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임제록(臨濟錄)》은 중국 선종(禪宗) 오가(五家) 가운데 임제종(臨濟宗)의 개조(開祖)가 된 당대(唐代)의 선승(禪僧) 임제의현(臨濟義玄)의 언행(言行)을 기록한 어록(語錄)이다. 임제의현의 제자 삼성혜연(三聖慧然)이 편집했다고 전해지며 중국 선종의 여러 어록들 중 대표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2. 저자/편자
(1) 성명:임제의현(臨濟義玄)(?~867), 《임제록》의 편자는 삼성혜연(三聖慧然)(생몰년 미상)
(2) 자(字)·별호(別號):두 인물 모두 자·별호에 대한 기록은 없다. 임제의현의 속성(俗姓)은 형(邢) 혹은 형(刑), 휘(諱)는 의현(義玄), 시호(諡號)는 혜조선사(慧照禪師)이고, 진주(鎭州)(현 중국 하북성(河北省)) 임제원(臨濟院)에 머물러 임제의현으로 세칭(世稱)되었다. 삼성혜연은 진주(鎭州) 삼성원(三聖院)에 머물러 삼성혜연으로 세칭되었다.
(3) 출생지역:임제의현은 조주(曹州) 남화(南華)(현 중국 산동성(山東省) 조현(曹縣) 부근으로 추정), 삼성혜연은 알 수 없음.
(4) 주요활동과 생애
임제의현은 당말(唐末)의 선승(禪僧)으로서 출가(出家)한 직후에는 불교의 경론(經論)을 연구하였지만 이내 부족함을 느끼고 선(禪)으로 전향하였으며 균주(筠州)(현 중국 강서성(江西省))에 있던 황벽희운(黃檗希運)을 찾아가 그의 가르침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 북쪽으로 올라가 진주 임제원에 머물면서 제자들을 양성하였고 성덕부(成德府) 절도사(節度使) 왕상시(王常侍)의 귀의를 받기도 하였다. 임제의현은 호쾌한 고함[喝]으로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방법을 자주 사용하였고, 일상생활 속에서 스스로의 본질을 자각하여 주체적 자유를 실현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그의 선풍(禪風)은 많은 제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임제종의 성립으로 이어졌고 위앙종(潙仰宗)·조동종(曹洞宗)·운문종(雲門宗)·법안종(法眼宗)과 함께 선종 오가로 일컬어졌다.
삼성혜연은 《임제록》에 임제의현의 법(法)을 전수한 사법(嗣法) 제자이고 임제의현이 입적하기 전에 서로 문답(問答)을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다.
(5) 주요저작:《임제록(臨濟錄)》
3. 서지사항
《임제록》의 원명은 《진주임제혜조선사어록(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이다. 의미는 진주 임제원에 머물렀던 혜조선사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명에서 ‘어록’이란 ‘선사(禪師)의 가르침을 그의 제자들이 기록한 책’을 지칭하기 위해 선종에서 사용한 용어이다. 선종에서는 진리를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불립문자(不立文字)를 표방하기 때문에 선사들이 자신의 말을 글로 기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제자들은 스승의 언행을 통해 깨달음의 경지를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형태의 기록을 남기고자 하였고 당말(唐末) 이후부터 크게 성행하였다.
현존하는 《임제록》의 판본(板本)은 몇 가지 있지만 가장 많이 읽혀지는 판본은 북송(北宋) 휘종(徽宗) 선화(宣和) 2년(1120)에 복주(福州) 고산(鼓山)의 원각종연(圓覺宗演)이 재편집한 것으로서 일명 선화본(宣和本)이라 한다. 이 판본 계통을 이은 책이 일본에서 간행된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 권47에 수록되어 있다.
4. 내용
《임제록》 선화본의 본문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당(上堂)〉, 〈시중(示衆)〉, 〈감변(勘辨)〉, 〈행록(行錄)〉, 〈탑기(塔記)〉이다. 〈상당〉은 국왕이나 신도의 초청에 의해 법당에서 법좌에 올라 공식적으로 하는 설법을 기록한 것인데 《임제록》에는 총 9개의 상당 법문이 있으며 할(喝), 황벽희운에게 3번 묻고 3번 얻어맞은 일, 무위진인(無位眞人), 삼구(三句), 삼현(三玄), 삼요(三要) 등의 내용이 나온다. 〈시중〉은 제자나 신도들을 위한 강연을 기록한 것으로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임제의현의 선풍이 잘 드러나 후대에 즐겨 인용되는 구절이 많이 등장한다. 〈감변〉은 선승들의 문답을 가리키며 서로의 견해를 시험하고 깨달음의 깊고 얕음을 살펴보는 것인데, 황벽희운에게서 깨달음을 얻은 인연과 여러 지역을 다니며 만난 다양한 선승들과의 대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행록〉은 임제의현의 행적과 관련된 기록이고, 〈탑기〉는 임제의현의 입적 후 탑(塔)을 조성하고 작성한 전기(傳記)이다.
5. 가치와 영향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임제종이 번성하면서 《임제록》도 널리 유통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임제록》의 유통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만 고려(高麗) 후기 선종에서 본분종사(本分宗師)의 인가(印可)를 중시하는 풍조가 일어났고, 태고보우(太古普愚)가 원(元)의 석옥청공(石屋淸珙), 즉 임제의현의 제18대 법손(法孫)에게서 인가를 직접 받아 왔다는 것을 기점으로 하여 조선(朝鮮) 중·후기에는 태고보우와 연결되는 임제종의 법맥(法脈) 계승 여부가 선(禪)의 정통성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 중·후기에도 《임제록》은 관심 밖에 있었으며, 1974년 서옹(西翁)이 《임제록》을 번역하고 해석한 《임제록연의(臨濟錄演義)》를 출간하면서부터 비로소 한국에서도 《임제록》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하였고 현재 많은 주석서와 연구서가 간행되고 있다.
6. 참고사항
(1) 명언
• “구애받지 않는 참된 사람[無位眞人]” 〈상당(上堂)〉
• “부처와 조사는 무사인(無事人)이다.[佛與祖師是無事人]” 〈시중(示衆)〉
• “무사(無事)야말로 사람에게 귀한 것이니, 조작하지만 않는다면 단지 평상(平常)일 뿐이다.[無事是貴人 但莫造作 秖是平常]” 〈시중(示衆)〉
• “부처를 찾으려 한다면 부처를 잃을 것이요, 도를 찾으려 한다면 도를 잃을 것이요, 조사를 찾으려 한다면 조사를 잃을 것이다.[若人求佛 是人失佛 若人求道 是人失道 若人求祖 是人失祖]” 〈시중(示衆)〉
•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逢佛殺佛 逢祖殺祖]” 〈시중(示衆)〉
• “삼승과 12분교의 가르침은 모두 똥 닦는 휴지다.[三乘十二分教 皆是拭不淨故紙]” 〈시중(示衆)〉
• “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서 있는 자리 모두 진실이 된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시중(示衆)〉
(2) 색인어:임제록(臨濟錄), 임제의현(臨濟義玄), 삼성혜연(三聖慧然), 무위진인(無位眞人), 무사(無事), 할(喝), 삼구(三句), 삼현(三玄), 삼요(三要)
(3) 참고문헌
• 임제록연의(서옹(西翁), 아침단청)
• 임제록 강의(이기영, 한국불교연구원)
• 臨濟錄(柳田聖山 譯, 中央公論新社)
• 臨濟錄の思想(古田紹欽, 春秋社)
• 臨濟錄-禪の語錄のことばと思想(小川隆, 岩波書店)
• 臨濟錄の研究(柳田聖山, 法藏舘)
【정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