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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洋古典解題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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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저자 담사동은 ‘인(仁)’이란, 자연물의 존재 원리인 서구과학의 기본 원소 개념이었던 ‘에테르’와 속성이 같다는 주장을 통해 기존 불통(不通)과 불평등 요소의 척결, ‘충결망라(衝決網羅)’[국가와 사회 전반에 걸친 구속적 요소의 해소]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논조를 편다. 우리가 ‘소통’을 즐겨 말하지만, ‘소통’ 철학의 원조가 바로 담사동의 ‘통(通)’ 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공자가 말한 ‘인(仁)’도 진정으로 ‘소통’의 ‘인’이므로 유교를 들먹거리는 사람들도 학문이나 종교에 소통의 가치를 담아야 하며, 따라서 사회 전반도 평등과 민주적인 제도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한다. ‘학’도 옛 것에 머물지 말고 서구 자연과학까지 받아들이는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이 저술에 담긴다.

2. 저자

1) 성명:담사동(譚嗣同)1865~1898
2) 자(字)·별호(別號):자(字)는 부생(復生), 호(號)는 화상중생(華相衆生)
3) 출생지역:호남성(湖南省) 유양(瀏陽)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북경에서 태어나 활동하였다.
4) 주요활동과 생애
양계초가 ‘청말(淸末) 사상계의 혜성’으로 평가하였듯이, 담사동은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사상 전반에 걸친 종래의 억압과 구속을 타파하려는 의지를 실천한 사람이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반식민지(半植民地), 반봉건(半封建) 상태였고, 경제적으로 외국 자본과 봉건세력에 의한 상호 결탁은 중국 사회를 매우 복잡하게 하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담사동은 만연한 봉건질서 속에서 겪어왔던 대중의 고통을 목격하고 행동가적 입장에서 그의 사상을 전개하였다. 중국이 안고 있었던 문제들을 그의 평등론에 표출시킴으로써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였고, 무술개혁이 수포로 돌아가자, 함께 거사(擧事)한 강유위나 양계초와 달리 순난(殉難)하였다.

3. 서지사항

엄밀히 말하면 이 저술은 논설 형태의 글로서 상⋅하편 50장으로 되어 있다. 1894년 청일전쟁이 분기점(分岐點)이 되어 형성된 담사동의 입장이 정치, 경제, 사회에 걸쳐 ‘평등론’, ‘통(通)’사상의 각도에서 드러난 것이다. 담사동의 관심사, 즉 중국의 대내, 대외에 걸친 현안에 대한 비전이 1896년으로부터 1897년에 걸쳐 완성된 것이 바로 이 ≪인학≫이다. 1898년 무술개혁 운동이 있기 1년 전에 완성된 것으로서 강유위의 ≪대동서≫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중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였다. 강유위의 ‘대동론’에 영향을 받았지만, ‘통(通)’이라는 관계성, 소통성, 유기성이라는 각도에서 ‘에테르’라는 ‘존재론적 이치’를 가지고 중국의 구태의연한 제반 메커니즘을 변화하고자 저자의 철학적 사상가적 면모를 드러낸 것이 바로 이 글이다.

4. 내용

≪인학≫에는 사상, 정치, 경제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폐색(閉塞)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는 시각이 담긴다. 인(仁)은 공자 사상에서 타자에 대한 배려와 열림의 의미이다. 우리가 ≪논어≫를 통해 알 수 있는, 타자에 대한 배려를 표상하는, 인(仁)이 담사동의 ≪인학≫에서는 제반의 막힘 상태를 타파하는 이념으로 확장된다. 공자 이전의 사상에서 인(仁)은, 혈액순환이 잘 되고 신진대사가 원활한 건강 상태를 의미하였다. 마목불인(痲木不仁)이라는 말이 나타내듯, 절름거리는 불구자와 같이 신체의 기능이 원활하지 못한 사람은 불인(不仁) 상태이다. 이렇듯 여러 상태가 마비된 불인(不仁)의 중국이 건강하게 거듭나야 한다는 의미를 ≪인학≫에 전개한다.
오랜 중화문명의 타성에 진하게 젖은 기득권층은 양심으로 포장한 비양심의 ‘도’를 외치고 있었고, 상황 인식을 결여한 의리를 표방한 채 ‘도’를 외치는 일이 동아시아 각국에서 다반사처럼 일고 있었다. 담사동의 ‘인학’ 저술은 이런 분위기의 반발에서 출발한다. 세속의 부유(腐儒)들이 들먹거리는 것과 달리, ‘인(仁)’이란 ‘소통성’의 확보이고, ‘도’란 ‘인’의 생명성, 유동성, 변통성, 관계성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인학≫에 반영된다.
이항적으로 인식된 것들, 예컨대 도(道)[시스템]와 기(器)[상황], 정신과 물질, 중국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 이성과 욕망⋅감정, 나와 타인, 남자와 여자, 구체와 추상, 군주와 민중, 과거와 미래 등의 관계는 얼핏 보아 대립적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하나라는 입장에서 분별적으로 보려는 인식을 해소하여야 한다는 ‘통(通)’ 사상이 이 ≪인학≫에 표방되었다.

5. 가치와 영향

담사동은 무술개혁의 실패에 즈음하여 각국의 시스템의 변화, 변법은 피를 흘리지 않고 이루어 진 적이 없었음을 회고하며, 망명의 권유를 뿌리친다. 그리하여 임욱(林旭), 유광제(劉光第), 강광인(康廣仁), 양심수(楊深秀), 양예(楊銳) 등과 함께 ‘무술육군자(戊戌六君子)’로 남는다. 중국 재래의 윤리도덕은 서구 질서의 수용을 통해 바꾸어야 한다는 견해를 펴기도 하는데, ≪인학≫에 담긴 담사동의 사상은 1911년 신해혁명과 1919년 5⋅4시기 전반서화론(全般西化論)의 선구라고 평가해도 틀리지 않다. 추용(鄒容)⋅장태염(章太炎)⋅손중산(孫中山)부터 모택동(毛澤東)⋅채화삼(蔡和森) 등에 이르기까지 모두 담사동의 사상을 흡수하였다.

6. 참고사항

(1) 명언
• “〈궁극의 근원으로서의〉 원(元)은 이(二)와 인(儿)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인(儿)은 인(人)의 옛 글자로 역시 인(仁)이다. 무(无)에 대해, 허신(許愼)이 원(元)은 무(无)와 통한다고 하였는데, 무(无)도 이(二)와 인(人)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역시 인(仁)이다. 그러므로 인(仁)을 논하는 사람은 근원[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 작용은 무(无)에서 극대화할 수 있다.(元從二從儿 儿古人字 是亦仁也 无 許說通 元爲无 是无亦從二從人 亦仁也 故言仁者不可不知元 而其功用可極於无)” 〈인학자서(仁學自敍)〉
• “성인이라는 것조차도 이름이다. 성인의 이름이니 성(姓)이니 하는 것도 모두 이름이다. 가령 내가 말하는 인(仁) 또는 학(學)이라는 것도 이름이니 이름은 곧 〈실질의〉 존망(存亡)과는 무관하다(聖人亦名也 聖人之名若姓皆名也 卽吾之言仁言學 皆名也 名則無與於存亡)” 〈인학자서(仁學自敍)〉
• “저 남녀의 차이는 다른 것이 아니다. 암수의 지극히 자그마한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들은 모두 같은 인간들이다(夫男女之異 非有他 在牝牡數寸間耳 猶夫人之類也)” 10장
• “위대한 《역경》의 정의에 ‘하늘이 땅 아래에 있는 것이 태평하고 그 반대는 폐색(閉塞)[否]하다. 불[火]이 물보다 아래에 있을 때 안정하고[旣濟] 그 반대는 혼란이다[未濟]. 모든 양(陽)이 음(陰) 아래에 있음과 남자가 여자보다 아래에 있을 때 길(吉)하고 그 반대는 흉(凶)하고 인색하다’고 하였다. 이것은 불평등의 폐단을 일찍이 바로잡은 것이다(大易之義 天下地泰 反之否 火下水旣濟 反之未濟 凡陽下陰 男下女吉 反之凶且吉 是早矯其不平等之弊矣)” 39장
(2) 색인어:담사동(譚嗣同), 인학(仁學), 인(仁), 에테르, 통(通), 대동(大同), 민주(民主), 평등(平等)
(3) 참고문헌
• 仁學(安炳周, 中國古典100選, 新東亞 1980년 1월호 別冊附錄)
• 譚嗣同全集(譚嗣同, 臺北 華世出版社)
• 譚嗣同全集(譚嗣同, 蔡尙思 편, 中華書局)
An Exposition of Benevolence(Chan Sin-wai 譯, The Chinese University,
Hong Kong)
• 仁學(西順藏 外 譯註, 岩波書店)
• 淸代學術槪論(梁啓超, 上海古籍出版社)
• 譚嗣同 ‘仁學’의 平等論에 관한 연구(李明洙, 성균관대학교 대학원박사논문)
• 소통과 평등을 사유한 사상가, 담사동(李明洙, 성균관대출판부)

【이명수】



동양고전해제집 책은 2023.10.30에 최종 수정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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