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의학정전(醫學正傳)》은 중국 명나라 의사였던 우단(虞摶)이 병증 및 충분한 임상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을 정리하여, 복잡하지 않고 높은 수준의 병증에 대한 치료와 치료법을 간결하게 정리한 종합 의학 서적이다. 이후 몇 차례 간행을 통해 《신편의학정전(新編醫學正傳)》이라고도 부른다.
2. 저자
⑴ 성명:우단(虞摶(1438~1517))
⑵ 자(字)·호(號):자(字)는 천민(天民), 호(號)는 항덕노인(恒德老人)
⑶ 출생지역:중국 절강성(浙江省) 의오현(義烏縣)
⑷ 주요활동과 생애
우단의 주요활동에 대해 자세히 알려진 바는 없다. 족보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많은 책을 읽었지만 명성을 추구하지 않았고, 매일 환자 보는 것이 뛰어났지만 이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단은 어려서 문학에 재능을 보였지만 어머니의 병환으로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대대로 의사를 배출한 집안 출신으로 작은 할아버지 우성재(虞誠齋)의 지도를 받아 의술을 접했다. 이후 원나라 의사였던 주단계(朱丹溪(1281~1358))를 사숙하면서 독자적인 이론을 수립하였다. 《의학정전》 〈조전방(祖傳方)〉 기록을 살펴보면, 역대 우박의 집안에서 내려오고 있는 비방(祕方)을 기술되어 있어 자신이 의사 명문가 후손임을 밝히고 있다.
⑸ 주요저작:《창생사명(蒼生司名)》(8권)
3. 서지사항
중국에서 1531년 최초로 간행되었고, 13년 후인 1544년 조선에서 간행이 이루어졌다. 조선에서 최초로 간행된 《의학정전》은 갑진자(甲辰字)로 간행되었고, 현재 오사카도서관에 소장된 판본을 최초의 간행본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알려진 《의학정전》의 판본은 다음과 같다.
① 1544년(중종 39), 오사카도서관 소장본
② 1585년(선조 18), 《고사촬요(攷事撮要)》에 수록된 〈팔도책판(八道冊板)〉 중에 전주판목으로 출간되었다는 기록은 보이나 실체는 확인 못함
③ 1675년(숙종 원년), 이왕가장서각(李王家藏書閣) 목판본으로 임진왜란 이후 전주에서 판각한 것으로 추측
④ 정조 때 판본으로 《교남책록(嶠南冊錄)》과 《누판고(鏤板考)》의 기록으로 보아 전주에서 출간한 완영판(完營版), 대구에서 출간한 영영판(嶺營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됨
⑤ 1819년(순조19), 완영중간본(完營重刊本)
4. 내용
《의학정전》은 〈혹문〉과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에 수록된 〈혹문〉은 의학에 있어서의 몇몇 문제를 분석하고 옛 사람이 마음속의 뜻을 말로 다 나타내지 못한 부분을 밝힌 것으로 모두 51조이며 문답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단이 〈혹문〉을 가장 먼저 수록한 것은 여러 의사들의 학설을 두루 참고하고 집안에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것과 개인의 학술 경험을 결합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면서 당시 의학적 논쟁에 대해 문답형식으로 독창적인 주장을 펼치기 위함이다.
본문은 권1~권6까지 중풍(中風), 상한(傷寒), 나풍(癩風), 파상풍(破傷風)을 수록하였고, 권7에 부인과(婦人科), 권8에 소아과(小兒科)에 대한 병증을 수록하고 있다. 각 병증에는 관련 의학이론을 서술한 논(論)과 맥(脈)을 짚는 방법인 맥법(脈法), 다음으로 치료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의학정전》에서 논술한 병증의 총론은 《내경(內經)》을 바탕으로 삼았고, 증상과 치료는 주단계의 학술 경험을 근본으로 삼았다. 맥법은 《맥경(脈經)》에서 자료를 골라 사용하였다.
우단은 일반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의안(醫案)의 서술 방식을 정량화하였다. 우단의 의안은 ‘어떤 의사가 이 병을 이렇게 보았지만 내가 진찰해보니 이런, 혹은 다른 병이었다. 그러므로 다른 처방을 사용하니 치료되었다’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병증과 치료 방법에 대해 논리적이면서도 우단 자신만의 견해와 임상 경험을 체계적으로 수록하고 있다.
5. 가치와 영향
조선으로 유입된 《의학정전》은 의관의 의학교과서로 널리 애용되었고, 《의학입문(醫學入門)》과 같이 의관(醫官) 선발 시험에도 필수 과목으로 지정될 정도도 비중 높은 의학 전문서적이었다. 그리고 《속대전(續大典)》, 《대전통편(大典通編)》에서 의과(醫科)는 반드시 《의학정전》을 강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왕의 병증 치료에 기본 텍스트가 되기도 하였는데, 인조 시기에는 여러 차례 《의학정전》을 근거로 치료하였다.
그리고 사대부들의 중요 의학서적으로도 각광을 받았는데, 유형원(柳馨遠(1622~1673))은 《반계수록(磻溪隨錄)》에서 필수 의학서적으로 언급하였고, 정약용(丁若鏞(1762~1836))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서 홍역(痲疹)의 치료법으로 참고할 만한 서적이라며 지목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선조의 어의(御醫)였던 허준(許浚(1539~1615))이 저술한 조선 최고 의학서이자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한 《동의보감(東醫寶鑑)》을 비롯하여 명종의 어의이며 임종까지 간호했던 양예수(楊禮壽(?~1597))가 지은 《의림촬요(醫林撮要)》에는 100차례 인용되기도 하였다.
6. 참고사항
(1) 명언
• “하나의 이론으로 통일된 병증을 구한다면 결코 얻을 수 없다.[欲求歸一之論 終不可得]” 〈의안(醫案)〉
• “의학의 이치가 깊고 오묘하여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천인의 이치를 밝히지 않는다면 어떻게 의학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其理蘊妙 甚矣難言 雖然 若夫天人之理不明 其可謂之醫乎]” 〈혹문(或問)〉
• “명대의 대표서적으로 취급받아 의학 시험과목으로 응용되었기에 정전학파(正傳學派)라 칭할 정도로 조선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醫學正傳》이 朝鮮時代 醫學에 미친 영향에 대한 考察〉에서 발췌
(2) 색인어:의학정전(醫學正傳), 혹문(或問), 의안(醫案), 우박(虞摶), 우성재(虞誠齋), 주단계(朱丹溪)
(3) 참고문헌
• 〈醫學正傳 해석〉(김용한,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9집, 1995)
• 〈金元四大家醫學이 朝鮮思朝醫學 形成에 미친 影響〉(정면, 홍원식, 《대한한의학원전학회지》 9집, 1995)
• 〈《醫學正傳》이 朝鮮時代 醫學에 미친 영향에 대한 考察〉(金憲寬, 경희대 박사학위논문, 2005)
• 〈《醫學正傳》의 醫案分析을 통해 본 虞摶의 醫學理論에 관한 고찰〉(金憲寬, 車雄碩, 金南一, 《한국의사학회지》 17집, 2014)
• 〈조선의 의학교과서 《의학정전》 체계와 판본 연구〉(鄭敬薰, 《漢文敎育硏究》56집, 2021)
【정경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