少卿) 등의 벼슬을 두루 역임하였다. 또 관직생활 중 선정을 펼쳤다는 기록과 당대 여러 문인들과 교류하였던 관련기록 등이 다양하게 전해진다. 태상소경(太常少卿)의 관직을 끝으로 함통(咸通) 4년(863)에 세상을 하직하였다.
(5) 주요저작
단성식의 주요저서로는 《유양잡조(酉陽雜俎)》(20권), 《속집(續集)》(10권)이 있다. 《유양잡조》는 주로 당대(唐代)의 괴이한 사건, 언어와 그리고 풍속 따위를 기술한 책으로 단성식의 대표저작이다. 《유양잡조(酉陽雜俎)》 외에 《여릉관하기(廬陵官下記)》(2권)가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전하지 않는다.
3. 서지사항
《유양잡조(酉陽雜俎)》는 《사부총간(四部叢刊)》에 수록되어 있으며, 비서(秘書)를 기록하고 이사(異事)를 서술한 책으로 선(仙)·불(佛)·인(人)·귀(鬼)로부터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총괄하여 기재하고 있는데, 이 책은 같은 유(類)를 모아놓아 마치 유서(類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전집(前集) 20권 속집(續集) 10권 총 30권으로 이루어진 책이지만 저자가 한 번에 쓴 것이 아니고 여러 차례 나누어서 만들어진 책이다. 즉 전집(前集) 20권은 대략 당(唐) 회창(會昌)(841~846)과 대중(大中)(847~859) 연간에 만들어졌고, 속집(續集) 20권은 대중(大中) 7년(853) 이후에 만들어졌다. 이 책의 가장 이른 판본은 남송(南宋) 가정(嘉定) 7년(1214) 영강(永康) 주등(周登)이 출간한 판본으로 전집(前集) 20권만 간행하였다. 그 후 9년 후 가정(嘉定) 16년(1223)에 무양(武陽) 등복(鄧復)이 또 속집 10권을 묶어 30권으로 출간하였다. 또 남송 이종(理宗) 순우(淳祐) 10년(1250)에는 광문(廣文) 팽씨(彭氏) 등이 보충하여 재차 인출하였다. 그러나 현재 이 판본들은 실전되었다.
그 후 현존하는 판본으로는 명대 맥망관각본(脈望館刻本)(조기미(趙琦美) 등이 교감한 조본(趙本)/《사부총간(四部叢刊)》本/30권(本))·명대 상준(商濬)의 《패해(稗海)》本(20권(本))·명말청초 모진(毛晉)의 《진체비서(津逮秘書)》本(30권(本))·청대 장해붕(張海鵬)의 《학진토원(學津討源)》本(30권(本))·《총서집성초편(叢書集成初編)》本(30권(本)) 등이 있고, 최근 1981년에는 중화서국에서 방남생(方南生)이 조기미본(趙琦美本)을 저본으로 보충한 점교본(點校本)(30卷本)이 출간되었다.
4. 내용
≪유양잡조(酉陽雜俎)≫는 총 30편으로 충지(忠志), 예이(禮異), 천지(天咫), 옥격(玉格), 호사(壺史), 패편(貝編), 경이(境異), 희조(喜兆), 화조(禍兆), 물혁(物革), 궤습(詭習), 괴술(怪術), 예절(禮絶), 기기(器奇), 악(樂), 주식(酒食), 의(醫), 경(黥), 뇌(雷), 몽(夢), 사감(事感), 도협(盜俠), 물이(物異), 광지(廣知), 어자(語資), 명적(冥跡), 시둔(尸窀), 낙고기(諾皐記) 상·하, 광동식(廣動植) 1·2·3·4, 육확부(肉攫部)로 구성되어 있다.
내용은 주로 군주의 사적, 하늘의 영험, 도교와 도사의 기험(崎險), 불가의 경전, 길흉화복(吉凶禍福)의 조짐, 기괴한 풍습과 술법, 기예, 음악, 기물(奇物), 술과 음식, 명의(名醫), 문신(文身), 꿈, 사물의 감흥, 괴도(怪盜), 유협(遊俠), 세간의 속설, 일화 자료, 저승세계, 무덤의 비화, 귀신, 요괴 기록, 동식물(금수류, 어패류, 곤충류, 초목, 맹금류, 매 사육 방법)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 ‘호사(壺史)’는 주로 도술(道術)에 대한 기록이고, ‘패편(貝編)’은 불경(佛經)에서 뽑은 것이며, ‘시둔(尸窀)’은 상장(喪葬)을 서술한 것이고, ‘낙고기(諾皐記)’는 괴이(怪異)한 것을 기술한 것이다. 또 ‘경(黥)’은 문신(文身)에 대한 기록이며, ‘육확부(肉攫部)’는 매를 기르는 방법에 대하여 서술한 것이다. 그리고 충지(忠志)·궤습(詭習)·괴술(怪術)·예절(禮絶)·도협(盜俠)·어자(語資) 등은 비교적 소설의 맛이 강한 작품이다. 특히 낙고기(諾皐記) 2권과 지락고(支諾皐) 3권은 허구적 요소와 작품성이 뛰어나 많은 사람이 애독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5. 가치와 영향
통행본(通行本)은 전집(前集) 20권, 속집(續集) 10권 총 30권으로 구성된 판본인데, 그 내용이 기이한 사건과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포함하여 각종 도서·의식·풍습·동식물·의학·종교·인사 등 세상의 잡다한 것들을 단성식의 탁월한 문장으로 흥미롭고 박식하게 기술하여 당대 사회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또한 고증학적인 측면에서 문학이나 역사 연구에서 소중한 자료가 되고 있으며 후대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서지·문헌학적 가치를 살펴보면, 중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이른 ≪유양잡조≫ 완질본(完帙本)으로는 명대 만력(萬曆) 35년(1607)에 이운곡(李雲鵠)이 조기미(趙琦美)의 교보본(校補本)을 근거로 간행한 판본이다. 그러나 이 판본은 조선시대 이극돈이 출간한 1492년본에 비하면 115년이나 늦은 판본으로, 조선시대 출간한 《당단소경유양잡조(唐段少卿酉陽雜俎)》야말로 《유양잡조》 판본 가운데 원형을 추정할 수 있는 가장 값진 판본으로 평가 된다. 이 책은 경주에서 1492년 간행되었으며, 현재 성균관대와 봉화(奉化) 충제종택(沖齋宗宅) 등에 소장되어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비옥한 땅에 사는 사람은 아름답고, 척박한 땅에 사는 사람은 추해진다.[息土人美 耗土人醜]” 〈권(卷)4 경이(境異)〉
‧ “큰 바다에서 물고기 마음껏 뛰고, 넓은 하늘에선 새들이 마음껏 나네. 내 도의 넓음을 알려고 하면, 자연의 본성과 어그러져선 안 되지.[大海從魚躍 長空任鳥飛 欲知吾道廓 不與物情違]” 〈권(卷)12 어자(語資)〉
‧ “원통함이 가슴에 쌓여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애끊는 마음 어디에다 하소연하리오? 만물은 봄이면 다시 자라나지만 소첩은 더 이상 살 수 없는 몸, 향혼(香魂)을 만나지 못하니 더욱 한스러울 뿐.[痛塡心兮不能語 寸斷腸兮訴何處 春生萬物妾不生 更恨魂香不相遇]” 〈속집(續集) 권(卷)3 지락고(支諾皐) 하(下)〉
‧ “아침에도 술 마시고 취하고, 저녁에도 술 마시고 취하네. 날이면 날마다 술 마시고 취하니, 나라의 대사를 논할 겨를이 없구나.[朝亦飮酒醉 暮亦飮酒醉 日日飮酒醉 國計無取次]” 〈속집(續集) 권(卷)4 폄오(貶誤)〉
(2) 색인어:유양잡조(酉陽雜俎), 당단소경유양잡조(唐段少卿酉陽雜俎), 단성식(段成式), 사부총간(四部叢刊), 당대필기소설(唐代筆記小說), 여릉관하기(廬陵官下記)
(3) 참고문헌
‧ 中國文言小說總目提要(寧稼雨, 齊魯書社)
‧ 中國古代小說百科全書(中國古代小說百科全書編輯委員會, 中國大百科全書出版社)
‧ 酉陽雜俎 점교본(方南生 편저, 중국 중화서국)
‧ 譯註 酉陽雜俎(단성식 지음, 정환국 옮김, 소명출판사)
‧ 중국소설사의 이해(중국소설연구회 편, 학고방)
‧ 중국소설사략(魯迅 著, 정범진 역, 범학도서)
‧ 중국 고전소설의 전파와 수용(민관동 저, 아세아문화사)
‧ 〈국내 소장 희귀본 중국문언소설 소개와 연구〉(민관동·유희준·박계화 공저, 학고방)
【민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