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학경림(幼學瓊林)》은 명(明)의 정등길(程登吉)이 편찬한 《유학수지(幼學須知)》를 청(淸)의 추성맥(鄒聖脈)이 증보(增補)하고 주석(注釋)하여 간행한 훈몽서(訓蒙書)이다. 책 제목의 ‘유학(幼學)’은 ‘어린이 학습’이라는 뜻이고, ‘경림(瓊林)’은 ‘주옥같은 글 모음’이라는 뜻인데, 추성맥이 《유학고사경림(幼學故事瓊林)》이라는 제목으로 간행하였지만 흔히 《유학경림》이라고 부른다. “증광(增廣)(현문(賢文))을 읽고 나야 남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유학(幼學)(경림(瓊林))을 읽고 나야 천하를 활보할 수 있다[讀了增廣會說話, 讀了幼學走天下]”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지금도 중국에서 많이 읽는 어린이 교재이다.
2. 저자
(1) 성명:《유학수지》의 저자 정등길(程登吉), 《유학경림》의 저자 추성맥(鄒聖脈)(1692~1762)
(2) 자(字)·별호(別號):정등길의 자는 윤승(允升), 추성맥의 자는 의언(宜彦), 호는 오강(梧岡).
(3) 출생지역:정등길은 서창(西昌)(현 중국 강서성(江西省) 남창시(南昌市) 신건구(新建區)), 추성맥은 정주(汀州)(현 중국 복건성(福建省) 연성현(連城縣) 사보향(四堡鄉) 무각촌(霧閣村)).
(4) 주요활동과 생애
추성맥은 조부 추주정(鄒周楨), 부친 추인성(鄒仁聲)의 대를 이어서 출판업에 종사하였다. 6세에 가숙(家塾)에 입학하고 나이 들면서 다양한 서적을 널리 읽었지만, 과거시험 공부를 하지 않고 경사(經史)와 진한제서(秦漢諸書)를 출판하여 널리 보급하였다.
(5) 주요저작:추성맥의 저작은 1760년 2월 기오산방(寄傲山房)에서 서문을 쓴 《유학고사경림》이 대표작이다. 아들 鄒可庭이 교정하였다.
3. 서지사항
중국에서 정등길이 지은 《유학수지》가 구준(丘濬)이 지은 《성어고(成語考)》라는 제목으로도 유통되었는데, 이 책이 일본에 건너가 1682년 장미평병위(長尾平兵衛)가 권수제(卷首題)를 ‘신휴상해구경산고사필독성어고(新)휴(詳解丘瓊山故事必讀成語考)’라고 한 《고사성어고(故事成語考)》로 간행되었다.
이 책이 다시 조선에 건너와 《고사성어고(故事成語考)》라는 방각본(坊刻本)으로 간행되었는데, 천화신유(天和辛酉)(1681)에 황천수(荒川秀)가 쓴 서문이 그대로 실려 있으며, 권수제(卷首題)는 ‘신휴상해구경산고사성어필독성어고(新)휴(詳解丘瓊山故事成語必讀成語考)’라고 하여 ‘고사(故事)’와 ‘필독(必讀)’ 사이에 ‘성어(成語)’가 잘못 들어갔다. 일본판은 본문이 단행(單行)으로 되어 있는데, 조선판은 對句를 알아보기 쉽도록 쌍행(雙行)으로 편집하고 방주(旁注)가 없이 두주(頭注)만 조금 붙였다. 〈천문(天文)〉을 예로 들면 조선, 중국, 일본 순으로 분량이 긴 셈이다. 《고사성어고》는 현재 한국에 필사본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
중국의 《성어고》는 상하 2권 33항목, 《유학수지》는 4권 34항목, 《유학경림》은 4권 33항목으로 순서나 제목이 약간 달라지지만 내용은 대체로 같다. 《성어고》는 본문만 있고, 《유학수지》에서 《유학경림》으로 갈수록 주석이 길고 자세해지며 그림이 더 들어간다.
중국에서는 ‘신증(新增)’, ‘백화(白話)’, ‘구해(句解)’, ‘신역(新譯)’ 등의 다양한 형태로 거듭 출판되었으며, 아동용으로 재편집한 책들도 많다. 신해혁명(辛亥革命)(1911) 뒤에 비유용(費有容)이 속증(續增)(225연)을 덧붙여 속주본(續註本)을 내고, 섭포손(葉浦蓀)이 재증본(再增本)을 냈는데, 문장의 수준이 낮은데다 신지식을 위주로 한 책이어서 널리 보급되지 못하였다.
4. 내용
고사성어와 전고(典故)를 운에 맞추어 어린이들이 이해하고 외우기 쉽도록 편집하였는데, 분량이 1500여 對聯이나 되는 백과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 13경 25사는 물론 제자백가와 문집에서 가려 뽑은 내용인데, 중국판의 목차만 보아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권1 : 천문(天文), 지리(地理), 세시(歲時), 조정(朝廷), 문신(文臣), 무직(武職)
권2 : 조손부자(祖孫父子), 형제(兄弟), 부부(夫婦), 숙질(叔姪), 사생(師生), 붕우빈주(朋友賓主), 혼인(婚姻), 여자(女子), 외척(外戚), 노유수탄(老幼壽誕), 신체(身體), 의복(衣服)
권3 : 인사(人事), 음식(飮食), 궁실(宮室), 기용(器用), 진보(珍寶), 빈부(貧富), 질병상사(疾病喪死)
권4 : 문사(文事), 과제(科第), 제작(制作), 기예(技藝), 송옥(訟獄), 석도귀신(釋道鬼神), 조수(鳥獸), 화목(花木)
조선 방각본에서는 지리(地理)가 지여(地輿)로, 노유수탄(老幼壽誕)이 노수유탄(老壽幼誕)으로 바뀌고, 석도귀신(釋道鬼神)이 釋道석도와 귀신(鬼神)으로 나뉘어졌으며, 의복(衣服)부터 일부 순서가 바뀌었지만 내용은 같다. 주석이 많이 없어졌을 뿐이다.
5. 가치와 영향
하나의 개념이나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고도 짧은 문장으로 함축하고, 외우기 쉽도록 글자수를 맞췄으므로, 중국에서는 《천자문》보다 더 많이 팔리고 다양한 형태로 재편집된 훈몽서(訓蒙書)이다. 이 책 한 권만 가지고 있으면 일반인이 수십 권에 실린 지식을 간편하게 섭렵하고 외울 수 있으므로, 학문용이 아니라 간추린 시험공부용 참고서로 출판되었다. 중국에서 일본에 건너가 주석을 더한 방각본으로 간행되었다가, 일본책이 조선후기에 수입되어 서당용 방각본으로 간행되었다. 따라서 국내에는 다양한 중국판, 일본판, 일본판을 번각한 조선판 등이 모두 유통될 정도로 많은 독자를 지니고 널리 읽혔다.
6. 참고사항
(1) 명언
• “혼돈이 처음 열리니, 건곤이 비로소 제자리를 잡았다.[混沌初開 乾坤始奠]”〈권1 천문(天文)〉
• “해와 달, (금ㆍ목ㆍ수ㆍ화ㆍ토) 오성(五星)을 칠정(七政)이라 하고, 하늘과 땅, 사람을 삼재(三才)라고 한다.[日月五星 謂之七政 天地與人 謂之三才]” 〈권1 천문(天文)〉
• “술수를 써서 남을 어리석게 만드는 것을 ‘조삼모사’라 하고, 배움을 구하여 자꾸 더해지도록 하는 것을 ‘일취월장’이라 한다.[以術愚人 曰朝三暮四 爲學求益 曰日就月將]” 〈권1 세시(歲時)〉
(2) 색인어:유학경림(幼學瓊林), 유학수지(幼學須知), 유학고사경림(幼學故事瓊林), 정등길(程登吉), 추성맥(鄒聖脈), 훈몽서(訓蒙書),
(3) 참고문헌
• 幼學故事瓊林(復旦大學出版部)
• 유학경림(임동석 역, 고즈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