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조선시대 가장 많이 참고한 본초서(本草書) 중의 하나인 이 책은, 단순히 한 사람의 저자에 의해 집필된 1종의 본초서가 아니라 역대 여러 종류의 본초서가 집약된 통합편이라 할 수 있다. 원작은 송(宋)나라 당신미(唐愼微)가 편찬하였고 개정판에 따라 ‘증류본초(證類本草)’ 혹은 ‘비용본초(備用本草)’, ‘대전본초(大全本草)’, ‘정화본초(政和本草)’ 등으로 약칭한다.
2. 저자
(1)성명:당신미(唐愼微)(생몰년 미상)
(2)자(字)·별호(別號):자는 심원(審元)이다.
(3)출생지역:성도(成都)
(4)주요활동과 생애:송(宋)나라 때 사람으로 대대로 의업(醫業)에 종사하여 조예가 깊었다. 이단백(李端伯)을 사사하였으며, 치료에 많은 효과를 내었으나 이득을 취하지 않고 여러 해 동안 널리 귀한 약재와 비방을 수집하여 기록해둔 것으로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5)주요저작:미상(未詳)
3. 서지사항
전서의 체제는 전31권으로 별도로 목록 1권이 있다. 1116년 조효충(趙孝忠)이 중교(重校)한 《정화신수경사증류비용본초(政和新修經史證類備用本草)》는 30권으로 개편하였다.
원작은 송나라 당신미가 편찬하였고 보통 ‘증류본초(證類本草)’ 혹은 ‘비용본초(備用本草)’로 약칭하지만 모본은 ‘경사증류비급본초(經史證類備急本草)’를 기준으로 삼는다. 1082년에 처음 책이 완성되었으나 곧바로 간인(刊印)하지 못하다가 송(宋)나라 대관(大觀) 2년(1108년)에 다시 교정·증보하여 《경사증류대관본초(經史證類大觀本草)》라고 이름 붙여 간행하였다. 그 뒤 정화(政和) 6년(1116) 다시 수보(修補)하여 《중수정화경사증류비용본초(重修政和經史證類備用本草)》라는 긴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에 조선에서는 ‘정화본초(政和本草)’라고 불렀다.
조선에서 간행한 판본으로는 《경사증류대관본초(經史證類大觀本草)》, 《중수정화경사증류비용본초(重修政和經史證類備用本草)》, 《소흥교정경사증류비급본초(화)紹興校定經史證類備急本草(畵)》가 있으며,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현재 이 책의 조선판본은 대부분 일본에 수장되어 있다. 목록에 나타나는 것만 해도 내각문고(內閣文庫)(선조 10년경 활자간본), 궁내성도서료(宮內省圖書寮), 다케다제약행우서옥(武田杏雨書屋), 마에다존경각(前田尊經閣), 동양문고(東洋文庫), 정가당문고(靜嘉堂文庫), 암수문고(岩漱文庫)(이상 을해활자(乙亥活字) 인본) 등에 수장되어 있다. 특히 내각문고본은 31권 15책으로 선조 10년경 활자간본인데, 책 안에는 ‘태의원(太醫院)’의 소장인(所藏印)이 날인되어 있어 대한제국 구황실에서 소장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4. 내용
《증류본초》의 체제는 약물마다 각 조문 아래 약론(藥論), 부방(附方) 등의 내용을 넣었다. 기본적으로 《가우본초(嘉祐本草)》를 따라 내용을 확충하였으며 아울러 ‘본초도경(本草圖經)’을 덧붙여 다시 만들었다. 각 약물 항목 앞에는 약초그림을 먼저 두었고, 이어서 《가우본초(嘉祐本草)》와 도경(圖經)의 문장을 넣었으며 마지막에 ‘뇌공왈(雷公曰)’ 또는 부방(附方) 등의 증보된 내용을 실었는데 이 경우, 검은색 칸을 글자 위에 씌워서 구별하였다.
본문의 내용을 나누어 살펴보면, 처음의 두 권은 서례(序例)인데 권1에는 뇌공포자론서(雷公炮炙論序), 권2에는 제병통용약(諸病通用藥) 부분을 증보하여 약간의 약명과 병명을 추가하였다. 나머지 29권에는 1,744종의 약물을 옥(玉)·석(石)·초(草)·목(木)·인(人)·수(獸)·충어(蟲魚)·과(果)·미곡(米穀)·채부(菜部)로 나누어 수록하였고, 이름은 있으나 쓰이지 않던 약물까지 자세히 다루었다.
권별 수록 내용은 다음과 같다. 권1 〈서례 상(序例上)〉, 〈연의서례(衍義序例)〉, 권2 〈서례 하(序例下)〉, 권3 〈옥석부 상품(玉石部上品)〉, 권4 〈옥석부 중품(玉石部中品)〉, 권5 〈옥석부 하품(玉石部下品)〉, 권6 〈초부 상품지상(草部上品之上)〉, 권7 〈초부 상품지하(草部上品之下)〉, 권8 〈초부 중품지상(草部中品之上)〉, 권9 〈초부 중품지하(草部中品之下)〉, 권10 〈초부 하품지상(草部下品之上)〉, 권11 〈초부 하품지하(草部下品之下)〉, 권12 〈목부 상품(木部上品)〉, 권13 〈목부 중품(木部中品)〉, 권14 〈목부 하품(木部下品)〉, 권15 인부〈人部〉, 권16 수부 상품〈獸部上品〉, 권17 수부 중품〈獸部中品〉, 권18 〈수부 하품(獸部下品)〉, 권19 〈금부(禽部)〉, 권20 〈충어부 상품(蟲魚部上品)〉, 권21 〈충어부 중품(蟲魚部中品)〉, 권22 〈충어부 하품(蟲魚部下品)〉, 권23 〈과부(果部)〉, 권24 〈미곡부 상품(米穀部上品)〉, 권25 〈미곡부 중품(米穀部中品)〉, 권26 〈미곡부 하품(米穀部下品)〉, 권27 〈채부 상품(菜部上品)〉, 권28 〈채부 중품(菜部中品)〉, 권29 〈채부 하품(菜部下品)〉, 권30 〈경외초류(經外草類)〉
전서에는 기존의 내용 외에 촉본초(蜀本草)와 방서(方書), 경사(經史), 필기(筆記), 지지(地誌), 시부(詩賦), 불서(佛書), 도장(道藏) 등 243종의 서적에 있는 관련 약물자료들이 모두 수합(收合)되어 있으며, 또 470여 종의 약물을 새로 증보하여 수록 약물수는 1,746종에 달하였다. 인용된 각종 서적들 중에는 현존하지 않는 책들이 많이 들어 있으며, 약명(藥名), 약성(藥性), 효능(效能), 주치(主治), 형태(形態), 채취(採取) 등의 내용 외에 귀경(歸經) 이론이 새롭게 첨가되었다. 또 280종 이상의 약물에 대한 포제방법을 기록하였고 3천여 개의 단방치료경험과 1천여 조의 방론(方論)이 들어 있어 당시 민간의료경험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대관본초(大觀本草)》에서는 특별히 풍부한 도판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차이가 있으며, 이전의 그림에 비해 훨씬 정밀하고 정제(整齊)된 약초 그림이 실려 있다. 내용상으론 ‘본초연의(本草衍義)’ 인용문이 더 들어가 있는 것 이외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5. 가치와 영향
본서는 원래 개인이 편찬하였으나 국가적으로 중요성을 인식하여 지방관청에서 《대관본초(大觀本草)》로 간행하였으며, 연이어 《정화본초(政和本草)》, 《소흥본초(紹興本草)》로 수정·개편하였다. 이후에 《중수정화본초(重修政和本草)》, 《신편증류도주본초(新編證類圖注本草)》로 간행하였다. 《본초강목(本草綱目)》도 역시 이 책을 저본으로 이루어졌는데, 이시진(李時珍)은 “제가(諸家)의 본초와 천고(千古)의 단방을 오늘날까지 그대로 보존한 공로가 있다.”고 찬양하였다. 이 책은 한마디로 송대 본초학의 업적을 총괄한 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본초강목》이 나오기 전까지 약 500년 간 조선과 일본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친 본초학의 규범서로 인식되었다.
더욱이 조선에서는 《본초강목》이 나온 뒤에도 여전히 본초약물에 관한 표준공정서의 위치를 내놓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조선에서 사용한 기존의 본초서가 나중에 도입된 《본초강목》에 비해서 개별 약물의 고증과 원전에 충실하다는 점이 손꼽힌다.
《본초강목》은 이 책의 후대 판본인 《대관본초(大觀本草)》와 《정화본초(政和本草)》를 모체로 374종의 약재를 증대하고 송대 본초서 이후의 성과를 담아내었지만, 《대관본초》의 원전 인용문을 잘라내어 고치는 과정에서 잘못된 곳이나 원모를 훼손시킨 부분이 많아 후대 학자들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조선에서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역대의방(歷代醫方)’에 《비용본초경사증류(備用本草經史證類)》라고 등재되어 있으며, 원문 속에서 ‘본초(本草)’라고 출전이 표기된 것은 대개 이 책을 말한다. 《동의보감》 안에는 무려 3,370조 가량의 ‘본초’가 인용되어 인용빈도에 있어서 가장 수위(首位)를 점하고 있다. 또 《신찬벽온방(新纂辟瘟方)》 등에는 ‘증류본초(證類本草)’로 인용되어 있다. 조선족 의사문헌학자(醫史文獻學者) 최수한(崔秀漢)의 《조선의적통고(朝鮮醫籍通考)》에 의하면 조선의 《향약집성방》도 약물의 배열방법이나 서술내용에 있어서 주로 이 책을 따르고 있다고 말하였다.
6. 참고사항
(1)명언
• “무릇 약재를 채취하는 시기에 있어서……그 뿌리를 흔히 2월과 8월에 캐는 것은 이른 봄에는 물이 올라 싹이 트기 시작하지만 아직 가지와 잎으로는 퍼지지 않아 약 기운이 아주 진하기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가지와 잎에 진액이 마르게 되어 다시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凡採藥時月……其根物 多以二月八月採者 謂春初津潤始萌 未衝枝葉 勢力涥濃故也 至秋枝葉 乾枯津潤 歸流於下]” 〈서례(序例)〉
• “무릇 여러 가지 질병과 적취(積聚)는 모두 허(虛)한데서 일어나는 것이다. 허한데서 모든 병이 발생하는 것이니 적(積)은 오장에 적체된 것이요, 취(聚)란 육부에 뭉친 것이다.[夫衆病積聚 皆起於虛也 虛生百病 積者五藏之所積 聚者六腑之所聚]” 〈서례(序例)〉
• “인삼은 맛이 달고 약성은 약간 차갑다. 주로 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편안하게 해주며, 집중력을 높여주고 놀라고 두근거리는 증상을 그치게 하고 사악한 기운을 제거하며 눈을 밝게 해주고 가슴을 맑게 하며 지능을 증진시켜 준다.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수명을 늘린다.[人參味甘微寒 主補五藏 安精神 定魂魄 止驚悸 除邪氣 明目開心益智 久服輕身延年]” 〈초부 상품(草部上品)〉
(2)색인어:증류본초(證類本草), 비용본초(備用本草), 대전본초(大全本草), 정화본초(政和本草), 당신미(唐愼微), 본초(本草), 본초강목(本草綱目), 동의보감(東醫寶鑑)
(3)참고문헌
• 朝鮮醫籍通考(崔秀漢, 中國中醫藥)
• 歷代中藥文獻精華(尙志均 등, 科學技術文獻)
• 中醫人物詞典(李經緯, 上海辭書)
• 中國歷代醫家傳錄(何時希, 人民衛生)
• 中醫古籍大辭典(편찬위원회, 上海科技)
• 본초서의 계통과 본초학 발전사(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논문집)
• 역대 전통약리학설의 변천(김남일, 한국한의학연구원논문집)
• 고의서산책(296회):經史證類備用本草(안상우, 민족의학신문, 2006년 6월 19일)
• 고의서산책(314회):經史證類大觀本草(안상우, 민족의학신문, 2006년 11월 20일)
• 역대본초명저 간략해제(한국한의학연구원 DIGITAL 본초집성, 한국한의학연구원)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고전명저총서DB, www.jisik.kiom.re.kr
【안상우】